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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4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0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14화

 

14화

 

 

 

 

 

 

 

손이 어른의 손처럼 커서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손가락도 어른들보다 더 굵었다.

 

진용의 손을 보고 구양 노인은 수련으로 인해 그런 것으로 생각하지만 진실은 따로 있었다.

 

진용의 손가락이 남보다 굵은 것은 바로 환상타공지를 익혔기 때문이다. 세르탄의 말에 의하면 손은 더 커질 거라고 했다. 나중에는 다시 작아진다는데, 그것은 두고 볼 일이다.

 

‘쳇! 실력이 느는 것은 좋은데 너무 굵어서 보기가 싫잖아.’

 

진용이 투덜거리자 세르탄이 말했다.

 

‘손가락 굵다고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뭐. 똥 굵게 싼다고 뭐라 하는 사람 없듯이 말이지.’

 

‘그 거하고 그 거하고 같아? 멍청하긴.’

 

‘……그럼, 틀려?’

 

-싸봤어야 알지.

 

 

 

진용은 구양 노인에게 자신의 이상하게 높아진 내공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양 노인도 진맥을 해보더니 진용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놀라서 물었다.

 

“맙소사! 어찌 된 것이냐? 네 기운이 족히 삼십 년 이상을 수련한 정도라니?”

 

진용은 설명하기가 난감했다. 별 수 없이 대충 둘러댔다.

 

“저…… 제가 어릴 적 아버지가 가지고 계시던 이상한 것을 먹은 적이 있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요?”

 

“이상한 것?”

 

“예, 꼭 사람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것 때문에 뜨거운 기운이 가슴에 뭉친 적이 있어요.”

 

팔각패에 사람의 얼굴, 아니 마족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으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런데 그의 말을 듣고 구양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헛! 혹시 인형설삼을 네가 먹었단 말이냐?”

 

“잘은 모르겠어요.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웬 인형설삼? 그게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잘 모르지만 무조건 아니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마계의 대전사라는 떠버리가 봉인 되어 있던 마령석의 기운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도 없는 일. 차라리 인형설삼을 먹은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거 같기도 한데……. 그런데 저…… 인형설삼을 먹으면 내공이 강해지나요?”

 

“허! 네가 기연을 얻었구나. 참으로 아깝다. 내가 내공만 제대로 쓸 수 있어도 너의 혈맥에 남은 기운을 모조리 끌어낼 수 있을 텐데.”

 

“어쩔 수 없죠. 이 정도만 해도 어딘데요.”

 

“하기야 이 정도만 해도 기연 중에 기연이다만…….”

 

결국 모든 것은 인형설삼의 탓으로 돌아갔다. 머릿속에서 세르탄이 난리를 치든가 말든가.

 

‘시르! 내가 왜 그런 시답잖은 영약 덩어리로 취급되어야 하는 거야?’

 

‘입 다물고 있어. 그럼 마계의 떠버리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길 해야 하는데, 그럼 구양 할아버지가 믿어줄 것 같아?’

 

‘그거야 그렇지만…….’

 

 

 

진용의 내공이 삼십 년을 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구양 노인은 천단심법의 하편을 진용에게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천단심법이 아무리 사문의 기본 무공이라지만 결코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안 되는 무공이었다. 특히 하편은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진용에게도 약속을 받아내기 전에는 중편까지만 가르칠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문이고 뭐고 간에 누가 있어야 이을 게 아니겠는가? 더구나 이렇게 뛰어난 자질을 지닌 아이를 놔두고 어디 가서 후계자를 찾는단 말인가?

 

“잘 들어라. 하편은 천단심법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하편 때문에 천단심법이 이 할아버지 사문의 삼대무공 중 하나로 불리는 것이다.”

 

진용은 구양 노인의 암송을 한 자라도 놓칠까 봐 정신을 집중했다. 

 

구양 노인이 전해준 천단심법의 하편은 기의 운용법에 관한 것이었다. 

 

간단히 말해 내공을 밖으로 표출하거나, 내부의 기를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방법. 천단심법의 하편이야말로 진짜 무공다운 무공이었다.

 

진용은 구결을 완전히 외우자 기의 운용에 대한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힘든 부분에 부딪치면 구양 노인에게 물어보면서.

 

 

 

그렇게 기의 운용에 대한 방법을 수련한 지 육 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그때부터 진용에게는 하나의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황궁의 의뢰로 해석한 고대 문자, 진용이 외우고만 있던 그 문자의 본뜻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맙소사!

 

처음에 해석한 금판의 내용은 하나의 구결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구결이 아닌, 너무도 무섭고 두려운 마공의 구결.

 

정확한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굳이 구결에서 이름을 딴다면 ‘건곤흡정진혼결(乾坤吸精鎭魂訣)’이라 부를 수 있었다.

