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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7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5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7화

 

7화

 

 

 

 

 

 

 

무엇 때문인지 떠버리 세르탄이 들뜬 기분을 가라앉히고 갑자기 말문을 닫았다. 

 

이상한 일이다, 떠버리가 입을 닫다니.

 

진용은 의아했지만 아직 읽을 부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더 이상 세르탄에게 신경 쓰지 않고 책을 읽어나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어? 여기서부터는 굉장히 복잡하네? 뭘 계산해 놓은 것이지? 해석이 거의 안 되어 있잖아?’

 

한동안 조용하던 세르탄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얼래? 마법이잖아? 그건 룬어야.’

 

‘뭐? 논어? 이게 논어를 적은 거라고? 논어가 마법이야? 내가 논어도 모르는 멍청인 줄 알아?!’

 

‘논어가 아니고! 루우운어!’

 

‘루운어?’

 

‘그래. 거기 적힌 것은 기초적인 마법 공식인데, 그 글자는 마법을 펼칠 때 쓰는 글자야.’

 

진용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마법진을 펼칠 줄 모른다고 했잖아?’

 

‘마법과 마법진은 또 달라.’

 

‘그럼 마법진은 몰라도 마법인가 뭔가는 안단 말이야?’

 

‘쿠하하하! 내가 바로…….’

 

‘떠버리 마계 대전사 세르탄님이다 이거지?’

 

‘이……! 시르, 너 정말 계속 떠버리라고…….’

 

‘그렇게 부르는 게 싫어? 그럼 좋아! 이렇게 하자.’

 

‘뭘 어떻게 해?’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나에게 가르쳐 줘. 그럼 앞으로 떠버리라고 안 부를게.’

 

‘……정말? 하지만 어려울 텐데? 제나 말대로 이곳은 기도 부족하고 성질도 다르거든. 더구나 이곳 언어로는 이해가 안 될걸?’

 

‘흠, 그래?’

 

‘그럼!’

 

솔직히, 가르쳐주는 게 귀찮았다. 대전사 세르탄이 뭐가 아쉬워서 골치 아프게 남을 가르친단 말인가?

 

-약 오를 거다, 이놈. 

 

세르탄도 나름대로 즐거운 마음이었다. 그 동안 당하기만 하다가 제대로 한방 날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진용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좋아! 인심 썼다. 한 번만 허용해 줄게!’

 

‘뭐, 뭘?’

 

‘전에 내가 쓰는 언어를 내 머릿속에서 알아냈다며? 그럼 거꾸로도 할 수 있을 것 아냐?’

 

무슨 말인지 알아챈 세르탄이 더듬거리며 물었다.

 

‘그, 그러니까… 내가 아는 언어를 네 머릿속에 주입해라?’

 

‘똑.똑.한. 세르탄!’

 

‘그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마나, 아니, 기가 소모되는지 알아?’

 

‘대전사라며? 대전사라는 이름을 들으려면 남보다 훨씬 강해야 한다며? 그런 대전사가 기 좀 소모된다고 난리야? 그럼 전에는 무슨 배짱으로 내 머릿속에서 언어를 빼갔는데?’

 

‘그때야 다급했으니까.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게 아니겠지. 아마 떠들고 싶어서였을 거야. 떠버리가 말도 안 통하면 얼마나 심심하겠어?’

 

‘아니… 라…… 니까.’

 

‘어때? 할 거야, 말 거야?’

 

‘좋아. 하지만 언어의 기초적인 부분만 주입할 수 있을 뿐이야. 마법의 내용이나 다른 것은 또 다른 문제거든. 봉인될 때 힘도 뺏겨서 그것까지는 나도 할 수 없어.’

 

‘그거야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나도 내 노력 없이 공짜로 다 얻는 것은 싫어.’

 

그때였다. 진용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세르탄이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뭔가 이상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아니, 물을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 머리가 묵직해지더니 괴이한 말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박이 쏟아지듯이.

 

‘으으으, 되, 되게 시끄럽… 네…….’

 

 

 

세르탄이 진용에게 언어에 대한 능력을 전이하는데 반 시진이 걸렸다.

 

글을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세르탄도 저 세상의 글자에 대해서는 일부분만 알고 있었다.

 

그 바람에 진용에게 한소리 들었다.

 

‘공부 좀 제대로 하지. 백 년이나 잠도 자지 않고 능력을 익혔다면서, 대전사라면서 글자도 제대로 몰라?’

 

‘그, 그게… 인간들의 글자까지 공부할 필요는 없어서……. 그래도 나나 되니까 그만큼이라도 아는 거야. 인간들의 글자가 어디 한두 가지인 줄 알아?’

 

‘그래도 천 년이나 살았다며?’

 

‘그건 그런데…….’

 

‘하긴 백 년에 능력을 하나 익힐 정도니, 천 년 살면 뭐해? 혹시 공부할 생각은 않고 말썽만 피운 것 아냐?’

