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9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2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90화
190화 변화 (3)
“우웃!”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에 당황하고 말았다.
황급히 몸을 돌렸다.
“어, 언제!”
분명 하늘에 강철 거인이 떠 있는 것을 봤는데,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아무런 기척도 소리도 없이 유령처럼 내 뒤에 나타난 것이다. 가까이에서 강철 거인의 당당한 외형을 마주하고 보니 놀랍기 짝이 없다.
새카만 금속 표면에 윤기가 자르르 돈다. 크기 또한 안드라스와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균형 잡힌 몸체를 하고 있어 안드라스보다 더 탄탄해 보인다.
그런데……
대체 왜 내 뒤에 소리도 없이 나타난 거지?
화르르륵!
“……!”
가슴에서 화염이 더욱 강하게 솟구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그 빌어먹을 놈의 주문(?)을 외운 뒤로 계속 화염이 흘러나오기는 했지만,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일어나 당황스러웠다.
<거기냐? 비겁한 놈! 도망을 치다니!>
머리 위에서 안드라스의 분노어린 외침이 들려온다.
놈이 낙하하려는 듯 날개를 접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런 덩치로 육탄 공격을 한다면 주변이 초토화될 것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뻔하다.
기사들의 연무장으로 사용했던 곳은 안드라스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이미 엉망으로 변한 상태.
겨우 두 번 메이스를 휘두른 것만으로 거의 폐허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전력을 다해 육탄 공격을 감행한다면 연무장이 완전히 뒤집어질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피하는 게 최선.
판단을 내리기 무섭게 비룡보법 토룡출세(土龍出世)의 수법으로 지면을 박찼다.
파앙!
“어엇?”
하지만 당황하고 말았다.
분명 지면을 박차고 몸을 날렸으나, 제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발바닥에 은은한 통증만 느꼈을 뿐이다.
“이, 이게…….”
가슴에서 솟아난 화염이 강철 거인의 가슴과 이어져 내 몸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었다.
“이런 미친 세인트 자시익!”
원망스러운 마음에 세인트를 욕하고 말았다.
이게 뭐가 마왕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이라는 거냐!
이대로는 안드라스의 육탄 돌격에 한 줌 핏물이 되어 사방에 흩어질 판이다.
“와하하하! 죽어랏!”
시커먼 기운에 휩싸인 채 떨어져 내리는 안드라스가 희열에 가득한 음성으로 소리친다.
강철 거인과 화염으로 이어져 꼼짝도 하지 못하는 상황.
잠시 후면 안드라스와 충돌할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젠자앙!”
욕설과 함께 전신의 내공을 모조리 끌어다가 크로노스 갑옷에 호신강기를 둘렀다.
넋 놓고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서 두 팔을 ‘X’자 형태로 만들어 머리를 보호했다.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이를 악물고 충격에 대비했다.
콰과광!
“크흑!”
두 팔에 전해지는 엄청난 압력에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어이없을 정도로 작은 충격에 의아했다. 이상함을 느끼고 얼굴을 가렸던 두 팔을 슬그머니 내리는데,
“우왁!”
깜짝 놀라서 뒤로 황급히 물러났다.
쿵, 쿵, 쿵, 쿵…
단지 뒤로 물러났을 뿐인데 둔중한 충돌음이 연달아 울린다.
그리고,
안드라스가 나와 거의 엇비슷한 몸집으로 줄어든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크으으으… 이런 망할!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안드라스의 당황한 음성이 고막에 파고들었다.
몸통 박치기를 해왔던 녀석이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듯했다.
“……!”
갑작스러운 상황에 녀석의 말을 대꾸할 정신이 없었다. 눈을 몇 번이고 깜빡거리면서 녀석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안드라스 너머로 보이는 아이언 성이… 마치 장난감처럼 작게만 느껴진다.
높게 느껴지던 야산이 작게 줄어들어 있다.
아니,
주변의 사물이 줄어든 게 아니라 내가 커졌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
기기긱! 끼긱!
“…아!”
뒤늦게 팔을 들어 확인한 순간, 나직하게 탄성을 흘렸다.
검은빛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손이 나의 의지에 반응해 움직인다.
크로노스 갑옷을 구성하는 건틀릿(Gauntlet:금속 장갑)의 모양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금속이 갈리는 듯한 소리가 발생하는 것도 그렇고…
“이 자식! 내 말을 씹어? 좋다! 내가 어째서 마계 최고 꼴통인지 확실하게 보여 주마!”
까드득!
안드라스가 메이스를 하단으로 내리고서 부리를 악 다물었다. 아마도 이를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놈이 분노한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다. 동등한 눈높이를 한 탓에 싸워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강철 거인과 하나가 되었다는 걸 깨달으면서 자신감이 생겨난다.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보았던 안드라스를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
“크와아악!”
