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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65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8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65화

 

65화

 

 

 

 

 

 

 

등에 커다란 도를 메고 있는 칠순이 다 되어 보이는 노인.

 

밖에는 상당히 많은 눈이 내리는데도 그의 어깨나 머리, 그 어디에도 눈이 묻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전신에 깊숙이 갈무리된 기운은 진용조차 놀랄 정도로 강맹해 보였다.

 

‘누군지 몰라도 대단하군.’

 

‘위지홍이라는 인간보다 더 강할 것 같은데? 시르 생각은 어때?’

 

진용도 세르탄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만큼 들어선 노인의 기운은 대단했다.

 

그러한 생각을 한 것은 진용만이 아니었다. 위지홍과 정광, 위당조 등도 노인이 들어서면서부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팽기한은 객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길이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끼고는 천천히 객점 안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진용과 눈이 마주치자 주름진 눈꺼풀 속에서 찰나간 눈빛을 빛냈다.

 

서생의 옷차림. 스물이 될까 말까 한 나이.

 

‘다행히 늦지는 않은 것 같군.’

 

그때였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길에서 결코 간단하지 않은 기운이 두어 가닥 느껴졌다.

 

두 중년인. 한 사람은 도복을 입었고, 한 사람은 어둠조차 스며들 것만 같은 흑의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자신과 비교해도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기운을 품고 있었다.

 

‘누구지?’

 

의문이 일었다. 

 

당금 강호에서 저 정도의 기도를 흘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누굴까?

 

팽기한이 걸음을 멈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뒤를 따라 객점에 들어선 일곱 명에게는 벽력도 팽기한의 걸음이 멈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잠깐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숙부님, 무슨 문제라도……?”

 

“아니다. 우리가 제대로 찾아온 것 같구나.”

 

제대로 찾아왔다? 

 

그렇다면 저 중에 자신들이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 

 

재빨리 객잔 안을 훑어본 팽무중이 제일 먼저 진용을 알아보았다.

 

“그렇군요. 다행히 헛걸음을 하지는 않았군요.”

 

그때다. 위지홍이 입을 열었다. 그가 노인을 알아본 것이다.

 

“벽력도 팽 선배가 직접 나서다니, 놀라운 일이군요.”

 

“벼, 벽력도? 벽력도 팽기한?”

 

벽력도라는 말에 좌중에 있던 백마성의 무사들이 얼어붙었다. 위당조조차 말을 더듬으며 눈을 크게 뜨고 팽기한을 쳐다봤다.

 

그러자 팽무중이 한 걸음 나서며 물었다.

 

“귀하는 누구신지?”

 

그도 위지홍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아보긴 했지만 막상 누군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의 물음에 대답한 사람은 벽력도라는 말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위당조였다.

 

“저 분은 흑성묵검 위지홍 형이오.”

 

팽무중의 눈에 놀람이 떠올랐다. 

 

반면 팽기한은 이마를 꿈틀했을 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위지홍을 직시했다.

 

“천제팔성의 무위가 대문파의 종사에 못지않다 하더니, 믿지 않을 수가 없군. 그래, 무슨 일로 이곳까지 왔는가?”

 

“저야 할 일이 있어 왔습니다만, 선배께선 어인 일로 어려운 걸음을 하셨습니까?”

 

서로 간에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객잔을 짓눌렀다.

 

그때 팽가의 맹호라 불리는 팽가오호 중에 둘째 팽호중이 눈살을 찌푸리며 나섰다.

 

“귀하의 이름은 나도 들어봤소. 그러나 이곳이 하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오.”

 

팽호중의 말에 위지홍이 차가운 눈빛을 흘렸다. 

 

그런데 엉뚱한 말이 한쪽 구석에서 흘러나왔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두충이 제 버릇 참지 못하고 한마디 내뱉은 것이다.

 

“똥개도 제집 앞에선 힘 좀 쓴다고 하던데…….”

 

팽호중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는 위지홍과 두충을 번갈아 노려보고는 한기가 풀풀 날리는 말투로 말했다.

 

“주인이 기고만장하니 그 졸자도 함부로 입을 여는구려.”

 

그러면서 만일을 대비해 도파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위지홍도 차갑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허리의 검을 움켜쥐었다.

 

“나는 저 사람의 주인이 아니오.”

 

비록 자신의 상대라 할 수는 없지만, 팽호중은 요마에게 죽은 팽여중보다 월등한 고수. 게다가 맨손으로 상대하기에는 옆에 있는 팽기한이 부담이 되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두 사람 사이에서 감돌았다.

