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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12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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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마법서생 12화

 

12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진용은 구양 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들을 수 있었다. 천궁석산의 죄수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를. 

 

어린 진용은 그 이야기를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천궁도의 도주들은 지위가 천부장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들은 천궁도에 부임하는 것을 좌천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신임 도주가 된 사람들은 누구나, 부임해 오면 전임자에게 반드시 듣는 말이 있었다.

 

 

 

“구양 노인의 비위를 거스르지 마라, 당신이 천궁도를 빨리 떠나고 싶다면.”

 

 

 

그런 말이 나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구양 노인의 조각 솜씨는 천궁도 제일이었다. 심지어 중원에서도 구양 노인만큼 좋은 솜씨를 가진 석공이 없을 거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구양 노인이 만든 석제품은 모두 황실로 들어간다고 했다.

 

그런데 십여 년 전의 일이다.

 

힘으로 구양 노인을 누르려는 도주가 있었다. 그는 전임 도주들이 다 쓸개 빠진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했다.

 

 

 

“두들겨 패면 될 일을 비위나 맞추다니, 자존심도 없는 놈들!”

 

 

 

그러나 그 도주는 구양 노인이 반발하며 열흘간 일을 안 하는 바람에, 결국 새로운 전임지 대신 삼 년을 더 돌산밖에 없는 천궁도에서 보내라는 첩지를 받아야만 했다.

 

황실에 들어가기로 예정된 물건이 세 개 모자라단 이유로.

 

당연히 그는 참지 못했다. 구양 노인을 잡아들이기 위해 군사들을 구양 노인의 거처에 보냈다.

 

“모가지를 묶어서 끌고 와!”

 

하지만 순순히 잡혀줄 구양 노인이 아니었다.

 

거꾸로 구양 노인은 자신을 잡으러 온 열 명의 군병을 때려눕히고 그 길로 도주를 찾아갔다.

 

그리고 수십 명의 군병에게 둘러싸인 도주 앞에서 물푸레나무로 만든 오리알 굵기의 창대를 대나무젓가락 부러뜨리듯 뚝 분지르고는 말했다.

 

“나를 가두기 위해선 천궁도의 일백 군병을 모조리 동원해야 할 거외다. 그리고 그중 최소한 반을 잃어야 할 거요. 그러면 나를 죽이든, 가두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도주는 군병을 잃었단 죄목으로 나와 같은 죄수 신분이 되어 천궁도에서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할 터!”

 

벌떡 일어선 도주가 구양 노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이, 이, 이… 네놈이 감히 나를 협박하는 것이더냐?”

 

쾅!

 

부러진 창대가 돌로 된 바닥에 꽂혔다. 구양 노인이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협박이라 해도 좋소. 선택을 하시오! 죄수가 되겠소, 영전을 하겠소!”

 

해쓱하니 질린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던 도주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여, 영전?”

 

“그렇소! 오늘의 일을 없었던 일로 한다면, 나는 내일도 똑같이 일을 할 것이고, 도주는 삼 년 후에 영전되어 섬을 떠날 수 있을 것이오. 어찌하겠소?”

 

도주는 다른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죄수와 영전, 노인 하나를 죽이고자 영전을 놔두고 죄수가 될 수가 없는 일 아닌가? 철천지원수가 아닌 다음에야.

 

게다가 싸움이 벌어지면 이 자리서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그는 머리를 조아려 구양 노인에게 사정을 하고서야 구양 노인의 화를 풀 수 있었다.

 

그리고 삼 년 후, 그는 겨우 천궁도를 벗어났다.

 

그 이후로는 어떤 도주도 구양 노인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구양 노인이 석산을 벗어나려 하지만 않는다면.

 

 

 

 

 

 

 

 

 

5장. 초현

 

 

 

 

 

1

 

 

 

 

 

계절은 야속할 정도로 빠르게 흘러갔다.

 

여름 무더위가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더니 어느새 찬바람이 옷깃 사이를 스며든다.

 

진용의 아버지를 걱정하는 마음도 세월이 지나며 가슴 깊이 묻혀 버렸다.

 

아버지를 잊어서가 아니다. 잊을 게 따로 있지 어떻게 아버지를 잊을 수 있단 말인가!

 

진용이 그리한 이유는, 구양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옳다는 것을 그 자신부터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아야, 네가 아버지 생각에 몸을 상하면 너와 네 아버지와의 거리는 더욱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잊으라는 것이 아니란다. 그저 나중에, 네가 어느 정도 너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을 때까지만 묻어두어라.”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구양 노인이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세르탄의 잔소리가 없었다면 아마도 진용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버렸을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가슴속 깊이 묻어둔 이후로 진용의 얼굴은 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밝은 햇살을 받으며 천궁도의 통로 옆에 있는 커다란 석동, 재료 창고로 향하는 오늘도 진용의 표정에선 그늘 한 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 진용의 손에는 끝이 마모된 정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구양 노인의 정이었다.

