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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98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6화

 

16화

 

 

 

 

 

 

 

그것이었다. 아직 세르탄에게 긁어낼 것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

 

‘에라이! 진짜 시르 같은 날강도는 마계에도 없을 거야!’

 

‘가르쳐줄 거지?’

 

‘못해! 안 돼!’

 

‘정말? 정말 안 된단 말이지?’

 

‘아, 안 된다니까?’

 

‘확실히 말해. 정말 안 된다, 이거지?’

 

‘그, 그게…….’

 

‘두 가지를 가르쳐줬으면 당연히! 나머지도 가르쳐 줘야지 말이야. 마계의 대전사가 그렇게 속 좁을 줄은 정말 몰랐어. 좋아, 앞으로는 나도…….’

 

‘그, 그럼 하나만…… 가르쳐 줄게.’

 

‘역시 세르탄은 멋진 대전사야. 진작 그러지. 알았어. 그럼 일단 하나부터 배울 게.’

 

일단 하나?

 

‘으이그, 내가 어쩌다 이런 날강도를 만나서…….’ 

 

머릿속에서 끝없이 궁시렁거리는 세르탄의 목소리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진용은 구양 노인을 똑바로 바라본 채 물었다.

 

“할아버지의 무공을 익히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나요?”

 

진용의 물음에 구양 노인은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사부님께 전수받은 후 혼자 익힌 무공이라서 남과 정식으로 비교를 해보지 않았으니까. 하나 과거 나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지금은 천하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란 말을 들었으니, 어쩌면 그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담담한 대답이다. 그러나 그 뜻마저 그러한 것은 아니다. 

 

놀란 진용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할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천하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라구요? 그 사람에게 할아버지가 졌나요?”

 

“글쎄…….”

 

구양 노인이 씁쓸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뜬 진용을 보며 말했다.

 

“그의 암습에 당했으니 졌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본신무공을 펼쳐 제대로 겨뤄보지도 못했으니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그렇구나. 다만 내가 익힌 무공이 그의 무공에 비해 뒤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쨌든 할아버지가 알고 있는 무공이 천하십대고수에 드는 사람의 무공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네요?”

 

사람은 십대고수가 아니어도 무공은 십대고수의 무공에 비견할 수 있을 거라는 말.

 

“허허허, 그리 말하니 쉽게 설명이 되는구나. 어떠냐, 배우겠느냐?”

 

진용이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죄수들 중 가장 강호사에 밝은 신털보의 말에 의하면 그들은 하늘이라 했었다.

 

하늘로 불리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천하십대고수, 십천존(十天尊)이었다.

 

그런데 구양 노인이 본인을 그들과 비슷할 거라 말하고 있다. 아마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대놓고 말은 못해도 속으로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진용은 그들과 달랐다. 지난 오 년간의 기초 수련은 그에게 또 다른 눈을 뜨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아는 것이다. 비록 다친 단전으로 인해 내공을 일 할도 채 쓸 수 없는 구양 노인이지만, 구양 노인이 지닌 무공만큼은 분명 대단하다는 걸. 십천존에 비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좋아요. 배울게요. 그리고 할아버지의 부탁도 들어드릴게요.”

 

시원스러운 진용의 대답에 구양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밤에 들려주마.” 

 

 

 

 

 

2

 

 

 

 

 

휘엉청 밝은 달빛 아래 서서 구양 노인이 말했다.

 

“잘 보거라. 신수백타(神手百打)라 한다. 백 개의 동작이 신수백타의 모든 것이지.”

 

“백 개의 동작이요?”

 

“왜? 별것이 아닐 것 같으냐? 결코 그렇지가 않다. 일백 가지의 동작을 이어 펼칠 수도 있고, 하나씩 끊어 펼칠 수도 있다. 처음이라 할 것도 없고 끝이라 할 것도 없다. 그러니 그 변화는 무한이다. 동화(同和)됨보다 조화(造化)됨을 중시하고 익혀야 할 것이다. 또한 움직이면서 내기를 다스리니, 중원의 무인들은 이걸 동공(動功)이라 하더구나.”

 

말이 끝남과 동시, 구양 노인의 신형이 둥실 일 장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아름답기 그지없는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반 시진이 지났다. 구양 노인의 춤사위 같은 신수백타는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달빛 아래서 춤을 추듯 손을 내뻗고 거두는 구양 노인의 모습에 진용은 넋이라도 잃은 듯 움직일 줄을 몰랐다.

 

이미 백 가지의 동작은 열 번 이상 뒤섞이고도 계속 변하고 있었다. 무한의 변화, 말 그대로였다.

 

‘동화됨보다 조화됨이라…….’

 

흐릿하게 이어지는 손발 짓의 동선을 벗어날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사위가 구양 노인의 춤사위에 안겨들었다.

