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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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44화
44화
하지만 때늦은 경고였다.
슬쩍 길근양의 공격을 피한 진용이 벼락처럼 주먹을 내질렀다.
피하고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어찌나 빠른지 눈에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퍽!
“컥!”
진용을 덮쳐 가던 길근양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그것도 정광과 위당조가 싸우고 있는 곳으로.
그 바람에 정신없이 싸우고 있던 두 사람이 두어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위당조는 아무리 힘든 싸움 중이라지만 자신의 손으로 수하를 죽일 수 없어서. 정광은 불리할 게 하나도 없으니 숨 좀 돌리기 위해서.
두 사람이 그렇게 물러서자 진용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세르탄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시르, 인간들은 왜 직접 몸을 놀려서 싸우는 걸 좋아하지? 그냥 멀리 떨어져서 탄지공 같은 걸로 제거하면 편할 텐데.’
‘직접 때리면 더 짜릿하거든.’
간단하게 답한 진용은 양손에 쇠신발을 들고 있는 정광을 잠시 바라보더니 정광의 어깨 너머로 눈길을 돌렸다.
“저희 집 대문이 부서졌군요.”
“응? 대문이?”
정광도 눈길을 돌렸다, 위당조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러자 작은 장원의 대문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덜렁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문제는… 그 대문이 바로 고가장의 대문이라는 것. 그리고 대문이 그렇게 부서진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두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 분이 고치시겠습니까?”
진용의 말에 침묵이 잠시간 골목 안을 맴돌았다.
대문을 고치란다, 대문을. 그게 지금 이 판국에 나올 소린가?
아니, 설령 대문이 부서졌으니 고치라는 말을 할 수는 있다고 하자. 열받으면 무슨 말을 못할까.
하지만 대백마성의 마혼당주인 광마수 위당조는 그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누군데! 감히 서생 따위가!’
그러다 갑자기 어떤 의문이 떠올랐다. 길근양이 왜 나뒹굴었을까?
‘가만? 저놈이 길 조장을 물리쳤나? 제법 한가락 한다고… 아니, 겁나게 강할지도 모른다고 했던가?’
그런 생각이 들자 새삼 진용이 다시 보였다. 그때 진용이 다시 물었다.
“점박이 양반, 귀하가 고치시겠소?”
점.박.이!
끝내 위당조의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머리카락이 곤두선 위당조와는 절대 싸우지 마라!
왜? 그때부터 그는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미친개가 되거든.
“이, 이… 입만 살아서 나불거리는 놈이! 크아악!”
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진용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진짜 미친개처럼.
이 장의 거리가 한순간에 좁혀졌다.
바위도 두부처럼 으스러뜨릴 것 같은 권풍이 그의 장갑 낀 두 손을 중심으로 회오리쳐 돌고 있었다. 무엇이든 그 회오리에 휘말리면 다 부서질 것만 같았다.
진용은 그토록 강한 권풍의 중심을 흔들림없는 무심한 눈으로 직시했다.
그리고 석 자 거리, 그야말로 찰나 간의 간격!
진용의 어깨가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기울어졌다.
동시에 오른손이 들리고, 어깨를 스쳐 가는 권풍을 감싼 채 둥근 호선이 허공중에 그려졌다.
“헛!”
위당조의 입에서 헛바람 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오리치던 권풍이 진용의 손길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그냥 진행 방향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되돌아오고 있다!
기묘하게 휘어진 진용의 오른손이 위당조의 왼손을 휘어감은 채 팔꿈치를 꺾어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위당조는 자신의 팔이 꺾였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나 빠른 동작을 그의 감각이 미처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는 놀랄 틈도 없이 고개를 뒤로 젖혀야만 했다. 자신의 주먹에 맞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본능적인 느낌으로 오른손을 회수해 가슴을 방어했다.
퍽!
거의 동시에 진용의 오른 팔꿈치가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크억!”
위당조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쩍 벌렸다.
손바닥에선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손가락뼈가 부서지지나 않았는지…….
하지만 그는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전신을 짓누르는 기운이 다시 다가오고 있다. 막지 못하면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퍽! 퍼벅!
