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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97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9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7화

197화 브뜨아 요새 (4)

 

 

 

 

막말을 들은 다이안 대신관이 입을 쩍 벌리고 눈을 크게 떴다. 나머지 지휘관들 역시 황당한 얼굴로 세인트를 바라보았다.

한차례 경험해 보았던 듀카스 대공과 나만이 인상을 벅벅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 곤란해 하는 듀카스 대공과 내가 다른 점이라면,

 

빠악!

 

녀석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었다는 것.

 

“어억! 이 자식이?”

 

“사과해.”

 

“내가 왜!”

 

“흑마법 쓰는 거 맞잖아.”

 

“빌어먹을! 흑마법 쓰는 게 어때서! 내가 더러운 짓 하려고 왔어? 니 새끼 도우려고 왔잖아!”

 

세인트가 뒤통수를 손으로 문지르며 볼멘소리를 했다.

 

“아이언 백작! 너무하지 않은가! 세인트 경의 연배가 벌써 백 세를 넘었는데 어찌 그런 행동을 하는가! 순수하게 우리를 돕겠다고 일부러 찾아오신 분을 그리 대하면 쓰겠는가!”

 

“죄송합니다. 총사령관 각하!”

 

자리에서 일어나 듀카스 대공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이럴 땐 듀카스 대공과 죽이 잘 맞는 느낌이다. 일부러 세인트의 나이를 언급하면서 우리 편이라는 인식을 팍팍 심어 주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 하하! 다이안 대신관님, 세인트 경이 오랫동안 세상을 등지고 살아와서 예법에 밝지 못합니다. 그러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십시오.”

 

“커험, 험! 알겠습니다. 그러나 흑마법을 배웠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흑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마왕과 마주치면 이성이 마비되어 피아(彼我)를 구분치 못하게 될 것입니다.”

 

다이안 대신관이 세인트를 못마땅한 눈빛으로 슬쩍 훔쳐보고선 말을 마쳤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지난번 아이언 영지에 마왕 안드라스가 본체를 드러냈을 때에도 세인트 경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럴 리가…….”

 

다이안 대신관이 듀카스 대공의 증언에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흥! 아까는 미안하게 되었소. 그러나 마왕 따위가 나의 정신을 어찌할 수 없소.”

 

세인트가 코웃음을 치면서 끼어들었다.

 

“하지만 흑마법의 근원은 마계요. 마계의 주인인 마왕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솔직히 믿기가 어렵소.”

 

다이안 대신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반박했다.

 

“내 나이가 벌써 200을 넘었소. 8서클의 경지를 개척하면서 나의 정신은 마왕에 근접해 가는 수준이오. 그건 마왕과 함께 싸운 아이언 백작과 듀카스 대공이 증명할 수 있소.”

 

세인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손으로 날 가리킨다.

듀카스 대공이 한차례 증명했으니, 다음은 내가 보증을 서라는 의미일 것이다.

 

“세인트의 말이 맞습니다. 나와 안드라스가 싸우는 중에도 프레하 제국의 흑마법사를 쫓아 끝까지 싸웠던 사람입니다.”

 

[으으음…….]

 

천막 안의 지휘관들이 침음성을 흘린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시다가 이게 무슨 개 같은 경우인지 모르겠다.

얼굴이 화끈거려 죽을 맛이다.

세인트가 200살이 넘었다고 얘기한 때문이다. 200살이 넘는 노인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아무렇게나 이름을 불러 댔다. 저들에게 내가 얼마나 싸가지 없는 놈으로 보일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겠다.

 

―이 자식아, 200살이 넘은 늙은이라고 지껄이면 내가 뭐가 되겠냐?

 

―100살이나 200살이나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친구끼린 나이 따지는 거 아니다.

 

“…….”

 

메시지 마법을 이용해 곧바로 대답하는 세인트에게 할 말을 잃었다.

1,000년도 넘게 산 놈이 나이 문제만큼은 지나치게 쿨하다. 하긴… 녀석과 말을 트고 지낼 때부터 나는 이미 싸가지 없는 놈으로 확정된 것이기도 하겠다.

 

“으하하하! 믿는다, 동생! 내가 믿지 않으면 누가 믿어 주겠나!”

 

용병왕 더글라스가 나의 어깨를 제법 강하게 두들기면서 크게 웃었다.

그가 오지랖을 떨어댄 바람에 살짝 긴장감이 흐르던 천막의 분위기가 풀렸다.

 

“감사합니다. 형님.”

 

“그래그래! 마셔, 세인트 할배도 한잔 받으시오.”

