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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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4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64화
64화
안으로 들어가자 한 사람이 진용을 맞이했다.
“이 장원의 주인인 위금조라 하오.”
“고진용입니다.”
“금의위에 계신다고 들었소이다만…….”
아무래도 위당조가 말한 것 같다.
진용은 위당조를 바라보았다.
위당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길근양과 비향초에게 말했다.
“가서 먹을 것 좀 내오라고 해.”
당연히 시비들이 알아서 내올 일이었다. 결코 자신들이 할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두말하지 않고 돌아서 나갔다. 더 있어봐야 좋은 꼴 볼 것 같지가 않았다.
두 사람이 돌아서서 나가자 그 뒤에 대고 정광이 말했다.
“술도 좀 부탁하네. 먼 길을 왔더니 목이 컬컬하구먼.”
순간 문을 닫는 길근양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지미, 좀 더 일찍 나갈걸!’
백화검 위금조는 많이 알려진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검을 다루는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위금조에 대해 말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였다.
―백화검 위금조가 강호 활동을 많이 안 해서 그렇지, 그의 검은 능히 대문파의 장로급 수준이다.
진용의 위금조에 대한 평가도 강호의 검객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대단하군. 위지홍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위당조보다는 한 수 위다.’
위금조도 기운을 흘려서 진용을 시험해 보려 했다. 그러나 묘한 기운에 전신의 힘이 쭉 빠지는 것처럼 느껴지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이자는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봐도 스물이 될까 말까 한 나이거늘…….’
하지만 놀란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있는 듯 없는 듯 한쪽에 앉아 있던 위지홍은 진용이 금의위란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백마성의 성주를 만나러 간다는 게 뜻밖이기는 했다. 한편으로는, 무슨 일로 가는 걸까? 하며 궁금하기 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이 금의위 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금의위라고? 관부에 이런 자가 있었다니. 어쩐지 저 도사도 그렇고, 생판 들어보지도 못했던 고수가 갑자기 나타났다 했더니…….’
속마음이야 어떻든, 커다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둘러앉은 사람들은 모두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 와중에 위당조가 말했다.
“성주님을 뵈려고 그러쇼?”
“그렇습니다. 뭐 좀 상의할 게 있어서요.”
대체 금의위가 백마성의 성주를 만나 뭘 상의하겠다는 건가?
사람들의 의문에 찬 눈길에 집중되자, 진용이 스윽 좌중을 훑어보며 말했다.
“당금 강호에 역모를 품은 자가 있다 해서 조사차 뵈려는 겁니다. 겸사겸사 강호에 대한 정보도 좀 얻고 말이지요.”
순간 위당조와 위지홍의 얼굴이 딱딱하니 굳어졌다.
역모!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그 말만으로도 피 냄새가 나는 것 같지 않은가?
단순히 강호인끼리의 싸움이라면, 아무리 황궁이라 해도 관여를 안 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역모라면 말이 달라진다.
역모 사건에 휩쓸리면, 제아무리 대문파라 해도 그날부로 문을 걸어 닫아야만 하는 것이다.
“음……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겠나?”
오죽하면 장원에 들어서기 전부터 입을 닫고 있던 위지홍이 말문을 열었다.
정광과 두충을 뺀 모두가 진용의 입을 주시했다. 위당조가 의아한 표정으로 위지홍을 바라보았다.
“가만? 귀하는 처음 뵙는 분 같은데…… 금의위가 아니었소?”
위지홍이 서늘한 눈으로 위당조를 응시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순순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힘까지 주어가며.
“위지홍이라 하오. 강호의 친구들은…….”
“흑성묵검?”
“천제팔성 중의 흑성묵검 위지홍?”
미처 위지홍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위당조가 벌떡 일어섰다. 위금조도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위지홍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말을 끊은 것이 기분 좋을 리 없을 텐데도, 위지홍의 냉막한 얼굴이 슬며시 풀렸다.
이제야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동료들이 알면 기절할 때까지 웃을 일이었지만, 좌우간 지금 심정은 그랬다.
그가 힘주어 말했다.
“강호의 친구들이 그리 불러주고 있소.”