본능적인 방어로 두 번의 공격을 겨우 막아냈다. 그러나 본능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설사 막는다 해도 막아낸 부위의 신경이 무뎌지고 있는 상황. 내력을 끌어올려 호신진기로 전신을 둘러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모든 것이 부서지고 있다.
두려움이 발끝에서부터 스멀거리며 밀려오더니 뇌리를 관통해 버렸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의 연속. 결국 위당조의 가슴에서조차 그의 장기라 할 수 있는 투지가 무너져 버렸다.
‘일단 물러서서…….’
위당조는 혼신의 힘을 다해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것으로 모든 위험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가 물러서자 진용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그를 향해 말아 쥔 주먹을 내질렀다.
위당조도 이를 악물고 마주 손을 내밀었다.
콰앙!
“커억!”
그리 크지 않은 격돌음과 함께 위당조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진용이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우수를 뻗었다.
피하기에는 너무 가깝고 빠른 공격. 위당조는 양팔을 모아서 팔꿈치로 진용의 공격을 막았다.
그러나 팔꿈치는 물론이고 배를 터뜨려버릴 것 같은 충격이 밀려들자 얼굴이 흙빛으로 일그러졌다.
퍽!
반쯤 구부러진 위당조의 가슴에 진용의 왼발 무릎이 파고들었다.
쾅!
일격에 훌훌 날아가는 위당조의 입에서 뿜어지는 선혈이 달빛 아래 검붉은빛으로 반짝인다.
털썩!
“끄으으…….”
꿈틀거리며 악착같이 일어서려는 위당조, 그를 향해 진용이 손가락을 내밀었다.
찰나, 시퍼런 빛이 손가락 끝에서 번쩍이더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위당조의 눈앞에서 풀썩 먼지가 일었다.
위당조는 너무나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자신의 바로 눈앞에 있던 주먹보다 조금 더 커 보이던 자갈이 먼지처럼 부서져서 가루로 흩날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만약 저 공격이 자신의 머리에 맞았다면?
돌대가리라는 그도 결과를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터졌겠지!
눈을 부릅뜬 위당조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서생의 손이 다시 들리는 것이 보였다. 검지에서 시퍼런 뇌전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위당조는 가슴을 쥐어짜며 혼신을 다해 입을 열었다.
“내, 내가…… 고치겠소.”
퍽!
동시에 뇌전 한줄기가 마혈을 핥고 지나갔다.
6
탕! 탕!
아침 일찍부터 못질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고가장을 울리더니 두 시진째다.
한 사람이 문을 붙잡고, 한 사람이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사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인. 혈도가 풀린 위당조와 그의 수하들이었다.
“어젯밤과 오늘 일, 설마 입 여는 놈은 없겠지?”
망치질을 하던 비향초가 힐끔 위당조를 바라보았다.
‘미쳤수? 쪽팔리게…….’
속마음은 그래도 겉으로는 태연하게 물었다.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위당조가 흔들리는 눈을 억지로 다잡고 입을 열었다.
“험, 내가 약속 하나는 칼 아니냐, 칼. 고치겠다고 했으니 고쳐야지 뭐. 그리고 놈들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차라리 잘됐잖아.”
‘잘되기는 개뿔이나…….’
그때 들려오는 소리.
“아직도 고치려면 멀었나 보네?”
정광이었다. 위당조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망치 하나 변변한 것이 없는데 어떻게 빨리 고쳐?”
뒷짐을 지고서 걸어나오던 정광은 위당조의 말에 실실 웃음을 흘렸다.
“망치가 없으면 주먹으로 쳐서 박아. 주먹질이 제법이던데.”
‘싸우는 거하고 못 박는 거하고 똑같냐, 말코새끼야?’
정광의 실없는 소리에 위당조가 째려보자 뒤따라 방을 나서던 진용이 그를 향해 말했다.
“우린 잠시 황궁에 다녀오려 합니다. 그동안에 다 고쳐져 있었으면 좋겠군요.”
황궁?
위당조가 실눈을 뜨고 진용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슨 일로 황궁에 가느냐고 묻는 태도로. 대답은 정광이 했다.
“몰랐나? 그것도 모르고 덤빈 거야? 하긴……. 쯔쯔쯔.”
