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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82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82화

 

82화

 

 

 

 

 

 

 

네 번째 서(序)

 

 

 

 

 

 

 

우르릉!

 

주먹으로 내려치길 수백 번. 마침내 동굴을 막고 있던 석문이 굉음을 일으키며 무너져 내리자 희열에 떨리는 음성이 동굴을 울렸다.

 

“드디어… 크크크…….”

 

갈가마귀가 우는 듯한 목소리. 석벽의 틈바구니에 꽂아놓은 횃불이 두려움에 질려 일렁였다.

 

뿌연 먼지가 가라앉은 동굴의 저편에서 음습한 바람이 숨구멍을 조일 듯이 몰려온다.

 

암울한 듯하면서도 기이한 느낌. 음성의 주인은 가늘게 몸을 떨었다.

 

“흐…….”

 

음습한 동굴 광장이 음울한 웃음에 반응해 가늘게 전신을 떤다.

 

희열이었다. 음성의 주인도 희열에 떨고, 암울한 동굴 광장의 그 무언가도 희열에 몸을 떨었다.

 

 

 

어둠은 그의 앞을 막지 못했다. 손에 들린 횃불의 빛이면 족했다.

 

그는 뻗어나가는 빛을 따라 찬찬히 동굴 광장을 훑어보았다. 광장의 크기는 반경만도 십여 장에 달했다.

 

송충이의 주름처럼 굴곡진 동굴 천장에는 수많은 종유석이 가시처럼 매달려 불빛을 반사시키고, 오색 빛깔로 얼룩진 바닥의 암반에선 뿌연 안개가 피어나 흐른다.

 

아름답고도, 신비하고도, 괴기한 광경이었다.

 

그 광장의 한가운데 그것이 있었다. 종유석의 중동을 쳐내 만든 석대 위에 놓인, 먹물을 부어 만든 듯한 시커먼 묵관 하나.

 

길이 일 장, 높이 다섯 자, 넓이 여섯 자. 거대한 묵관이었다. 묵관 위에 먼지 한 점 없는 것이 이상하기는 했으나, 주위의 분위기에 휘말린 그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괴인은 한 걸음 한 걸음 묵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뭐가 있는 걸까? 악마가 있는 걸까? 크크크, 하긴 뭐가 있으면 어떠랴. 어차피 이곳까지 왔거늘.”

 

묵관 표면에는 수백 자의 글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전자(篆字)로 쓰인 글자였다. 하지만 그는 어렵지 않게 읽었다.

 

그는 글자를 읽어보고 가볍게 몸을 떨었다.

 

마치 신이 잠들어 있기라도 하듯 묵관 표면에 쓰인 글은 찬양 일색이었다.

 

 

 

[언제고 위대한 피의 종사께선 깨어나실 것이다. 종사께선 결코 귀천하지 않으셨다. 다만…….]

 

 

 

죽지 않은 자를 관 속에 넣어놓았단 말인가? 무슨 소리지?

 

그는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확인해 보면 알 일.

 

그는 글을 대충 읽어보고는 떨리는 손으로 묵관의 뚜껑을 힘껏 밀었다. 생각보다 뚜껑은 부드럽게 밀려났다.

 

그그그긍…….

 

맨 처음 그를 반긴 것은 굵고 커다란 뼈 위에 누런 가죽만 덮인 시신과 시신의 전신을 덮은 핏빛 장포였다.

 

거죽이 푹 들어간 눈, 앙상한 뼈에 가죽만 남아 있는 얼굴.

 

“시신이잖아?”

 

그런데 왜 죽지 않았다고 한 것일까? 다른 누군가를 말한 것일까?

 

“동굴이라 그런지 시신이 썩지 않았군.”

 

그는 조심스럽게 장포를 들추며 석관 속에 다른 무엇이 있는지 샅샅이 찾아보았다. 그러나 석관 안에는 혈포를 걸친 시신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엇 때문에 나를 이곳으로 인도한 것인가, 악령들이여.”

 

무심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이마를 찌푸린 그는 한참을 더 들여다보다가 실망한 표정으로 뒤돌아섰다. 

 

그때였다,

 

오싹한 느낌.

 

뒤통수에 대못이 박히는 것 같은 기분!

 

순간적으로 그의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파르르 떨렸다.

 

뭐, 뭐지?

 

미처 고개를 돌릴 틈도 없었다.

 

덥석!

 

“켁!”

 

뭔가가 갑자기 목을 움켜쥐더니 홱 잡아당겼다.

 

괴인은 뒤로 넘어지는 와중에도 대경실색하며 황급히 손을 목으로 가져갔다.

 

앙상한 뼈다귀에 누런 껍질이 씌워진 손 하나가 잡혔다. 살아 있는 인간의 손이라기에는 믿을 수 없는 손. 관 속에 있던 시신의 손이었다. 

