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7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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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97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71화
71화
혈혈구마가 모두 왔다면 분명 저 안에 여섯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봐서 이미 싸움은 시작된 듯했다.
‘저 안이 문제일 것 같은데…….’
진용은 굳은 얼굴로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세 사람은 여전히 유리하게 상대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공혁은 부상자들을 한쪽으로 옮기고서 간단하게 응급처치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척은수도 있었다. 그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는지 재빨리 옷을 찢어 갈가리 찢어진 왼손을 감싸며 위지홍을 향해 소리쳤다.
“형님! 최대한 빨리 끝내고 가봐야 합니다! 저 안에서 팔제와 삼형이 유 어르신과 함께 혈혈구마의 나머지 놈들을 상대하고 있습니다! 그놈들이 진짭니다. 이놈들은 죽은 놈들의 후인에 불과합니다!”
진용의 눈이 번쩍 빛났다.
역시 생각대로다. 혈혈구마는 모두 이곳에 있었다. 천제성으로 봐선 함정에 몰아넣으려다 거꾸로 함정에 빠진 꼴이 됐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빨리 셋을 처리하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문제는 그것도 만만치가 않다는 것.
다급해진 마음 때문인지 잔혈마를 몰아치던 위지홍이 주춤거린다.
그걸 본 진용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자신이 도와 저들 셋을 제압한다면 시간이 단축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승부를 내더라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거늘.
‘혼자라도 들어가 보는 수밖에 없나?’
별수 없다, 일단 부딪치고 볼 일.
“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 말에 척은수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의형과 함께 왔으니 예사 젊은이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젊은이는 젊은이일 뿐이다. 그것도 서생복을 입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보게, 저 안에 누가 있는지 알기나 하고…….”
척은수가 뭐라 하려 할 때다.
떠더더덩!
허공을 난자하며 잔혈마를 몰아붙인 위지홍이 진용을 바라보지도 않고 소리쳤다.
“그래 주겠나? 부탁하네!”
뒤따라서 쌍혈검마의 어깨에 혈흔을 새긴 팽기한도 물러서는 쌍혈검마를 따라 도를 날리며 말했다.
“먼저 가게나! 곧 뒤따라가지!”
남들이 그러는데 입을 가만둘 정광이 아니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 기회를 잡았다 싶자 쇠신발을 휘두른 정광. 가슴의 상처로 인해 동작이 굼떠진 혈귀마가 정광의 쇠신발을 피하지 못하고 등짝을 엇비껴 맞았다.
빡!
“크억!”
그는 앞으로 꼬꾸라진 혈귀마는 보지도 않고 진용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나랑 같이 가자고! 이봐, 거기 두 사람! 이 떨거지는 두 도우가 맡게나!”
팽호중과 팽무중도 팽기한을 놔두고 갈 수 없어 망설이던 참에 잘된 일이었다.
“알았소! 그럼 먼저 가보시오. 이자는 우리가 맡겠소!”
급작스럽게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척은수는 진용에게 훈계조로 한마디 하려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자신이 뭐라고 하려 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대체 저 젊은이가 누군데……?’
그사이 진용과 정광의 신형은 바람을 타고 안쪽으로 날아 들어갔다.
그때, 문득 드는 생각에 척은수가 손에서 이는 극악의 고통조차 잊고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차! 그쪽으로 가면 안 되는데…….”
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바람과 함께 사라진 후였다.
진용은 정광과 함께 풍혼을 펼쳐 바람처럼 몸을 날렸다.
빠르게 거송 사이를 지나가는데 뒤에서 뭐라고 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린다.
메아리 때문에 싸우며 나는 소린지 자신들을 부르는 소린지 알 수가 없다.
하긴 자신들을 부르는 소리라 해도 돌아가기가 어정쩡한 상황. 두 사람은 상관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내달렸다.
정광을 바라보았다. 정광은 굳은 표정으로 앞만 바라본 채 달리고 있었다. 태산을 떠난 이후로 처음 보는 모습이다. 아마도 상황을 짐작한 때문인 듯하다.
그렇게 이백여 장을 갔을 때다. 아름드리 거송 숲이 끝나고 잡목과 넝쿨이 우거진 너머로 거대한 결계지(決界地)가 나타났다.
