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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5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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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15화

 

15화

 

 

 

 

 

 

 

최근 인부들은 자기 몸뚱이만 한 석상을 혼자서 번쩍 들어올리는 진용을 괴물 보듯 한다. 그럴수록 신털보의 마음은 초조해졌다.

 

이러다 이인자의 자리마저 빼앗기고 말 것 같다는 불안감에 잠도 잘 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동안은 사실 말이 이인자지 인부들의 대장처럼 행동했었다. 일인자라 할 수 있는 구양 노인이 그러한 것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혜택은 적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잘 먹었고, 누구보다 편한 일만 골라 할 수 있었다. 대신 군병들을 대신해 인부들을 통솔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열세 살이 된 진용을 은근히 이인자 취급하기 시작했다. 

 

신털보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인자는 있어도 삼인자는 없다. 인부들을 통솔할 사람은 둘만 있으면 족하니까.

 

그것이 천궁도의 암묵적인 율법이었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이어왔다는 율법. 그러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은 자명한 일인 것이다.

 

신털보, 신웅은 이를 지그시 깨물었다.

 

스물두 살에 이인자가 된 이후 지난 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두 명을 병신으로 만들어 버렸다.

 

죽여도 되었다면 죽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이는 것은 인부가 줄어드는 일. 자칫하면 자신도 죽을지 모르기에 죽이지는 않았다. 

 

대신 그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보다 먹을 것을 충분히 줘서 원한을 갖지 못하도록 한 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로는 자신의 이인자 자리를 누구도 욕심내지 못했다.

 

‘그렇게 지켜온 이인자의 자리이거늘…….’

 

그는 자신이 늘 들고 다니는 침목으로 된 지팡이를 자신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부르르 손이 떨린다.

 

흥건한 땀이 손아귀를 타고 흐르는 것만 같다.

 

‘괴물 같은 놈. 네놈의 그 이상한 능력 때문에 쥐 죽은 듯이 지내며 망설였지만 이제는 못 참는다. 감히 내 자리를 넘보다니…….’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손의 떨림이 잦아드는 기분이다.

 

마침 구양 노인도 도주를 만나러 가서 보이지 않았다.

 

절호의 기회! 이제 때가 되었다. 복수의 때가!

 

‘설마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는 않았겠지?’

 

신웅은 움켜쥔 지팡이를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태양을 가슴에 품고 있으니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

 

천천히 들어올리니 바람을 가르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완벽하다!

 

이제 마지막, 혹시 모를 놈의 경계심만 무너뜨리면 된다.

 

“진짜 멋지게 만들어졌구먼.”

 

 

 

진용은 자신을 부른 신웅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들려오는 소리에 표정이 굳어졌다.

 

등골이 서늘한 기분!

 

‘살기?’

 

‘시르, 피해!’

 

찰나 간이었다.

 

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

 

진용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틀었다.

 

머리카락을 훑으며 스쳐 지나간 갈색 지팡이가 어깨를 때렸다.

 

퍽!

 

강렬한 충격!

 

‘흡!’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낼 시간도 없었다.

 

진용은 숨을 들이켜며 재빨리 오른손에 들린 망치로 지팡이를 휘어 감았다. 그런데 걸리는 것이 없다.

 

휘익! 그때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

 

본능적으로 바람이 갈라지는 곳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퍽!

 

다시 한번 어깨를 후려친 지팡이가 망치에 걸렸다.

 

순간, 이를 악다문 진용의 신형이 앉은 채 팽이처럼 휘돌았다.

 

“어엇!”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놀란 신웅이 지팡이를 잡아당겼다.

 

진용이 왼손을 뻗어서 지팡이의 끝을 잡고 마주 잡아당겼다.

 

신웅이 주르륵 끌려왔다.

 

미처 다음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었다. 모든 일은 찰나 간에 벌어졌다.

 

앉아 있던 진용의 신형이 잡아당긴 힘을 이용해 튕겨지며 신웅을 향해 덮쳐 갔다. 신웅의 놀라 홉떠진 눈이 코앞이다.

 

진용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마로 신웅의 이마를 받아버렸다.

 

쾅!

 

“꺼억!”

 

숨넘어가는 신음 소리와 함께 신웅의 몸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반사적으로 일어서는 신웅! 진용의 신형이 그를 향해 용수철처럼 튕겨졌다.

 

퍽! 진용의 어깨가 신웅의 가슴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허공으로 한 자가량 붕 뜬 신웅이 일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그때였다. 떼굴떼굴 굴러가는 신웅을 바라보던 진용이 다급히 소리쳤다.

 

“이런! 조심해!”

 

신웅이 굴러가는 곳은 하필 돌을 깎아낸 낭떠러지였다.

