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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27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27화

 

27화

 

 

 

 

 

 

 

육대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진용은 그런 육대호를 바라보며 무심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한 말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여러분들의 자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면 이만 가볼까 합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했다. 진용은 자신의 할 말만 내뱉고는 미련없이 돌아섰다.

 

진용의 단호한 행동에 육대호가 일어서며 풀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상황은 이미 끝났다. 남은 것은 화해뿐.

 

“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자네가 이해하도록 하게. 자네가 우리 입장이었어도 이리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도움을 준 고마움에 보답은 못하고 몰아붙이기만 해서 미안했네.”

 

적대감이 배어 있지 않은 말투. 대전에 팽팽하던 긴장감이 일시에 풀어졌다.

 

‘다행이군, 피를 보기 싫었는데.’

 

초연향의 예쁜 눈 때문에라도.

 

그런데 세르탄은 불만이 많은 듯했다.

 

‘흥! 시르는 마음이 너무 약해. 나 같았으면 몇 놈 죽여버렸을 거야. 자기들 멋대로 생각하고 남을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죽어도 싸.’

 

‘이 정도 일로 사람을 죽여? 하여간 누가 마족 아니랄까 봐, 멍청하긴. 내가 저들을 죽이면 저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육지로 나오자마자 계속 싸움만 하고 다녀야할 걸?’

 

‘그건 어쩔 수 없지. 전사의 길이란 싸움의 연속…….’

 

‘나는 전사가 되고 싶지 않거든?’

 

‘잘하며 대전사가 될 수도 있는데…….’

 

‘대전사 같은 건 너나 해. 마계에서 쫓겨난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잔말 말고 조용히 있어!’

 

‘…….’ 

 

세르탄의 입을 막은 진용은 육대호를 돌아다보았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니 다행이군요. 그럼 이만…….”

 

그때다. 문득 드는 생각.

 

천궁도를 떠나기 전날 밤 신털보에게 물어보았다.

 

 

 

“강호에 나가 정보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야 개방이나 하오문을 찾아가야지요. 뭐,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만……. 아! 차라리 상인들을 찾아가 보십시오. 그들에게 적당한 대가만 줄 수 있다면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요. 어쩌면 그게 개방이나 하오문을 찾아가는 것보다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무슨 대가를 치를 것인지는 가봐야 알겠습니다만.”

 

 

 

진용이 자신을 바라본 채 머뭇거리자 육대호가 물었다.

 

“할 말이 있나? 있으면 해보게.”

 

멍석까지 깔아진 마당, 진용이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음? 뭔가?”

 

“해룡선단은 구룡상방의 삼대기둥 중 하나라 하더군요.”

 

“맞네.”

 

“제가 아는 대로라면, 거대 상단의 정보력은 매우 대단해서 나라의 정보력에 비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하던데…….”

 

“흠,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 할 수 있지.”

 

“그럼 말씀드리지요. 필요한 정보를 좀 얻고 싶습니다만.”

 

“필요한 정보?”

 

육대호가 잠시 대답을 못하자, 마법의 후유증 때문에 눈두덩을 문지르며 앉아 있던 초연향이 육대호를 향해 말을 건넸다.

 

“단주님, 일단 저분이 원하는 정보를 먼저 알았으면 싶어요. 불가능한 요구라면 어차피 소용없는 일이겠지만, 도움을 준 것을 생각하면 들어드릴 수 있는 부탁은 들어드렸으면 해요.”

 

일리가 있다 생각했는지 육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네 말이 맞다. 그래, 뭘 알고 싶은가?”

 

진용은 초연향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고마움을 표하고는, 조용한 음성으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했다.

 

“아는 사람에게 듣자 하니 구룡상방은 황궁에 상당한 물품을 납품한다고 하더군요. 해서 드리는 부탁입니다만, 황궁에 관련된 몇 가지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진용이 꺼낸 말에 육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반면, 초연향은 눈빛을 반짝이며 진용을 응시했다.

 

‘황궁에 관한 정보? 맞아, 고 공자는 북경으로 간다고 했었어.’

 

정보를 알고 싶다기에 강호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조금은 의외의 일. 육대호는 신중을 기해 답해야만 했다.

 

황궁은 상인들이 가장 조심해서 상대해야 하는 곳이었다.

 

“황궁에 대한 정보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설마 모르지는 않겠지? 자네가 비룡호에 큰 도움을 준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네가 바라는 정보는 자칫 본 선단에 큰 위험을 안길 수도 있다네.”

 

“황궁에 있는 몇 사람의 행방에 관해 알고 싶을 뿐입니다. 정 알려주기 어려운 정보라면 저도 굳이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판단은 단주께서 하시지요.”

