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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70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1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70화

 

70화

 

 

 

 

 

 

 

진용은 뒤를 돌아다보았다. 잠깐 사이, 뒤처졌던 사람들도 모두 바짝 다가와 있었다.

 

그들이 뚫어지게 바라본다, 잔뜩 기대감을 갖고. 

 

자신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눈을 빛내고, 그러다 씩 웃으며 허공을 바라보니, 마치 뭘 알아낸 것처럼 보였는가 보다.

 

진용은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일단 방향을 잡았습니다. 능선을 세 개 정도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시죠!”

 

가볍게 발을 굴러 일 보에 오 장을 미끄러져 가던 진용은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따라올 생각을 않고 자신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나마 정광만이 일 장여 뒤에서 따라오고 있을 뿐.

 

“안 가실 겁니까?”

 

그제야 위지홍과 오공혁을 비롯해 팽가의 사람들이 어정쩡한 표정으로 뒤따라오기 시작했다.

 

“아! 가세. 한데…… 능선 세 개를 넘어야 한다고 했나?”

 

위지홍이 묻자 진용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예.”

 

그러자 이번에는 팽기한이 기이한 탄성을 흘렸다.

 

“세상에…… 그런 이유가 있었군.”

 

“예?”

 

“자네의 기감이 남다르다고 위지홍이 말했을 때만 해도 그저 그러려니 했는데, 정말 대단하군. 능선 세 개 너머의 기까지 알아내다니 말이네.”

 

그거였나? 자신을 놀란 눈으로 쳐다본 이유가?

 

이런! 그러고 보니 생각지 않게 너무 자신을 드러낸 것 같다. 사실이 그렇든 그렇지 않든, 이들은 자신만의 능력으로 알아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 아닌가 말이다.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삼 푼을 감추어도 모자라거늘.

 

“제가 좀 천성적으로 기에 민감한 편이죠. 그 때문에 위지 대협과 함께 손을 잡기로 한 것이고요. 그건 그렇고 빨리 가시죠, 상황이 더 급해지기 전에.”

 

 

 

능선을 하나 넘을 때까지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와 기가 부딪치고, 병기가 부딪치며 울리는 소리는 점점 또렷해지고 있었다. 그만큼 전장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

 

사람들의 발걸음이 급박해졌다. 

 

그들은 모두가 강호에서 내로라하는 고수들. 울리는 소리만 듣고도 그 험악함을 짐작한 것이다.

 

일 보에 사오 장을 미끄러지며 바람처럼 달려가던 그들이 그렇게 두 번째 능선에 올랐을 때다.

 

그들의 발걸음이 누가 멈추라 하지 않았는데도 일제히 멈췄다.

 

“헛!”

 

누군가가 급히 숨을 들이켰다. 뒤이어 악 다물린 오공혁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음……. 령주! 저들은…….”

 

완만한 내리막길이 붉게 물들어 있다.

 

사방에 널린 시신들, 그들의 몸에서 쏟아진 피가 백설의 산능선을 벌겋게 바꾸어놓았다.

 

언뜻 봐도 십여 구에 달하는 시신들. 오공혁이 그들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위지홍도 그들 중 몇을 알아보고는 이를 갈았다.

 

비령단의 무사들은 물론이고, 오령주와 팔령주의 수하들도 몇이 보인다.

 

“이놈들이……!”

 

어떤 시신은 깨끗하게 두 조각이 나 있었고, 어떤 시신은 복부가 처참하게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머리가 으깨진 시신도 두 구나 되었다.

 

위지홍이 고개를 들어 건너편 산능선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선 천암산의 차가운 겨울바람보다 더욱 차가워진 눈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제 자신도 확연히 느껴진다. 저곳에 그들이 있다.

 

 

 

 

 

 

 

6장. 천암산의 혈전

 

 

 

 

 

1

 

 

 

 

 

천제팔성 중 다섯째, 은환신도(隱幻神刀) 척은수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키우다시피 한 수하들이 혈혈구마 중 하나인 잔혈마에게 벌써 둘이나 죽었다. 십여 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친동생 같은 그들이.

 

그런데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자신 역시도 두 명을 상대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혈혈구마, 강하다는 말은 들었다. 그러나 올라온 정보를 분석해 본 결과 자신의 아래라 판단했다. 그러기에 자신 또한 있었다.

 

더구나 천제팔성 중 셋이 나선 데다 수하들마저 데려왔다. 거기다 둘째 형인 위지홍마저 곧 올지 모른다. 그러니 이곳 천암산에 놈들을 묻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놈들을 죽이기는커녕 이십여 초 만에 둘이 죽고 자신은 내상을 입고 말았다.

 

그뿐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나아질 줄을 모른다.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수하들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

 

더 우습지도 않은 것은 이곳에 있는 세 사람은 이십 년 전의 혈혈구마가 아닌, 이십 년 전에 죽은 자들의 후인이라는 것이다.

