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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3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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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13화

 

13화

 

 

 

 

 

 

 

“어려운 일이겠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아니면 일 년이 지난 이제야 그런 말을 하실 리가 없잖아요.”

 

구양 노인은 물끄러미 진용을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조금 어려운 일이다. 우선 밖으로 나가는 것부터가 쉽지 않을 테니까.”

 

진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그 말인 즉 천궁도 나가야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물론 당장 답을 바라지는 않겠다.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어쨌든 네가 무공을 배우겠다면 기초적인 것을 가르쳐 주마. 그리고 오 년의 기한을 줄 테니 그때까지 마음의 결정을 해라.”

 

“오 년이나요?”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야 너의 몸도, 정신도 성숙해질 테니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아니겠느냐? 게다가 현재 너의 몸 상태는 나의 본신 무공을 익히기에 어림도 없다. 어쩌면 오 년도 그리 충분한 시간이 아닐지 모르지…….”

 

진용은 정신을 가다듬고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의 경험으로도 이곳에서 그나마 오래 산 사람들은 대부분이 젊었을 때 육체적인 단련을 한 사람들이었다. 개중에는 무사였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면 모두가 일류고수 아니었던 사람이 없다. 물론 대부분이 다 뻥이었지만.

 

어쨌든 무공을 익힌다면 이곳에서 견디기에 훨씬 나을 것이다. 오래 견뎌야 무슨 수를 내도 낼 것이 아니겠는가.

 

“좋아요. 할아버지 말에 따를게요.”

 

 

 

* * *

 

 

 

신털보는 이틀이 지나서야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몸이 나아졌다.

 

진용은 구양 노인을 따라 일터로 가던 중 저만치 신털보가 보이자 지나가듯이 물어봤다.

 

“아저씨, 몸은 좀 괜찮아졌어요?”

 

신털보는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날 일 이후로 진용을 귀신 보듯 무서워했다. 진용이 옆에 가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할 정도였다. 비록 눈빛의 깊은 곳에선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지만.

 

어쨌든 진용은 그걸 보고 세상을 좀 더 편히 살아가는 방법을 한 가지 깨달았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힘에는 힘으로!

 

 

 

 

 

2

 

 

 

 

 

구양 노인이 무공을 가르쳐 주기로 한 때부터 진용이 하는 일도 조금씩 바뀌어갔다.

 

일단은 파석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번씩 칠 때마다 결을 찾아 쳐야 한다. 결을 찾지 못하면 힘만 들고 그 충격에 몸이 골병든다.”

 

결을 찾는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일 년간 지켜봐 왔지만 막상 직접 돌을 다스리려니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거운 망치를 십여 번 내려치다 보면 팔이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그런 진용을 지켜본 지 열흘, 마침내 구양 노인은 전에 말한 대로 자신의 내공심법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천단심법(天端心法)의 상편.

 

구양 노인의 사문에 단 하나 있는 심법으로 무공이라기보다는 선단법(仙丹法)에 가까웠다. 

 

구양 노인의 말에 의하면, 흐트러진 기운을 바로잡는 데도 뛰어나지만 육체적인 수련을 위해서도 매우 뛰어난 심법이라 했다.

 

“호흡과 망치질을 일치시켜라. 망치를 들 때 호흡을 들이켜고, 내려칠 때는 호흡을 멈춰라. 그러면서 차츰 호흡의 주기를 늘려라. 한 번 들이켜면 열 번은 내려칠 수 있어야 한다. 규칙적으로, 일정한 운율에 맞춰 망치질을 해라.”

 

처음에는 주저앉다시피 한 채 망치질을 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자, 구양 노인은 진용이에게 발바닥의 뒤꿈치를 세우고 앞부분으로만 앉아서 망치질을 하게 했다.

 

“언제, 어느 때고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균형이 흐트러지면 그 어떤 무공도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밤에는 석벽에 구멍을 뚫어놓고 손가락만으로 매달려 손가락과 팔의 힘을 키웠다.

 

처음에는 매달려 있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끊어질 것처럼 아파서 이를 악물고 견뎌야만 했다. 천단심법이 아니었다면, 세르탄에게 배운 환상타공지(幻想打空指)가 아니었다면 힘이 배로 더 들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열흘이 지났다. 힘든 수련의 나날이 살처럼 흐른다. 단조롭다 보니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다. 

 

구양 노인은 닦달하지 않았다. 할 필요도 없었고. 진용은 하루도 멈추지 않았고, 오히려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며 잠도 줄이고 수련에 열중할 정도였으니까.

 

결국에는 너무 무리한다 싶어 구양 노인이 넌지시 말려야만 했다. 

