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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20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1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09화

천하혈란(天下血亂) 무너지는 무림 (1)

 

 

대막혈궁이 이끄는 대막 무림이 섬서성과 하남성의 경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도 무림 역시 무인들을 규합하여 대항하기 위해 움직였다. 정도 무림의 중심에 소림사와 남궁세가가 나서고 있었다. 특히 소림사의 절세고수들인 사대금강(四大金剛)과 십팔나한(十八羅漢)이 직접 나왔다. 사대금강의 경우 연배가 각 문파의 장문인과 비슷하고, 금강불괴에 달한 육체와 더불어서 사용하는 무공 역시도 절대고수들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경우 검왕 남궁장천이 있기에 그 존재 자체로 무인들을 이끌기에 충분한 위엄을 갖추었다.

 

정파 무인들의 수는 거의 삼만에 달했다. 대막 무림인들과는 수적으로 대등하거나 더 많았다. 이대로 승부를 본다면 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남궁장천이 넓은 평야를 보았다.

 

처음의 공격과는 다르게 대막 무림이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오고 있었다. 서로의 전력이 비슷하여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 분명했다.

 

“검왕께서 있으니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잘해봅시다.”

 

사대금강 중 한 명인 연오였다. 연광 법사와 같은 연배를 가진 인물로서 사대금강을 이끄는 일금강(一金剛)이었다.

 

남궁장천이 상당한 거리 뒤로 움직이는 무인들의 기세를 보았다. 대막 무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섬서성에 존재하는 많은 문파들을 모두 상대한 것으로 보아 실력이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들을 이끄는 대막혈신 율무정은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남궁장천이 모두에게 들리도록 말을 했다.

 

“중원은 아직 저들에게 지지 않았다. 중원의 저력이 무엇인지 놈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자! 일어서서 놈들에게 중원의 혼이 무엇인지 알려주자!”

 

와! 우우우웅!

 

기세를 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이은 패배로 불안감이 고조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사람들에게 공포심보다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한 순간이었다. 남궁장천은 사람을 이끄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검왕이 내공을 사용하자 그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 중원 십대고수의 저력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세가 퍼져 나가자 대막 무림인들 역시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양쪽에서 보내는 기파가 허공에서 부딪쳤다. 어느 하나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검왕 남궁장천이 정파 무림의 선두에 서서 맞이했다. 또한 대막 무림도 대막혈신 율무정이 선두에 서 있는 상태였다.

 

저벅! 저벅!

 

누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남궁장천과 율무정이 먼저 앞으로 나섰다.

 

“생각보다 젊군.”

 

“무공은 나이와는 상관없으니까.”

 

“중원은 자네가 넘볼 수 있는 곳이 아니네.”

 

씨익!

 

율무정의 입가에 비웃음이 서렸다. 남궁장천은 율무정의 비웃음에 눈이 차갑게 식었다.

 

“중원이 만만히 보인다는 건가!”

 

“어차피 말로 해서 달라질 상황이 아니다. 중원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알게 해주면 고맙겠군!”

 

“좋다, 어디 그 입심만큼 실력이 있는지 봐주마!”

 

율무정과 남궁장천 간에 칼날 같은 기운이 형성되었다. 절대고수들 간의 영역다툼인 무형지기의 대결이었다. 그와 동시에 각 진영의 무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 칼을 겨누었으니 그 결과는 상대의 등을 밟고 일어서는 자만이 알 것이다.

 

 

 

이야야야얍!

 

함성 소리가 평야 전체를 뒤흔들었다. 양 진영을 합하면 무려 육만에 달한다. 대지가 울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특히 이미 한 번 당하고 둥지를 빼앗겨야 했던 화산파를 비롯한 섬서성의 문파들은 이를 악물었다. 다시 대막 무림에게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부의 복수를 하고 사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나섰다. 그 중심에 매화검수 이자청이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종남파의 검귀 나민관과 형산파의 장일청이 따랐다.

 

“악적들에게 아직 화산이 건재함을 보여주겠다!”

 

이자청의 검에서 진득한 매화향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갔다. 매화의 향이 서린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대막 무인들의 검이 꺾이고 두어 명씩 바닥에 뒹굴었다.

 

각각의 감정과 욕망이 서로의 검에 녹아들고 있었다. 일단 병기와 병기가 부딪치자 아비규환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 누가 딱히 이긴다고 보장할 수 없는 혈투가 진행되었다.

 

꽈과과광!

 

율무정과 남궁장천의 대결은 경천동지할 정도로 대단했다. 검과 검이 부딪치자 강렬한 반탄강기가 형성되어 굉음을 내었다.

