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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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21화
혈룡교와의 결전 (3)
“아! 아프다니까!”
“그냥 내 말 한 번 믿고 따라 오라니까!”
“몸조리 좀 하게 그냥 놔둬라!”
“얘가 진짜 속고만 살았나!”
“너 꼭 약장사 같다!”
말투만 들어보면 애들끼리의 대화와 비슷했다. 어른들이 보기에 한심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 만한 대화였다. 하지만 그 두 사람에게 그따위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중원 내에 없었다. 그들이 바로 중원 오천존 안에 드는 천수암제, 태극검성이기 때문이다.
당지독은 몸이 아파서 누워 있는 현도진인을 끌고 풍운장원으로 데려오고 있었다. 가뜩이나 내상이 도져 진기의 순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지독의 행동은 짜증 그 자체였다.
당지독은 현도진인이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자 그냥 들고 날아왔다. 당지독은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을 틈타 천악이 있는 방으로 스며들었다. 현도진인은 조금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당지독이 허튼소리를 하는 위인이 아니기에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무슨 일입니까?”
당지독이 들어오기 전부터 천악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밤중에 사람을 이끌고 들어오는 것을 좋게 볼 리 없었다. 목소리에 약간은 가시가 돋쳐 있었다.
“이놈이 내 친군데, 좀 다쳤어! 고쳐줄 수 있냐?”
“아프면 의방에 가십시오.”
“그래도 이번 혈룡교와의 결전에 꼭 필요한 녀석이다. 그러니 조금 봐줘라!”
혈룡교라는 말에 천악이 돌아섰다. 요즘 들어 천악은 혈룡교가 하는 일은 무조건 막아서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물론 천악의 건물이 부서져서 그런 면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현도진인은 대화를 듣고 있는 내내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있나 하고 생각했다. 도와준다고 하니 차마 말을 하기 뭐해서 가만히 있는 거지, 아니었으면 제대로 깽판을 쳤을 것이다.
“진기가 손상됐군요.”
내상이 심각해서 하루 이틀에 나을 상처는 아니었다. 본인이 시간을 들여 내상을 치료한다면 오래 걸리더라도 치료가 될 수 있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결전이 바로 코앞이니 바로 치료하는 게 나았다.
‘제법 의술이 있구나!’
보는 것으로 바로 파악하는 천악의 말에 현도진인이 어느 정도 안심을 했다. 당지독의 말만 들어보면 돌팔이 의원한테 데리고 가는 것처럼 보였었다.
천악이 현도진인의 단전에 손을 대었다. 현도진인이 움찔거렸다. 단전은 무인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한테나 손을 대게 할 수 없는 장소였기에 본능적으로 움찔거린 것이다.
손을 대자마자 천악의 손을 타고 기운이 퍼져 나갔다. 압도적인 기운이 현도진인의 단전을 관통했다. 그와 동시에 천악은 끊어진 경락을 다시 잇기 위해서 리커버리(복구) 마법을 시전했다. 빛이 번쩍이고 천악이 손을 떼었다.
‘헉!’
경악 그 자체였다. 타인의 진기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끊어진 경락까지 모두 이어버렸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순식간에 현도진인의 온몸이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스스로 일어나기도 귀찮을 정도로 아팠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움직일 수 있었다. 태극신공을 운용해 보니 완벽하게 나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내 그 마음 알지. 처음 보면 다들 그 표정을 하고 있더군.”
“가만, 이곳이 풍운장원이라고 했지. 그럼 자네가 풍운마신이라고 불리는 사내인가?”
“풍운마신?”
천악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풍운마룡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풍운마신은 들어보지 못했다. 한동안 장원 안에서만 있다 보니 그런 소문이 도는 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당지독이 옆에서 알려주었다.
“자네가 풍운마신으로 불리고 있네.”
“그런가요. 전보다 괜찮군요.”
마신이라는 말을 듣고 괜찮다고 하다니 천악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당지독과 현도진인이었다.
현도진인은 문득 나은 상처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군천악은 좋은 상대였다. 천악의 실력도 확인해 볼 겸 간단하게 대련을 해보면 금세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몸이 나았는지 시험하고 싶은데, 대련이라도 한번 해볼 수 있나.”
