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9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3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2화
192화 몰라 (1)
“크워훠헝!”
디리온 황제가 거대한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한 채 그레이트 홀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포효를 내질렀다.
귀족들은 심장이 떨려 제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위압적이었던 거대한 늑대의 몸은 흐릿해지더니 이내 연기처럼 흩어졌다.
후두두둑!
황제의 옷조각이 그제야 떨어져 내렸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렇게 말이다.
[…….]
귀족들이 입을 떡 벌린 채 서로의 얼굴과 빈 황좌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황제가 거대한 늑대로 변했다가 사라진 흔적이 바닥에 떨어졌으나,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다만, 이런 혼란한 와중에도 황좌 뒤의 시종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만히 서 있었다. 곤란하게 되었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기까지 하고 있었다.
“이거 재미없게 되었군.”
쓰게 웃으면서 황좌 주변에 흩어진 천 조각을 둘러보는 시종장.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황좌에 털썩 주저앉았다.
“무, 무엄하다!”
줄리앙 백작은 시종장의 오만방자한 행동에 버럭 고함을 질렀다.
“뭐가?”
시종장은 지친다는 얼굴로 줄리앙 백작에게 귀찮다는 투로 말했다.
“시종장 따위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썩 일어나지 못할까!”
얼굴이 시뻘겋게 변한 줄리앙 백작이 검지를 들어 시종장을 가리켰다.
“무엄한 놈!”
“당장 내려와서 무릎을 꿇고 빌지 못하겠는가!”
“근위기사들은 무엇을 하는가! 저놈을 끌어내리지 않고!”
.
.
.
뒤늦게 공포에서 벗어난 귀족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손가락질하면서 고함을 질러 댔다.
“네놈이 미쳤구나! 감히 거기가 어디라고 엉덩이를 들이대는 것인가!”
그레이트 홀의 출입문을 지키던 건장한 체구의 중년 기사가 롱소드를 뽑으면서 걸어갔다.
차앙!
근위기사단장인 ‘로랑 드 리샤르’는 냉기가 묻어날 듯한 얼굴로 황좌에 다가가 롱소드의 끝을 시종장에게 겨눴다.
“이래저래 일이 안 풀리는군.”
롱소드로 겨눴음에도 시종장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은가! 당장 일어지 않으면 베겠다!”
근위기사단장이 위협적으로 롱소드를 한차례 흔들었다.
황좌에 피가 튈 것을 염려해서, 곧바로 손을 쓰지 않고 위협하는 거였다.
툽!
근위기사단장이 한차례 위협을 가했으나, 시종장은 귀찮다는 얼굴로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롱소드의 끝을 잡았다.
“미친 것이냐!”
화가 난 근위기사단장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렇게 된 이상, 피가 묻어도 할 수 없겠어.’
감히 자신의 롱소드를 장난처럼 손가락으로 잡은 시종장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이미 황좌에 앉으면서 황궁의 권위를 실추시킨 놈에게 더 이상의 자비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심을 마친 근위기사단장이 롱소드를 앞으로 쭉 밀었다.
“……!”
하지만 그는 뜻을 관철시킬 수 없었다.
엄지와 검지만으로 붙잡힌 롱소드가 꼼짝도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마음을 가라앉힌 기사단장이 마나를 끌어올려 롱소드에 잔뜩 불어넣었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시종장의 손가락 따윈 마나 블레이드에 금세 터져 나갈 거라 믿었다.
츠즈증!
“……!”
그러나 기사단장은 또다시 놀라고 말았다.
상급 소드 익스퍼트의 끝을 바라보는 경지의 마나 블레이드를 일으켰으나, 시종장의 손가락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놈!”
“귀찮게 굴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무리겠지?”
롱소드를 쥐고서 낑낑대는 근위기사단장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시종장.
그렇지 않아도 머리 복잡해 죽겠는데 앞에서 깐족거리는 모습이 거슬렸다.
“우웃!”
시종장이 엄지와 검지로 잡은 롱소드를 잡아당기자, 근위기사단장이 당혹성을 흘리면서 힘없이 끌려갔다.
당황한 근위기사단장의 머리에 올려지는 손.
텁!
“으으으으… 으아아악!”
머리를 빠개지는 것 같은 고통에 근위기사단장이 비명을 질렀다.
[…….]
믿었던 근위기사단장이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자, 그레이트 홀의 귀족들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귀족들이 멍한 사이, 비명을 멈춘 근위기사단장은 롱소드를 검집에 밀어 넣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마치 시종장을 황제 대하듯 그렇게.