 

멋모르고 계곡 물에 뛰어들었다가 튀어나온 돌에 코를 처박은 꼴이 되어버렸다.

 

‘젠장!’

 

그는 가슴으로 밀고 들어오는 쌍혈검마의 기형검을 자신의 도로 감아내 옆으로 흘리며 재빨리 뒤로 세 걸음을 물러섰다.

 

그러자 혈귀마가 핏빛으로 물든 귀혼조를 내리 찍는다.

 

쐐애애!

 

모골이 송연하게 호곡성을 울리며 떨어져 내리는 귀혼조!

 

척은수는 혼신의 내력을 끌어올려 우수에 집중했다.

 

시퍼런 도강이 서린 애병 은환도가 살기를 뿜어내며 울어댄다.

 

‘지금 상태에서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기에는 무리다. 일단 하나를 먼저 벤다!’

 

살을 주고 뼈를 자른다!

 

일수유의 순간에 마음을 결정한 척은수는 귀혼조의 갈라진 혈조 사이로 시퍼런 강기가 서린 은환도를 힘껏 밀어 넣었다.

 

까가강!

 

시뻘건 핏빛 귀혼조의 방향이 틀어진다.

 

찰나간에 미세한 틈이 벌어졌다!

 

‘좋아! 지금이다!’

 

척은수는 은환도를 비틀며 귀혼조를 오른쪽 어깨 위로 흘려보냈다. 그러고는 번개처럼 은환십팔도 중 은환단참룡(隱幻斷斬龍)을 펼쳤다.

 

일도양단의 기세!

 

도첨에서 일어난 반 자가량의 도강이 그대로 혈귀마를 갈라 버릴 듯 쏘아져 갔다.

 

일순간, 기회만 노리던 쌍혈검마가 자신의 기형검을 앞세우고 척은수를 향해 날아들었다.

 

끝이 둘로 갈라진 기형검이 독사의 독아처럼 옆구리로 다가온다. 새파란 검강을 대동한 채.

 

척은수는 날아드는 기형검을 향해 비어 있는 왼손을 내밀어 일장을 쳐냈다. 동시에 이를 악 다물고 혈귀마를 향한 도격에 혼신의 힘을 더했다.

 

생각지도 못한 강수!

 

혈귀마의 안색이 해쓱하니 질려 버렸다.

 

척은수가 쌍혈검마의 검을 피할 거라 생각하고는, 피하면 단숨에 척은수의 가슴에 귀혼조를 틀어박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척은수가 손해를 각오하고 공격을 멈추지 않자 오히려 허점이 생겨 버린 것이다.

 

“이런! 지독한 놈!”

 

쩌정! 까가강!

 

황급히 귀혼조를 휘둘러 척은수의 도강을 막아가는 혈귀마!

 

하지만 이미 때가 늦어버렸다. 간발의 차이로 은환도의 도강이 가슴을 긋고 지나간 것이다.

 

“크윽!”

 

“커억!”

 

동시에 터져 나온 두 마디 신음!

 

혈귀마의 길게 갈라진 가슴에서 피가 튀었다. 그리 깊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은 상처도 아니다. 허연 갈비뼈가 언뜻 보일 정도다.

 

척은수는 혈귀마의 가슴에 일격을 가하고는 걸레처럼 찢겨진 왼손을 수습할 틈도 없이 몸을 날렸다.

 

그러자 쌍혈검마가 노한 표정으로 또다시 덮쳐들었다, 단숨에 척은수의 가슴을 꿰뚫어 버리겠다는 듯이.

 

“찢어 죽일 놈!”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모골이 송연한 느낌에 공격을 멈추고 황급히 몸을 돌려야만 했다.

 

무언가가 쏘아진 살처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자신을 향해, 엄청난 기세를 담고서!

 

“웬 놈이냐?”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느껴진다. 어느새 일 장 앞이다!

 

쌍혈검마는 자신의 기형검을 들어 코앞에 닥친 기운을 그대로 후려쳐 버렸다.

 

쾅!

 

날아오던 기운과 쌍혈검마의 기운이 폭발하듯이 터져 나간다.

 

그 충격에 주르륵, 세 걸음을 물러선 쌍혈검마는 눈을 부릅뜨고 전방을 주시했다.

 

몇 사람이 빠르게 날아오고 있었다. 적어도 이십 장의 거리. 그런데 자신을 향해 날아온 무형의 기운은 그들 중의 누군가가 날린 것이 분명했다.

 

‘뭐야? 저 거리에서 그토록 강한 공격을 했단 말인가?!’

 

 

 

진용은 실피나를 이용해서 시험 삼아 바람의 마법을 써봤다.

 

매직 에로우, 일명 바람의 화살.

 

생각보다 대단한 위력이다. 게다가 누군가의 가슴에 검을 꽂으려던 자가 그 일격에 눈을 부릅뜨고 물러섰다.

