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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67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67화

 

67화

 

 

 

 

 

 

 

혁청우는 어깨를 떠는 위당조를 째려보고는 곧바로 팽기한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팽 선배.”

 

“오랜만이군. 십오 년쯤 됐나? 자네가 현공후와 싸웠던 게?”

 

“기억하시는군요. 그때의 도움은 평생 가도 잊지 못할 겁니다. 정파인에게 도움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요. 한데 어쩐 일로……?”

 

팽기한은 옆을 바라보았다.

 

“자네를 찾아온 사람은 내가 아니라 저 사람일세. 나는 그저 저 사람과 함께 할 일이 있어서 따라온 것뿐이야.”

 

“예?”

 

혁청우가 고개를 돌릴 때쯤에야 진용이 나섰다.

 

“제가 성주님을 뵙자고 했습니다.”

 

“그럼 그대가 바로 위 당주가 말한 그 금의위?”

 

혁청우는 말끝을 흐리며 진용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이제 스물이 되었을까 말까 한 나이. 그의 눈에서 얕보는 눈빛이 떠올랐다.

 

그 눈빛을 알아본 진용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은 채, 겉으로는 삼엄한 눈빛을 빛내며 고개를 뻣뻣이 들고 말했다.

 

“본인은 금의위의 천호장, 고진용이라 합니다.”

 

“천호장?”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심지어는 팽기한을 비롯한 팽가의 사람들도, 위지홍도, 위당조도. 

 

진용이 금의위라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금의위에 다섯밖에 없다는 천호장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것이다. 

 

하긴 지금까지 지위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단 지위로 혁청우의 기세를 제압한 진용은 여전히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얼마 전 황궁에서 일어난 역모 사건 때문에 성주를 뵙고자 한 것이니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역모?”

 

혁청우의 얼굴이 그 말을 들었던 다른 사람과 다름없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역모라니!

 

단 두 번의 공격에 상황이 돌변했다.

 

혁청우는 더 이상 진용을 얕볼 수 없었다. 얕보기는커녕 말 한마디 잘못하면 백마성 최대의 위기가 닥칠 수도 있었다.

 

“무슨 말인가? 역모라니?”

 

“이곳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는 좀 그렇군요.”

 

“음? 이런! 내가 실수했군. 일단 안으로 들어가세.”

 

 

 

자리에 앉자마자 혁청우는 일단 기세로 누르려 했다.

 

까짓것 금의위가 별거냐? 강호는 힘의 세계란 말이다! 

 

역모고 지랄이고, 깔아 누르면 알아서 기겠지!

 

그런 마음으로, 무형의 기운을 흘리며.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진용은 태연히 그의 기세를 받아들였다.

 

그 정도로는 어림없어! 하는 표정으로, 빙그레 웃으며.

 

결국 기세 싸움은 혁청우의 패배로 끝났다. 굳이 길게 갈 것도 없었다.

 

“허허허, 늙은 내가 부끄럽게도 호승심에 이끌려서 고 천호장과 붙었다네. 그리고 비겼네. 아니, 사실은 졌다고 봐야겠지. 나는 손에 벽력도를 들었고, 고 천호장은 맨손이었으니까.”

 

팽기한의 한마디에 혁청우의 입이 쩍 벌어지고, 위지홍의 한마디에 혁청우는 눈을 부릅떠야만 했다.

 

“천제성도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금의위의 천호장. 팽기한이 인정한 고수. 천제성의 지원.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껍데기를 봐서는 아직 솜털도 벗겨지지 않은 놈 같은데!

 

그런 와중에도 팽기한의 말을 들으니 몸이 근질거린다.

 

한 번 정식으로 붙어봐? 정말 벽력도와 비겼을까?

 

설마……? 

 

팽기한이 젊은 청춘 기를 살려주려고 하는 말이겠지.

 

아니지, 위당조도 작살났다고 했는데……. 

 

그럼 사실일까?

 

‘아! 씨발. 골치 아프네 정말!’

 

혁청우는 진용을 빤히 바라보며 머리를 김이 나도록 굴렸다. 그러나 아무리 굴려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한숨만 나올 뿐.

 

“후우, 그래, 본 성주가 뭘 해주길 바라는 건가?”

 

결국 그는 우선 궁금한 것부터 물어봤다.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다.

 

‘진작 이럴걸. 내가 무슨 머리를 굴린다고…….’

 

진용의 입가가 보일 듯 말 듯 살짝 비틀렸다. 웃음이었다. 눈빛이 오락가락 변하는 것을 보고 혁청우의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한 때문이었다.

