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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22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24화

혈룡교주 (1)

 

 

단적평에서 벌어진 혈룡교와의 대전(大戰)에서 승리한 무림맹이었다. 그동안 무너진 무림을 복구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기에 바빴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대승이지만 피해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중원 무림을 당황하게 만든 무적의 인물. 풍운마신(風雲魔神)에 대한 것은 침묵으로 일관되어졌다. 또한 그의 별호조차 혈마신(血魔神)으로 바뀌었다. 그가 지나는 자리가 핏물로 흥건하게 젖는다고 하여 붙여진 별호였다. 중원 무림의 무인들을 향해 일갈한 군천악의 말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었다.

 

 

 

-귀찮게 하지 마라, 죽고 싶지 않으면!

 

-내 눈에 띄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온전히 몸을 유지하고 싶으면!

 

-내가 사는 공간에서 숨 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 날로 네 숨은 다시 쉬어지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게 신상에 이로울 거다!

 

 

 

말과 말은 서로 타고 흘러 와전(訛傳)되어 풍성한 소문을 양성했다. 단적평의 대혈전(大血戰)이 끝나고 일 년이 지났을 때 천악에 대한 소문은 커질 대로 커졌다. 그의 곁에 있는 다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되었고, 그 주변에 있다가 죽게 되면 시신조차 온전하지 못하다는 말이 되어버렸다. 완벽한 악인의 모습이지만 그가 중원을 구한 영웅이라는 것 때문에 어느 정도는 보완이 되었다.

 

풍운장원의 주위에 무인들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천악이라는 영웅이 나타났다고 생각하면 지금 보이는 숫자는 결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악명과 전과가 서로 교차하고 있어 누구도 쉽사리 나서지 못했다.

 

천악으로서는 상당히 편한 일이었다. 다만 그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에게 더욱 잘 보이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천악은 도시 건설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를 살폈다. 이제는 윤곽이 잡히고 있었다. 도시 건설을 처음 시작할 때와는 다르게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으며, 외관상으로 도로가 거의 완비되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있으면 완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특히 수로시설이 들어옴으로써 경제 활성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공동시설은 대충 마련이 된 것 같군.”

 

“그렇습니다. 가장 먼저 도로와 수로, 수도시설을 완비한 상태입니다. 건물은 내부적으로 완성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천악은 일부러 당한철까지 데리고 온 상태였다. 당한철과 한 가지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전에 당한철에게 맡겨놓은 것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연구 성과를 말하고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천중빙수는 어떻게 됐나?”

 

“성과가 꽤 있습니다. 다만 양이 부족한 편입니다. 냉 소저가 가져온 것으로는 한 개 정도가 고작입니다.”

 

“양이라! 이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나?”

 

“천중빙수는 고문에 나와 있는 것입니다. 정말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만 제대로 기관에 응용하면 침입 방지, 보안 강화에 아주 적절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문이라!”

 

“고문에 적힌 내용을 해석하니 북해의 최북단, 지하 삼백 장 아래에 있다고 전해집니다. 말이 좋아 지하 삼백 장이지 실제로는 파고들어 가기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북해빙궁은 얻을 수 있었지?”

 

“이천 년에 한 번씩 천중빙수가 솟아오를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때에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해빙궁의 역사가 거의 일천 년에 가까우니 앞으로 천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군.”

 

“사실 그렇습니다.”

 

“좋다, 내가 구해주마.”

 

“알겠습니다.”

 

당한철이 천악에게 이 말을 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천중빙수를 더 연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천악에게 말하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까부터 옆에 여인이 한 명 달라붙어 있었다.

 

“왜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냥 지켜보는 거예요!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사마운정이었다. 그녀는 무림맹의 군사 역할을 수행하면서 나머지 시간은 모두 여기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원래는 군사직도 그만두려고 했는데, 무림맹주 현도진인이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머물게 되었다. 다 늙은 맹주가 울먹이며 말을 하니 차마 그만둘 수 없었다.

 

당한철은 사마운정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고문을 해석한 것은 사마 군사입니다. 제가 모르는 내용까지 세세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런가. 사마 소저의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뭘요. 별거 아니에요!”