“한밤중에 대련은 조금 그렇군요.”
“그렇게 빼지 말고 한 번만 부탁하네.”
“다쳐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를. 내가 태극검성일세.”
“알겠습니다.”
당지독은 뒤에서 묵묵히 침묵을 유지했다. 천악이 당지독을 한 번 쏘아보다가 현도진인을 밖으로 안내해 주었다.
당지독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당지독은 내려가지도 않았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다시 올라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어디 당해봐라!’
당지독이 느긋하게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때 밖에서 개 패는 소리가 들려왔다. 개를 팼는데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린 것이 의아하기는 하지만 장원 안을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일 각이 지나기도 전에 누군가 질질 끌려서 방으로 왔다. 천악이 현도진인을 끌고서 데리고 온 것이다.
“하루만 자면 괜찮을 겁니다.”
“알겠네. 내가 방으로 데려가서 재우겠네.”
“앞으로는 귀찮은 짐을 데려오지 마십시오.”
“물…론이네.”
당지독이 현도진인을 데려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현도진인의 성격상 그냥 넘어갈 녀석이 아니었다. 한 번은 덤빌 것으로 보았다. 그동안 당한 게 있어서 갚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내상도 고쳐야 하니 일석이조(一石二鳥)를 노린 계책이었다.
‘으하하하! 통쾌하다!’
다음 날 일어난 현도진인은 욱씬거리는 눈두덩이를 잘못 만지다가 비명성을 지를 뻔했다. 현도진인이 우선은 동경으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얼굴에 시퍼런 멍 자국이 자리했고, 몸 역시 시퍼런 멍 자국이 물들어 있었다.
“윽, 사람을 개처럼 무식하게 패다니!”
명색이 무림맹주인데 천악은 체면도 생각해 주지 않고 정말 백정같이 팼다. 누가 보기라도 했으면 쪽팔려서 죽을 것 같았다.
우선은 태극신공을 운용해서 멍 자국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절할 정도로 맞기는 했지만 진기의 순환은 자유로웠다. 때리면서 천악이 추궁과혈의 효과를 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뼈가 으스러졌을 것이다.
“후우우!”
호흡을 한 후 진기를 완벽하게 복구하자, 당지독이 들어왔다.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당지독의 모습을 보자 울화통이 터졌다.
“너 알고 있었지?”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네!”
“그놈이 그렇게 센 놈인 것 알고 있었냔 말이야?”
“네가 물어보지 않았잖아.”
“시끄러! 얼마나 아픈지 알아!”
현도진인의 입에서 쌍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범인이 봤다면 이 사람이 태극검성인지 알지 못했을 정도였다.
“그러게 아무나 보면 덤비는 것 좀 고쳐라!”
“사돈 남 말하네. 아무한테나 시비 거는 네놈은 나보다 더했어!”
둘 다 맞는 말을 하니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정신을 가다듬은 현도진인은 진지하게 물었다.
“정말 강하다.”
“당연하지.”
“현존하는 최강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놈은 곽 선배도 뒈지게 팼거든.”
“그걸 왜 지금 말하는 거야!”
천마는 현도진인이 필생으로 이겨야 하는 상대였다. 한번도 이기지 못한 상대를 개 패듯이 팼다는 말이었다. 이것은 처음부터 상대가 전혀 되지 않는 대련이었다.
“일부러 그랬지? 어쩐지 네가 웬일로 친절을 베푸냐 했어!”
“크흠! 난 친구의 내상을 고쳐 주고 싶은 지고지순한 마음밖에 없었다.”
“개자식!”
“명색이 맹주가 되어 가지고 그따위 싸가지 없는 말투는 어디서 배웠냐?”
“너한테 배웠다, 이놈아!”
한때 같이 놀다 보니 입이 걸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그렇지만 현도진인은 내상을 고쳐준 당지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당지독도 그러한 마음을 알고 있었다.
“혈룡교와의 일전을 준비해야지.”
“이번에는 결코 지지 않아.”