 

남아 있던 백마성의 조장들은 물론이고, 팽무중을 비롯해 팽가의 청년 고수들도 자신들의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흥! 그렇다면 저자가 무슨 배짱으로 팽가의 일에 나선단 말이오?”

 

“나설 만하니 나섰겠지. 그리 틀린 말도 아니고.”

 

한순간, 긴장감이 감돌던 두 사람 사이에 살을 에는 듯한 기운이 휘몰아쳤다. 문도 닫혀 바람이 들어올 곳이 없는데도 회오리가 일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이를 지그시 깨문 팽호중이 도파를 움켜쥐고 이사이로 말을 내뱉었다.

 

“구차한 변명은…….”

 

하지만 팽호중의 비아냥거림은 계속되지 못했다.

 

“그는 나의 동료입니다. 그러니 저분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지요.”

 

일순간에 두 사람이 뿜어낸 기운이 흔적도 없이 흐트러졌다.

 

절대음의 능력이 실린 진용의 청량한 목소리!

 

뜻밖의 상황에 위지홍과 팽호중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만은 안다. 자신들이 뿜어낸 기운은 결코 사람의 목소리에 의해 흐트러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저놈은 뭐야? 정말 저 젊은 놈이 내 기운을 흐트러뜨렸단 말인가?’

 

그제야 팽기한이 나섰다.

 

자신들의 목적은 이들과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천제팔성의 하나인 위지홍과 싸워봐야 득될 게 하나도 없는 상황. 

 

더구나 진용의 능력은 생각조차 못했던 터였다.

 

“물러서라, 호중.”

 

“예, 숙부님.”

 

팽호중이 마지못한 듯 물러서자 팽기한은 진용이 앉아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대의 이름이 고진용인가?”

 

“제가 고진용입니다. 방산에서의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그렇다네. 우선 자네에게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군.”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온 것치고는 너무 살벌하군.

 

“누구라도 그리했을 것입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글쎄,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어쨌든 노부가 자네를 찾아온 것은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네.”

 

“말씀하시지요.”

 

진용의 흔들림없는 대답에 팽기한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자기 앞에서 이토록 감정의 기복 없이 대답하는 젊은이를 최근 십여 년간 보지 못했다. 

 

아무리 눈앞의 젊은이가 자신을 잘 모른다고 해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무형지기가 사람을 가리며 작용하는 것이 아닌 한은.

 

그래서인지 팽기한은 보다 좋아진 기분으로 물을 수 있었다.

 

“그럼 묻지. 혹시 범인을 봤나?”

 

“보지 못했습니다.”

 

“흠, 역시 그랬군. 그럼 이상한 상황이나, 아니면 흔적 같은 것은 보지 못했나?”

 

진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 세 사람이 살펴봤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팽기한이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듣기로는 관인이라 들었네만.”

 

아마도 개방을 통해 들은 말인 듯했다.

 

진용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팽기한에게 되물었다.

 

“무엇을 알고 싶으신 겁니까?”

 

“여러 가지네. 정말 현장에서 아무것도 본 것이 없는지, 그리고 자네가 관인이라면, 관인이 왜 백마성에 가는 것인지, 위지홍과는 무슨 사인지. 자네를 보니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군.”

 

“제가 말씀드리기 힘든 것만 물어보시는군요.”

 

팽기한의 흰 눈썹이 꿈틀거렸다. 모른다는 것이 아니다. 말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노부가 꼭 알고 싶다면?”

 

진용의 무심한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아마 적지 않은 대가를 내놓으셔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리한다 해도 저에게서 말을 듣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만.”

 

진용이 말을 빙빙 돌리자 팽무중이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광오한 자! 그대가 아무리 관인이라 해도, 숙부님을 함부로 대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그걸 두고 볼 정광이 아니었다. 그동안 조용히 있었던 보답이라도 받으려는 듯 누가 나서기 전에 재빨리 코웃음부터 쳤다.

 

“흥! 용서하지 않겠다고? 팽가가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군!”

 

“뭐라고? 네놈이 감히 본 가를 모욕하다니!”

 

‘옳거니! 너 잘 걸렸다!’

 

이때라는 듯 정광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네.놈? 이런 시러베 같은 도우를 봤나!”

 

동시에 정광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조심해!”

 

팽호중이 대경하며 소리치고는 허공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휘둘러지는 그의 손에는 어느새 뽑아 들었는지 시퍼렇게 날을 세운 도가 들려 있었다.

 

번쩍!

 

찰나간에 시퍼런 도광이 번개처럼 허공을 가른다. 하지만 도광은 말 그대로 허공만을 갈랐을 뿐이다.