 

문제는 강철 집게처럼 단단하고 강해서 금방이라도 목이 부러질 것만 같다는 것!

 

‘이게 뭐야? 아, 안 돼!’

 

혼신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

 

꼼짝도 않는다!

 

그는 믿을 수 없는 일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급한 김에 손을 뒤로 해서 혈포인의 눈을 찔러 버렸다.

 

푹! 손가락이 거죽을 뚫고 혈포인의 눈을 파고든다.

 

하지만 그뿐이다.

 

눈 속이 비어 있다.

 

오히려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이 더해진다.

 

“끄으으…….”

 

손가락을 잡아당겨 보았다. 앙상한 손가락은 만년한철로 만들어진 족쇄처럼 꼼짝할 생각을 않는다.

 

석 자 두께의 석문을 부순 손으로도 괴인의 손을 떼어낼 수가 없다.

 

아득한 절망감에 모든 힘이 빠져나간다.

 

괴인은 그제야 묵관 표면에 적혀 있던 문구 하나가 생각났다.

 

 

 

[종사께선 귀천하지 않으셨다.]

 

 

 

‘마, 맙소사! 그럼 죽지 않았……?’

 

뇌리가 하얗게 비어버렸다.

 

그리고 한순간, 두 눈마저 시뻘겋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결국에는 전신의 모든 숨구멍에서 시뻘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사자(死者)의 혼에서 얻은 기운이!

 

그때다! 문득 시신이 희열하고 있는 듯 느껴졌다.

 

자신에게서 뿜어진 시뻘건 기운이 시신에게로 빨려가는 것 같다.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기운이 모두 빨려 나간다면 그것은 곧 죽음.

 

‘안 돼! 죽을 수는 없어, 절대!’

 

죽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자 머릿속에 수많은 글귀가 떠올랐다.

 

스치듯 떠오르는 생각!

 

‘그래! 네가 죽든 내가 죽든 한번 해보자!’

 

괴인은 자신을 이곳까지 오게 만든 한 맺힌 구결을 끊임없이 외우기 시작했다. 되든 안 되든 성패는 하늘에 맡기고.

 

한 번, 두 번, 시신에서 가공할 기운이 빨려 들어왔다가 다시 빨려 나간다. 들어오고, 나가고, 또 들어오고 나간다.

 

생각지도 못한 일인지 목을 움켜쥔 손에서 떨림이 전해진다.

 

오! 놈이 당황하고 있다!

 

그는 환호하며 구결을 끝없이 외워댔다.

 

시간이 흐를수록 옷은 가루로 변해 스러지고, 옷 대신 붉은 기운이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괴인의 입가에 웃음이 떠올랐다.

 

‘내 고집이 얼마나 센데… 어디… 해보자, 이놈…….’

 

 

 

바닥에 떨어진 횃불은 꺼진 지 오래였다. 광란하던 핏빛 기운도 사라지고 남은 것은 칠흑 같은 어둠뿐.

 

동굴 광장이 억만 근의 어둠에 짓눌려 질식하기 직전, 묵관에 반쯤 알몸을 걸치고 있던 괴인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마치 잃어버린 기억을 더듬듯이 몇 번 이마를 찌푸리더니, 봉사가 눈을 뜨고 자신의 몸을 처음 보는 것처럼 찬찬히 자신의 알몸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서 붉은 광채가 뿜어지자 칠흑 같은 어둠조차도 뒤로 물러났다.

 

그렇게 일각가량이 지난 후였다. 그는 혼란스러운 듯 사방을 둘러보며 어눌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이게… 내 모습……?”

 

한 자는 더 커진 키, 두 배 가까이 부풀어 버린 체격. 

 

처음 보는 몸이었다.

 

그는 망연한 눈으로 묵관 안을 바라보았다.

 

묵관 안에는 피보다 더 붉은 핏빛 장포만이 남아 있었다.

 

‘너는 누구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나… 나는……?’

 

 

 

 

 

 

 

1장. 초대장

 

 

 

 

 

1

 

 

 

방으로 들어가려던 진용은 건너편 어둠 속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제가 아는 어떤 분도 늙으면 새벽잠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유 노선배님도 그러신가 보군요.”

 

“그런 면이 없잖아 있긴 하지.”

 

유태청이었다. 그는 한 시진 전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운가의 자식들에게 붙들려, 정확히는 운아영에게 붙들려 자정이 다 되도록 무공에 대한 강론을 해야만 했다. 

 

그런 이후 한차례 대주천을 행하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이런저런 감흥으로 잠도 잘 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밖에서 흐르는 미묘한 기의 흐름을 느낀 것이다.

 

그는 결국 자리를 털고 방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기의 흐름이 누구에게서 나오는 것인지를 짐작한 까닭이었다.