 

하늘과 땅의 정기를 흡수하고 혼을 다스리는 구결.

 

그 내용이 어찌나 기괴하고 사악한지 오죽하면 진용이 알아낸 약간의 내용만으로도 세르탄이 놀랄 정도다.

 

‘흐아! 이거 제대로 이용하면 진짜 엄청난 악마의 능력이다. 우리 마계에서도 이렇게 사악한 능력을 지닌 마족은 별로 없는데……. 좌우간 인간이 더 지독하다니까.’

 

‘있기는 있다는 말이군.’

 

‘그거야…… 마계니까.’

 

보름달이니까 밝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두 번째 해석한 석판의 내용은 마결로 얻은 내공을 이용해서 펼치는 운용결이었다.

 

진용의 고민은 날이 갈수록 더 커져 갔다. 

 

진용이 고민하는 점은 그 구결이 엄청난 위력을 지녔다거나 사악해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런 마공을 원했던 자들이 그 마공을 해석한 아버지를 결코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아버지!’ 

 

괜히 그 내용을 떠올렸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잊고 지낼 것을. 그랬으면 이렇게 걱정으로 가슴이 탈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제발 제가 갈 때까지 무사하셔야 해요!’

 

 

 

고대 문자가 뜻하는 바를 안 그날부터 진용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구양 노인은 그런 진용을 보며 의아해했지만 단순히 진용이 오랜 유배 생활에 지쳐서일 거라 생각했다. 누구라도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구양 노인은 잡념을 없앤다는 이유로 진용을 더욱 혹독하니 몰아붙였다. 진용도 구양 노인의 가르침을 따라 무공 연마에 더욱 매달렸다.

 

심지어 일을 하는 과정도 매사가 수련과 연결되었다.

 

망치질도 그렇고, 망치질을 하기 위한 자세도 그러했다. 모든 행동에 기의 운용결을 접목하다 보니 모든 일이 수련의 연속이었다.

 

그럴수록 마령석과 봉인의 힘은 조금씩 조금씩 진용의 몸에 흡수가 되고, 본래의 순수했던 성격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이하게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세르탄이 무슨 생각에선지 넌지시 진용에게 말했다.

 

‘시르.’

 

‘왜.’

 

‘그…… 건곤 뭐시긴가 하는 거, 너도 익혀라.’

 

‘뭐? 미쳤어?’

 

‘어쩌면 하늘 아래 너보다 그 무공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

 

‘뭐, 뭐야? 그러니까 내가 악마가 될 놈이다, 이거야?’

 

‘그게 아니고……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네가 그걸 익히면 마령석과 봉인의 마력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 게다가 마법을 펼칠 기를 모으기에는 그만한 무공이 없을 것 같거든. 안 그래?’

 

진용은 더 이상 세르탄을 다그치지 않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마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한순간에 엄청난 기를 모아 공식에 따라 배열을 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내공을 외부로 뿜어내 대자연의 기를 대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전에 모인 내공은 무한한 것이 아니니까.

 

그러니 대자연의 정기를 흡수하는 건곤흡정진혼결이야말로 마법과는 최고로 궁합이 잘 맞는다 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 마결의 운용결에 따르면, 건곤흡정진혼결로 모인 기운은 꼭 단전이 아니더라도 펼친 사람이 임의의 장소에 따로 모을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중단전이라 할 수 있는 심장과 상단전이라 할 수 있는 머리 쪽에.

 

마법을 펼칠 때 기운이 휘도는 중심이 바로 심장이다. 심장에서 공식의 배열이 몇 번 겹치느냐에 따라 그 위력은 천지 차이다.

 

그러니 심장에 내공을 모을 수만 있다면 진용의 마법은 훨씬 빠르게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악마의 무공을 익혀?’

 

‘왜 못 익혀? 그걸 익혔다고 해서 꼭 인간의 정(精)만을 흡취하란 법도 없는데.’

 

‘……?’

 

생각해 보니 세르탄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사실 흡정마결이라 생각하니 악마의 무공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무공의 장점이 눈에 띄었다.

 

건곤흡정진혼결이라는 이름대로 건곤, 즉 음과 양의 기운을 흡수할 수가 있는 무공이 아닌가 말이다. 마법을 펼치기 위해선 그야말로 최상의 무공.

 

그래도 께름칙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진용이 망설이고 있는데, 세르탄이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걸 익히면 내 능력 중 뇌전의 능력을 익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뭐? 뇌전의 능력?’

 

‘어? 어…… 그런 게 있어.’

 

‘자세히 말해 봐.’

 

‘그게…… 뇌전의 능력은 음과 양을 한꺼번에 쏟아내야 하거든. 쉽게 말해서 음과 양의 기운이 실린 손바닥을 부딪치는 것과 비슷해. 그럼 번개가 발생하지.’