“후우… 시종장 놀이는 끝인가?”
한숨을 푹 내쉰 그는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우두둑! 우둑!
그의 몸에서 괴상한 소리가 나면서 왜소했던 체구가 커지고, 얼굴이 제멋대로 뒤틀렸다.
[…….]
귀족들은 기괴한 광경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소한 체구의 시종장이 몸집을 키우더니, 황제의 체형과 얼굴로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마, 말도 안 돼! 이건 악몽이야, 말이 안 되잖아!”
줄리앙 백작이 고개를 마구 휘저었다.
눈앞에서 근위기사단장이 태도를 바꾼 것은 물론이고, 시종장에 불과했던 인물이 황제의 모습으로 변신한 것까지…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사태에 그레이트 홀을 빠져나가려 몸을 돌리는 순간,
텁!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붙잡는 것에 기겁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줄리앙 백작은 머리에 파고드는 엄청난 고통을 버티지 못하고 목이 찢어지라 비명을 질렀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도움을 청하려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하지만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황제의 모습으로 변신한 시종장이 십여 명으로 늘어나 다른 귀족들의 머리를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줄리앙 백작이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상황을 이해하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무언가 터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다시 눈에 초점이 생겨나는 순간, 줄리앙 백작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귀족은 물론 경계 근무를 서던 근위기사까지 절대복종의 예를 취하면서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쳤다.
“…귀찮아, 정말 귀찮아.”
황제로 변신한 시종장이자 마계 서열 5위의 마르바스가 침음성을 흘렸다.
‘멍청한 자식… 겨우 인간의 기사 따위에 역소환 당하다니…….’
귀족과 근위기사들을 바라보면서 마르바스가 쓰게 입맛을 다셨다.
머리는 나빠도 전투력만큼은 마르바스도 인정하는 안드라스다. 그런데 황제의 역할을 수행하던 그의 애완견(?)이 역소환 당했다.
주인인 안드라스가 마계로 역소환 당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빌어먹을! 정말 귀찮게 되었어.”
마르바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크아아아! 내가, 내가…….”
가슴에 거대한 검날이 박힌 안드라스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나를 노려본다.
놈의 날개는 디바인 소드를 손에 쥐는 순간, 가장 먼저 노렸다. 위협적인 뿔 공격도 문제였지만, 고속 비행으로 이동하면 성가셨기 때문이었다.
맨손으로 공격하던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안드라스와 전혀 꿇리지 않고 싸울 수 있었으니까.
“꺼져버려, 새대가리 자식아!”
놈이 억울하다는 듯 투덜거리고 있지만, 패자의 옹알거림 따윈 상큼하게 무시한다.
디바인 소드의 손잡이를 움켜쥐고서 그대로 쳐올렸다.
콰두두두둑!
가슴에서부터 새대가리까지 반으로 가르면서 솟구치는 디바인 소드.
시퍼런 검강을 담은 디바인 소드가 안드라스의 몸을 간단히 두 쪽으로 갈라놓는다.
푸쉬쉬쉬…
머리를 가르기 무섭게, 안드라스의 전신에서 시커먼 기운이 뭉클뭉클 일어났다.
망할!
허무하다, 허무해!
누군 목숨 걸고 싸웠는데, 새대가리 자식은 그저 마계로 돌아간 것뿐이라는 게 억울하다.
폐허가 된 주변과 안드라스가 흘린 검붉은 피가 아니었다면 놈과 싸웠다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나 혼자 발광한 느낌이다.
“으응?”
안드라스를 처리하고서 주변을 살피다가 정신이 아득해져 오는 것 같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쿠궁!
무너지듯 주저앉는 바람에 둔탁한 굉음이 튀어나왔다. 왼손으로 이마를 움켜쥐는데, 현기증이 더욱 심해졌다.
눈을 질끈 감고서 머리를 흔들었다. 그제야 조금 머리가 맑아지는 듯하다.
“……!”
눈높이가 급격히 낮아진 것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강철 거인이 주저앉은 자세로 뒤에 있었다. 마왕의 기운이 사라져 분리된 것이 틀림없었다.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뭉개진 강철 거인의 모습. 안드라스와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리고 강철 거인의 어깨에 뭔가 이질적인 구조물이 매달린 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사이도 없이, 강철 거인의 몸에 변화가 일어났다.
철컹! 철컹, 철컹…
강철 거인이 금속성 굉음을 내면서 탑의 형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철탑의 형상으로 변했음에도 여기저기 망가지고 부서진 흔적은 고스란히 남았다.
