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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78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78화

 

78화

 

 

 

 

 

 

 

콰과과광!

 

분분히 물러서는 회의인들. 부상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약간의 틈이 벌어졌다.

 

진용은 그 사이로 내려서며 거침없이 신수백타를 펼쳤다. 전력을 다한 천단심법으로 인해 푸르스름한 기운이 진용을 중심으로 넘실댔다. 얼마 전보다 훨씬 선명한 기운이!

 

그 기운에 부딪친 것은 무엇이든 튕겨 나갔다.

 

두 회의인이 신수백타에 얻어맞고 정신없이 뒤로 물러선 것은 그야말로 일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회의인들의 공격은 멈출 줄을 모르고 더욱 신랄하게 이어졌다. 동료의 부상에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

 

그 점이 진용을 더욱 다급하게 만들었다.

 

회의인들만이라면 문제가 아니다. 정작 큰 문제는 사상의 방위를 지킨 채 둘러서 있는 자들.

 

정광의 실수만 아니었더라면 한바탕 혼란을 일으키고 몇 명을 때려눕힌 후 빠져나가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자그마한 실수가 적들의 신경을 건드렸고, 그 작은 차이는 진용의 행동마저 구속시켜 버렸다.

 

그때였다. 다시 두 명의 회의인을 뒤로 물러서게 만든 진용이 실피나에게 소리쳤다.

 

“실피나! 공격해! 바람의 창!”

 

순간적으로 휘돌던 바람이 뭉쳤다. 그러더니 전면에서 달려드는 회의인의 가슴으로 폭사되었다.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바람의 창을 막는 회의인. 그러나 실피나의 공격은 예전보다 훨씬 강한 위력으로 그를 날려 버렸다.

 

틈이 생겼다. 그 틈 사이로 진용의 신형이 스며들었다.

 

“가속(加速)!”

 

가속 마법이 가미된 그의 신형은 빗살과도 같았다. 

 

진용은 앞을 가로막고 있던 척천단원의 가슴을 향해 일장을 내려쳤다.

 

너무도 빠른 공격!

 

상대는 미처 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경악한 표정으로 몸을 비틀며 감각적으로 검을 뻗었다.

 

진용은 찔러오는 검을 잡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당기면서 무릎으로 그자의 가슴을 찍어버렸다.

 

쾅!

 

“크억!”

 

가슴이 함몰된 채 훌훌 날아가는 갈의인. 진용은 그를 볼 시간도 없이 몸을 휘돌리며 부챗살처럼 펴진 손을 휘저었다.

 

쩡!

 

한 자루 예리한 칼날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뒤이어 두 자루의 검과 도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실드!’

 

찌이익! 옷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도검이 미끄러졌다.

 

순간 자신에게 도검을 휘두른 두 회의인을 향해 진용의 주먹이 파고들더니, 한 자의 간격을 두고 권격이 폭발했다.

 

콰광!

 

진용은 튕겨 날아가는 그들을 본 척도 하지 않고 신형을 뽑아 올렸다. 

 

발 아래로 검강의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가슴이 서늘해진 진용은 그것이 누구의 공격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움직였다, 이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청의인이!

 

상관욱의 공격을 발 아래로 흘려보낸 진용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순간, 새파란 기운이 손가락 끝에 맺혔다!

 

뇌전의 능력!

 

“뇌전, 탄!”

 

일갈이 터지며 그의 손가락 끝에 맺힌 뇌전이 청의인과 자신을 향해 소리없이 날아드는 또 다른 회의인을 향해 쏘아졌다.

 

쩌저적! 콰광!

 

굉음이 일며 주변의 눈에 젖은 땅이 들썩였다.

 

달려들던 기세 그대로 엽시랑의 몸이 튕겨지고, 단단한 겨울의 대지에 무릎까지 발을 박아 넣은 상관욱은 그 자리에 선 채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에도 진용은 안심할 수가 없었다. 

 

동분서주하며 공격했건만 쓰러진 자는 둘뿐이다. 허공으로 튕겨 오른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계속된 공방의 충격으로 자신의 내력도 흔들리고 있다.

 

그나마 실피나가 두 갈의인과 드잡이질을 벌이고 있고, 뒤늦게 뛰어든 정광이 회의인 하나를 몰아치고 있어서 조금 전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 해도 아직 남은 상대는 여덟.