어리둥절한 표정의 세 사람. 그들을 향해 정광이 어깨에 힘을 주고 말했다.
“잘 들어! 우리는 금의위의 백호장들이야. 네놈들을 북진무사의 뇌옥에 집어넣을까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알라고.”
그 말에 위당조는 물론이고, 자루가 부러진 망치로 열심히 망치질을 하고 있던 비향초와 길근양마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금의위? 그것도 백호장?
금의위 북진무사의 뇌옥에 넣으려 했다고?
들어가면 최소한 반병신이 되어서 나온다는, 악랄하기로 따지면 비할 데가 없다는 바로 그곳에?
새파랗게 질린 그들을 ‘까불고 있어’ 하는 눈으로 바라보던 정광이 힘이 들어간 어깨를 딱 펴고 진용에게 말했다.
“가자고! 도독께서 기다리실 텐데.”
고개를 끄덕이며 정광을 따라가던 진용이 쓰윽, 위당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언제 시간이 나면 백마성의 성주님을 만나뵙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그, 그거야…… 그런데 무슨 일로……?”
“뭘 좀 알아볼 게 있어서요.”
“아, 알았소. 내 말씀은 드려보겠소.”
진용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정광이 말했다.
“갈 때 가더라도 문이나 다 고쳐 놓고 가라고, 점박이!”
점박이라는 말에도 위당조는 눈썹이 꿈틀했을 뿐 전처럼 발작하지는 않았다. 비록 이를 갈며 대답은 했지만.
“알았수!”
그리고 두 사람이 나간 뒤에선 망치 소리가 전보다 힘차게 울렸다.
쾅! 쾅! 쾅!
6장. 밀옥
1
황궁의 동화문 앞에 도착하자 한 사람이 문 앞에 서서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를 본 정광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어제 황궁 안에서 본 놈이었다. 자신을 놀리던 그놈.
“저놈은?”
그도 정광을 보고는 눈빛을 빛냈다.
기분도 별론데 잘 되었다는 표정. 목에 힘을 잔뜩 준 그가 말했다.
“당신들, 여기가 어디라고 얼쩡거리는 거야?”
정광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굵은 검지를 뻗어서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물었다.
“지금 우리에게 한 말인가?”
“거기에 당신들 말고 다른 사람이 어디 있어? 진짜 웃기는 말코네.”
뭐? 말코?
“저, 저…… 싸가지가…….”
정광이 붉어진 얼굴로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씩씩거리자, 진용이 재빨리 나섰다.
“한 가지 묻고자 합니다만.”
“뭔데? 빨리 묻고 비키라구. 바쁘니까.”
“금의위의 육두강 천호장님과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혹시 보지 못하셨는지……?”
“누구? 육……? 혹시……?”
그때다. 앞에 있던 자의 눈빛이 모호하게 변해간다.
진용은 문득 느껴지는 생각에 품속에서 어제 황궁을 나설 때 육두강으로부터 받은 명패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금의위의 백호장으로 임명된 사람들입니다. 황궁의 지리를 잘 몰라 육 장군님과 함께 들어가기로 했는데 안 보이시는군요.”
“배, 배, 백호장? 그럼?”
두충의 두 눈이 더할 수 없이 커졌다.
육두강이 그를 보내며 한 말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았다.
“오늘 새로 임명된 백호장이 올 것이네. 아마 명패를 보여줄 거야. 그러니 오거든 도독의 집무실로 안내하도록.”
‘씨불! 행색이라도 미리 알려주면 어디가 덧나나? 아니, 그중 한 사람이 도사라고만 말해줬어도…….’
안색이 하얗게 탈색된 그가 떨리는 눈을 들어 진용을 바라보았다.
“금의위 위사 두충이 백호장님을 뵙습니다! 헤헤, 육 장군께서 저에게 두 분을 안내해 드리라고…….”
하지만 두충은 말을 마저 다 끝낼 수가 없었다. 정광이 머리를 내밀고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자넨 금의위의 위산데, 육 장군의 명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지?”
두충이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옙! 그렇습니다!”
그러자 정광이 히죽 웃었다.
“흐흐흐, 그랬군, 그랬어. 그럼…… 일단 조용한 곳으로 먼저 안내해 주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