 

그렇게 지쳐서 잠이 들면 구양 노인이 온화한 눈빛으로 진용을 바라보며 전신을 주물러 줬다, 뜻 모를 말을 이사이로 흘리며.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나.”

 

 

 

혹사시키다시피 수련을 한 지 두 달이 되자 손가락과 팔에 힘이 붙었다. 이제는 열 손가락으로 매달려서 몸을 삼십여 회 정도는 끌어 올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진용은 차츰차츰 손가락을 하나씩 줄여갔다.

 

 

 

 

 

3

 

 

 

 

 

일 년이 지나자, 진용은 두 손가락만으로 매달려서 몸을 끌어 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구양 노인은 진용의 다리에 자그마한 철환을 매달았다. 날이 갈수록 철환의 무게는 늘어만 갔다.

 

그렇게 끊임없이 천단심법을 운용하며 육체의 단련을 시작한 지 이 년, 진용은 발가락 끝으로 서서 하루 종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손가락 세 개만을 이용해서 망치질을 하는 데도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진용이 손가락 세 개만 이용해서 망치질을 하자 별 희한한 꼴 다 본다는 듯 말했다.

 

“진용아, 그렇게 하면 힘 안 드냐?”

 

그들도 진용이 구양 노인에게서 무공을 배운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이었다.

 

“나중에는 두 손가락으로 해야 한다는데요. 뭐, 이 정도야 참아야죠.”

 

“두, 두 손가락?”

 

두 손가락으로 망치질을 해야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앞 이빨이 다 빠져 합죽이라 불리는 사람은 자신도 할 수 있다며 세 손가락으로 망치질을 하다가 망치를 멀찌감치 날려 버리기까지 했다. 날아온 망치에 하마터면 머리가 깨질 뻔한 곰보가 빽 소리를 질렀다.

 

“지랄하네. 뭐? 니가 왕년에 고수였어? 진용이보다 망치질도 못하는 놈이?”

 

“지미! 그러는 너는! 뭐라고? 남해를 주름잡는 해적왕이었어? 조까고 자빠졌네! 저번에 보니까 헤엄도 못 치드만!”

 

“이 씨앙 놈아! 해적이 꼭 헤엄 잘 치라는 법 있냐? 있어?”

 

두 사람이 으르렁거리자 진용이 나섰다.

 

“저도 이렇게 하려고 이 년이나 연습했어요. 아마 합죽이아저씨는 한 달이면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곰보아저씨야 다리를 다쳐서 헤엄을 못 치는 거잖아요. 서로 이해하세요.”

 

곰보가 할 수 없어 참는 것처럼 홱 돌아섰다.

 

“에이! 오늘 저 합죽이 남은 이빨을 다 깨뜨려 버렸어야 하는데, 내가 진용이 봐서 참는다.”

 

“흥! 다리 다친 놈이 저뿐이간? 광씨는 두 다리 다 다쳤는데도 헤엄만 잘 치더만.”

 

“뭐여? 니가 나 다리 다친 데 보태준 거 있냐? 이 이빨 빠진 개새끼가!”

 

“니기미! 아나! 내 이빨 깨봐라, 곰보새끼야!”

 

눈에 쌍심지를 켜고 으르렁거리는 것이 금방이라도 싸울 것만 같다. 진용은 황급히 손을 내밀어 두 사람을 떼어놓았다.

 

“참으시라니까요.”

 

두 사람은 얼굴이 붉어진 채 씩씩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본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진용의 힘에 밀린 것이다.

 

사실, 얼굴이 붉어진 것 또한 그 때문이었다.

 

‘꼬마한테 밀리다니, 이거 쪽팔려서 원!’

 

‘뭔 꼬마새끼가 이렇게 힘이 세?’

 

아무리 자신들이 저항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제 겨우 열 살짜리에게 밀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단순히 요령이 있어서 세 손가락으로 망치질을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두 사람은 질린 눈으로 슬쩍 진용을 돌아보았다.

 

괴물 같은 놈!

 

말없이 망치질만 하고 있던 구양 노인이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그만 하게. 내일부터 운반조에서 일하고 싶은가?”

 

두 사람은 그러잖아도 이미 싸울 생각이 싹 달아난 터였다. 그러던 차에 구양 노인의 말마저 들리자 고양이 앞에 쥐새끼처럼 찍소리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구양 노인은 간단하게 두 사람을 쥐새끼로 만들어 버리고는 은근히 놀란 눈으로 진용을 바라보았다.

 

빨라도 너무나 빠르다. 자신의 계획을 전부 백지화시키고 다시 짜야 할 정도다. 

 

아무리 단순한 육체적 수련이라지만 최소 오 년을 예상했는데, 단 이 년 만에 성과를 보이다니.