 

“으음…….

 

진용의 말에 육대호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때 초연향이 나섰다.

 

“단주님, 마침 저분 공자께 부탁할 일이 있어요. 고 공자께서 그 일을 도와주신다면 저희도 정보를 드리도록 해요. 물론 정보의 중요도에 따른 서로 간의 조건이 맞아야 하겠지만요.”

 

“음?”

 

육대호가 초연향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혹시…… 그 일 때문이냐?”

 

“예.”

 

초연향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육대호는 초연향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구나. 네가 그리 생각한다면…… 그래, 그리해도 좋다.”

 

허락이 떨어지자, 초연향이 진용을 바라보았다.

 

“들으셨지요?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저희도 정보를 드리겠어요. 물론 부탁한 일에 대한 대가는 따로 드릴 거구요.”

 

“부탁할 일?”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겠어요.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나중에 거부하셔도 됩니다.”

 

진용은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뜻밖의 좋은 기회였다. 나오자마자 황궁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니. 그러나 북경으로 가는 길을 늦출 수도 없는 일.

 

“그 일을 나중에 하면 안 되겠습니까? 제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만…….”

 

“배에서 북경으로 가신다고 하셨죠?”

 

“예, 그렇습니다.”

 

“저희가 부탁하려는 일도 북경으로 가면서 하는 일이에요. 공자의 시간을 많이 빼앗지는 않을 테니, 괜찮다면 허락해 주세요.”

 

그렇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래요? 좋습니다. 그럼 무슨 일인지 들어보지요.”

 

 

 

 

 

3

 

 

 

 

 

진용에게 배정된 방은 후원의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었다. 후원은 장원과 붙어 있는 듯하면서도 정작 안채 쪽으로는 곧바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묘한 위치였다. 

 

아마도 진용을 완전히 믿을 수 없기에 배정한 방인 듯했다.

 

그러나 진용은 이 방이 마음에 들었다. 그의 방 뒤로 송림과 잡목이 우거진 작은 야산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스름이 물러가고 아침 햇살이 서서히 동편 하늘에 모습을 보일 즈음, 진용은 새벽부터 나와 한 시진째 시전하고 있던 신수백타를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으으읍…….”

 

긴 호흡에 전신 모공이 활짝 열린다. 

 

열린 모공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신선한 기운. 왠지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될 것만 같다.

 

웃통을 벗고 펼쳐서인지 옅게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실바람에 식는 기분도 좋기만 하다.

 

“흠, 대륙이라 그런가? 바다가 가까운데도 뭔가가 다른 것 같아.”

 

몸속을 노닐던 기운이 단전 깊숙이 가라앉자 진용은 바람에 흔들리는 파란 떡갈나무 이파리에 눈을 두고 입을 열었다.

 

“대체 나에게 시킬 일이 뭔지 모르겠군.”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혼자 끙끙대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침에 보자 했으니 만나보면 알겠지.”

 

진용은 벗어놓았던 윗옷을 걸치고 돌아서서 십여 장 밖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사실 조금 전부터 느꼈던 인기척이었다. 하지만 장원이 옆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누구지?”

 

이곳은 장원의 후원을 통해서만 올라올 수 있는 곳. 아마 적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저리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일까? 

 

한 발, 한 발 옮기는 걸음이 극히 조심스럽고 숨소리조차 죽이고 다가온다. 사람의 기운을 느끼지 않았다면 작은 짐승의 움직임이라 해도 믿을 정도다.

 

잠시 후.

 

부스럭!

 

낙엽이 밟히는 소리가 나더니, 장원에서 야산으로 이어진 길 가장자리의 도토리나무 가지가 흔들리며 동그란 얼굴이 쏙 위로 올라왔다.

 

“헤헤, 일찍 나오셨네요?”

 

잘해야 열서너 살 정도 되는 소녀였다. 그녀는 커다란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진용의 위아래를 재빨리 훑어봤다.

 

“무슨 일이지?”

 

그녀는 진용이도 알고 있는 소녀였다.

 

 

 

“저는 향 언니의 동생인 상아라고 해요. 와! 오빠 괜찮게 생겼다!”

 

 

 

어제 후원으로 올 때 자신을 훑어보며 당돌하게 이름을 밝혔던 소녀. 그녀는 초연향의 동생인 초연상이었다.

 

“언니가 모셔오래요.”

 

“언니? 그러니까 초 소저가 이렇게 이른 아침에 너를 보내서 나를 불렀단 말이냐?”

 

초연상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헤헤헤, 뭘 그렇게 따져요? 누가 오든 목적만 같으면 되지.”

 

아마 초연향이 보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청해서 온 것 같다.

