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서생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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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0회 작성일소설 읽기 : 마법서생 23화
23화
조금 전에 달려든 놈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것은 놈도 상어라는 것.
촤아악!
튀어 오른 상어가 입을 쩍 벌리더니 조금 전에 씹은 곳을 다시 물었다.
순간, 진용은 발을 뻗어서 상어의 주둥이를 냅다 후려갈겼다. 공력이 잔뜩 실린 일퇴였다.
퍼억! 갑작스런 충격에 상어가 풀쩍 뛰어올랐다.
첨벙! 요란한 물소리와 함께 나가떨어진 상어가 허연 배를 내밀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이빨만 그럴싸한 놈이네.’
세르탄의 말대로 이빨만 아니면 두려울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주위에 빠른 물살이 일더니, 두 마리 상어가 배를 뒤집은 자신의 동료를 항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조금도 망설임없는 공격이었다. 상어들에겐 동료도 뭣도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세르탄이 빈정거렸다.
‘독한 놈들이네. 하긴 인간들 중에는 저보다 더 독한 놈들도 많은 것 같던데…….’
진용이 한마디 했다.
‘마족은 더 많을걸?’
틀린 말은 아닌지 세르탄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놈들 중 한 마리가 동료를 잡아먹은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진용에게로 곧장 달려들었다, 입을 쩍 벌리고 톱날 같이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하지만 이제는 상어의 기세에 주눅 들 진용이 아니었다.
진용은 놈이 코앞까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놈이 입을 떡 벌리자 주둥이를 주먹으로 강하게 후려쳤다.
뻑! 일격에 놈의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머리에서 하얀 이빨이 뻔쩍거렸다.
진용은 상어의 하얗게 빛나는 이빨을 양손으로 잡고서 힘껏 뜯어버렸다.
우두둑! 꽈직!
어찌나 세게 잡아 뜯었는지 뼈 부러지는 소리마저 들렸다.
이빨 뜯긴 상어는 더 이상 바다의 무법자가 아니었다. 그저 자기 동료들의 식사 거리일 뿐. 눈 다른 상어들이 달려들더니 놈을 끌고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별것도 아닌 놈들이 어디서 이빨을 들이대?”
상어 두 마리를 가볍게 처리하고 나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세상에도 저 상어 같은 놈들이 있다. 자신의 힘만 믿고 달려드는 놈들이.
그들은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무작정 물어뜯으려고 할 것이다.
물러서면 더욱 기고만장해서 달려드는 법.
‘그런 놈들은 저 상어처럼 이빨을 다 뽑아버리겠어!’
진용은 손 안에 든 상어의 이빨을 바라보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나가기 전, 상어 덕분에 마음을 다잡았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기념으로 가져가야겠군.”
진용은 상어의 이빨을 품속에 집어넣고서 고개를 들어 배를 바라보았다.
배 위에서는 아직도 싸움이 한창이었다. 오히려 갈수록 비명 소리가 더욱 잦아지고 있었다.
‘어디, 이제 올라가 볼까?’
가볍게 문짝을 차고 오른 진용은 선체에 손가락을 박고 매달렸다. 일단 상황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이 고함 소리, 병기 부딪치는 소리, 비명 소리, 온갖 소리가 실감나게 들려왔다. 싸움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듯 느껴졌다.
‘이거 지금 올라갈 수도 없고, 조금 더 기다려 봐?’
아래를 내려다보니 자신이 의지했던 선실 문짝이 해류를 따라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배의 주위를 배회하며 먹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어들도 보였다. 십여 마리나 됐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들 같은데도 놈들의 자그마한 눈과 마주치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진용은 잠시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슬며시 몸을 끌어 올려 선상을 살펴보았다. 순간 진용의 눈이 홉떠졌다.
‘헛!’
바로 앞에서 시뻘건 혈안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미 죽어 있는 자의 눈이었다.
후다닥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수십 명이 뒤엉킨 채 난전(亂戰)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바닥에는 이미 십수 명이 쓰러져 있었다.
어찌나 싸움이 험악한지 제대로 죽은 자가 없었다.
팔다리가 잘린 자, 배가 터져서 창자가 흘러나온 자, 도끼가 머리에 박힌 자, 목이 반쯤 잘려서 머리가 데롱거리는 자 등등.
