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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서생 6화

무료소설 마법서생: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마법서생 6화

 

6화

 

 

 

 

 

 

 

진용이 아는 한 분명히 아버지의 글씨체였다. 언뜻 보면 본문과 분간하기가 힘들지만 진용이만은 아버지의 글씨체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쓴 글을 읽어가던 진용의 표정이 점점 곤혹스럽게 변해갔다. 진용의 생각을 읽었는지 세르탄이 간섭하고 나섰다.

 

‘시르, 왜 글이 이따위지? 내용을 하나도 모르겠다.’

 

‘글쎄…….’

 

‘말도 안 되는 내용이잖아. 역(逆)? 거꾸로가 어쨌다는 거야?!’

 

‘역?’

 

문득 글의 첫머리가 보인다.

 

 

 

[세상은 거꾸로[逆] 가고 있다.]

 

 

 

“아!”

 

재빨리 적힌 내용을 읽어가던 진용의 눈이 환하게 빛났다.

 

‘최루탄도 써먹을 데가 있네.’

 

‘응? 뭔 뜻이지?’

 

‘모르면 그냥 지나가.’

 

세르탄이 화가 난 것 같다. 머리에서 살짝 열이 솟는다.

 

진용은 세르탄의 반응은 상관하지 않고 글을 읽어 나갔다. 

 

거꾸로, 뒤에서부터.

 

 

 

[황궁에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금판의 탁본을 전부 해석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호기심을 억제치 못하고 전부 해석해 버렸다. 그러다 마지막에 가서는 학자의 양심을 저버리고 말았다. 넘겨주기로 한 해석본에서 몇 개의 글자를 빼버린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내용이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워서, 설령 학자의 양심을 저버리더라도 마지막 몇 구절만은 넘겨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저들은 내가 흐트러진 내용을 알아내지 못할 거라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고문을 해석하다 보면 말이 안 되는 글도 억지로 꿰어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열두 개로 분리한 글을 짜 맞추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후로도 많은 고민을 했다. 비록 몇 개의 글자를 빼는 바람에 불완전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무섭기는 마찬가지였다. 과연 이것을 어찌해야 하는가. 없애자니 아깝고, 넘기자니 후환이 두렵다. 내가 이리도 나약한 사람이었나 자괴감이 들 지경이다.

 

열흘이 지났다.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내 결심을 했다. 글을 남겨놓기로. 완벽한 해석본 모두를.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용아가 있기 때문이다. 용아는 나와는 성격이 다르다. 내가 너무 신중하고 유약한 성격이라면, 용아는 선 매를 닮아 강한 성격을 지녔다. 아마 용아라면 이 글을 어찌 처리할지 잘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용아야,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거든 해석본을 없애고 서고를 봉쇄시켜라. 봉쇄 방법은…….

 

그리고 네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다는 동물의 머리를 힘이 센 손 쪽으로 세 바퀴 돌려라. 그곳에 아버지가 남긴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혹시라도 약속한 열흘 안에 아버지가 안 돌아오거든 그것을 열어보거라.]

 

 

 

다 읽고 난 진용은 자신도 모르게 좌측 석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좌측 벽에는 십장생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물론 십장생 중 동물인 거북이, 학, 사슴의 조각도.

 

‘시르, 네 어머니가 좋아하는 동물이 뭐지?’

 

세르탄이 궁금한지 물어왔다. 진용은 대답을 하지 않고 좌측 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세르탄이 방정을 떨어댔다.

 

‘여자니까 사슴을 좋아했을까? 아니군, 그럼 학을 좋아했을까?’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어머니는… 거북이를 좋아한다고 했어. 바닷가가 고향이라고 하셨거든.”

 

세 마리 동물의 머리는 모두 벽에서 한 뼘 정도 튀어나와 있었다. 만들어서 나중에 붙인 것인 듯 벽에 약간의 틈이 보였다.

 

아마도 모두를 돌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하나만을 지정한 데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오직 진용이만이 알 수 있게끔 했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것을 돌려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것이다.

 

진용은 떨리는 손으로 거북이의 머리를 잡고 자신과 아버지만이 아는 방향으로 세 바퀴 돌렸다. 

 

진용은 외손잡이였다. 거북이의 머리 조각이 왼쪽으로 세 바퀴 돌아갔다.

 

드르르륵…….

 

돌이 끌리는 소리가 나더니, 왼쪽의 석벽에 가로세로 석 자 크기의 석판이 밀려 나오며 시커먼 구멍이 생겼다.

 

“어? 저건?”

 

진용의 눈이 커졌다.

 

구멍 안에 보이지 않던 아버지의 상자가 있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을지 짐작을 한 듯했다. 그렇지 않다면 상자를 저렇게 꽁꽁 숨겨두었을 리 없다.

 

자신이 들어왔던 것을 아셨으면서 모른 척 한 것도 어쩌면 지금 일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진용은 그래서 아버지가 더욱 걱정되었다.

 

“괜찮으셔야 하는데…….”