 

더글라스가 차가워진 맥주통을 들고서 나와 세인트의 잔에 가득 따라 주었다.

 

“할배는 무슨, 그냥 형이라고 부르시오.”

 

“인마, 서열 꼬여! 그냥 더글라스님이라고 불러!”

 

세인트가 툭 던지는 말에 으르렁거렸다.

내가 용병왕 더글라스의 형이 되면 나만 난처해진다. 더글라스의 체면 때문에라도 세인트에게 인마 점마 할 수는 없으니까.

 

“허! 허허… 200이 넘었다니… 헬리온이시여…….”

 

다이안 대신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더 따지지는 않았다.

그랬다간 나와 듀카스 대공, 그리고 용병왕 더글라스를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침묵하는 휴멜로트 공작을 포함하고도 과반수를 가뿐히 넘어가는 의견을 함부로 무시할 수는 없었을 터.

 

“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한 것 같소. 이 술잔은 세인트 경을 위해 들겠소.”

 

붉은 와인이 든 잔을 높이 치켜드는 다이안 대신관.

 

“오해는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법이오. 아까 일,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소. 다시 한 번 사과하오.”

 

나름 점잖은 태도로 맥주잔을 들어 응하는 세인트.

갑자기 저렇게 멀쩡한 척해 버리니까, 내 꼴이 더 우습게 되어 버린다. 싸가지 없는 놈 확정이었으니까 말이다.

뻘쭘해진 탓에 조용히 맥주잔을 기울였다.

 

“어이, 동생! 왜 똥마려운 얼굴을 하고 있어? 마셔! 마시고 죽는 거야!”

 

“네, 형님!”

 

더글라스가 나의 등을 팡팡 두들기면서 계속 술을 권한다.

무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주량만큼은 왕이라 불러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나도 술이라면 어디 가서 못한다는 소릴 들은 적이 없다. 맥주잔을 단숨에 비우고 다시 가득 채웠다.

 

“오호! 역시 동생은 남자의 멋을 아는군! 아주 마음에 들어!”

 

더글라스 역시 맥주잔을 단숨에 비우고서 다시 잔을 가득 채운다.

그렇게 시작된 술자리는 늦게까지 이어졌다.

듀카스 대공을 비롯한 다른 지휘관들은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 술을 조절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글라스와 나는 흐릿해진 눈으로 계속 술을 따라 마시면서 서로 먼저 쓰러지기를 기다렸다.

내공을 운용하면 단박에 술기운이 날아갈 것이다. 그것은 상대 또한 마찬가지다. 마나를 전력으로 일으킨다면, 내공을 운용한 것과 얼추 비슷한 효과를 얻을 테니까.

하지만 둘 다 그런 비겁한(?) 짓은 하지 않았다.

 

펄럭!

 

“보고드립니다!”

 

여러 개로 분신술을 해 대는 술잔(?)에 맥주를 채우려는데, 병사 하나가 들어와 분위기를 망친다.

 

“뭔가, 말하라.”

 

듀카스 대공이 와인잔을 든 손으로 병사를 가리키며 말했다.

화가 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병사들에겐 술을 금지하고선 지휘관들만 마시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게 분명하다.

연합군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가 있었음에도…

 

“브뜨아 요새의 병력이 은밀하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브뜨아 요새에 불길이 치솟는가?”

 

“아닙니다. 최소한의 무장을 한 채로 성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뭣이! 당장…….”

 

놀란 듀카스 대공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 진정하시지요. 듀카스 대공.”

 

막 명령을 내리려던 듀카스 대공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입을 꾹 다물고 용병왕 더글라스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째서 멈추라는 것이오. 더글라스 용병왕.”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오. 으읍!”

 

더글라스가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고는 전신에 힘을 준다.

순간적으로 술 냄새가 그의 몸에서 훅 일어났다. 나 역시 내공을 운용해 전신에 파고든 술기운을 몰아냈다.

 

“그게 무슨 얘깁니까.”

 

“놈들이 브뜨아 요새를 버리고 가면, 굳이 불필요한 소모전을 벌이지 않아도 좋지 않습니까. 게다가 녀석들은 아직 프레하 제국의 사정을 모르고 있을 것입니다. 한데 뭉치게 하고서 끝장을 내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더글라스가 이제껏 보였던 허술한 모습과 달리 무게를 잡으면서 말했다.

 

“용병왕께서는 놈들이 제국의 사정을 안다면, 몽뒤스 요새마저 버리고 퇴각할 것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살아 있는 프레하 제국군이 아닙니다. 괜한 곳에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흐음…….”