 

천악은 고마운 것을 잊지는 않는다. 도움을 받았다면 여인이라고 해서 무시하지 않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고문의 내용은 상고시대의 문자를 사용해서 보통의 머리로는 도저히 해석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천악이 사마운정과 있을 때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 냉상아가 모두 왔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마운정의 얄미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인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이거였다.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어!’

 

천악은 그녀들과 같이 풍운장원으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볼 것은 다 봐둔 상태였다.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천악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감히 천악에게 나대는 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무서움은 일반 사람들도 아는 정도가 되었다.

 

“너희들은 장원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시게요?”

 

“여행이라면 우리도 같이 가요!”

 

여인들은 여행 가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다. 천악과 같이 여행을 가본 지가 한참이나 되었으니 그런 마음이 들 만했다.

 

“북해의 최북단 지하 삼백 장에 갈 건데, 원한다면 데리고 가겠다!”

 

같이 가고 싶다면 얼마든지 데려가 주겠다고 말을 했지만 실상 오지 말라는 말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런 혹한의 지역에 가는 것도 싫을뿐더러, 지하 삼백 장은 말이 쉽지 정말 말도 안 되는 깊이였다. 얼어 죽기 딱 좋은 지역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 내로 올 테니 걱정하지 마라.”

 

“기다리고 있을 테니 빨리 갔다 오세요!”

 

요즘 그녀들은 혼인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도시가 완비되는 대로 혼인하기로 천악이 약속을 했다. 그로 인해 차근 차근 신부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혼인하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여인으로 찍힐 수는 없지 아니한가! 한 가지라도 내조를 잘하는 여인이 될 필요성이 있었다.

 

천악은 즉시 북해로 공간이동을 했다. 북해빙궁의 좌표를 알고 있으니 가는 데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공간이동을 한 후에 천중빙수가 있는 지점을 찾아가서 지하로 들어가면 되었다.

 

 

 

풍운장원에 머리카락이 붉은 청년이 찾아왔다.

 

청년은 중원의 인물 같지 않았다. 딱 보기에 서역의 인물을 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굉장히 잘생긴 청년이었다.

 

“후후! 드디어 왔군.”

 

붉은 머리 청년은 바로 풍운장원으로 들어갔다. 청년이 들어가자 그 앞으로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 냉상아, 사마운정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끼리 있으니 수다가 굉장했다. 같이 있다가는 눈치에 배겨나지 못할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여인들의 옆으로 당지독과 궁휼, 추상락, 연광이 어슬렁거렸다.

 

제지하는 인물들이 하나도 없었다.

 

붉은 머리 청년은 제집처럼 들어와서 여인들에게 다가갔다.

 

“당신은 누군데 허락도 없이 장원으로 들어온 거죠?”

 

남궁태희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내는 붉은 머리 청년을 경계했다. 본능적으로 적대감이 들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었다.

 

씨익!

 

붉은 머리 청년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잘생긴 청년이 미소를 짓는데도 불구하고 소름이 돋는 여인들이었다. 당지독도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군천악의 여인들인가?”

 

“당신은 예의가 없군요!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가만둘 수 없어요!”

 

“맞군. 나와 함께 가야겠다.”

 

붉은 머리 청년은 일방적인 말을 전달했다. 그러자 남궁태희를 비롯한 여인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당지독과 궁휼, 추상락, 연광도 경계를 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주르르륵!

 

당지독의 손바닥에 땀이 질퍽하게 흘러내렸다. 온몸이 저절로 떨리고 있었다.

 

‘뭐야! 이놈은?’

 

이런 긴장감은 천악을 제외하고 처음이었다.

 

 

 

북해에 갔다 온 시간은 두 시진이 넘지 않았다. 북해의 최북단 지하 삼백 장을 뚫고 내려간 천악이 천중빙수를 아공간에 흡입시키고 풍운장원으로 돌아왔다. 풍운장원에 돌아왔을 때 천악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무슨 일입니까?”

 

“혈룡교의 교주였다!”

 

당지독이 힘겹게 말을 하고 있었다. 당지독은 심각한 내상은 입은 상태였다. 바닥에는 궁휼, 추상락, 연광이 쓰러져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죽은 것은 아니지만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천악은 놈이 이들은 죽이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보았다. 갑자기 찾아와서 무슨 일을 했는지 알아야 했다.

 

“여인들을 데려간 겁니까?”

 

“놈이 이상한 말을 했다.!”

 

“무엇입니까?”