 

‘…….’

 

‘솔직히 말해 봐, 세르탄. 왜 봉인되었던 거야?’

 

‘…….’

 

정곡을 찔린 세르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용도 더 묻지 않았다. 묻지 않아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머릿속이 조용해지자, 진용은 금판의 해석본을 외우는 일에 집중했다. 

 

그로부터 한 시진. 진용은 금판의 해석본을 모두 외워버렸다. 

 

 

 

 

 

 

 

3장. 팔각패

 

 

 

 

 

1

 

 

 

 

 

낮에는 아버지의 서신에 적혀 있는 글에 대해 연구하고, 밤에는 세르탄과 함께 마법의 공식에 대해 공부했다.

 

그런데 기의 분포가 적어서인지, 아니면 성질이 달라서인지는 몰라도 제나의 마법은 진전이 더디기만 했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진용의 선천적인 기운이 마법과 매우 친화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일이었다, 세르탄이 놀랄 정도로.

 

한 가지 우스운 것은, 진용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는 세르탄이 정작 자신은 마법을 펼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마법을 안다며?’

 

‘안다고 했지, 펼칠 줄 안다고는 안했어!’

 

‘그럼 할 줄 아는 게 뭔데? 대전사라며? 마계의 대전사 정도 되면 인간들이 배우는 것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냐?’

 

‘흥! 내가 펼칠 수 있는 능력은 그깟 인간들의 마법보다 훨씬 위대하고 멋져!’

 

‘그래? 그럼 어디 말해봐!’

 

‘……싫어.’

 

‘저번에 절대음에 대해서는 말했고, 또 뭐가 있어?’

 

진용의 계속된 질문에 세르탄은 입이 근질거려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한 가지만 말해주지.’

 

‘좋아, 해봐.’

 

‘음…… 핑거 오브 판타지. 일명 환상의 손가락.’

 

‘뭐? 핑…… 판타지? 무공의 지법과 비슷한 건가 보네?’

 

‘지법?’

 

‘손가락으로 펼치는 무공을 말하는 거야.’

 

‘손가락을 이용하는 것은 비슷한데 위력은 다를걸? 손가락으로 무한의 힘을 쏟아낼 수도 있지만, 마나가 쌓이면 손가락을 이용해서 공간을 가르고 순간 이동도 할 수 있거든. 마계의 대전사만이 익힐 수 있는 능력이지. 음하하하.’

 

‘…거짓말!’

 

‘진짜야!’

 

‘그런데 왜 다른 데로 가지 않고 내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는 거지?’

 

뜨끔, 가슴이 찔린 듯 세르탄이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건…… 봉인 때문에…… 아직은…….’

 

‘그러니까, 알긴 아는데 지금은 그럴 힘이 없다는 거네?’

 

‘그, 그게…… 그래.’

 

진용은 힘없이 대답하는 세르탄이 조금은 불쌍해 보였다. 그래서 말했다.

 

‘그럼 그거 나한테 가르쳐 줘봐. 혹시 알아? 내가 할 수 있으면 너도 할 수 있을지.’

 

‘마계의 능력은 아무에게나 가르쳐줘선 안 돼.’

 

‘내가 아무나야? 세르탄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으니 나와 세르탄은 이인일체나 마찬가지라구.’

 

그 말도 그럴 듯했다. 그러나 함부로 가르쳐줄 수 없는 것 또한 분명하다. 

 

‘만약 마계에서 알게 되면 벌을 받는단 말이야.’

 

‘둘이 하나인데 무슨 걱정이야? 내가 배운 게 아니라 세르탄이 익혔다고 하면 되지 뭐.’

 

‘그, 그건 그런데…….’

 

‘그런데 마계에서도 여길 감시할 수 있어?’

 

‘……!’

 

그건 아니다. 이 세상은 마계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연결되어 있다면 자신이 감으로 이미 느꼈을 것이다.

 

‘싫으면 마. 쳇, 별 것도 아닌 걸로 재기는……. 대신! 앞으로 너도 나에게 뭘 기대하지 마.’

 

아쉬운 사람은 진용이 아니다. 

 

그냥 호기심 때문에 배워보려고 했던 것뿐이니까.

 

사실 인간 세상에서 마계의 능력을 어디다 써먹겠는가? 잘못하면 마귀로 소문날 텐데. 

 

오히려 진용보다는 나름대로 꿍꿍이가 있는 세르탄이 더 아쉬웠다.

 

‘그럼…… 기초적인 것만 가르쳐줄 게.’

 

‘가르쳐주려면 다 가르쳐줘야지, 그냥 맛만 보라는 거야? 째째하게.’

 

‘잘못하면 큰일 난단 말이야. 몸에 있는 기운이 다 빠져나가서 죽을 수도 있거든.’