 

구양 노인이 쓰는 정은 두 달에 한 번씩 바꿔줘야 했다. 워낙 정교한 작업을 하다 보니 아무리 끝을 계속 갈아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진용은 구양 노인의 닳아버린 정을 들고 별다른 생각 없이 재료 창고인 석동으로 들어갔다,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그런데 창고를 지키는 관병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가셨지?”

 

마음대로 물건을 가지고 나갈 수는 없는 일. 진용은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봤다. 안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진용이 자기 키보다 한 자는 더 높아 보이는 석벽을 막 꺾어져 안으로 들어갔을 때다.

 

창고의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꼬맹아!”

 

진용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사람을 바라보았다. 신털보가 재료 창고를 관리하는 군병과 이야기를 하다 말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도 뭔가를 가지러 온 것일까?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은……. 흐흐흐, 이리 와봐라.”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다. 자신이 구양 노인의 조수가 된 이후로 한 번도 건드린 적이 없던 신털보다. 그런데 오늘따라 묘한 눈빛이 마음에 걸린다.

 

더구나 그 옆에 있는 군병조차 기이한 미소를 짓고 있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스멀거리며 피어오른다.

 

“지금 바빠서 바로 가봐야 해요.”

 

진용이 몸을 돌리려 하자 신털보가 빠르게 다가왔다.

 

“건방진 놈! 구양 어르신이 잘해준다고 해서 나를 업신여기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제가 언제 신 아저씨를 업신여겼단 말이에요?”

 

“흥! 네놈이 이 어르신의 말을 씹는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오라는데 핑계를 댄단 말이냐?”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뒷머리가 쭈삣 솟는다. 신털보의 행동에 거침이 없다.

 

‘나가야 돼!’

 

급히 몸을 돌리는데, 신털보가 갑자기 손을 뻗어 멱살을 움켜쥐었다. 흐린 불빛의 영향인지 신털보의 손은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왜, 왜 이래요?”

 

그는 진용의 멱살을 쥐어 들어올리고는 바짝 얼굴을 가져다 댔다.

 

“움직이면 절벽 아래로 던져 버릴 테니 가만있어.”

 

으름장을 놓은 그는 한 손으로 진용의 아래를 더듬었다.

 

“흐흐흐, 어디 좀 보자…….” 

 

순간, 진용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왜, 왜 이러세요?”

 

세르탄도 놀라 소리쳤다.

 

‘앗! 저놈의 털보가 어디를 만지는 거야? 아무리 내 것이 아니지만, 저 나쁜 놈이 감히!’

 

진용은 헛소리를 하는 세르탄을 뭐라 할 정신도 없었다.

 

“노, 놓으세요!”

 

“흐흐흐, 못 놓겠다면? 오! 제법인데?”

 

진용은 이를 깨물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신털보의 손을 움켜쥐었다.

 

재미있게 보였는지 한쪽에 서서 바라보던 군병이 킬킬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봐, 신털보. 그놈 옷을 벗겨봐. 꼬추 한 번 보게.”

 

“잠시만 기다리슈.”

 

신털보는 짧게 대답하고는 진용의 허리끈을 잡아당겼다.

 

“이놈아, 바둥거리지 말고 가만있어 봐. 술 한 병이 달린 일이니…….”

 

술 한 병? 술 한 병을 얻기 위해서 이 짓을 한다고?

 

“이 나쁜…….”

 

손을 떨치기 위해 몸을 버둥거려 봤다.

 

꿈쩍도 않는다. 힘에서 턱없이 달린다.

 

꼼짝없이 당할 상황.

 

진용은 당황한 와중에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꼭 힘으로만 해결하란 법은 없어! 침착하게, 침착하게…….’

 

한 가지 방법이 떠오른다.

 

‘좋아, 해보자!’

 

뭔가를 결심한 듯, 진용은 이를 지그시 깨물고 두 손에 젖 먹던 힘까지 모조리 끌어 모았다.

 

세르탄이 진용의 뜻을 눈치 채고는 놀라 소리쳤다.

 

‘어떻게 하려고? 설마?’

 

‘어쩔 수 없잖아!’

 

‘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그거야 나중 일이고! 세르탄은 내가 마법을 펼칠 수 있을 만큼 기를 모았는지나 알려줘!’

 

나중 일을 생각할 시간이 없다. 일단 위기 상황은 벗어나야 할 것이 아닌가.