안드라스가 분노의 함성을 지르면서 돌진해 온다.
쿵쿵쿵쿵!
거대한 덩치를 지닌 놈이라 발을 내디딜 때마다 은은한 진동이 느껴진다.
놈에게 맞서기 위해서 진룡권법의 기수식을 잡았다. 내가 탑승한 강철 거인은 무기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전신이 강철(확실하진 않지만.)로 된 몸이다.
거대한 메이스에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 한, 파괴당할 걱정 따윈 할 필요가 없을 터!
안드라스가 돌진해 오면서 하단으로 늘어뜨린 메이스가 솟구쳤다.
진룡권법의 첫 번째 초식인 쌍룡타(雙龍打)의 수법을 사용해, 왼손을 펼쳐 떠오르는 메이스를 내리눌렀다.
터엉!
“이, 이놈이?”
안드라스가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며 당황했다.
메이스를 와락 붙들고 잡아당기면서 오른 주먹으로 놈의 심장을 후려쳤다.
퍼억!
“끄아악!”
내장을 쏟아 낼 것처럼 괴로운 비명을 지르는 안드라스.
주먹에 맞았다고는 해도 놈에겐 메이스로 얻어맞은 것과 같은 충격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 와중에도 우악스럽게 메이스를 잡아 빼면서 물러나는 안드라스.
이거 놀랍다!
마왕과 싸울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했던 세인트의 얘기가 진짜였다.
“으으으… 마계에 너 같은 놈이 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정체가 뭐냐!”
안드라스가 얻어맞은 자신의 가슴을 왼손으로 문지르며 소리쳤다.
놈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게 되니까 자신감이 팍팍 샘솟는다.
“시끄럽고 덤비기나 하시지?”
오른손 검지를 까딱거리면서 안드라스를 도발했다.
끼릭, 끼릭!
“…짓이겨 버리겠다!”
“됐고, 아까 뭔가 보여 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주둥이만 산 놈이냐?”
다시금 메이스를 움켜쥐는 놈에게 비웃음을 가득 담아서 재차 도발을 감행했다.
나의 공격이 놈에게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두려워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프레하 제국놈들을 추격하라! 죽여라!>
귓가에 들리는 듀카스 대공의 외침을 듣고서, 눈동자를 움직여 상황을 살폈다.
이렇게 난리가 난 와중에도 흑기사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마치 안드라스의 명령을 기다리는 듯한 태도다. 그러나 프레하 제국의 일반 기사들과 병사들은 안드라스의 등장에 놀라 후퇴 중이었다.
듀카스 대공은 영리하게도 때를 놓치지 않고서 추격을 명령한 모양이다. 성안에 있다가 안드라스가 난장을 피우기라도 한다면 끝장일 테니까.
그래서 프레하 제국군에 대한 공격을 명령해서 병사들을 성 밖으로 대피시키는 것이 분명하다.
지하에 대피한 영지민과 대기조로 휴식 중인 병력은 놔둔 채 말이다. 진심으로 프레하 제국을 끝장내기 위한 거였다면, 지하 벙커에 대기 중인 병력까지 모두 끌고 나왔어야 말이 된다.
“이야아아아!”
천둥과도 같은 기합성이 들려와 다시금 시선을 바로 했다.
메이스를 치켜들고서 돌진해 오는 안드라스를 향해 비룡권법의 기수식을 취하면서 주먹을 말아쥐었다.
바아앙!
사정거리 안에 들기가 무섭게 놈이 메이스를 곧장 내리찍어 왔다.
일곱 번째 초식인 비룡정(飛龍征)의 수법으로 내리꽂히는 메이스의 헤드 부분을 노리고 주먹을 뻗었다.
꽈앙!
“으윽!”
주먹으로 힘차게 메이스의 헤드 부분을 강타한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나면서 거리를 벌렸다.
미치도록 주먹이 아프다.
강철 주먹으로 후려쳤는데 아픔을 느낀다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놈! 도망치는 거냐!”
안드라스가 씩씩거리면서 커다란 눈을 부릅뜬다.
하지만 놈은 뒤쫓아오지 않았다. 험악한 말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은근슬쩍 메이스를 왼손으로 바꿔 쥐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녀석도 메이스를 쥔 손에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가 되겠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지금 공격을 감행한다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주먹이 뭉개진 듯한 아픔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황당한 마음에 왼손으로 오른손을 주물렀다.
“……!”
왼손으로 주무르는 감촉이 오른손에 전해진다.
물론 왼손에도 오른손을 만지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강철 거인의 몸이 실제의 내 몸처럼 감각까지 동화되었다는 건인가?