“아마 그럴 거야. 그 녀석도 움직일 테니.”
“그 말을 들으니 무척이나 안심이 되는구먼.”
풍운마신 한 명이 도와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전력이 중원 무림 전체보다 강력한 힘이었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강소성을 넘어 안위성을 지나가는 여러 갈래의 길 중에 하나를 지나 반 시진을 가면 작은 호수가 있는 큰 평야가 나온다. 노을이 지면 호수와 갈대가 붉게 물든다고 하여 단적평(丹赤坪)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인적이 드물고 땅에 염분이 많은 편이라 농사를 짓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근처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이 없었다.
무수히 많은 수의 무인들이 단적평으로 몰려들었다. 한쪽은 강소성에서 오는 무리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안휘성에서 오는 무리였다. 단적평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 넓이만큼은 상당했다. 끝없이 펼쳐진 갈대밭이 장관을 이룰 정도였다.
안휘성에서 오는 무인들은 중원 무인들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안휘성에서 집결하여 모인 무인들의 수만 해도 족히 칠만에 달했다. 갈대밭을 일일이 다 밟아도 될 정도로 많았다. 개미 떼처럼 몰려드는 무인들은 모두 비장했다. 한 번의 패배로 잃어버릴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강소성에서 오는 혈룡교의 무인들의 수는 일만 정도였다. 무림연합에 비해 칠분지 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수였다. 수적인 면에서는 무림연합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하지만 혈룡교의 무인들은 수적인 열세를 신경 쓰지도 않았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모여봤자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무림연합의 경우 현도진인과 당지독이 선두에 섰다. 그 뒤로 각 문파의 장문인과 장로들이 뒤를 따랐다.
사마운정은 전투와는 별개로 뒤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녀의 원래 임무가 전투와는 상관없이 작전을 구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림인들이 모였을 때 그녀가 가장 먼저 한 것이 전투체계였다. 전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사불란한 조직의 연계다. 명령이 제대로 전해져야 그 뒤를 받쳐 주는 무인들이 빠르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각 문파간의 이해관계를 생각해서 가장 적당한 자리를 만들어야 했다. 우습게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대외적인 지위가 사람의 명성을 좌우하기 때문에 자리 배정도 쉽지 않은 일 중에 하나였다.
조직을 정비하고 난 후 사마운정은 혈룡교의 움직임에 주시했다. 그런데 놈들이 서신을 보내왔다.
-십 일 후 단적평에서 일전을 불사하겠다.
혈룡교에서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무림맹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치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놈들이 이제는 대놓고 정면 대결을 하려고 했다.
흥분하는 무인들을 달랜 사마운정은 놈들의 함정이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남은 비영대를 모두 투입했다. 단적평을 중심으로 놈들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 말이다. 단적평에 무언가 설치를 했다면 나중에 골치 아픈 일이었다. 이 일은 개방의 도움도 절실하게 필요한 일이었다.
개방의 도움을 얻어 모든 정황을 확보하고 판단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놈들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에 확증을 얻었다. 사마운정은 차라리 잘됐다고 판단했다. 놈들의 무력 수준은 무림맹의 무인들보다 몇 수나 위였다. 놈들이 치고 빠지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무림맹으로 모이기는 했지만 체계가 잡힌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놈들이 지속적으로 치고 빠지면 금세 무너질 수도 있었다. 반면에 정면 대결은 그런 일이 없다. 정면으로 대결하게 되면 일단 조직된 힘을 한 번에 쏟아 부을 수 있다는 말이 되었다.
사마운정은 무인들에게 강조했다. 합동 공격을 하라는 것이었다. 수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혈룡교 한 명당 일곱 명의 합공을 말이다. 수적인 우세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무인들은 반발하지 않았다. 혈룡교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이었다.
‘마교가 오고 있으니까 시간만 끌면 우리에게 승산이 있어!’
신강은 상당히 먼 거리다. 마교에서 이곳까지 오는 데 시간이 상당히 걸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안휘성 내로 도착해서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보고받았다. 두 시진은 걸리겠지만 그 시간만 버티면 마교와 연합을 하여 놈들을 소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