 

“도장님! 치고 빠져요!”

 

무슨 뜻인지 굳이 물어볼 필요까지는 없었다.

 

정광은 다른 놈들이 덤벼들기 전에 상대하고 있던 회의인에게 냅다 쇠 신발을 휘둘렀다. 자신이 가장 자랑하는 절초, 구화몽(狗和夢)을!

 

“에라이! 개꿈이나 꾸거라!”

 

퍽!

 

정광이 회의인의 이마를 세차게 때리고는 달려드는 다른 회의인을 피해 신형을 날렸다.

 

진용은 허리의 지팡이를 꺼내고는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나직이 시동어를 외우며 마법을 펼쳤다.

 

“하늘의 불! 염화탄(炎火彈)!”

 

순간! 갑자기 지팡이의 끝이 선홍빛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더니 주먹만 하게 뭉친 시뻘건 불 구슬이 달려드는 회의인과 갈의인들에게 날아갔다.

 

화르르르!

 

가공할 광경! 

 

정림사에서 펼친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만큼 진용의 내력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입술을 깨물며 땅에서 발을 빼내던 상관욱이나, 검을 고쳐 잡고 기회만 엿보고 있던 엽시랑이 아연해진 표정으로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피해!”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었다. 진용을 향해 날아오르던 자들과 날아오르기 위해 동작을 취하던 자들이 일제히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며 불 구슬을 쳐냈다.

 

콰과과과!

 

불 구슬들이 터져 나가며 마법의 화염이 그들의 전신을 집어삼킬 듯이 쏟아졌다.

 

그들은 전신으로 쏟아지는 화염을 빠른 칼질과 혼신을 다한 내력으로 밀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모두가 완벽히 피한 것은 아니었다. 개중 서너 명은 마법의 불꽃을 뒤집어쓰고 땅바닥을 굴렀다.

 

그사이 진용은 이를 악 다물고 숲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마법에 몇 명은 당한 것 같다. 그러나 그뿐, 놈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지는 못했다. 

 

실피나와 마법으로 인해 내력의 반이 고갈된 상태. 내공이 반감된 현재 상태로는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수 없다. 

 

일단 피하는 수밖에.

 

진용은 날아가며 실피나를 불렀다.

 

“실피나! 내가 경공을 펼칠 수 있게 발을 받쳐!”

 

그나마 실피나를 움직일 정도의 내공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회의인 하나를 바람의 창으로 날려 버린 실피나가 힘이 빠져 떨어져 내리는 진용을 받쳤다. 그러고는 나무 사이를 곡예 하듯이 빠져나가더니 능선 위로 밀어 올렸다.

 

―주인아! 괜찮아?

 

자신을 걱정하는 말까지.

 

왠지 밉지 않은 실피나였다.

 

“괜찮으니까 밀어 올리기나 해.”

 

이번에는 실피나가 제대로 일을 수행했다. 사실 진용의 내공이 달려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제법 부드럽게 진용을 밀어서 경공을 펼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용은 능선 위에 올라 바위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놈들이 있던 자리는 시커멓게 타 있었다. 눈 때문인지 그 주위만 탔을 뿐 산불은 나지 않았다.

 

그런데 놈들이 보이지 않는다.

 

놈들의 기운을 탐지하기 위해 내력을 끌어올리자 놈들의 기운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하긴 본래 떠나려던 놈들이 아닌가. 그 상황에서 다시 공격하겠다고 산을 오를 리는 없었다.

 

‘상관 단주와 엽시랑, 그리고…… 대맹주라고 했던가?’

 

그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적지 않은 소득이다. 한 사람의 이름도 아쉬운 판에 결정적인 정보를 얻었다.

 

‘좋아, 조사해 보면 놈들이 누군지 알 수 있겠지. 그런데… 대맹주라…….’

 

왠지 끈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진용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때 정광이 헐떡거리며 능선 위로 올라왔다. 그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진용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진용은 그런 정광의 눈빛을 한쪽으로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정광이 심각한 말투로 물었다.

 

“말해보게, 그게 뭐였지?”

 

뭘 묻는 걸까? 실피나? 아니면 마법?

 

“계곡 안에서 싸울 때도 그랬는데, 이곳에서도 마치 바람귀신이 싸우는 것 같았어. 그게 뭐지? 자네 몸속에 들어 있다는 그것인가?”

 

반응은 세르탄이 먼저 보였다.