 

바닥에 온갖 잡석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버려져 있는 곳. 높이만도 십 장에 달했다. 

 

떨어지면 십중팔구 죽을 게 분명한 일.

 

진용은 황급히 몸을 날리며 신웅의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신웅이 죽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신이 살인자로 몰릴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은 절대 바라는 일이 아니다, 절대로!

 

간신히 지팡이의 끝이 손에 들어왔다.

 

그런데 신웅의 무게 때문인지 주르륵, 딸려갔다. 

 

다른 한 손을 재빨리 바위가 갈라진 틈에 박아 넣었다. 다행히 더 이상은 딸려가지 않았다.

 

그제야 진용은 낭떠러지 아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꽉 잡아요!”

 

본능인가? 신웅은 정신을 반쯤 잃은 채 구덩이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혼신을 다해 지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쳐들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절망의 눈빛이 간절함으로 떨리고 있었다.

 

“떨어지면 죽어요! 놓치면 안 돼!”

 

핏물 가득한 입을 연 그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사, 사…… 려줘…….”

 

벅벅, 석벽을 긁으며 부러진 손톱에선 핏물이 배어 나왔다.

 

안간힘을 다해 석벽을 기어오르려 했지만, 손에 잡히는 틈이 없었다.

 

생명줄은 오직 하나, 진용의 손에 잡힌 지팡이뿐.

 

끝내 신웅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입속에서 흘러나오는 핏물과 섞여 낭떠러지 아래로 흩날렸다.

 

“제바아…….”

 

진용은 그런 신웅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세르탄이 머릿속에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왜 저런 놈을 살려주려는 거야? 죽여 버려!’

 

‘저자가 죽으면 나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아무도 모를…….’

 

‘멍청하긴. 저기를 봐!’

 

진영이의 말에 세르탄의 목소리가 흐지부지 끊어졌다.

 

적어도 십여 명의 사람이 진용이 있는 중턱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들 중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신웅을 따르는 놈들도 제법 있으니까. 그러나 그래 봐야 기껏 서넛 정도.

 

하지만 진용이 손을 놓아버리면 저들은 모두 진용이 신웅을 죽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최악이었다.

 

“잡아당길 테니 꽉 잡아요!”

 

진용은 지팡이를 잡아당겨서 신웅의 몸을 끌어 올렸다.

 

비록 한 손이었지만, 신웅이 지팡이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힘든 일은 아니었다.

 

철푸덕! 

 

위로 올라오자 신웅은 그대로 드러누운 채 흐느꼈다.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

 

“우흑흑…….”

 

진용은 손에 들린 지팡이를 잠시 쳐다보았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부들부들 떨며 흐느끼는 그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 번만 더 엉뚱한 짓을 하면 그땐 정말 가만 안 둘 겁니다.”

 

“다시는……. 사려…… 줘서 고마……. 크흑…….”

 

아마 지금 같은 마음이라면 다시는 허튼짓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일.

 

진용은 일말의 미련조차 갖지 못하도록 손에 들린 지팡이를 움켜쥐고 힘을 주었다. 그러자 쇠에 비견될 정도로 단단하기 이를 데 없다는 침목 지팡이가 진용의 손 안에서 형편없이 부서져 버렸다.

 

우두둑!

 

부서진 지팡이를 신웅 앞에 던진 진용은 그의 가슴에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명심하세요. 다음에는 아저씨 목이 부서질지 모릅니다.”

 

 

 

그날 이후 신웅은 진용이 앞에서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게다가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안 구양 노인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 그리고 구양 노인의 한마디에 신웅은 진용의 손발이 되기로 했다.

 

“네놈은 앞으로 진용이를 윗사람으로 모셔라. 살려준 목숨값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다고 손해만 본 것은 아니었다. 구양 노인이 무공을 가르쳐 주기로 한 것이다.

 

“뛰어난 주인을 모시려면 그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유였다.

 

어쨌든 신웅과의 일이 있었음에도 진용의 생활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신웅에게 기습을 허용한 자신을 채찍질하며 수련에 더욱 열중했다.

 

어찌 생각하면 전화위복이었다. 

 

능력이 앞선다고 이기는 게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신웅 덕에 하나 배운 셈이 된 것이다.

 

사실 그날까지만 해도 어린 마음에 자만심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만일 신웅의 손에 지팡이가 아닌 검이 들려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한쪽 팔은 잘렸겠지? 아니, 그때 죽었을지도…….

 

그 생각만 하면 전신이 싸늘하게 식었다.

 

‘세르탄, 앞으로 너도 신경 좀 써.’

 

‘괜히 나만 갖고 그래…….’

 

 

 

진용의 천궁석산 생활은 완전히 수련에서 수련으로 끝나는 일상의 반복이 계속됐다.