 

‘그래? 알았어. 그럼 이렇게 해. 너는 일단 다 가르쳐줘. 그럼 내가 조심해서 익히고, 위험하다 싶으면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게. 됐지?’ 

 

-도둑놈!

 

세르탄은 인간이 처음으로 무서워졌다.

 

 

 

 

 

2

 

 

 

 

 

종 숙부의 말대로 며칠을 더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진용은 답답하기만 했다.

 

“유모, 내가 한 번 종 숙부를 만나고 와야겠어.”

 

“아이고, 도련님. 도련님이 가신다고 종 학사님이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겠어요?”

 

“그래도 답답하잖아.”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며칠 기다려 봐서 그래도 안 오시면 제가 다시 가볼게요.”

 

 

 

아버지가 황궁에 들어간 지 두 달이 되는 날, 종상현이 굳은 표정으로 진용을 찾아왔다.

 

“종 숙부! 왜 이렇게 안 오셨었어요?”

 

“음, 그래. 기다렸지? 그런데 유모는 어디 있느냐?”

 

“유모는 부엌에…….”

 

어째 종 숙부의 안색이 밝지가 않다. 매사가 낙천적인 그답지 않게 초조한 표정이다. 진용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종상현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지 한참 만에야 떨리는 입을 열었다.

 

“내 말 듣고 놀라지 마라, 진용아.”

 

“종 숙부……?”

 

“네 아버지가…… 고 형이…… 잡혀 들어갔다.”

 

멍하니 종상현을 바라보던 진용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무,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가 잡혀 들어가다니요? 왜요?”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만, 네 아버지가 해석한 석판의 고문자 내용이 엉터리라는 판정이 났다고 한다. 그 바람에 황궁을 능멸했다며 삼왕 전하께서 몹시 노하셨다고 한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럴 리가 없다!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아버지의 실력은 중원 천하에서도 제일이다! 그런데 엉터리 해석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럴 리 없어요! 아버지의 실력으로 절대 잘못 해석할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종 숙부님이 잘 아시잖아요!”

 

진용은 소리치며 고개를 저었다. 

 

문득 아버지가 남긴 해석본이 생각났다.

 

말을 할까?

 

하지만 아버지가 절대 아무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까지 하셨는데…….

 

어린 진용은 답답하기만 했다.

 

아마도 아버지는 종 숙부마저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했던 것 같다. 알고도 말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에 눈물만 나올 뿐이다.

 

몸부림치는 진용을 끌어안은 유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였다.

 

“도련님…….”

 

하지만 진용의 두 눈은 종상현에게 고정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말씀해 주세요, 사실대로요. 용아가 이해할 수 있게요.”

 

종상현은 가늘게 떨리는 눈으로 진용의 눈물 가득한 눈망울을 쳐다보았다.

 

“용아야, 숙부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대학사들이 그러하다는 걸 어떡하겠느냐? 그건 그렇고,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예?”

 

“황궁을 능멸한 죄는 삼족을 멸한단다. 혹시라도 금의위에서 잡으러 올지 모르니, 일단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곳을 피하고 보자.”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도망을 가야 한단 말인가요? 왜요? 왜 우리가 도망을 가야 해요? 뭘 잘못했다고…….”

 

“용아야, 참으로 분하지만, 잘잘못을 힘있는 자들이 결정하는 세상이다. 어찌 네 아버지가 잘못을 해서 갇혔겠느냐? 이 숙부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뭔가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너라도 도망을 쳐서 살아 있어야 나중에 밝힐 수 있지 않겠느냐?”

 

종상현의 울분 섞인 말을 듣던 진용이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라도 살아야 한다니요? 그럼?”

 

‘아차!’

 

종상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감정이 지나쳐 그만 말실수를 해버렸다. 총명한 진용이 절대 놓칠 리가 없거늘.

 

“숙부님! 설마 아버지가 어찌 된 것은 아니겠죠?”

 

진용은 차마 아버지가 ‘죽었냐’고 물을 순 없었다.

 

그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절대로!

 

“아직 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나를 비롯해서 네 아버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니 잠시만 몸을 피해 있도록 해라.”

 

그러나 어린 진용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저를 아버지에게 데려다 주세요. 예? 종 숙부! 제발요!”

 

“이놈! 너는 네 아버지에게 한을 남겨놓겠다는 것이냐?!”

 

“조, 종 숙부……?”

 

“네가 잡혀 들어가면 네 아버지가 얼마나 슬퍼하겠느냐? 그리고 네가 아니라면 누가 네 아버지의 한을 풀어준단 말이냐?! 너는 정녕 아버지의 한을 외면할 작정이냐?”

 

“아니요! 그러지 않아요, 종 숙부! 절대로!”

 

“그럼 뭐 하느냐? 여기서 계속 있다가 그들에게 잡혀갈 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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