 

피할 수 없는 손짓이다.

 

그 무엇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는 발짓이다.

 

주먹이 구수가 되었다 수도로 변한다. 그러다 다시 권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독수리 발톱처럼 구부러진 손끝이 대기를 찢어발긴다.

 

찢겨진 대기가 휘돌며 손짓 발짓에 따라 너울진다.

 

종잡을 수 없는 변화가 계속되고 있다.

 

자유로움을 갈구하는 의지의 강렬함이 손짓 발짓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무공의 초식이라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는 진용에게 구양 노인의 춤사위는 하나의 경이로움이었다.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저런 몸짓을 구현해 낼 수 있는지 그저 놀랍기만 했다.

 

만일 저 손짓에 기운이 실린다면, 손짓 한 번에 폭풍이 몰아치고 벼락이 떨어져서 마주한 자를 짓뭉개 버릴 것만 같았다.

 

진용은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십천존과 겨룰 수 있는 무공. 결코 허언이 아니다!

 

그렇게 달빛과 하나가 되어 신수백타가 펼쳐진 지 한 시진이 지날 때쯤.

 

“쿨럭!”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구양 노인의 춤사위가 멈추었다. 괴로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 구양 노인이 진용을 보며 쓰게 웃었다.

 

“으음……. 다치기 전에는 하루 종일 펼쳐도 힘이 넘쳤는데, 이제는 한 시진을 펼치지 못하겠구나.”

 

“아주 자유로운 무공이군요.”

 

구양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용은 신수백타의 진체를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자유로우면서도 한 번 화내면 아주 무서운 무공이다.”

 

“그럴 것 같아요.”

 

진용의 대답에 구양 노인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어떠냐, 마음에 드느냐?”

 

진용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아주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고생 좀 할 거다. 생각보다 어렵고 배우기가 힘든 무공이거든.”

 

“대신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잖아요.”

 

무공을 말하는가, 아니면 천궁도를 벗어남을 말하는 것인가.

 

구양 노인은 진용의 뜻이 어느 쪽에 있든 상관은 없었다. 우선은 계약이 성립되었다는 것이 마음에 들 뿐이었다.

 

‘이제 시작이다! 기다려라, 배덕자여!’

 

 

 

 

 

3

 

 

 

 

 

구양 노인이 도주(島主) 유자형을 만난 것은 다음 날이었다.

 

“한 달에 하나, 최선을 다해 특별한 물건을 만들어 드리겠소. 대신 아이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선처를 해주시오.”

 

“한 달에 하나? 특별한 물건?”

 

“그렇소. 물론 평상시 하는 일은 변함없이 할 것이오.”

 

“그 아이만 풀어주면 되나?”

 

구양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자형은 지그시 구양 노인을 바라보다가 눈을 빛냈다.

 

“뜻밖이군, 뜻밖이야. 그 아이를 그 정도까지 생각하다니. 다른 것은?”

 

“우선은 그 정도면 되오. 절대 도주를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겠소.”

 

“흠, 좋아. 그 아이의 족쇄를 풀어주고 석산 내에서의 자유를 보장하지. 그러나 석산을 나서는 것은 안 되네.”

 

“알겠소. 그리고 동쪽의 석동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시오.”

 

“그거야 어차피 빈 석동이니 마음대로 하게.”

 

“고맙소, 도주.”

 

동쪽의 석동은 석산을 파 내려가던 중에 발견한 자연 동굴을 개조해서 근 오십여 년 동안 인부들의 거처로 쓰던 곳이었다. 

 

그러나 서쪽의 석산을 개발한 이후 인부의 거처가 옮겨진 데다, 현장에서 너무 멀다보니 효용 가치가 없어져 관심을 갖는 이가 없었다.

 

하지만 구양 노인에게는 그곳을 꼭 사용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절대적인 이유가!

 

‘이십 년 만인가?’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구양 노인은 진용을 데리고 동굴을 나와 석산을 벗어났다. 동쪽 석산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이미 도주인 유자형과 약속이 되어 있음을 아는지 군병 중 누구도 두 사람 앞을 막는 자가 없었다.

 

빠른 걸음으로 걷길 반 각여, 남쪽 능선을 넘어 수북이 쌓여 있는 폐석 더미를 넘어가자 휑하니 깎여 나간 돌산이 두 사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휘이이잉!

 

세찬 바람이 비릿한 바다 내음을 싣고 뿌연 먼지를 일으켰다. 실눈을 뜬 진용은 손을 들어 바람을 막고 앞을 바라보았다.

 

동쪽 석산은 무너진 석축과 부서진 돌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어서 사람이 지나다니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석동은 그런 석산의 구석 삼 장 높이에 뚫려 있었다.