 

그리고 마침내 구양 노인에게 천단심법과 기초적인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지 오 년, 천궁도에 들어온 지 육 년, 진용의 나이 열네 살이 되었다.

 

 

 

 

 

 

 

6장. 신수백타

 

 

 

 

 

1

 

 

 

 

 

하늘에 불이라도 붙은 것일까.

 

내리쬐는 태양빛에 대지가 벌겋게 달아오른다.

 

짐승들조차도 혀를 내밀고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는 유월의 정오 무렵, 천궁석산의 중턱에서는 돌을 쪼아대는 망치질 소리만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두 명이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백여 명이 쉼없이 망치질을 해대는 소리였다.

 

대여섯 명의 군병은 나른한 표정으로 어슬렁거리며 망치질 소리가 약해질 때마다 닦달하듯이 소리쳤다. 그럼에도 누구 한 사람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그저 망치질에만 정신을 쏟고 있을 뿐.

 

그런데 그렇게 망치질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땅! 땅! 땅!

 

한 손엔 망치, 한 손엔 정.

 

덩치로 봐선 잘해야 열댓 살 소년의 몸집이지만, 망치질만은 주위의 어떤 어른들보다도 더 정확하고 힘이 배어 있었다.

 

소년의 망치가 허공에서 내려쳐질 때마다 주먹만 한 돌덩이가 떨어져 나가고, 단순한 돌덩이가 서서히 사람의 형상이 갖추어 갔다.

 

여섯 자 크기의 석상, 소년이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일의 결과물이었다.

 

소년은 망치질을 시작한 지 정확히 반 시진이 되어서야 허리를 펴고 망치와 정을 손에서 놓았다. 그러자 주위의 사람들도 소년을 따라 허리를 펴고 몸을 일으켰다.

 

소년이 허리를 폈다는 것은 작업 시간인 반 시진이 지나고, 마침내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식사 시간이다! 삼각 후에 다시 일을 시작한다!”

 

석산 아래쪽에서 감독관의 식사 시간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은 오전 일과를 끝내고, 삼각 동안의 식사 시간을 즐기기 위해 우르르 그늘이 있는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던 자들 중 유난히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자가 소년을 향해 소리쳤다.

 

“고 공자, 안 내려갑니까요?”

 

“먼저 내려가세요.”

 

“그럼……. 헤헤헤.”

 

신웅이었다. 보복을 하려다 된통 당하고 목숨까지 구함받은 그는 진용을 주인처럼 따르고 있었다. 

 

더구나 구양 노인에게 몇 가지 권각술을 익히면서부터는, 그의 어두웠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자주 피어나고 있었다.

 

구양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의 자질이 생각보다 뛰어나서 어쩌면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상승무공을 익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마저 내려가자 석산의 중턱 작업장에는 천궁석산의 이대불가사의라 불리는 소년과 노인, 두 사람만이 뜨거운 햇볕 아래 남아 있을 뿐이었다.

 

무심한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본 소년, 진용이 소년답지 않게 고저가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뜨겁군요.”

 

구양 노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무심히 말했다.

 

“뜨거울수록 너에겐 이득이지.”

 

“그런가요? 겨울엔 차가울수록 이득, 여름엔 뜨거울수록 이득이란 말이죠?”

 

“너무 깊이 생각할 것 없다. 음과 양은 천지자연의 조화,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진용은 무심한 눈으로 구양 노인을 바라보았다.

 

성이 구양이라 해서 모두가 구양 노인이라 부르는 노인.

 

육 년 전 자신이 처음 석산에 왔을 때 만일 구양 노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구양 노인은 자신에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족, 할아버지가 되었다.

 

“벌써 육 년이 흘렀군요.”

 

“그래, 육 년이 되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용아야.”

 

“할아버지, 정말 이곳을 나갈 수 있을까요?”

 

“물론이다.”

 

진용은 깊어진 눈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머릿속이 정신없이 웅웅거렸다.

 

‘시르, 나가야 네 아버지를 찾아갈 것 아냐? 부탁을 들어준다고 해.’

 

‘시끄러!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냐.’

 

‘그럼 뭐가 문젠데?’

 

‘구양 할아버지의 일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거든.’

 

‘아직 말도 듣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지?’

 

‘그야… 감이지. 마계의 대전사에게도 없는 감!’

 

‘……썩을, 감은 무슨…….’

 

사실 일이 어렵고 쉽고는 문제가 아니었다. 구양 노인 덕분에 살 수 있었고, 살아온 자신이 아닌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 해도 못 들어줄 것이 없었다.

 

진용이 머뭇거리는 척을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 세르탄이 환타지의 나머지 기술을 가르쳐 준다면 한번 노력해 볼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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