 

운가명이나 그의 자식들이 흘려내는 기와는 그 성질 자체가 달랐다. 또한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풍림장을 보호하고 있는 암중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와도 달랐다.

 

어떤 때는 밝은 햇살과도 같고, 어떤 때는 끝없는 어둠의 미로처럼 느껴지는 기운. 그런 기운을 간직한 사람은 그가 알기로 이곳에 한 사람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본 것은 그저 가로세로 다섯 자 크기의 암반에 조용히 앉아 있는 진용이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신조차 곤혹스러웠다. 대체 어떤 무공을 익혔기에 밝음과 어둠을 동시에 지니고 있단 말인가? 

 

분명 자신보다 강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하거늘, 왜 자신의 의지는 저 젊은이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는 걸까?

 

모든 것이 의문이었다. 그런 한편으로 내심 가졌던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일단 지켜보자, 어디까지 얼마나 변하는지.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재미있을 것 같다.

 

‘재미라… 허허, 내가 생각해도 우습군. 나 유태청이 이렇게 변하다니.’

 

유태청이 조금 전의 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였다. 귓전에 진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제가 익히려고 하는 무공이 있는데, 노선배님이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난데없는 청이었다. 

 

유태청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익히려는 무공을 보여주겠다니. 더구나 봐달라는 말은 가르침을 청하는 말이 아닌가?

 

“뭔데 그러나?”

 

“제가 얼마 전에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하다 얻은 것이 있는데, 너무 난해해서요.”

 

유태청을 쳐다보는 진용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영락없이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제자의 눈빛.

 

물론 연구하며 혼자서 익힐 수도 있다. 그러나 무공이 혼자 책 보고 깊이 있게 익힐 수 있는 거라면 누가 무엇 때문에 좋은 스승을 만나려 하겠는가?

 

한계가 있는 무공, 어설픈 무공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아는 진용으로선 유태청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천고의 기회였다.

 

유태청은 최고의 스승이 될 수 있는 사람. 무공이나 경륜이나. 그러니 기회가 닿았을 때 한 가지라도 배울 수 있으면 그게 득이었다.

 

그런 진용에게 세르탄이 질린다는 투로 말했다.

 

‘어휴, 그놈의 욕심은…….’

 

‘세르탄, 배움에는 끝이 없는 거야.’

 

‘많은 것보다 한 가지라도 파고들어서 깊이 있게 배워야지.’

 

‘기왕이면 많이, 그리고 깊이 배우는 게 좋지 않겠어?’

 

‘끄응……. 시르한테 그런 말을 하는 내가 미쳤지.’

 

세르탄이 졌다는 듯 입을 닫아버리자 진용은 유태청과 이 장 거리를 두고 섰다.

 

“단순한 장법 같기도 한데, 흐름을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연륜이 깊은 노선배님이라면 보다 더 정확히 알 것 같은데요.”

 

말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진용이 숨을 천천히 들이쉬었다.

 

멈추라 하기에도 늦은 상황. 유태청은 안력을 집중하고 진용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했다.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진용의 무공이 지닌 본질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숨을 멈춘 진용은 미끄러지듯 왼발을 내딛으며 가만히 우수를 뻗어 가볍게 비틀었다. 동시에 왼발을 축으로 몸을 반쯤 틀고 우수를 끌어당겼다. 순간,

 

팡!

 

어느새 내질러진 좌수가 허공을 움켜쥐었다.

 

천천히 비틀어지는 어둠. 그곳을 향해 우수가 보이지 않는 속도로 다시 뻗어나가며 휘돌았다.

 

그때다! 비틀리던 어둠에 휑하니 구멍이 뚫렸다.

 

유태청 정도가 아니더라도 절정의 맛을 본 고수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구멍!

 

마지막으로 쌍장이 구멍을 향해 번갈아 뻗어나갔다.

 

순간 진용의 다섯 자 앞에 형성된 기막에 구멍이 뻥 뚫리고, 그 구멍 속으로 주위의 공기가 빨려 들었다. 마치 깔때기 속으로 빨려드는 것처럼!

 

고오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진용이 조용히 손을 내리자 구멍도 사라졌다. 빨려들던 기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해졌다.

 

짧은 시간, 동작이라고 해봐야 다 해서 열 동작 정도.

 

자신이 그동안 틈틈이 가다듬어 왔던 무명의 초식을 간단하게 펼치고 자세를 바로 한 진용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유태청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떠오르려던 생각이 뭔가에 가로막혀 있는 것처럼, 답답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모로 틀고서.

 

진용이 물었다.

 

“혹시 벽공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벽공?”

 

모르는 눈빛이다.

 

“아니면 혈수의 주인이나 북천의 하늘이라는 말에 대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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