그들에게서 흘러나온 핏물이 흔들리는 배를 따라 이리저리 흐르고 있었다.
생지옥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광경!
진용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이가 저절로 악 다물렸다.
‘지독하군! 강호라는 곳도 저럴까?’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보고 있는 참혹함이 강호의 한 단면일 수도 있다.
강호에 혈풍이 불면 수백, 수천의 목숨이 이슬처럼 사라진다고 하지 않던가 말이다.
‘후! 지옥이 따로 없군. 사람 사는 곳이 지옥이라더니…….’
진용은 흔들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언젠가는 자신도 강호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 정도에 흔들려서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자 격동하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생각보다는 빠른 적응이었다. 게다가 피가 역겹기는 해도 두렵지는 않았다.
건곤흡정진혼결이라는 마공을 익혔기 때문일까?
어쨌든 진용은 마음이 가라앉자 싸우는 자들의 실력을 가늠해 봤다.
싸우고 있는 자들 중에는 제법 고수라 부를 수 있는 자도 있지만, 대부분 삼류무인에 불과한 자들이었다.
진용이 고수라 판단한 자들은 선실 입구에서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 주위로는 아무도 다가가지 않았다. 칼에는 눈이 없으니까. 엄한 날벼락을 맞아봐야 자신만 손해였다.
휙! 탁!
누가 날린 것인지는 몰라도 한 자루 작살이 날아와 진용이 있는 앞쪽의 선벽에 꽂혔다.
그때 제법 강한 기운이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더니, 갈색 무복을 입은 한 사람이 진용 쪽으로 비칠거리며 물러섰다.
그자는 상대가 거세게 몰아붙이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욕을 퍼부었다.
“이 해적 같은 놈들! 네놈들이 감히 우리 해룡선단을 건드리다니! 두고 봐라, 이놈들! 본단에서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흥! 곧 뒈질 놈이 말이 많구나!”
갈의인의 상대는 청의를 입은 자였다. 그는 역팔자로 치켜 올라간 눈을 희번덕거리며 갈의인을 향해 피 묻은 귀두도를 휘둘렀다.
단숨에 갈의인의 목을 잘라 버릴 것 같은 칼바람이 귀두도에서 일었다.
이미 그 칼로 사람을 몇 죽인 듯 도첨에서 핏방울이 흩날렸다.
그러나 갈의인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면이 넓은 장검을 들어 삼검을 내치며 청의인의 도격을 무산시켰다. 그러고는 재빨리 몸을 뒤틀어서 한 바퀴 굴렀다.
순식간에 두 사람의 위치가 바뀌었다. 이제는 청의인의 등이 진용의 눈앞에 놓였다.
갈의인은 자신을 천궁도에서 빼낸 해룡선단의 사람.
그의 말에 의하면 청의인은 해적이나 다름없는 자다.
쓰윽!
진용은 손을 뻗어서 청의인의 등을 검지로 찍고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청의인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고는 대경한 목소리로 외쳤다.
“웬 놈이야?”
진용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청의인의 옷자락을 잡자마자 홱 잡아당겼다.
미처 반발할 틈도 없이 청의인의 몸이 바다를 향해 날았다.
순간, 허공에 붕 뜬 청의인이 바다를 보더니 비명을 질렀다.
“아, 안 돼!”
입을 쩍 벌린 상어 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용도 불쌍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청의인의 귀두도에 묻은 시뻘건 선혈만 봐도 그의 손에 죽은 사람이 꽤 될 듯했다.
‘인과응보라 생각해.’
청의인을 바다에 던져 버린 진용은 갑판 위로 올라섰다.
싸우던 적이 갑자기 사라지자 갈의인이 멍청한 표정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진용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해적은 상어밥으로도 아깝지요.”
“누, 누구……?”
“그게 문젠가요?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는데.”
“아!”
그제야 갈의인은 자신의 장검을 움켜쥐고 다시 싸움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면서도 진용을 돌아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가 씩 웃는다. 진용도 씨익 웃어줬다.
진용은 갈의인이 싸움판에 뛰어들자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솔직히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었다.
‘이거 무작정 뛰어들어서 다 때려잡을 수도 없고…….’
자신은 해룡선단을 위해 손을 쓰기로 했다. 그렇다면 해웅호 사람을 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어느 쪽 사람인지를 분간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때 누군가가 진용에 의해 청의인이 바다에 빠진 것을 봤는지 진용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놈이 향주님을 바다에 빠뜨렸다! 저놈을 죽여!”