 

 

 

 

 

5

 

 

 

 

 

마침내 아버지가 약속한 열흘이 흘렀다. 

 

아버지는 돌아오시지 않았다. 대신 종 숙부가 한 번 더 찾아오셨다.

 

“아마 조금 늦을 것 같다. 황궁에서 다른 일도 맡았거든. 그러니 너무 걱정 말고 기다리도록 해라.”

 

“예, 알았어요.”

 

대답은 했지만 진용의 머릿속은 어지럽기만 했다.

 

종 숙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종 숙부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것일까?

 

‘말을 해야 하나? 아냐, 아버지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으니 일단은 종 숙부에게도 말하지 말아야지.’

 

진용은 종상현이 돌아가자 지하 서고로 향했다.

 

상자를 꺼낸 그는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서신이 들어 있었다. 

 

봉투를 집어 드는 진용의 손이 떨렸다. 

 

서신 안에 큰일이라도 생길 거라는 말이 쓰여 있으면 어떡하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펼쳐봐야 하는데 손가락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세르탄이 재촉했다. 

 

‘일단 읽어봐. 알아야 어떻게든 할 거 아냐?’

 

세르탄의 말이 맞았다. 진용은 용기를 내서 서신을 펼쳐보았다.

 

 

 

[이곳에 담긴 것은 종상현이 아비에게 준 것이다. 자신의 가문에서 오래전 얻은 것을 아무도 해석하지 못하고 백 년 넘게 썩혀오던 것이라고 했다. 서장의 서쪽에 있는 신산에서 발굴된 것이라 하는데, 종상현의 선조가 납살에서 사들였다고 한다. 

 

나는 처음 보는 문자에 호기심이 일어 해석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주석처럼 적힌 고대 문자를 해석하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주석에 적힌 문자 자체가 족히 삼천 년도 더 전에 사라진 글인데도 재질을 알 수 없는 가죽에 적힌 글은 자신들의 선조가 그 땅에 살기 이전부터 존재했었다고 한다. 그들은 그것이 신이 써놓은 글이라 생각하고 부족에서 가장 뛰어난 제사장으로 하여금 그 글을 해석하게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 주석을 바탕으로 나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가죽에 적힌 글을 해석해 봤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야 약간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내용이어서 너에게 전해야 하는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해석을 한 것, 내용에 대한 모든 판단은 너에게 맡긴다. 자세한 내용은 아버지가 해석해 놓은 책을 읽어보면 알 것이다.]

 

 

 

머리에서 후끈 열이 났다. 아무래도 자신과 관련된 물건이 있는 것이다 보니 세르탄이 흥분한 듯했다.

 

진용은 일단 열부터 식혔다.

 

‘가만있어, 최루탄. 너 때문에 뭘 할 수가 없잖아? 내가 말하라고 하기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마. 방해되니까! 말 안 들으면 너하고 이야기 안할 거야. 알았어?’

 

‘어.’

 

그제야 세르탄이 조금 잠잠해지면서 열도 식었다. 

 

진용은 서신을 내려놓고 가죽으로 된 책자를 꺼내 들었다. 

 

가죽은 재질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매우 질긴 듯했다. 하긴 수천 년이 지났는데도 삭지 않았으니 말해 무엇 하랴.

 

하지만 가죽 책의 재질은 진용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진용은 가죽 책을 대충 훑어보고 한쪽에 내려놓았다. 어차피 아는 글자도 없었으니까.

 

그러고는 숨을 한번 깊게 들이쉬고 아버지가 쓴 책을 집어 들었다.

 

 

 

[세상에! 세상이 여럿으로 갈라져 있다니……. 글의 내용대로라면 우리가 사는 곳 말고도 다른 세상이 여럿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글을 쓴 사람이 바로 그런 세상에서 넘어온 마법사라는 것이다. 마법사는 아마 술법사를 말하는 것 같다. 그는 자신이 살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했으나, 하늘이 그의 능력을 시기해서 결국 돌아가지 못하고 이 세상에 남아 생을 마쳤다고 한다.

 

그는 상자에 있는 악마의 탈이 바로 하늘이 그를 시기한 증거물이라 했다. 더구나 그 탈에는 자신이 자신의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마법진의 영향력을 바꾸어놓을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 깃들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아버지가 생각하기로도 매우 위험한 물건인 것 같으니 조심해서 다루도록 하거라.]

 

 

 

‘이게 뭔 이야기지? 산해경보다 더 괴상한 이야기잖아?’

 

진용이 이마를 찌푸리며 책의 내용에 대해 고민할 때다. 머릿속이 다시 후끈 달아올랐다.

 

세르탄이 뭔가 할 말이 있는가 보다. 

 

하긴 악마의 탈은 세르탄이 나온 곳이 아닌가?

 

‘세르탄, 할 말 있으면 해봐.’

 

‘…아무래도 나 때문에 마법진이 변형되어서 차원의 문을 열지 못한 것 같다.’

 

‘세르탄 때문에 무슨 문을 못 열어?’

 

‘차원의 문.’

 

‘차원? 다른 세상 말이야?’