 

남궁장천은 검을 부딪치면서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율무정의 검이 놀랍도록 강력하다는 증거였다. 마찬가지로 율무정도 놀라움을 느꼈다. 율무정이 지금까지 대결한 무인들 중에서 남궁장천이 가장 강했다. 십대고수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궁장천이 사용하는 것은 제왕검법이었다.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이대 검법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고 정평이 난 검법이다. 특히 제왕검법의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서 과거 검황이라고 불렸던 남궁무적의 경지에 다가가고 있었다.

 

제왕검법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검을 정립하면서 제왕검형(帝王劍形)에 이르렀다. 제왕검형은 말 그대로 검의 형식이다. 스스로 뻗어나가는 검의 궤적이 바로 제왕검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초식의 경지에 가까워질수록 검은 자유로워지고, 그 위력은 더욱더 강력해진다.

 

천악과의 대결 후 약간의 깨달음을 느낀 이후에 발전한 것이다. 천악의 가공할 빠름과 자유로운 공격은 남궁장천의 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남궁장천의 검이 직선으로 뻗어나가다가 율무정의 움직임에 맞추어서 곡선으로 바뀌었다. 직선과 곡선의 변화에 있어서 속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직선으로 찌르는 빠르기와 곡선으로 바뀌는 검의 궤적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 속도의 변화 없이 능수능란하게 출수를 하고 있었다.

 

슈웅! 사아악!

 

바로 앞에서 찔러 들어오는 검을 피해 왼쪽으로 이동하던 율무정이었다. 그런데도 남궁장천의 검로가 따라오자 대경실색하고 즉시 검을 맞대어야 했다.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태에서 행할 수 있는 것은 맞대결뿐이었다.

 

카카캉! 파파팟!

 

사방으로 검강의 기운이 퍼져 나갔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것이 아니라 검강과 검강이 부딪치고 있었다. 검의 기운이 유형화되어 완벽한 형상을 만들었을 때 일어나는 검강이었다.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살이 찢겨 나가는 것 같은 기파(氣波)였다. 살인적인 기운이 사나운 폭풍을 만들었다.

 

‘제왕검형조차 막아내다니!’

 

‘태양신공을 운용하지 않았으면 위험할 뻔했다!’

 

서로의 의중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광염혈류마공을 사용하던 율무정이 태양신공으로 바꾸었다. 서로의 상성이 비슷한 무공이지만 태양신공의 위력이 몇 배나 강력했다. 강렬한 기운이 끓어오르자 율무정의 주변이 금세 타들어 갔다.

 

태양화기(太陽火氣)였다. 태양신공의 기운이 외부적으로 형성될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선 율무정이었다.

 

화아아!

 

태양화기의 기운을 정면으로 받는 남궁장천은 천뢰제왕신공(天雷帝王神功)을 극성으로 운용했다. 태양화기로 인해 엄습하는 기운이 보통을 넘었다. 몸을 보호하지 않으면 전신이 타들어 갈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어쭙잖은 잔재주는 소용없었다. 검의 최상승 경지에 이른 절대고수들이었다. 그 정도도 파악하지 못한다면 고수라는 명함을 내놓아야 했다.

 

태양신공을 운용한 태양검법(太陽劍法)의 최고 절초가 율무정의 검에서 쏟아져 나왔다.

 

남궁장천도 천뢰제왕신공을 운용하여 제왕무적검강(帝王無敵劍剛)을 일으켰다.

 

-태양멸절(太陽滅絶).

 

-제왕극뢰(帝王極雷).

 

쿠과과과광!

 

절기의 향연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 가지의 초식으로 끝을 낼 수 없기에 서로의 절기가 연속적으로 뿜어져 나갔다. 굉장한 대결이었다. 반경 일 장 안에 무인들이 서 있을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그들을 중심으로 동그란 원을 형성하여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 것 같았다.

 

사대금강과 대막혈성이 치열하게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일금강 연오가 남궁장천과 율무정의 대결을 보았다.

 

‘검왕과 대등하다니!’

 

검왕의 실력은 그들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화경의 극을 넘어 현경에 이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쉽사리 승부를 내지 못하고, 막상막하의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앞의 이놈들도 그렇고 만만하지가 않다!’

 

대막 무림을 깔보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강할 것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사대금강의 실력이 대막혈성보다 높지만 승부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실전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막혈성은 대막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치열한 실전을 겪어온 무인들이었다. 사대금강과는 질적으로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러니 생사의 간극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만약 실력 차이 없이 대등했다면 사대금강이 오히려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각 진영의 고수들이 밀고 밀리는 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양 진영은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피 튀기는 일전을 지켜보는 무리가 있었다.

 

대규모의 전투와는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떨어진 장소에서 지켜보는 세 명의 무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귀갑(龜甲)을 두른 중년인과 붉게 물든 머리카락을 가진 특이한 무인. 마지막으로 거대한 대도(大刀)를 어깨에 가볍게 든 무인이었다.