드드드드드…
철탑의 형태로 바뀌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뇌전을 품은 공간이 열렸다.
거대한 철탑이 뇌전의 공간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경이로울 지경이다. 저런 엄청난 물건을 만든 세인트가 새삼 잘난 놈은 잘난 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위대하신 세인트 님이시여. 힘을 주소서!’라는 기분 더러운 주문을 외워야 한다는 건 다시 못할 짓이었지만 말이다.
“으하하하하! 윌슨 해냈구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세인트 녀석이 딱 그 짝이다.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날아와서는 목젖이 드러날 정도로 크게 웃는다.
“어때? 죽이지? 그렇지? 응! 끝내주지 않았어?”
세인트가 칭찬을 바라는 얼굴로 호들갑을 떨어댄다.
“너 이 자식! 어디 있다가 이제 기어 와!”
싸움이 다 끝난 다음에야 도착한 녀석에게 버럭 고함을 질렀다.
녀석이 곁에 있었더라면 강철 거인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실하게 물어볼 수 있었을 터였다. 마왕이 근처에 있어야만 강철 거인을 불러낼 수 있는 만큼, 조종하는 법을 숙련할 시간이 많지가 않다.
“워어! 진정해, 인마! 그 마법사 자식이 도망만 쳐 대는데 어떡해?”
세인트가 손바닥을 펼쳐 진정하라는 듯 행동했다.
“강철 거인한테 왜 검이 없는 거냐! 하마터면 죽을 뻔 했잖아!”
“없긴 왜 없어? 변신하면 등 뒤에 검이 생긴다고!”
세인트가 눈을 부라린다.
“…등?”
“그래, 인마!”
“…….”
아까 강철 거인이 앉아 있을 때, 등 뒤에 빼꼼 튀어나왔던 검 자루를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급격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등에 검이 매달려 있었는데, 검이 없다고 그렇게나 투덜거렸다니…
“어째서 검을 등에다가 장착한 건데!”
“하체의 균형이 중요하니까, 어쩔 수 없잖아! 설마 안드라스를 맨손으로 때려죽인 거냐?”
같이 고함을 지르던 세인트가 놀란 얼굴로 묻는다.
“디바인 소드를 사용했다. 근데 등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구!”
억울해서 구시렁거렸다.
안드라스와 싸우는 동안에 검날이 등에 부닥치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강철 거인과 분리되었을 때 내 눈으로 거대한 검 손잡이를 봤기에 완전히 부정할 순 없었다.
“어쩐지… 너도 참 생각 없다, 윌슨. 원하는 무기를 떠올리면 몸체를 구성하는 금속이 알아서 반응하는 구조야. 그런 것도 몰랐냐?”
“말도 안 해 줬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에이 씨…….”
기분이 나빠서 녀석에게 눈을 흘겼다.
마왕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등 뒤까지 신경 쓸 사람이 몇이나 돼?
초보 사용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불친절함이었다.
우우웅! 우우웅!
“인마! 그러니까 처음에 가이드를 다 들었으면 좋았잖아! 에이 씨! 누가 또 통신질이야.”
세인트가 눈살을 찌푸리고는 품속에 손을 넣어 수정구를 꺼냈다.
―세인트 경! 듀카스요! 아이언 백작은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있겠소?
통신이 연결되기가 무섭게 듀카스 대공의 음성이 튀어나왔다.
아련하게 인간의 비명과 험악한 욕설이 뒤섞여 들려온다. 퇴각하는 프레하 제국군을 추격하는 게 틀림없다.
“총사령관 각하! 저는 무사합니다.”
―오, 오! 무사했군! 다항이야! 정말 다행일세. 그 괴물을 해치웠다는 것인가?
“마왕이었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어영부영 마왕을 괴물 정도로 취급하는 듀카스 대공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훌륭해! 대단하군, 아이언 백작!
희열이 느껴지는 그의 음성에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지하의 병력을 이끌고 슬런더 요새를 공략해 주게. 이건 절호의 기회일세.
“…알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이 아저씨, 마왕을 동네에 어슬렁거리는 똥개쯤으로 생각하는 거야, 뭐야?
그래, 까라면 깐다.
이게 군바리의 숙명인 것을…
쓰게 입맛을 다시는데, 세인트가 어깨를 툭툭 친다.
“왜?”
“저 자식들 덤비려는 모양인데?”
세인트가 턱짓으로 가리키는 방향에는, 이제껏 안드라스의 기운에 짓눌려 있던 흑기사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