 

‘그래? 그러니까, 내가 그걸 익히면 뇌전의 능력을 가르쳐 준다는 거지? 그럼 한 번 생각해 봐야겠는데?’

 

세르탄이 무슨 소리냐는 듯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엉? 누가 가르쳐 준다고 했어? 그렇다는 것이지…….’

 

‘그게 가르쳐 준다는 말이지 뭐야! 아무리 떠버리라도 한 번 말한 것은 지켜야지! 좌우간 나도 생각해 볼 테니까 그렇게 알아.’

 

‘아, 안 되는데…….’

 

‘안 되면 되게 해! 뭐, 간단하네. 그리고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있잖아? 적을 알기 위해서라도 세르탄의 의견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해.’

 

‘아버지한테 혼나는데…….’

 

‘쫓겨난 주제에 혼나는 게 무섭다고? 말이 많은 것까지는 좋은데, 헛소리는 하지 마.’

 

‘……진짜야. 마계의 십대능력은 외부에 누출하면 안 되거든. 그리고 지금의 네 능력으로는 배울 수도 없어. 아마 심장이 타서 죽을걸?’

 

세르탄이 뒤로 뺄수록 진용의 마음은 더욱 굳어져만 갔다.

 

지금은 능력이 없어서 안 되지만, 능력만 되면 배울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더구나 마계의 십대능력? 이게 웬 떡이람!

 

‘그럼 열심히 능력을 키워야겠군. 삼 년만 기다려, 세르탄.’

 

 

 

 

 

4

 

 

 

 

 

석 달이 지난 후.

 

눈보라가 기승을 부려 외부의 작업을 할 수 없게 된 어느 겨울 날. 진용은 석동의 한쪽 구석에서 석제품을 손질하고 있는 구양 노인에게 건곤흡정진혼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흡정과 진혼에 대한 이야기는 감추고, 오직 건곤의 구결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기로 했다. 

 

삼 개월 동안 세르탄과 연구한 결과, 건곤과 흡정과 진혼을 따로 떼어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기에 말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구양 노인은 진용의 이야기를 듣고 해연히 놀랐다.

 

“그래? 어디 구결을 말해보아라.”

 

“예, 할아버지.”

 

“굳이 다 말할 것은 없다. 그 무공을 파악할 수 있는 정도면 되니 일부분만 말해라.”

 

‘후우, 그러면야 저도 좋죠.’

 

속으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구양 노인의 말에 따라 전체 구결 중 일 할 정도의 구결을 말해줬다. 

 

구결을 들은 구양 노인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몇 구절만으로 그 무공의 뛰어남을 알 수 있겠구나. 그러나 너무 패도적인데다, 뭔가 알 수 없는 괴이한 느낌이 드니 익히는데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저…… 천단심법을 익혔는데 이것을 익혀도 괜찮을까요?”

 

“천단심법이 본 문의 삼대무공 중 하나로 불리는 것은 그 심오함 때문만이 아니다. 천단심법은 다른 무공과 융화되기가 쉬우면서도 기초를 잡는데 그 어떤 무공보다 나은 면이 있단다. 그래서 그 본신의 위력이 약한데도 삼대무공으로 불리는 것이다.”

 

“아! 그럼 같이 익혀도 괜찮겠군요.”

 

“그래, 매우 뛰어난 무공인 것 같으니 열심히 익혀라.”

 

“예, 할아버지.”

 

 

 

그날 이후 진용은 새벽부터 동이 틀 때까지는 음의 기운을, 한낮에는 일을 하면서 양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천단심법으로 두 가지 기운을 순화시켰다.

 

비록 흡수되는 기운은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처럼 미미할 뿐이었지만, 진용은 실망하지 않았다.

 

자신이 작업을 하며 치워놓은 돌가루가 이제는 자기 키보다 더 깊은 구덩이를 거의 메울 만큼 쌓여 있다. 

 

구양 노인이 작업할 때 나온 폐석은 돌을 캐낸 오 장 깊이의 거대한 구덩이를 다 메워 버릴 정도다. 

 

결국 먼지 같은 기운도 모이고 모이면 그리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먼지 한 톨의 크기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5

 

 

 

 

 

세월은 흐르는 바람처럼 머물지 않고 지나간다.

 

어느덧 태양 아래 앉아 있으면 나른해지는 봄이 되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석산의 중턱 한쪽 구석, 진용이 거의 작업이 끝나가는 석상 하나를 붙잡고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사흘간에 걸친 작업의 마무리였기에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지난 사흘간의 고생이 공염불이 될 터였다.

 

그가 섬세하게 돌을 쳐내는데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 공자, 뭐 하나?”

 

“오늘 이거 마무리 지어야죠.”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진용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누군지 알기 때문이었다. 

 

우렁우렁한 목소리, 신털보였다.

 

신털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하는 진용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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