“맙소사! 위지 대협을 눈앞에 두고도 몰라봤다니!”
위지홍은 위당조의 놀란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진용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정광도, 두충도.
‘젠장!’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입 안에서 쌍소리를 굴렸다.
세 사람은 여전히 ‘그런데?’ 하는 표정이었다.
그렇다고 반응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광이 말했다.
“저 점박이가 놀라는 걸 보니 당신도 제법 한가락 하는 모양이군.”
비록 그 정도에 불과했지만.
제길!
어쨌든 위지홍이 이름을 밝히며 일어난 소란은 무덤덤한 세 사람 때문에 금방 가라앉아 버렸다.
사람들의 눈은 다시 진용에게로 향했다.
진용은 무저의 늪처럼 가라앉은 눈으로 좌중을 둘러보고는, 마치 세상에서 제일 비밀스런 이야기라도 꺼내는 것처럼 나직이 말했다.
“대외비인 만큼 여기서 말한 내용이 다른 곳으로 흘러나가서는 안 됩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어차피 기호지세!
완전한 거짓도 아니니 망설일 것도 없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는 이곳에 계신 분들을 제일 먼저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위지홍과 위당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혹시라도 주군께 그 말을 전해야 한다면 자네의 허락을 얻고 하지. 됐나?”
“나도 그리하겠소. 뭐 어차피 고 장주가 성주님을 만나신다니 그러고저러고 할 필요도 없겠지만.”
진용은 만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황궁에서 모반을 획책했던 자가 강호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그래서 비밀리에 그에 대한 조사를 하는 중입니다. 뭐, 일단 의심이 가는 곳은 있습니다만…….”
진용이 말을 끌자 위지홍이 물었다.
“그곳이 어딘가?”
위지홍과 위당조를 바라본 진용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천혈교에 대해서 아십니까?”
“천혈교?”
위당조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나 위지홍의 반응은 그와 완전히 달랐다. 진용의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의외의 말을 뜻밖의 장소에서 듣고 놀란 사람처럼.
“천혈교라 했나? 의심이 간다는 곳이 바로 그곳인가?”
“그렇습니다. 현재까지는.”
진용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위지홍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차피 같은 길을 가야 할 것 같군.”
“그 말씀은……?”
“우리는 혈혈구마를 천혈교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지.”
위당조가 또다시 벌떡 일어섰다.
“혈.혈.구.마?”
진용도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군요. 그들이 천혈교의 사람들일지 모른다니. 흠…….”
“어떤가? 굳이 백마성의 성주를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바로 시작하지?”
바로 요마를 추적하자는 말.
그러나 진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백마성의 성주님을 만나봐야 합니다. 한 가지 일이 더 있거든요.”
그 말에 실망한 표정을 짓는 위지홍을 보고 진용이 한마디 더 했다.
“하지만 시일은 조금 단축될 것 같군요. 위지 대협과 함께 혈혈구마를 처리하는 것도 늦출 수 없을 것 같으니까요.”
그들을 잡으면 뭔가 단서를 얻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천혈교의 꼬리일지 몸통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오리무중인 천혈교의 꼬리라도 잡을 수 있다면, 몸통을 끌어내는 것은 훨씬 빨라질 것이다.
‘잘됐군. 뜻밖에 좋은 정보를 얻었어.’
그제야 위지홍도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럼 서두르도록 하지?”
대답은 정광이 했다.
“밥이나 먹고 가자구.”
대화를 마친 후 밖으로 나서자, 위당조의 눈에 그때까지도 담장 위에 서 있는 수하들이 보였다. 그들을 향해 위당조가 소리쳤다.
“모두 내려와라! 회의는 끝났다! 식사를 하고 바로 성으로 간다!”
위당조의 명령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마혼당의 무사들이 내려왔다.
“너만 빼고!”
지동희만 빼고.
4장. 백마성
1
하북의 표국은 모두 열두 곳.
사람들에게 하북의 표국 중 셋을 꼽으라 하면 사람들은 구룡상방의 구룡표국과 삼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연표국, 그리고 나머지 하나로 금양신문이 세운 백운표국을 꼽았다.