 

듀카스 대공이 까슬하게 자라난 턱수염을 매만지면서 침음성을 흘렸다.

 

“총사령관 각하! 저도 더글라스 형님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듀카스 대공에게 눈을 맞추면서 도주하는 프레하 제국 놈들을 놔주자는 것에 동조했다.

엄지를 척 내미는 더글라스에게 슬그머니 미소를 보냈다. 괜히 쓸데없는 피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짐작된다.

 

“좋습니다. 어차피 지금 병력을 준비해서 뒤쫓는다고 해도, 성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니 말입니다.”

 

듀카스 대공이 잠시 고민하다가 손에 쥔 와인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술이나 마저 마시자는 의미였다.

 

다음 날,

텅텅 비어 버린 브뜨아 요새 안으로 들어간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예라이! 음식 가지고 장난질 치면 벌 받아! 이 개자식들아아!”

 

놈들이 도주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야산 방향으로 분노의 함성을 내질렀다.

군량 창고의 식재료는 오물에 뒤섞여 끔찍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우리가 이용하지 못하도록 지독한 짓을 하고 도주한 거였다.

 

***

 

어둠을 틈타 브뜨아 요새에서 도주한 프레하 제국군은 쉬지 않고 강행군했다. 그 덕분에 오후가 되기 전에 몽뒤스 요새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저기 몽뒤스 요새가 보입니다.”

 

앙드로 백작이 기쁜 얼굴을 하고서 손으로 언덕을 가리켰다.

엘튼 제국과 이어진 다리안 산맥과 에뜨랑 산맥이 이어지는 지점을 가로막아서 세운 요새다. 이중으로 세워진 장벽은 1차 저지선이 무너지더라도 두 번째 장벽에서 다시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구조다.

거기에 더해 1차 장벽을 넘어선 적들을 중앙에 가두고서 피해를 강요할 수 있다. 그야말로 철옹성(鐵甕城)과 같은 강력한 방어력을 지닌 요새였다.

 

“어서 갑시다. 로베르 백작과 연합한다면 엘튼 제국군을 막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에브욤 백작이 눈을 반짝거렸다.

이미 통신 마법사로 하여금 퇴각하겠다고 로베르 백작에게 연락해 둔 상황.

엘튼 제국군이 혹시라도 뒤를 추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도주하느라, 심신이 지쳐 있었던 에브욤 백작이다.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을 것만 같은 몽뒤스 요새의 위용을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든든해지면서 피로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브뜨아 요새의 사령관 ‘파드릭 드 에브욤’이 30,000의 병력을 이끌고 몽뒤스 요새에 합류하길 원하오! ‘앙투안 드 로베르’ 백작께선 속히 성문을 열어 주시오!”

 

에브욤 백작이 마나를 끌어올려 몽뒤스 요새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인장을 보이시오!>

 

12미터 가량의 높은 장벽 위에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자 에브욤 백작이 왼손을 들어 약지에 끼워진 반지에 마나를 주입했다.

 

스스슷!

 

반지에 박힌 보석에서 한 마리의 사자가 튀어나와 허공을 수놓았다.

 

<성문을 열어라!>

 

금방에라도 살아 움직일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듯한 모습을 확인한 몽뒤스 요새의 로베르 백작이 크게 소리쳤다.

 

그그그그…

 

쇠가 갈리는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위로 올라가는 성문.

 

“후우…….”

 

에브욤 백작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문이 열리는 모습에서 이제야 안전을 확보했다는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쿠궁!

 

완전히 성문이 열리면서 둔탁한 충격음이 발생했다.

그제야 에브욤 백작과 앙드로 백작이 병력을 이끌고 몽뒤스 요새의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에브욤 백작, 앙드로 백작!”

 

성벽 위에서 소리치던 로베르 백작이 어느새 밑으로 내려와, 브뜨아 요새에서 퇴각한 두 사람을 맞이해 주고 있었다.

 

“정말, 정말 잘 와주셨습니다. 두 분 백작!”

 

로베르 백작이 에브욤 백작과 앙드로 백작에게 각각 악수를 청하며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행동에 두 사람은 의아함을 느껴야만 했다. 엘튼 제국군을 피해 도주해 왔건만, 로베르 백작은 지원군을 맞이한 것처럼 기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엘튼 제국군이 몰려올 것입니다. 함께 힘을 합쳐 놈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몽뒤스 요새의 견고함이라면 제국의 지원군이 올 때까지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로베르 백작!”

 

에브욤 백작은 로베르 백작의 손을 힘주어 맞잡았다.

 

“불가능합니다. 에브욤 백작.”

 

로베르 백작이 힘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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