 

‘똑똑하군, 시르.’

 

‘내가 뭐 능력 하나 얻겠다고 백 년이나 잠도 안 자고 매달리는 세르탄 같은 줄 알아?’

 

‘…….’

 

‘좌우간 왜 세르탄 때문에 문이 안 열린 거야?’

 

‘…….’

 

‘말하기 싫어? 안 하려면 마. 그건 몰라도 되니까.’

 

결국 세르탄이 퉁퉁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법진은 예민해서 조금만 틀어져도 안 되거든.’

 

‘그래? 가만? 그럼 세르탄은 마법진이 뭔지 알아?’

 

‘음하하하. 당연히 알지!’

 

세르탄이 언제 삐쳤냐는 듯 자신만만한 웃음을 터트렸다.

 

‘알면 말해봐.’

 

‘마법진은 이 세상 말고 다른 세상에서 쓰는 능력이야.’

 

‘그럼 정말로 다른 세상이 있단 말이야?’

 

‘당연히 있지! 여태 뭘 본 거야?’

 

‘세상에…….’

 

눈이 휘둥그레진 진용이 다시 물었다.

 

‘그럼 마법진이라는 걸 펼치면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거야?’

 

‘그거야 차원의 문을 여는 마법진을 펼쳤을 경우지. 마법진은 사실 차원의 문을 여는 것보다 다른 용도로 더 많이 쓰여.’

 

‘어떤 용도?’

 

‘적을 막을 때라든가, 아니면 공격할 때, 힘을 증폭시킬 때 등등 여러 경우가 있지. 사실 차원의 문을 여는 것은 고위마법사도 무척 어려운 일이야.’

 

‘정말 굉장하군! 그럼 세르탄도 마법진이란 걸 펼칠 수 있어?’

 

‘어…… 아니.’

 

‘그냥 전사도 아니고 대전사라며? 그런데도 못해?’

 

‘그, 그게…….’

 

‘그럼 듣기만 한 거야?’

 

‘어.’

 

‘쳇, 난 또……. 하긴 세르탄에게 기대한 내가 멍청하지.’

 

‘…….’ 

 

실망한 진용은 더 이상 세르탄을 상대하지 않고 아버지가 써놓은 책을 한 장 넘겨보았다. 그 다음부터는 가죽 책을 해석한 본문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때 대마법사로 불렸던 나 제나가 결국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죽어야만 하다니, 참으로 통탄스럽도다. 그럼에도 이곳의 문자로 이 글을 남기는 것은, 혹시라도 이곳을 발견한 자가 나의 모든 것을 함부로 버릴까 저어되기 때문이니라.]

 

 

 

‘이 글을 쓴 사람 이름이 제나였나 보다.’

 

그 다음부터는 본문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나는 풍혼(風魂)을 불러 세상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 세상은 내가 사는…….]

 

 

 

진용이 아버지의 해석본을 읽어가자, 풀이 죽어 있던 세르탄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낄낄낄, 그건 아마 실프 같은 바람의 하급 정령을 말하는 걸 거다.’

 

하지만 곧 의아한 투로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네. 이곳은 정령계와 연결되지 않은 곳 같은데……?’

 

‘실부? 정령?’

 

‘실프! 좌우간 발음이 문제라니까. 입이 꼬였냐?’

 

‘실부나 실프나, 세르탄이나 최루탄이나. 자꾸 웃으면 그만 읽을 거야?’

 

‘아, 알았어.’

 

‘웃지만 말고 내가 잘 모르는 게 있으면 그것만 말해!’

 

‘정말? 그건 말해도 돼?’

 

‘그래, 왜 그런 말도 있잖아. 어린애에게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고.’

 

‘…….’

 

그 후 세르탄은 웃지 않고 사이사이 끼어들기만 했다.

 

 

 

[뇌전을 일으키자 사람들은 나를 신처럼 떠받들었다. 하지만…….]

 

 

 

‘뇌전? 전격(電擊) 마법인가 보군. 대단한 마법사였나 본데? 마법과 정령을 함께 익혔다니. 하긴 차원의 문을 열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곳은 내가 살던 곳과 달리 기(氣)의 분포도 적고 성질이 달라서 많은 것을 써먹을 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지…….’

 

 

 

[봉인석인 악마의 탈을 부숴 버릴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냥 부수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만일 봉인석 속에 깃든 힘만 내 것으로 할 수 있다면 한 번 더 내가 살던 곳으로 가기 위해 마법진을 그릴 수 있을 텐데…….]

 

 

 

‘억! 저런 나쁜 놈!’

 

세르탄이 계속 구시렁거리자, 진용이 책을 읽다 말고 툭 쏘아붙였다.

 

‘진짜 나쁜 놈이 누군데?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걸 방해한 게 누구였지?’

 

‘…….’

 

일권을 다 읽고 나자 다음 권을 집어 들었다.

 

이권을 읽어갈 때다. 느닷없이 머리가 무거워졌다. 세르탄 때문이었다.

 

‘세르탄, 왜 난리야?’

 

‘내가…… 방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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