결계지는 폭이 이십 장도 훨씬 넘어 보였다. 게다가 그 깊이는 오십여 장에 이르는 데다, 옅은 안개가 끼어 더욱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뜻밖의 방해물!
급히 신형을 멈춘 진용은 사방을 둘러보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돌아서 가자니 시간이 아깝고, 내려가서 가자니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시간이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
“어떡하지? 밑으로 내려가서 건너갈까?”
정광이 다급하니 물었다. 그의 풍혼으로도 이십 장이 넘는 거리는 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였다.
“내가 들고 갈까?”
일전에 실피나가 한 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았다.
진용은 황급히 전음으로 실피나를 불러냈다.
“실피나!”
그런데…… 감감무소식이다.
‘또 자나? 아니면 귀찮아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싸우고 싶어 그렇게 조르던 실피나가 아니었던가.
답답한 마음에 진용은 중얼거리며 실피나를 불렀다.
“실피나?”
‘이번에 안 나오면 다시는 안 부른다! 빨리 나와!’
순간! 실피나가 밝은 표정으로 나타났다.
―주인아! 불렀어?
“어? 어.”
얼떨떨한 표정으로 실피나를 바라본 진용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실피나가 대답을 하지 않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전음으로는 실피나를 불러낼 수 없었던 것뿐.
어쨌든 나왔으니 다급한 일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
“실피나, 우리를 저쪽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
―저 이상한 사람까지? 싫은데…….
뭐? 이상한 사람?
진용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재빨리 말했다.
“그럼 우리가 저쪽으로 몸을 날리면 뒤에서 밀기만 해. 할 수 있지? 아니, 해야 돼! 잘하면 저쪽에 가서 마음껏 싸울 수 있게 해줄게.”
―정말? 알았어. 그 정도야 뭐. 헤헤헤, 그런데 세게 밀어?
자신과 정광의 경공이라면 십 장 정도는 무난할 것이다. 전력을 다해서 풍혼을 펼친다면 십오 장 정도까지도. 그러나 나머지가 십 장이 넘는다. 아무래도 좀 세게 밀어야 할 것 같았다.
“저기까지 넘어가려면 좀 세게 밀어야 할 것 같은데?”
―알았어! 걱정 마.
실피나의 자신에 찬 대답이 왠지 불안하다.
하지만 혼자 중얼거리는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정광 때문에 더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도장님이 신형을 날리면, 제가 뒤따르며 격공장을 날리겠습니다. 그럼 도장님은 그 힘을 발판으로 계곡을 건너가십시오.”
“그럼 자네는?”
“조금 무리한다면 건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시작하지요.”
정광은 믿을 수 없었다, 이십 장도 넘는 거리를 날아서 건너겠다니.
그런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봐온 진용의 능력을 봐서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안 되면 바닥에 내려섰다가 절벽을 타고 오를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하긴 풍혼을 자신만큼 자유자재로 펼칠 정도니 안전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알았네, 그럼 먼저 가지!”
숨을 크게 들이켠 정광은 힘껏 바닥을 찼다.
순간 한 마리 새처럼 정광의 신형이 쭉 뻗어나갔다.
진용도 즉시 몸을 날렸다.
그러고는 정광이 십 장을 날아가더니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이자, 즉시 쌍장을 치켜들고 정광의 아래쪽으로 뻗었다. 동시에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실피나를 불렀다.
“실피나, 지금이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실피나가 바람을 일으켜 진용을 밀었다.
―바람아! 언니의 명령이다! 세차게 불어라!
그 순간,
콰아아아!
돌풍이 굉음을 내며 몰려왔다!
그 소리에 자신의 기운을 빌어 앞으로 날아가는 정광을 바라보고 있던 진용의 안색이 해쓱하니 질렸다.
찰나간, 실피나가 바람으로 산능선 하나를 폐허로 만들었던 그날의 광경이 떠올랐다.
‘이, 이런! 맙소사!’
대처할 시간조차 없었다.
광풍이 순식간에 진용의 등을 덮쳐 버렸다. 그리고 앞서 날아가던 정광마저 덮쳐 버렸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뭐, 뭐야? 으아아아아!”