“모가지를 따버려!”
“작살로 꿰어 매달아!”
그러더니 멀뚱히 서 있는 진용을 향해 각종 병기를 든 자들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검을 든 자, 도를 든 자, 낫을 든 자, 갈고리를 든 자, 양손에 손도끼를 든 자. 모두가 해왕방의 사람들이었다.
사방에서 적이 달려들자 진용의 입가에 하얀 웃음이 걸렸다.
다행이었다, 스스로 알아서 달려들다니.
일단 달려드는 자들은 다 때려잡을 생각이었다. 그게 누구든!
혹시라도 달려드는 자들 중에 해룡선단의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 수밖에.
작정을 한 진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측에서 날아오는 예기를 느끼고 몸을 비틀었다.
공격해 오는 자들의 움직임은 느리기만 했다. 최소한 진용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마치 자신이 피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감각이 너무 예민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진용이 느끼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 느리게만 느껴졌다.
‘너무 느려.’
스쳐 가는 적의 무기의 중동을 잡아채 당기고 주먹을 날렸다.
퍽! 맨 먼저 달려들던 자가 갈고리를 놓치고 일 장 밖으로 나가떨어지더니 눈을 까뒤집었다.
한 방이면 족했다.
의외의 상황에 달려들던 자들이 주춤거리자 진용이 먼저 그들 사이로 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마침내, 신수백타가 펼쳐졌다!
검날을 잡아채 부러뜨리고 주먹으로 한 방!
찍어오는 도끼의 자루를 꺾어 도끼의 넓은 면으로 한 방!
목을 베려는 자의 낫을 든 팔목을 부러뜨리고 무릎으로 한 방!
한 바퀴 휘돌며 내지른 발차기에 퍽퍽!
춤사위가 펼쳐지자 순식간에 여섯 명의 적들이 쓰러졌다. 어떤 자는 그 자리서 뒤로 넘어지며 까무러치고, 어떤 자는 앞으로 꼬꾸라진 채 게거품을 물며 바들바들 떨었다.
아무리 공력을 조금밖에 끌어올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신수백타는 삼류무사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강한 무공이었다. 손가락으로 부러뜨릴 수 있는 갈대를 도끼로 내려친 것과 같다고나 할까?
너무도 허망한 결과에 신수백타를 펼친 진용 자신이 머쓱할 정도였다.
어쨌든 여섯 명이 숨 두어 번 쉴 시간에 무너져 버렸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 피를 뒤집어쓴 채 싸우던 자들이 슬금슬금 진용의 곁에서 떨어지려 싸움터를 뒤로 물렸다.
해룡선단의 사람들조차도 아직 진용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고 있는 판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멋모르고 진용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해왕방의 사람들이었지만, 개중에는 간혹 해룡선단의 사람들도 있었다.
진용은 선교(船橋) 쪽으로 걸어가며 달려드는 자들은 그들이 누구든, 일단 모두 쓰러뜨리고 봤다.
그에겐 적도 아군도 없었다. 그저 달려드는 자가 적일 뿐!
잠깐 사이에 상황이 묘하게 변했다. 진용에게 당한 해왕방 무사들의 숫자가 열 명을 넘어가자 해왕방에게 유리했던 싸움이 급격히 해룡선단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해왕방 놈들을 모두 죽여!”
“상어밥으로 만들어 버려라!”
“이놈들! 우리에게 저런 고수가 있는 줄 몰랐지!”
졸지에 진용은 해룡선단의 숨겨진 고수가 되었다. 웃을 상황이 아닌데도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 더 이상 덤벼드는 자들이 없자 웃음을 지우고 선교 쪽으로 다가갔다.
진용이 다가가는 선교에서는 두 사람이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남의를 걸친 중년인은 해룡선단의 사람인 듯했고, 눈이 세모꼴로 독사와 같은 눈매를 지닌 초로인은 해웅호라는 배를 타고 온 자 같았다.
무엇 때문인지 해룡선단의 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인은 선교의 선실 문 앞에서 떠나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힘을 쓴다면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차창! 떠덩!
그때 남의중년인과 독사 눈매의 초로인이 강맹한 일격을 나누고 뒤로 물러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