 

“예상대로 결전을 했군.”

 

“놈도 어쩔 수 없지. 최고장로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으니 말이야!”

 

“그럼 우리도 합류해 볼까.”

 

한참을 지켜보던 그들 뒤로 삼천에 달하는 무인들이 강렬한 투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이만한 투기가 발산하면 누군가 눈치를 채기 마련이지만 한시도 틈을 줄 수 없는 치열한 대결에서 그럴 여유는 없었다.

 

 

 

요동혈맹과의 일전을 앞둔 무림맹주 현도진인과 더불어서 장로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해 있었다. 바로 앞에 적이 있는 상황에서 뜻밖의 소식이 전달되었다. 아니,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사마 군사, 다시 한번 말해 봐라!”

 

“제가 부족해서 무림맹이 점령당했습니다. 놈들은 전혀 다른 세력이었습니다.”

 

암중세력이 무림맹을 치고, 그 전에 황보세가와 제갈세가를 무너뜨렸다고 한다. 사마운정의 말대로라면 상대의 전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다는 말이 되었다. 요동혈맹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렇게 있다가는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대체 놈들이 누구란 말이야?”

 

“아무래도 대막 무림과 요동혈맹을 움직인 세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시기적절하게 공격을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마운정의 말에 맹주와 장로들이 모두 굳었다. 대막과 요동을 모두 움직일 정도의 세력이면 엄청난 정도가 아니라 압도적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나?”

 

“무림맹을 점령하는 대로 놈들이 바로 움직였습니다. 우리가 이동하는 곳을 따라왔을 겁니다. 지금 이대로 요동혈맹과 대결하게 되면 양쪽으로 협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선은 피하고 하남성으로 가서 무림인들과 다시 합치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안휘성으로 가서 규합하고 있는 무인들과 합심해서 싸우는 방법이 나을 겁니다!”

 

결국 이 자리에서 피하자는 소리였다. 무림맹으로서는 상당히 치욕적인 일이었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연속으로 도망치자는 말이었다.

 

“우리 쪽의 무인도 삼만이나 되오. 놈들의 수가 많다고 하나 진다는 보장은 없지 않소!”

 

삼풍신개 반상익이 반박을 했다. 쫓아오는 수가 고작 삼천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오히려 요동혈맹을 먼저 공격해서 제압하고 뒤에서 오는 적들을 처리하면 양쪽으로 협공 받는 것이 아니라 각개 격파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은 요동혈맹을 치고 이기면 되는 일 아니오! 더군다나 대막과 요동혈맹을 움직인 세력이 그들이라는 보장도 없지 않소이까!”

 

사실 그것은 전적으로 사마운정의 짐작이었다.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말이기도 했다.

 

“반 장로의 말도 일리가 있소!”

 

점창파의 사일검 추성 장로가 한마디 거들었다. 요동혈맹이라고 해봐야 변방의 오랑캐가 모여서 만든 오합지졸에 불과했다. 그런 놈들이 두려워서 피한다면 그것은 중원 무림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마운정의 발언권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였다. 암중세력을 파악하지 못한데다가 무림맹까지 적에게 넘겨주었으니 말을 한다고 해도 신뢰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놈들의 수가 적다 하나 그들 대부분이 고수들입니다!”

 

“지금 그 말은 무림맹에 고수가 없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그동안 사마운정에게 매번 당하던 삼풍신개 반상익이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나머지 장로들도 약간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사마 군사의 말대로 놈들의 전력이 강하다 하나, 우리 쪽의 전력도 만만치 않소. 제갈세가나 황보세가의 경우 주력이 모두 빠진 상태가 아니오! 그런 상태에서 제대로 상대했을 리가 없지 않소!”

 

사마운정은 지금 싸우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기 위해서 사전에 약간은 위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반상익을 비롯한 무림인들이 자존심을 세우고 있었다. 무인들은 대부분 자존심에 상처받는 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만만치 않음을 간과하고 있었다.

 

“무리하게 소모전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은 세력을 보존하고 중원 무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입니다.”

 

“사마 군사는 우리의 힘을 너무 무시하고 있소이다. 맹주께서는 천하 중원 십대고수 중에 한 명이신 태극검성이시오! 맹주님이 계신데 우리가 진다는 말이오!”

 

“크음!”

 

누가 띄워주자 기분이 좋아지는 현도진인이었다. 그렇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나중에 사마 군사의 잔소리를 받아야 할지 모른다. 사마운정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해도 반 장로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현도진인은 고심이 되었다.

 

‘운정이 이 아이가 섣불리 판단할 리는 없는데!’

 

사마운정이 암중세력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들도 전혀 알지 못했던 세력이 존재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개방에서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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