 

‘흥! 나를 덜떨어진 정령 따위로 알다니, 멍청한 인간!’

 

‘세르탄, 오십보백보라는 말 알아?’

 

‘…….’

 

말뜻을 모르는 세르탄은 입을 다물었다. 괜히 물어봐봐야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시르가 좋은 뜻으로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때 진용이 정광의 물음에 간단하게 답했다. 뒤통수를 빠르게 툭툭 쳐서 미리 세르탄의 입을 막아놓고.

 

“예, 맞습니다.”

 

‘시.시.르.르.르……. 아이고, 어지러!’

 

‘그냥 뒤집어써. 대신 도장님이 가지고 있는 책 보여줄게.’

 

그걸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세르탄이 조용해졌다. 뒤통수에 열도 안 나는 것이 그 거래에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정광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역시 그랬군. 그런데 그것이 밖으로 나와서 그렇게 싸우다니, 정말 굉장하구만.”

 

진용이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 그런 편이…….”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뒤통수에 살짝 열이 솟는다. 일전에 세르탄이 수상한 말을 하며 얼버무렸을 때처럼, 그런 느낌으로…….

 

요것 봐라? 이게 왜 이러지?

 

 

 

 

 

2

 

 

 

 

 

진용이 정광과 천제성의 사람들이 죽은 곳으로 되돌아왔을 때는, 이미 그곳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신들을 가매장한 후였다.

 

팽기한도 주위를 뒤져 팽호중의 시신을 찾아냈는지 그가 마무리를 짓고 있는 가묘에는 두 개의 봉분이 있었다.

 

진용이 돌아오자 유태청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어떻게 됐나?”

 

“놈들의 꼬리를 잡고 한바탕 싸우긴 했습니다만, 놈들의 수가 워낙 많아서…….”

 

“음, 대체 어떤 놈들이지?”

 

“제가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조금 들은 것이 있습니다.”

 

“응?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많은 내용은 아닙니다만, 어쩌면 적의 정체를 밝히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진용을 응시했다.

 

“혹시…… 엽시랑이라는 이름을 아시는 분이 있습니까?”

 

기대감으로 번들거리던 눈들이 일제히 곤혹스럽게 변했다. 

 

아는 사람이 없는 듯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머리에 그 이름을 새겨 넣었다. 지금 당장은 알지 못해도 이름을 아는 이상 언젠가는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상관이라는 성을 쓰고 단주라는 직위에 있을 만한 사람에 대해 조사해 봐야겠군요.”

 

“상관 단주라…….”

 

위지홍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뇌까렸다.

 

상관이라는 성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길거리에 차일 정도로 흔한 성도 아니다. 

 

단주라면 그 조직의 수뇌부에 있다는 말. 

 

게다가 천제성의 무인들을 죽일 정도의 실력과 배짱을 가진 문파는 그리 많지가 않다. 

 

아니, 천하를 통틀어도 서넛에 불과하다.

 

어쩌면 상관 단주라는 이름은 엽시랑이라는 이름보다 더 구체적인 정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쉬움은 여전했다.

 

“그게 단가?”

 

위지홍이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진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아쉽게도 그게 답니다.”

 

사실은 전부가 아니었다.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어쩌면 그 내용이 지금까지 한 말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중요할지 몰랐다.

 

그러나 진용은 그 마지막 한 가지만큼은 말하지 않았다. 

 

천제성의 정보력이라면 조금 전에 말한 두 가지 정보만으로도 적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회의인의 시신을 가지고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다만 시간이 걸릴 뿐.

 

그와 달리 마지막 정보는 그들을 바로 움직이게 할 것이다. 자신조차 짐작하는 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을 테니까.

 

사실 천제성이 움직이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결국 진용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강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잘못하면 아버지가 강호의 일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일…….’

 

그랬다. 진용에게는 강호 문파 간의 싸움보다 아버지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건곤흡정진혼결을 익히고 북경을 떠난 아버지다. 더구나 밀옥의 벽을 그렇게 부수고 나갔다는 것은 신중한 성격인 아버지에게 뭔가 변화가 있었다는 것. 

 

건곤흡정진혼결의 폐해를 어느 정도 느낀 진용으로선 그것이 걱정이었다.

 

구양 할아버지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일.

 

그러니 천제성의 복수는 늦춰져야만 했다, 얼마간만이라도.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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