 

“워프존 20567지점에서 기다리마라고 했다.”

 

“그렇군요.”

 

워프존이라고 하는 것은 워프 지점을 의미한다. 20567은 워프 장소의 위치를 수치로 계산해 놓은 좌표였다. 놈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 것이다.

 

“얼마나 됐습니까?”

 

“나도 지금 겨우 일어났다. 시간을 보니 적어도 한 시진은 넘은 것 같다!”

 

“부상은 제가 치료할 테니 내상을 돌보십시오.”

 

천악이 힐링 마법을 걸었다. 마법으로 당지독을 비롯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난 후 천악은 혈룡교주가 말한 좌표로 공간이동을 했다. 천악이 사라진 후 남겨진 당지독은 한숨이 나왔다.

 

“저놈 이외에 그렇게 강한 놈은 처음이었다!”

 

당지독을 비롯한 절대고수들이 혈룡교주의 한 방감도 되지 못했다. 한순간 빛이 번쩍하자 모든 것이 끝나 있었다.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던 것이다.

 

“설마 지지는 않겠지!”

 

당지독은 조금 불안했다. 천악이 지면 세상은 아직 위험하다는 말이 되었다. 천악도 이기지 못하는 놈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이제 믿을 것은 천악뿐이었다.

 

 

 

슈슝!

 

천악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

 

천악은 주변을 돌아보며 살폈다. 정교하게 조각된 용의 형상과 거대한 건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천악이 서 있는 곳은 대리석으로 정비가 된 길이었다. 길은 천악이 서 있는 장소에서 시작해서 앞으로 이십여 장이나 이어져 있었다.

 

정면의 건물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은 아주 작았다. 너무 작아서 그 낌새를 눈치 채려면 상당한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했다.

 

‘시험하는 건가.’

 

천악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해서 일부러 기척을 드러낸 것으로 보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기운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러난 기운은 작지만 그 안에 서린 힘의 크기는 섬짓할 정도로 강했다.

 

천악은 본능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이었다. 이 시대에 와서 생명의 위험을 느낀 경우는 처음 몇 번뿐이었다. 그 이후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천악은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오히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즐겁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마치 살아 있다는 생동감이 전신에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살았고, 싸우는 것 자체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천악이 깨닫지 못하는 깊은 곳에서는 전투에 대한 열망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악은 망설이지 않고 걸었다. 적이 눈앞에 있는데 돌아서는 성격이 아니었다. 펼쳐진 길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들어선 천악이 혈룡교주가 있는 곳을 향해 걸었다.

 

건물 안으로 백여 걸음 걸었을 때 고개를 위로 해야 할 정도로 높은 대전이 보였다. 대전에 마련된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

 

그 위에 붉은 머리카락을 소유한 젊은 청년이 탁자에 놓인 술을 따라 마셨다. 술상을 미리 봐둔 것으로 보았다.

 

잔이 두 개였다. 빈잔에 술을 따르는 붉은 머리의 청년이었다.

 

“앉아서 술을 한잔하겠나.”

 

“그러지.”

 

의외로 천악이 순순히 앉았다. 평소라면 상대의 말을 듣지도 않고 목을 잡아 비틀어 버렸을 것이다.

 

“어딨나?”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도 않은가?”

 

“혈룡교주.”

 

“그렇지.”

 

정답을 맞추어서 기분이 좋다는 듯한 표정이 된 혈룡교주 담천후였다. 서로의 표정만 봐서는 적아(敵我)를 구분하기 힘들었다.

 

“여인을 구하고 싶은가?”

 

“그렇다.”

 

“원한다면 방법을 알려주지.”

 

천악을 상대로 느긋하게 말을 이어가는 담천후였다. 담천후의 말 자체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스스로에게 절대적인 자신감과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내 수하가 되라. 물론 금제는 어쩔 수 없지. 내 수하가 된다면 여인들은 물론 무사히 돌려보내 주겠다.”

 

“싫다.”

 

천악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대답했다.

 

“여인을 구하고 싶지 않은가 보군 내가 아니면 네 여자들은 모두 죽는다.”

 

“여인들은 구한다.”

 

천악이 주변을 탐색했다. 여기 어딘가 있다면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담천후와 자신을 제외하고 살아 있는 기운이 존재하지 않았다.

 

“후후!”