세인트가 어째서 강철 거인의 감각까지 공유하도록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게 알겠다.
강철로 이루어진 몸을 믿고 싸웠다가는 조금 전처럼 낭패를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싸우지 않을 건가?”
안드라스가 왼손과 오른손으로 번갈아 메이스를 옮겨 쥐면서 나직하게 말했다.
몸이 커진 상태였기에 나직한 음성이라는 의미지, 커다란 음성인 것만은 분명하다. 워낙 덩치가 큰 놈이니까.
당장 싸우고 싶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으나, 녀석 또한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인트에게 들은 바로는 안드라스는 돌머리에 다혈질이라고 했다. 그런 놈이 슬슬 눈치를 보면서 간을 보고 있다. 약한 모습을 보였다간 곧바로 덤벼들 놈이다.
검!
놈의 메이스와 맞설 수 있는 검이 필요하다.
“왜 대답이 없지? 무시하는 건가?”
“덤벼봐!”
안드라스가 경계하면서 묻는 말에 도발로 응수했다. 단전에 의식을 집중해 내공을 움직였다.
강철 거인과 동화되었어도 내공을 사용하는 것엔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 중에 하나.
“인간계 따위에서 날 화나게 하는 놈을 만나다니… 기가 막히는군! 네놈을 아예 가루로 만들어 주도록 하지.”
안드라스가 지친다는 몸짓을 하고서는 천천히 메이스를 들어 나를 겨눈다.
“똥폼 잡지 말고 들어와 봐. 박살을 내줄 테니까.”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주먹에 모든 내공을 집중한 채로 녀석에게서 시선을 집중했다. 현재 녀석을 이길 수 있는 건 빈틈을 노린 카운터 공격밖에 없으니까.
“어디까지 까불어댈 수 있는지 보겠다.”
안드라스는 거듭된 도발에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온몸이 붉게 변했다.
오른손에 옮겨 쥔 메이스에 검은 빛깔의 기운을 잔뜩 담고서 자세를 낮춘다.
놈이 잔뜩 낮춘 자세로 나를 노려보면서 눈을 이리저리 굴린다. 공격할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건 바보라도 알 일이다.
주먹을 말아쥐고서 안드라스의 육체를 자세히 관찰했다. 놈의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다. 전신에 잔뜩 힘을 주고서 언제라도 돌진할 준비가 끝난 자세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상황.
나 역시 잔뜩 긴장한 채로 상대가 빈틈을 드러내길 기다렸다.
“타핫!”
안드라스의 허벅지 근육이 꿈틀거리는 순간, 기합성을 내지르면서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투화악!
쭉 뻗은 주먹에서 다량의 내공이 쭉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진룡권법 최후의 초식 광룡포(光龍砲).
소림의 백보신권과도 비견된다는 원거리 공격이다.
“와아악!”
돌진해 오던 안드라스가 당혹성을 지르면서 메이스로 권강(拳强)을 후려쳤다.
꽈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땅이 뒤집히고 흙먼지와 권강의 파편이 사방에 뿌려졌다.
그 사이, 두 번 더 주먹을 내뻗었다.
투웅! 투화학!
푸른빛의 권강이 흙먼지가 자욱한 공간에 스며들 듯 파고들었다.
콰앙! 쾅!
“크아아악!”
흙먼지 속에서 안드라스의 처절한 비명이 튀어나온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망설임 따윈 없다. 연속으로 광룡포(光龍砲)의 내공 운용에 따라 권강을 만들어 정권을 내질렀다.
투두둥! 투둥!
콰과과과광!
연속으로 폭발음이 일어나면서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바닥이 울린다.
결과를 기다리는 멍청한 짓 따위는 하지 않는다. 곧바로 비룡보법을 밟아 쏜살같이 몸을 날렸다.
꾸웅!
주변 풍경이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지면서 흙먼지 속으로 파고들었다.
안드라스가 메이스를 쥔 채로 양팔을 교차시켜 전면을 가리고 있었다. 권강을 받아 내면서 폭발의 여파로 거대한 몸 여기저기에 상처가 생겨 검붉은 피를 줄줄 흘린다.
승세를 탔을 때 몰아치는 게 승리하는 지름길.
진룡권법의 네 번째 초식인 마룡멸혼(魔龍滅魂)의 수법을 사용해 놈의 앞에 착지하는 것과 동시에 강한 진각을 밟았다.
콰앙!
종아리에서부터 허리와 어깨까지 회전력을 이어 가면서 진각을 밟은 힘의 반동을 이용해 정권을 내질렀다.
퍼걱!
“……!”
어째…
손맛이 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