 

도가 미처 벨 사이도 없이, 어느새 정광의 신형은 팽무중의 코앞에 다가가 있었던 것이다.

 

가공할 빠르기! 

 

미처 뽑을 사이도 없이 도집째 반사적으로 치켜든 팽무중의 도와 정광의 발바닥이 격돌했다.

 

주르륵 물러선 팽무중의 이가 악물렸다.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하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튕겨 오른 정광이 다시 발을 내려친다.

 

이번에는 팽무중도 도를 뽑아 들었다. 

 

동시! 팽무중의 도가 정광의 발바닥을 올려쳤다.

 

쾅!

 

객잔을 울리는 굉음!

 

“크읍!”

 

팽무중의 입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짧은 신음 소리!

 

그때다. 팽호중이 허공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튕겨진 정광의 배후를 쳐갔다.

 

“이놈!”

 

하지만 사람들은 팽호중의 공격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었다.

 

팽호중의 고함 소리에 진용이 한 발을 내딛자, 동시에 팽기한이 움직인 것이다.

 

“자네는 나와 이야기를 조금 더 하지…….”

 

진용은 팽기한이 가로막자 무심한 눈빛으로 팽기한을 응시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사이 팽호중이 정광과 부딪치고 있다.

 

일 대 일이면 정광이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 대 일이면 상황이 다르다.

 

“계속 놔두실 겁니까?”

 

팽기한이 노안을 들어 진용을 바라보았다.

 

“나는 대답을 원한다네.”

 

진용은 다시 정광을 바라보았다.

 

정광이 두 사람의 도를 피해 유령처럼 허공을 유영한다. 입으로는 연신 뭐라고 구시렁대며. 

 

아마도 두 사람의 협공이 못마땅하다는 말인 듯하다. 그러더니 한순간 몸을 뒤집으며 신발을 손에 들었다.

 

그 광경에 어이없어하는 사람들. 

 

와중에 위지홍이 몸을 일으켰다.

 

“내가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나?”

 

진용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편한 표정이었다.

 

“저 양반의 무기가 바로 저겁니다.”

 

“저 신발이…… 무기라고?”

 

“훗! 예. 어쨌든 신발을 들었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진용은 말을 흘리며 거암처럼 앞을 가로막은 채 서 있는 팽기한에게로 눈을 돌렸다.

 

“이분은 제가 맡죠.”

 

순간, 위지홍의 눈이 조금 크게 뜨였다. 

 

진용의 말뜻은 간단했다.

 

―벽력도 팽기한은 자신이 상대하겠다.

 

팽기한이 어느 정도의 고수인지 알고나 하는 소린지. 자신보다 한 수 위의 고수가 벽력도이거늘.

 

“자네가?”

 

“어차피 말로 될 상황이 아닌 것 같군요. 묻는 대로 대답한다면 위지 대협이 조금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랬다. 자신은 약속까지 하고 답을 듣지 않았던가.

 

위지홍은 조금은 어이가 없는 진용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렇군. 좌우간 조심하게. 위험하다 싶으면 내가 돕지.”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상대가 팽기한이 아니었다면 결코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십천존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칠기(七奇) 중 하나이며 천하에서 가장 강한 다섯 자루 칼이라는 벽력도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좋아! 강호의 절정고수가 얼마나 강한지 보자!’

 

진용은 주먹을 가볍게 말아 쥐고 한 걸음을 내디뎠다.

 

조금도 망설임이 없는 행동. 묵묵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팽기한의 주름진 눈이 꿈틀거렸다.

 

‘겁이 없는 젊은이군.’

 

진용의 말을 듣다 보니 과거의 패기가 용솟음치는 것만 같다. 얼마만의 기분인지.

 

‘좋아! 내가 왜 벽력도인지 보여주마!’

 

단 한 걸음, 진용과 팽기한의 간격이 다섯 자 거리로 좁혀지고, 팽기한의 손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등 뒤로 사라졌다. 

 

찰나!

 

슷! 얇은 종이가 갈라지듯 허공이 갈라졌다.

 

진용의 몸이 흔들린 것처럼 보인 것도 그때였다.

 

진용의 양손이 허공을 휘어 감는다 싶은 순간, 팽기한의 도가 묘하게 꺾어지며 두 사람 사이에 서너 개의 벼락이 번쩍였다.

 

쩌저적! 떠덩!

 

뭐가 어떻게 됐는지 느낄 사이도 없이 두 사람 사이가 손 그림자와 벼락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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