 

초연상이 진용을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상하게 생각하실 것 없어요. 아침식사 하시기 전에 말할 게 있어서 부르는 거니까요.”

 

누가 뭘 이상하게 생각한다고 저런 눈빛이지? 

 

어째 위험한 소녀 같다.

 

“이렇게 일찍 말이냐?”

 

“우리는 해가 뜨면 하루를 시작하거든요. 뭐,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에요.”

 

“좌우간 알았다. 곧 가마.”

 

“이곳의 지리를 잘 알아요?”

 

당연히 모른다.

 

진용이 머뭇거리자 초연상이 새초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기는, 누가 남자 아니랄까 봐……. 날 따라와요.”

 

“그, 그래.”

 

 

 

 

 

3

 

 

 

 

 

“호위 임무요?”

 

“맞아요.”

 

초연향의 방에 들어가 앉자마자 차를 따라주더니 호위를 맡으란다.

 

‘그랬나? 그래서 나에게 알맞은 일이 있다 한 건가?’

 

호위 임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더구나 산동 끝에서 북경까지는 수천 리 길. 길도 모르고 가진 것도 없는 진용으로선 손해 볼 것이 없는 계약이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군요.”

 

초연향은 당연히 진용이 승낙할 줄 알았다는 듯 준비한 말을 쏟아냈다.

 

“태산에서 구룡상방의 금지옥엽인 하 언니가 돌아가신 대부인의 백일제를 올리고 있어요. 아마 며칠 후면 태산을 떠나 북경으로 가게 될 것 같아요. 그런데 구룡상방에서 저희 해룡선단에 호위무사의 파견을 요청했어요. 최근 강호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보니, 북경에서 데려온 인원만으로는 위험할 것 같다면서요.”

 

“저처럼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사람에게 그렇게 중요한 사람의 호위 임무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초연향이 진용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같이 가게 될 거예요.”

 

“초 소저도?”

 

“하 언니가 저를 보자는군요. 저를 별로 좋아하는 분이 아닌데……. 어쨌든 일이 그렇게 됐으니 저는 저의 눈을 믿는 수밖에 없어요. 공자를 잘못 봤다면 저 역시 무사하지 못하겠죠.”

 

자신의 신안을 믿는다는 말.

 

그런데 차를 따르는 초연향의 손이 잘게 떨린다.

 

왜? 뭐가 불안한 걸까? 

 

저 씁쓸한 웃음, 뭔가를 눈치 채고 있는 듯한 표정. 하 언니라는 말을 할 때는 눈빛마저 흔들렸었다.

 

“가고 싶지 않은가 본데, 굳이 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녀의 눈빛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 따르던 찻잔에 찻물이 넘칠 정도로.

 

“저희 해룡선단은 근래 들어 해왕방의 견제로 많은 손실을 입었어요. 언제 총단에서 질책이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죠. 비록 조부님은 말을 하지 않고 계시지만…….”

 

그래서 총단의 금지옥엽인 하 언니라는 여인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뜻?

 

‘흠, 눈만 예쁜 줄 알았더니 마음도 예쁘군.’

 

‘쳇, 눈만 미운 줄 알았더니 마음도 약하군.’

 

‘쯔쯔쯔. 세르탄, 마음 좀 곱게 써. 누가 마족 아니랄까 봐.’

 

‘마족보다 더한 인간도 있는데 뭐!’

 

‘그게 누군데?’

 

‘…….’

 

대답을 하면 가만있을 진용이 아니다. 세르탄도 이제 그 정도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세르탄이 말이 없자, 진용은 뒤통수를 톡톡 쳤다.

 

‘세르탄, 누구냐니까? 혹시……?’

 

‘뒤, 뒤통수 치지 마! 어, 어지러워!’

 

때마침 초연향이 입을 열어 세르탄의 위기(?)를 구해줬다.

 

“사실 저희 해룡선단에는 고수가 많지 않아요. 해왕방과의 싸움으로 적지 않은 고수를 잃었기 때문이죠. 부탁이에요. 도와주세요.”

 

커다란 눈에 언뜻 이슬이 맺힌 듯 보인다. 진용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초연향의 방을 나온 진용은 실소를 지었다.

 

‘훗, 눈물 한 방울에 당황하다니. 여인의 눈물만큼 무서운 무기가 없다는 옛말이 생각나는군.’

 

밖을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초연상이 다가왔다.

 

그녀는 진용의 위아래를 쓰윽 훑어보고는 턱에 손을 괴고 말했다.

 

“흠, 별다른 일은 없었던 것 같고…….”

 

무슨 뜻이지?

 

‘크크크…….’

 

세르탄이 기분 나쁘게 웃는 것으로 봐선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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