 

‘흠, 괜찮은데? 무영시라고 이름을 붙일까?’

 

자신의 일격에 상대가 눈을 부릅뜨자 실피나도 신이 나서는 방정맞게 웃으며 떠들었다.

 

―오호호호! 와! 저걸 막다니. 역시 굉장한 인간이야! 주인아! 다른 것도 해볼까?

 

“실피나, 조금만 참아. 엉뚱한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아직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더구나 아직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황.

 

어쨌든 그 짧은 시간에 상황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두어 번 숨 쉴 시간도 지나지 않아 싸움터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일행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각자의 상대를 찾아 움직였다.

 

제일 먼저 움직인 사람은 당연히 위지홍이었다.

 

척은수를 바라본 위지홍의 눈에서는 줄기줄기 새파란 한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의형제의 왼손이 뭉개져 있다. 앞으로 다시 쓸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지금까지 오면서 보았던 시신들과 눈앞에 주검으로 변해 있는 두 사람까지, 모두가 한솥밥을 먹던 수하이자 동료들이 아닌가 말이다.

 

“감히!”

 

그는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허리로 손을 가져갔다.

 

스으으…….

 

허리에 걸쳐져 있던 시커먼 요대 속에서 위지홍의 손길을 따라 시커먼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흑성묵검이라 불리게 만든 애검, 묵혼이었다.

 

“네놈들 따위가 본성의 형제들을 죽이다니! 용서치 않겠다!”

 

마지막 말이 떨어짐과 동시 위지홍의 신형이 빗살처럼 움직였다.

 

육안으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빗살 같은 묵광을 동반한 채!

 

거의 동시 팽기한도 움직였다. 

 

그는 등 뒤의 도를 빼 들고는 천제성의 무사 세 명을 혼자서 몰아치고 있던 쌍혈검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커다란 도를 허공으로 치켜들고 무식하게 내리그었다.

 

번쩍!

 

시퍼런 번개가 천암산의 허공을 가르며 떨어져 내렸다.

 

콰앙!

 

“흐읍!”

 

쌍혈검마가 멋도 모르고 정면으로 부딪쳐 갔다. 그러다 일도에 속이 진탕됨을 느끼고는 뒤로 주춤 물러섰다.

 

“웬 놈이냐?”

 

대답 대신 시퍼런 벼락이 팽기한의 도에서 뿜어져 나왔다.

 

“벽력도?”

 

그제야 팽기한의 정체를 알아챈 쌍혈검마의 얼굴이 창백하니 질렸다. 하지만 물러선다고 해서 가만 놔둘 팽기한이 아니었다.

 

쩌저저적!!

 

벼락을 뿜어낸 벽력도가 가공할 파공음을 내며 쌍혈검마의 허리를 쪼개갔다.

 

한편, 정광도 벌어진 가슴에서 피가 뭉클거리며 흘러나오고 있는 혈귀마를 향해 털레털레 걸어갔다.

 

부상당한 적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의 평소 신조가 그로 하여금 구경만 하게 허락하지 않았다.

 

―싸움판에는 끼어들어야 제 맛이다!

 

―죄진 놈은 맞아도 싸다!

 

그런 정광의 손에는 어느새 쇠신발이 들려 있었다. 비록 부상을 당했다지만 상대는 그 무섭다는 혈혈구마가 아니던가.

 

“맞으면 조금 아플 거요. 그런데 당신 이름은 뭐요?”

 

어이가 없는지 혈귀마가 가슴의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미친…… 놈!”

 

“그랬군. 어쩐지…… 미친놈이나 되니까 한겨울에 이 지랄을 떨지! 에라이, 뒈져라!”

 

마지막 말을 고함처럼 내지른 정광은 미친놈처럼 혈귀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제야 정광의 말에 잠시 혼란을 일으켜서 멍하니 서 있던 혈귀마도 눈에 쌍심지를 켜고 귀혼조를 휘둘렀다.

 

“내 생전에 신발 들고 설치는 놈은 또 처음이다, 이 미친놈아!”

 

결국 둘 다 미친놈이 되어서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비장한 표정으로!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진용은 끼어들 틈도 없었다.

 

대신 빠르게 상황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싸움은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세 사람 중에서는 정광이 조금 약하게 느껴지지만, 혈귀마가 심한 부상을 입었으니 제압하기는 어렵지 않을 듯했다.

 

거기다 부상자들을 손보고 있는 오공혁을 빼고도, 언제든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는 팽가의 고수가 둘이다.

 

여유를 가진 진용은 고개를 돌려서 조금 전부터 자꾸 신경을 끌어당기는 숲 속 더 깊은 안쪽을 바라보았다.

 

숲 너머에는 계곡이 시작되고 있었다. 계곡의 양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높이만도 백 장에 이를 정도로 까마득했다.

 

바로 그 계곡 안에서 진용의 솜털을 곤두서게 하는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기가 십절검존이 있다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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