 

“성주께선 천하에 산재한 흑도의 무리들과 많은 연관을 맺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서 하는 부탁입니다만, 한 가지 공적인 일과 한 가지 개인적인 일을 조사해 주셨으면 합니다.”

 

진용이 말하자 혁청우의 미간에 가는 주름이 그어졌다.

 

“조사라……. 말해보게. 들어줄 수 있는 일이라면 들어주지.”

 

“역모와 관계된 일로 동창의 고수가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강호의 무리들과 연계되었다는 정보를 접했지요. 개중에는 흑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누구를 만났는지, 누구와 연계되어 있는지를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혁청우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역모, 동창의 움직임, 흑도와의 만남. 

 

그냥 듣고 넘길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불똥이 백마성에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으음. 알겠네. 그런 일이라면야…….”

 

“그리고, 삼 년 전에 북경의 대로에서 피살당한 한 분의 죽음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혁청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북경에서의 살인 사건이라면 금의위가 더 잘 알 것 아닌가?”

 

“그분의 이름은 종상현이라 하지요. 황궁의 내각학사를 지내셨습니다. 길 가다 맞아 죽었다는데, 동창이나 금의위조차 아무런 정보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누가 고의로 숨긴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취객의 행패에 당한 것인지 몰라도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전자로 생각합니다만.”

 

혁청우의 눈이 반짝 빛을 발했다.

 

“흠……. 냄새가 나는 사건이군. 좋네, 그런 일이라면 우리가 더 잘 알아볼 수가 있지. 한데 대가는?”

 

진용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저와 친하게 지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입니다.”

 

혁청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진짜 웃긴 놈이다. 

 

지가 뭔데? 황제라도 돼?

 

그런데 이상하다. 왜 손해 보는 느낌이 들지 않지?

 

그는 진용을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느닷없이 실없는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허, 허. 하, 하하하! 제대로 걸려든 것 같군. 하긴 그것도 나쁠 건 없지. 좋아! 내 할 수 있는 데까지 알아봐 주지. 친구가 된 기념으로 말이야.”

 

친구?

 

팽기한과 위지홍은 어이가 없다는 눈빛으로 혁청우를 바라보았다. 그가 왜 화불마군(火佛魔君)이라 불리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모든 일이 잘 정리되는 듯했다. 정광이 슬며시 한마디만 하지 않았다면.

 

“이보시오, 도우. 도우도 제법 무공깨나 익힌 것 같은데, 대충 일도 끝난 것 같고, 우리 한번 머리에 땀나게 손을 섞어보지 않겠소?”

 

저 이상한 도사에게 도추문도 깨지고, 위당조도 깨지기 직전까지 갔다고 했던가? 

 

자기야 질 맘 없다고 했지만, 직접 보니 헛소리였던 게 확실한 것 같은데…….

 

‘흠!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사실 골치 아프게 말로 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부딪치는 게 훨씬 낫지, 암!’

 

혁청우가 씩 웃었다.

 

“좋소! 거 맘에 드는 도사님이로군. 우리 한번 신나게 뛰어봅시다!”

 

 

 

한 시진이 지나서야 진용 일행은 백마성의 정문을 나섰다. 쉬었다 가지 그냥 가냐며 섭섭해하는 혁청우의 말에, 할 일이 급하니 다음에 보자는 말만 남긴 채.

 

씨근덕거리는 정광을 억지로 끌고서.

 

“비겁한 도우 같으니라고. 도를 두 자루나 쓰다니.”

 

“그대도 신발을 두 짝 다 들었잖아! 나도 그대 신발에 어깨를 맞았다고. 더럽게 말이야, 신발 들고 싸우는 도사가 어딨어! 이리 와! 불만 있으면 다시 해보자고!”

 

진용은 뒤를 돌아다보았다. 혁청우가 눈을 부라리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뿐이었다. 얼굴에는 승리의 만족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선 위당조가 극구 말리고 있었다. 행여나 진용이 나설까 봐.

 

진용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음에 하시죠. 꼭 다시 찾아올 테니까요.”

 

“다음에? 흠, 사실 고 천호장과도 한 수 겨루고 싶었는데.”

 

위당조가 고개를 홱 돌려 혁청우를 바라보았다.

 

‘아이고, 성주님! 제발 그놈의 성질 좀 참으시라니까요!’

 

위당조의 다급한 마음을 알 길 없는 혁청우는 여전히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잘 가게나, 친구.”

 

진용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흑도의 인물이라 해서 조금 꺼려지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았다.

 

성질이 급해서 그렇지, 위선에 가득 찬 것보다는 나아 보였다.

 

‘친구라……….’

 

뽀드득, 발밑에서 눈 밟히는 소리가 났다.