그중 구룡표국과 대연표국은 북경에 총국을 두고 있었고, 백운표국만이 북경이 아닌 보정에 총국을 두고 있었다.
유시 초. 그 백운표국의 총국에 노인 하나와 두 중년인, 그리고 청년 다섯이 들어섰다.
그들은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표국의 총국주인 양한천에게로 안내되었다.
일각도 되지 않아 양한천의 집무실에선 안타까움에 젖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찌 그런 일이……!”
“어차피 벌어진 일. 어쩔 수 없지. 이제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범인을 잡는 수밖에. 그것만이 손녀라도 살릴 수 있는 길이니…….”
팽기한의 나직한 말에 양한천은 고개를 숙여 팽가의 불행에 조의를 표했다.
“숙부님께서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무인의 길에 발을 들여놨으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 모두가 제 놈 복이 아니겠나?”
“하오면 제가 무엇을 어찌 해드리면 되겠는지요.”
“일단 마차를 발견한 자를 만날까 하네. 그자 덕분에 아이들의 시신이나마 온전히 전해졌으니 고맙다는 인사도 해야 하겠고, 또한 시신이 옮겨지기 전의 상황에 대해서도 확실한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으이.”
“그자가 이쪽으로 남하했다 하셨습니까?”
“개방의 정보에 의하면 그렇다고 하네. 어쩌면 지금 보정에 있을지도 모르지.”
“즉시 사람을 풀어서 그자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고맙네.”
“별말씀을. 숙부님께 제가 뭘 못해 드리겠습니까?”
양한천의 말대로 팽기한은 그에게 숙부나 다름없었다.
금양신문의 전대 문주였으며 양한천의 선친이 되는 양수문이 바로 팽기한의 의형이었던 것이다.
“의형의 기일에 제대로 찾아가 보지도 못한 나를 그리 생각해 주니 고맙네.”
팽기한이 원하는 정보를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당조가 수하들을 대동하고 보정에 들어왔기에, 보정 일대의 무인들 중 많은 사람이 백검장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양한천이 팽기한을 찾아왔다.
“숙부님, 그자를 찾았습니다. 그자는 백검장에서 광마수 위당조를 만나고, 한 시진 정도를 머문 뒤 위당조와 함께 보정을 떠났다 합니다. 대충 보니 두 시진 전에 떠난 듯합니다.”
팽기한의 노안 깊숙한 곳에서 차가운 광망이 번뜩였다.
“두 시진? 위당조와 함께 갔다면 백마성으로 갔단 말인가?”
“정확히는 모르나 그리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알았네. 그럼 이만 일어나 보겠네.”
“예? 곧 어두워질 텐데, 쉬었다 내일 아침에 가시지요?”
“나도 그러고 싶네만, 그때쯤이면 그들은 백마성에 들어가 있을 거야. 혹시 모르니 길을 서둘러야 할 것 같네.”
“정 그리하시겠다면 제가 빠른 말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2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진용 일행이 탄 마차는 위당조를 앞세우고 낭아산에서 삼십여 리 서남쪽에 있는 신남(픀南)에 들어섰다.
신남은 백마성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곳, 위당조는 거침없이 말을 몰아 신남의 중심부로 향했다.
“이곳에 본성에서 운영하는 객잔이 있소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내일 아침 출발하겠소.”
눈이라도 내리려는지 하늘에는 별 하나 보이지 않고 바람에는 습기가 가득하다.
아니나 다를까, 진용 일행을 태운 마차가 신남에서 가장 크다는 원평객잔 앞에 당도해서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하늘에서 점점이 하얀 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이 나오고, 사람들이 웃고 떠들며 늦은 저녁을 마쳤을 즈음에는 함박눈으로 변해서 어둠을 가르며 솜털처럼 흩날렸다.
무사들 때문인지, 아니면 시간이 늦었기 때문인지 일반 손님들은 모두가 일찍 객잔을 떠났다.
그리고 그때, 함박눈과 함께 그가 들어섰다.
닫아놓은 객잔의 문이 열리더니 눈보라를 등에 진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진용은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돌려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숫자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진용은 한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눈빛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