결국 정광의 비명 소리를 집어삼킨 광풍은 반대편 계곡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아주 빠르게!
‘제.기.랄!’
진용은 날아가는 와중에 다급히 외쳤다.
“실피나! 그만!”
바람은 바로 멈추었다. 그렇다고 해서 날아가던 힘까지 멈춘 것은 아니었다.
목적했던 곳은 반대편 계곡의 평평한 곳.
그러나 두 사람은 평평한 바닥을 지나고도 한참을 더 날아갔다. 워낙 날아가던 기세가 강해서 천근추를 펼쳐도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속도를 줄인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눈 한 번 깜박일 사이, 석벽이 코앞에 들이닥쳤다.
콰직! 퍽!
진용은 석벽에 손가락을 박고 발로 버틴 채 겨우 신형을 멈추고는 재빨리 옆을 바라보았다.
발목까지 석벽에 박아 넣은 정광이 입을 딱 벌린 채 석벽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는데,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은 것 같았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일……?”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해명을 바라는 정광.
진용은 정광의 떨리는 눈을 슬그머니 피해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실피나가 환하게 웃으며 허공에 떠 있었다.
―됐다! 건너왔다! 잘했지?
‘제기랄! 내가 세게 밀라고 했으니 뭐라 할 수도 없고……. 끄응.’
진용은 석벽에서 손가락을 빼내고는 계곡의 바닥으로 내려섰다.
“뭐, 어쨌든 건너긴 건넜네요.”
진용의 웅얼거리는 말에, 힘을 줘 석벽에서 발을 뺀 정광이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비록 오십 장을 날았지만. 흐으…… 겁나게 날았네.”
그랬다. 무려 오십 장을 날아서 도착했다.
세상에, 오십 장을 단숨에 날다니!
진용은 정광이 꼬치꼬치 캐묻기 전에 재빨리 말을 돌렸다.
“빨리 가죠. 안에서 싸움 소리가 더 커지는 것 같은데요?”
“응? 그, 그래, 가자고…….”
2
천암산을 휘돌던 바람이 한 자루 검첨에 멈추어 있다.
검의 길이는 두 자 다섯 치, 넓이는 세 치 닷 푼. 검면에 새겨진 검의 이름은 천유(天幽).
천유검의 주인은 반개한 눈으로 자신의 검을 응시했다.
검첨에서 피어오른 백색의 검강은 두 자, 이각 전보다 한 자가 줄어들어 있었다.
그리 되기까지 그는 겨우 도혈마 한 사람밖에 죽이지 못했다.
‘예전의 혈혈구마가 아니다.’
하나가 죽음으로서 다섯이 남았다.
그중 광혼마와 멸혼마를 천제성의 기둥이라는 천제팔성 중 둘이 상대하고 있었다.
천제성의 수하들은 모두 넷. 그들은 싸움이 벌어진 지 일각도 되지 않아 모두 절명(絶命)했다.
자신을 포위한 채 틈만 엿보고 있는 자는 셋.
전이었다면 넷이 아니라 아홉 모두라도 자신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겨우 네 명을 상대하기도 벅차다. 하나를 죽인 지금 남은 자가 셋이건만 상황은 더욱 좋지가 않다.
늙었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았다. 그 세월만큼 자신의 검은 더욱 완벽해졌으니까.
결론은 혈혈구마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뜻!
믿기 힘든 일이지만 상황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검을 하단으로 끌어내렸다. 주위의 대기가 만 근 바위에 눌린 듯 가라앉았다.
그 기운을 느꼈음인지, 아니면 깊게 베인 어깨의 통증 때문인지 삼재진의 방위를 따라 둘러서 있던 혈혈구마 중 둘째, 혈심마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유태청, 오늘 같은 날이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사신이 너의 죽음을 바라고 있으니 오늘 너는 죽을 수밖에 없다. 흐흐흐흐흐.”
무심한 눈으로 자신의 검첨을 바라보고 있던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가 무겁게 깔린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내가 죽을 수도 있겠지.”
동시에 일 보를 내디뎠다.
“그러나 나 유태청의 이름으로 단언하노니, 너희들도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