 

“빨리 놓으세요! 아니면 후회하실 거예요!”

 

“켈켈켈! 후회? 이 신털보님께서? 조 군병님! 이 쬐끄만 것이 제법 여물었는…….”

 

그때다! 진용이 뭐라 중얼거리자 주위의 대기가 진용이에게로 모여든다.

 

모여든 대기가 커지자 심장 부위에서 하나의 고리가 형성되는 듯 느껴졌다. 진용은 그 고리를 손끝으로 모았다.

 

순식간이었다. 손가락 끝이 붉게 물들었다.

 

“어?”

 

이상함을 느꼈는지 신털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시르! 지금이야!’

 

눈이 마주치자 진용은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손에 하늘의 불이 담길지니…… 신화(神火) 출(出)!”

 

짧고 강한 어조의 시동어가 구현된 순간,

 

진용의 손에서 붉은 빛이 순간적으로 밝게 피어났다.

 

동시에 화끈한 열기를 담은 붉은 빛이 신털보의 손목을 통해 빠르게 스며들었다.

 

찰나!

 

“어허헉!”

 

신털보는 입을 쩍 벌리고 눈을 부릅뜬 채 온몸을 떨어댔다.

 

손목을 타고 들어온 전신을 태워 버릴 것만 같은 열기! 강렬한 열기가 전신으로 퍼진다.

 

“끄아아…….”

 

갑작스런 충격은 신털보의 이성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부들거리고, 몸부림치고, 그는 끝내 억눌린 비명을 질러대며 진용이와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져 버렸다.

 

“으어어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잔뜩 기대한 채 지켜보던 조 군병이란 자는 느닷없이 신털보가 미친 듯이 몸을 떨며 뒤로 넘어가자 놀라 소리쳤다.

 

“이봐, 신털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가 다가올 때쯤에야 진용은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은 채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온몸에 힘이 빠져 일어설 기운조차 없었다. 구양 노인의 정을 들고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러나 이곳에 더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

 

겨우겨우 버티고 선 진용은 창백한 얼굴로 힘없이 입을 열었다.

 

“신털보 아저씨가 간질병이 있나 봐요. 저는 이제 정을 가지고 가야겠어요. 구양 할아버지가 걱정하실지 모르거든요.”

 

“어? 그, 그래, 가봐라.”

 

진용은 아직도 일어서지 못한 채 몸을 떨고 있는 신털보를 일견하고는 돌아섰다.

 

그제야 벅찬 가슴이 거세게 두근거린다.

 

처음으로 시전한 마법이 성공했다. 비록 그로 인해 당분간 힘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지만, 자신이 마법을 시전했다는 기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뒤돌아선 진용이 창백한 얼굴에 슬며시 웃음을 짓자, 세르탄도 덩달아 기분이 좋은지 고소하다는 투로 말했다.

 

‘나쁜 놈! 이 서클만 됐어도 저놈의 털을 모조리 태워 버릴 수 있었을 텐데. 거기 것까지 모조리! 켈켈켈!’

 

 

 

그날 저녁, 진용이 유난히 힘없는 얼굴로 축 처져 있자 구양 노인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용아야.”

 

“예, 할아버지.”

 

“많이 힘드느냐?”

 

아무래도 창백한 얼굴이 마음에 걸리는가 보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해줄 수도 없는 일.

 

진용은 힘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견딜 만해요.”

 

“그래? 음… 내가 너에게 한 가지 제의할 것이 있다만…….”

 

뜻밖의 말에 진용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제의요?”

 

“혹시, 무공을 배워볼 생각이 없느냐?”

 

“무공요? 누구한테요?”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난데없이 무공이라니.

 

“내가 가르쳐 주겠다.”

 

“할아버지가요? 그럼 할아버지가 무공을 알고 있단 말이에요?”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병 십여 명을 때려눕혔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그래, 네가 배우겠다면. 그렇다고 나를 사부로 섬기라는 말은 아니다. 나 역시 제자를 둘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냥 나는 가르치고 넌 배우면 된다. 아무래도 무공을 배워놓으면 일을 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 아니겠느냐? 힘도 덜 들 테고 말이다.”

 

사부로 섬기지 않아도 된다고?

 

반가운 조건이었다. 진용은 할아버지로 부르는 게 더 좋았으니까.

 

그런데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진용이 물었다.

 

“단지 제가 걱정되어서 무공을 가르쳐 주시겠다는 건가요?”

 

질문을 던지며 똑바로 눈을 뜨고 구양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구양 노인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건…… 아니다. 내가 무공을 가르쳐 주는 대신…… 너는 한 가지 일을 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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