 

하얀 눈이 천지를 가득 덮고 있었다. 녹은 곳은 전보다 더 더러워 보였다.

 

눈이 더러운 것인가, 아니면 더러운 것이 눈에 묻어서 그런 것인가?

 

진용은 뒤돌아서며 고개만 돌렸다. 혁청우가 여전히 바라보고 있었다.

 

 

 

 

 

 

 

5장. 추적

 

 

 

 

 

 

 

1

 

 

 

 

 

요마에 대한 흔적을 찾는 일은 어찌 보면 덤불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격이었다. 그런데도 위지홍은 백마성을 떠나며 진용이 묻자 자신 있게 말했다.

 

“당장 요마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는 없네. 그러나 본 성의 수하들이 그 꼬리를 계속 뒤따라가고 있으니, 마음먹고 쫓는다면 오래지 않아 대충의 위치는 알 수 있게 될 거네.”

 

그 말에 가장 반색한 이는 팽가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일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 길만이 한때 팽가의 꽃이었던 팽화령을 살려낼 수 있는 길이니까.

 

“예측 가능한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나?”

 

팽기한의 질문에 위지홍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대답했다.

 

“빠르면 닷새, 늦으면 보름. 그 안에 요마를 찾아내지요.”

 

 

 

백마성이 있는 낭아산을 내려와 빠르게 남하한 지 사흘, 일행은 산서성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양천(陽泉)에 도착했다.

 

본래는 하남성 쪽으로 내려가려 했었다. 그런데 천제성의 추적자들이 남긴 표기가 갑자기 석가장에서 산서 쪽으로 꺾어지는 바람에, 그들도 표기를 따라 방향을 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첫 번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양천에 도착하자마자 남긴 위지홍의 표기를 보고, 기다렸다는 듯 천제성의 수하 하나가 위지홍을 찾아온 것이다.

 

“비령단 산하 제오대주 낙안교가 삼가 이령주를 뵙습니다!”

 

“수고 많다. 현재 요마의 행적은 어디까지 밝혀져 있느냐?”

 

낙안교는 힐끔 삼 장가량 떨어져 있는 진용 일행을 바라보았다.

 

“저분들은 신경 쓸 것 없다. 나하고 같이 움직일 분들이니까.”

 

그제야 낙안교는 짧고 강하게 보고했다.

 

“어제까지 산서 태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령주!”

 

“태원? 그가 무엇 때문에 태원으로 갔지?”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위지홍의 눈빛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혈혈구마 중 다른 자들에 대해서 들어온 정보는?”

 

“그를 비롯해 혈혈구마 중 적어도 셋이 태원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럼 요마까지 넷이 태원에? 대체 무엇 때문에 그들이 모여 있단 말이냐?”

 

“아직 확실히 알려진 것은 없으나, 십절검존 유 노사와 관련된 일이 아닌가 짐작하고 있습니다.”

 

십절검존(十絶劍尊) 유태청! 

 

십천존 중 가장 강하다는 삼태천(三太天) 중 한 사람이다.

 

그 이름을 듣고 위지홍이 경악한 표정으로 다급히 물었다.

 

“십절검존께서 태원에 계신단 말이냐?”

 

“태원에서 멀지 않은 천암산에 계시다는 정봅니다.”

 

“천암산(千巖山)?”

 

강호인들은 잘 모르지만, 사실 혈혈구마가 도망치듯 강호를 떠난 이유가 바로 십절검존 유태청 때문이었다.

 

혈혈구마 중 둘째인 혈마가 멋모르고 죽인 자들 중 유태청의 아들이 끼어 있었다는 게 그들에게는 불행이었다. 

 

아들의 죽음에 분노한 유태청이 삼 년 동안 추적해서 혈혈구마 중 두 사람을 죽이고 두 사람에게 부상을 입혔던 것이다.

 

그 당시 유태청과 친구 사이인 천제성주 백리자천이 유태청을 돕기 위해 가동시킨 추적단에 위지홍도 끼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 일을 위지홍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들은 천제성마저 나서자, 동료가 죽었음에도 공포에 질려서 도망을 쳤고, 그런 이후 이십 년 동안을 숨어 살아야만 했다.

 

그런데 다시 아홉이 되어 천혈교의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는 유태청을 찾아다닌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가?

 

자신들이 강해졌든, 아니면 유태청이 나이를 먹으며 약해졌을 거라 생각했든.

 

전자일 확률이 높았다. 팽여중을 비롯한 팽가의 무사들을 죽인 수법만 봐도.

 

그렇다면 그들이 지금 유태청을 향해 접근하고 있다는 가설은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었다. 

 

“현재 본 성의 무사 중 태원 쪽에 있는 인원은 얼마나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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