 

분명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아니, 너무 좋은 결과라 엉뚱한 걱정이 될 정도였다.

 

‘다음 단계를 시작해도 될 것 같군. 그런데 이러다 십 년도 안 돼서 밑천 드러나는 거 아닌지 모르겠… 음? 내가 무슨 생각을… 허허, 뛰어난 제자를 둔 스승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구나. 그렇다고 억지로 성취를 늦출 수도 없으니…….’

 

 

 

다음 날부터 구양 노인은 진용이에게 천단심법의 중편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중편은 단순히 육체의 단련이 아닌 내공을 키우는 법이다. 그러니 더욱 어렵고 성취가 느릴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하는 만큼 그 대가도 클 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예, 할아버지.”

 

하지만 구양 노인으로서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진용의 빠른 성취는 자질이나 천단심법의 영향도 있었지만, 결코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동안 잠들어 있던 마령석의 기운과 봉인의 마력이 육체적인 자극과 천단심법의 운용으로 인해서 조금씩 진용의 혈맥에 녹아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빠른 성취에 만족한 진용은 천단심법의 수련에 모든 힘을 기울였다.

 

그럴수록 혈맥에 녹아 들어간 기운은 전신 근육과 힘줄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나중에는 천단심법의 운용법에 따라 기해에 모여들었다.

 

족히 이십 년 이상을 수련해야 얻을 수 있는 기운이 단 이 년 몇 개월 사이에 기해혈로 모여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운은 비정상적으로 모인 터라 깊이 침잠된 채 활성화가 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진용이도, 구양 노인도 기운의 크기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본인조차 모르는 사이, 진용의 내부에 도사린 기운은 점점 커져만 갔다.

 

 

 

진용이 자신의 내부에 똬리를 튼 기운의 크기를 알아차린 것은 천단심법의 중편을 수련한 지 일 년, 천궁석산에 들어온 지 사 년이 되던 해였다.

 

진용의 본신내공이 조금씩 커지자, 마침내 잠들어 있던 기운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신내공과 융화되었다.

 

운기를 하던 진용은 강력한 기운에 깜짝 놀라서 급히 진기의 운행을 멈추었다.

 

‘시르, 왜 그래?’

 

‘어, 며칠 전부터 생각보다 강한 기운이 움직이는 것 같아서. 혹시 세르탄은 그게 뭔지 알아?’

 

‘뭘?’

 

‘내 몸속의 이상한 기운.’

 

‘그거? 마령석의 기운하고 봉인의 마력이 조금 녹은 거잖아.’

 

진용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세르탄이 의아한 투로 다시 물었다.

 

‘엉? 그럼 시르는 몰랐어?’

 

‘……알고 있었으면 말을 해줘야지!’

 

‘나는 시르도 아는 줄 알았지. 설마 똑똑한 시르가 그것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야?’

 

왠지 오랜만에 한 건 잡았다는 듯 비꼬는 말투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모른 자신이 한심할 뿐. 

 

자신의 내부에서 벌어진 일을 자신이 모르다니.

 

‘그럼 그것 때문에 마법이나 세르탄에게 배운 능력도 덩달아 는 거야?’

 

‘당연하지!’

 

‘그럼 네가 천재 중의 천재라서 그런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동안 세르탄에게 환상타공지(幻想打空指), 일명 환타지(幻打指)의 다섯 가지 능력 중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공간을 점해 상대를 공격하는 타공지. 또 다른 한 가지는 손가락을 강화시켜 도검조차 부숴 버릴 수 있는 파공지.

 

그리고 마법이 이단의 벽을 넘어 삼단에 다가가고 있었다.

 

마법이 늘면서 진용은 써클이라는 말이 어색해 단(段)으로 바꿔 불렀다. 세르탄이 유치하다고 하든가 말든가.

 

또한 라이트는 광마법(光魔法), 플라이는 비마법(飛魔法)이라 불렀다.

 

그러면서도 사실 조금은 의아했었다. 대자연의 기가 약한 것에 비하면 마법이 너무 빨리 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세르탄도 하나의 단계를 넘는 데 십 년은 더 걸릴 거라 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보니 내부의 기운이 대자연의 기를 대신하고 있었던가 보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깨우침이었다.

 

‘잘하면 마법을 생각보다 높은 경지까지 익힐 수 있겠는걸? 안 그래, 세르탄?’

 

‘그러게. 이곳의 기 분포도를 봐서는 잘해야 사 서클 정도라 생각했었는데…….’

 

‘좋아! 한번 해보자구! 어디까지 익힐 수 있는지.’

 

진용은 불끈 주먹을 움켜쥐다가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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