 

“가자. 오랜 세월 방치되어 있다 보니 무너진 돌 사이가 흙먼지로 가려져 있다. 조심해서 발을 딛도록 해라.”

 

구양 노인의 말대로 보기보다 위험한 곳이었다. 멋도 모르고 돌 사이의 흙에 발을 잘못 디디면 자칫 바위틈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깊은 곳은 수장에 이르는 곳도 있었고, 튼튼해 보이는 곳도 밑받침이 약해서 사람 몸뚱이만 한 바위가 가벼운 발길에 무너지기도 했다.

 

조심조심 석동 아래에 도착해서 반쯤 허물어진 계단을 오르자 시커먼 입을 벌린 석동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석동의 입구에 섰을 때, 제일 먼저 두 노소를 반긴 것은 매캐한 냄새였다.

 

“당분간 이곳에서 생활을 해야 하니 냄새에 친숙해져야 할 게다.”

 

“습기가 많은 것 같지도 않은데 의외로군요.”

 

잔뜩 인상이 찌푸려진 진용의 말에 구양 노인이 동굴의 안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에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었지.”

 

뭔가 여운이 남는 말이다. 진용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구양 노인은 아무런 말도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십여 장을 들어갔을 즈음, 얻어온 횃불에 불을 붙이자 컴컴하던 동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동굴 안의 광경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다. 동굴 벌레들이 느닷없이 밝아진 빛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걸 본 진용이 농담처럼 한마디 했다.

 

“굶어 죽지는 않겠군요.”

 

그 말에 구양 노인이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전에는 그랬지. 저놈들 덕에 죽지 않고 살 수 있었으니까.”

 

진짜로 벌레들을 먹고 지냈다는 말?

 

진용의 표정도 딱딱하니 굳어졌다.

 

설마 저걸 먹고 지내라고 하지는 않겠지?

 

공연한 걱정이 앞섰다.

 

그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구양 노인이 말을 이었다.

 

“왜 마른 동굴에 벌레들이 저리 많은 줄 아느냐?”

 

구양 노인이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했다.

 

“그건 물이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아, 예. 예?”

 

동굴의 끝이 보이는데도 물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에 물이 있단 말이지?

 

진용이 의아한 얼굴로 좌우를 둘러보는 사이 구양 노인은 구석의 자그마한 석실로 들어갔다. 진용도 바삐 뒤를 따라갔다.

 

따라온 진용은 바라보지도 않고 구양 노인이 말했다. 왠지 감흥에 젖은 목소리다.

 

“여기는 나를 구해준 양 어르신과 내가 십 년을 함께 기거했던 곳이다.”

 

“이상하군요. 이곳은 벽면에 유난히 곰팡이가 많이 낀 것 같군요. 조금 덥기도 하고.”

 

“잘 봤다. 이곳은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곳이지.”

 

구양 노인은 구석의 돌무더기가 쌓인 곳으로 가더니 수북이 쌓인 돌무더기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는 굳이 묻지 않았다. 어차피 잠시 후면 알게 될 일.

 

진용이 구양 노인을 도와 돌무더기를 모두 들어냈을 때다. 커다란 석판, 넓적한 바위라 불러도 좋을 석 자 크기의 석판이 보였다. 그 석판은 구멍처럼 보이는 움푹 파인 곳의 입구를 틀어막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곳을 그저 뒷일을 처리하는 곳으로만 알고 있었지. 허허허…….”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도 남음이 있을 만큼 지독한 냄새가 난다.

 

“잠깐 들고 있거라.”

 

구양 노인은 횃불을 진용이에게 건네주고는 힘주어 석판의 모서리를 잡아당겼다.

 

그르르릉.

 

석판이 끌리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지고, 마침내 시커먼 구멍이 모습을 드러내자, 진용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구멍 안을 쳐다보았다.

 

따뜻한 기운이 확 밀려나온다. 더욱 강해진 역겨운 냄새를 가득 싣고. 그런데…….

 

“응? 무슨 소리죠?”

 

뭔가 괴이한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가 보면 안다.”

 

구양 노인의 손짓에 진용은 구멍 속에 몸을 집어넣었다.

 

구멍은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삼 장 정도를 기어서 들어가자 구멍의 크기가 점점 넓어지더니, 얼마 가지 않아 허리를 구부리고 서서 걸을 정도가 되었다.

 

그제야 구양 노인은 혼잣말하듯 입을 열었다.

 

“내가 파도에 떠밀려 이곳에 들어온 것이 서른한 살 때였다. 당시 나는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의 커다란 부상을 입은 상태였지. 모두가 죽는다고 했었어. 모두가…….”

 

구양 노인의 말을 들으며 십여 장을 들어가자 이제는 서서 걸어도 될 정도가 되었다. 

 

매캐한 냄새가 더욱 지독하게 코를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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