 

담천후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찾아도 너는 찾을 수 없다. 너와는 다른 세상에 있으니까.”

 

“차원이동을 시켰나.”

 

‘호오!’

 

천악의 대답에 담천후가 의외의 표정을 지었다. 차원이동을 알고 있다는 것은 마법을 알고 있다는 말이 되었다.

 

“역시나 마법에 대해 알고 있군, 그렇다면 얘기가 쉽게 되겠어. 아무리 너라도 차원이동을 한 이상 다시 찾을 수 없다. 단! 내 수하가 된다면 여인들은 무사히 네게 돌아갈 수 있다.”

 

담천후는 천악이 탐났다. 천악이 보여준 지금까지의 무력이라면 쓸모가 있었다. 천악이 있어준다면 수면기에 두려워할 것이 없어지게 된다.

 

‘인간이라면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담천후의 생각에 인간은 정에 약하다. 사랑이라는 것에 눈을 뜬 인간은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수많은 세월을 산 담천후지만 이해 못 하는 점이기도 했다.

 

“싫다.”

 

‘응?’

 

담천후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천악은 한 점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의 뜻을 내비추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고민이라도 한 번 해야 정상이었다.

 

“여인들을 구하고 싶지 않은가 보군!”

 

“널 죽이고 구하겠다.”

 

“마치 차원이동을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구나!”

 

담천후를 죽인다고 해도 차원이동된 여인들을 구하려면 차원이동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담천후는 천악이 허풍 친다고 생각했다.

 

“장난은 그만 해라, 카이렌!”

 

움찔!

 

카이렌이라는 말에 담천후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원래 이름을 알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천악이 담천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나?”

 

“가이렌스의 힘을 얻었다.”

 

“빌어먹을!”

 

고룡 카이렌.

 

미드라이언 대륙의 레드드래곤 중에서 가장 많은 세월을 보낸 드래곤이었다. 카이렌이 이 세상으로 온 이유는 모든 드래곤의 적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차원이동을 실험하기 위해서 많은 마나가 필요했다. 대륙에서 가장 많은 마나를 가진 것이 드래곤이기에, 같은 동족을 죽이고 드래곤하트를 취했다. 아무도 모르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고룡인 가이렌스에게 사실을 들켰다. 가이렌스는 드래곤로드보다 강한 힘을 보유한 드래곤이었다. 실력적으로 밀린다는 것을 깨달은 카이렌은 차원이동을 통해 가이렌스로부터 벗어났다. 그런데 지금 가이렌스의 힘을 얻은 천악이 나타난 것이다.

 

“가이렌스는 어떻게 됐느냐?”

 

“죽었다.”

 

“역시 죽었군! 크하하하!”

 

자신을 괴롭힌 적이 죽었다는 말에 카이렌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세상에서 그가 두려워할 것은 가이렌스뿐이었다.

 

“아무리 강해도 차원이동의 힘을 버티지는 못했겠지!”

 

일족을 죽인 카이렌을 용서할 수 없었던 가이렌스였다. 가이렌스는 차원존(차원이동 공간)으로 도망치는 카이렌을 따라 뛰어들었다. 잡으려는 순간에 카이렌과 가이렌스의 몸이 공간 속으로 사라졌다. 카이렌은 간신히 다른 세상에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시간의 차이를 겪은 가이렌스는 모든 힘을 소진하고 말았다. 소진된 힘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국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남겨진 사념에는 원한과 증오가 서려 있었다. 천악이 가이렌스의 드래곤하트를 흡수했을 때 광폭해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인간이 드래곤하트를 흡수하고도 살아 있다니 놀랍구나! 하지만 결국 인간일 뿐이다. 내 힘을 안다면 수하가 되는 것이 좋을 거다.”

 

“이제 대화는 필요 없지.”

 

천악이 대화를 유도한 것은 여인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담천후와의 대화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했다.

 

“네깟놈이 나를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

 

“물론이지.”

 

“감히 버러지 같은 놈이 힘을 얻었다고 뵈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천악이 일어섰다. 적을 상대로 이제는 말이 필요 없었다. 말 대신 주먹을 날리는 천악이었다.

 

카이렌도 일어섰다. 가이렌스와 연관이 돼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놈을 살려두고 싶지 않았다. 미드라이언 대륙에서 놈에게 당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을 삭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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