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0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07화
드러나는 암중세력 (2)
남궁혁성과 같이 제갈문수가 풍운장원으로 갔다. 가는 동안 주변을 돌아본 제갈문수는 상당히 이색적인 광경을 보고 있는 듯했다. 세상이 전란으로 힘들어하는 시기에 이곳만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마치 세상과 단절된 장소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곳은 다른 곳과 많이 다르오!”
“그럴 겁니다.”
남궁혁성은 천악의 존재를 설명할 재주가 없었다. 천악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을 한 그의 과거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은 말로 듣는다고 해서 믿을 수 있는 사실이 아니었다. 괜히 거짓말쟁이로 오인당하기 딱 좋은 일이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 괴로울 뿐이다.
“풍운장원에서 일하는 사람들 수가 족히 오만은 넘습니다. 그 사람들이 돈을 벌고 사용하기에 이렇게 활기찰 수밖에 없는 겁니다.”
도시 건설을 위해 동원된 인원이 소비하는 장소가 풍운장원의 근처였다. 오만 명의 사람들이 물자를 아낌없이 소비해 주니 장사가 활발하고 사람들의 모습이 활기가 넘쳤다. 물론 전란이 장기간 진행되면 이 모습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대단하군!’
풍운장원 하나에 오만을 부릴 수 있다니, 그 정도의 재력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부자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제갈지가 왜 풍운장원에 머물고 있는지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분명 무언가 중대한 것이 있으니까 머물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제갈지가 아무 이유 없이 일을 벌일 아이는 아니었다.
풍운장원은 남궁세가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몇 마디 말을 하고 나자 금세 풍운장원에 도달했다.
풍운장원의 건물은 날로 발전하고 세련되게 변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오게 만들었다.
“하! 이런 굉장한 장원은 내 생전에 처음 보는구먼!”
“처음 본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을 합니다.”
남궁혁성도 마찬가지였으니 두말해 봐야 무슨 소용이랴! 장원이 외형적으로 발전한 이유는 조성빈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외관에 보이는 조각을 모두 새롭게 만들어서 외적으로 보이는 미관을 더욱 신비롭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상당한 장인이 공을 들인 흔적을 볼 수 있구나!”
“장인이 어리다는 것에 놀랄 겁니다.”
“나이가 어린데 이만한 조각을 한단 말이오!”
“직접 보면 더 놀라게 될 겁니다.”
조성빈의 나이가 이제 열네 살이었다. 그 나이에 이 정도의 조각을 할 수 있는 장인은 세상에 없었다.
생각해 보면 천악은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잘 줍는 걸까!’
평범해 보이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느 곳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고 있었다. 신일, 충호, 전칠만 해도 또래뿐 아니라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재능과 노력이 있다고 해도 천악이 아니었다면 만들어내지 못할 괴물들이었다. 풍운장원에 머물고 있는 괴물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픈 남궁혁성이었다. 자신의 동생도 부쩍 검술이 늘어 이제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 쪽팔려!’
동생에게 실력으로 밀리는 오라버니의 비애였다. 누구한테 말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미 세상이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풍운장원의 정문에서 남궁혁성이 사람을 부르자 왕삼이 문을 열었다. 왕삼은 남궁혁성을 보자 즉시 인사를 올렸다.
남궁혁성은 무엇보다 제갈문수에게 풍운장원에 머물고 있는 천수암제 당지독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당지독 어르신은 계신가?”
“별채에 계십니다.”
“그럼 그리로 안내를 해주겠는가?”
“알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왕삼이 별채로 남궁혁성과 제갈문수를 안내했다. 풍운장원으로 들어온 제갈문수는 또 다른 세계를 보는 것 같았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 온갖 신기한 것들이 장원 안에 설치가 되어 있고, 움직였다. 그가 여태껏 생각해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별채로 가는 길에 제갈지가 나타났다. 제갈지는 별채에 있다가 천악을 보러 나오려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 길에 제갈문수가 모습을 보였다.
제갈지는 뜻밖에 아버지를 보고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
“오, 지아야!”
“아직 함 들어갈 시기는 아닌데!”
“그게 무슨 소리냐?”
제갈지는 천악이 혼인하겠다고 선언한 후 얼마 안 되어서 제갈문수가 찾아오자 의아하게 생각한 것이다. 그와 더불어서 제갈문수도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제갈지에게 의문을 던졌다. 아무튼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버지, 여기에는 무슨 일이세요?”
제갈문수는 사정을 이야기했다. 말을 들을수록 제갈지는 온몸을 떨었다. 나고 자란 곳이 무너졌고, 그로 인해 평소 알던 지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가슴 아프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었다.
“세가가 무너졌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면목이 없구나. 하지만 다시 찾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라!”
“그럼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예요? 설마 천악 오라버니를 알고 있는 거예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지금 천수암제 어르신을 보러 온 것이다.”
‘아!’
제갈지는 자신이 너무 앞서 갔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가 천악의 정체를 알 리 없었다. 제갈천기가 말하지 않는 이상 아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은근히 두려워하는 제갈천기가 천악에 대해서 말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풍운장원에는 천악 이외에도 고수가 상당히 많았다. 그 중심에 천수암제 당지독이 있었다.
“우선은 너도 같이 가자꾸나!”
“아니오, 저는 잠시 갈 데가 있어요! 먼저 가보세요!”
“어디를 가겠다는 거냐?”
“도움을 요청해 볼게요! 그렇게만 알고 계세요!”
“너도 생각이 있으니 알겠다.”
제갈문수는 남궁혁성과 별채로 가고, 제갈지는 천악에게로 가기로 했다.
제갈지는 우선 천악에게 부탁을 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들어준다는 보장은 희박했다. 천악은 자신의 일 이외에는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했다. 천악이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다지 설득력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천악에게 가는 길이 너무 가까웠다. 그 시간 동안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는 제갈지였다.
‘생각해! 제갈지! 넌 지낭이잖아!’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제갈지는 땀을 흘리기까지 했다. 생각을 할수록 그녀의 머리가 하나의 단서를 찾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가 많다. 강하다! 암중으로 움직이는 세력이야!’
암중세력이라는 단서에 제갈지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요 근래 움직였던 무인들 중에서 가장 강했던 적들을 생각해 보았다.
‘황금비도!’
황금비도를 찾을 때 부딪쳤던 무인들이 떠올랐다. 무척이나 강했다. 화경의 고수였던 남궁태희가 힘들어할 정도였으니 그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 물론 천악의 강인함이 너무 도드라져서 결과적으로 헛수고였을지 몰라도 보통의 무인들은 아닌 것이 확실했다. 그들이 노린 것은 황금비도였다.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막강한 재력이었다. 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 놈들이 움직였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하지만! 이 정도로 천악 오라버니가 움직일까!’
고작 약간 방해한 정도로 치부해 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손 놓고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더라도 부탁을 해보아야 했다. 나머지 여인들까지 합세하면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간절하게 부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무릉도원(武陵桃源).
별채의 정자와 그 주변에 졸졸 흐르는 냇물과 정원. 신선들이 신선놀음을 위해 잠시 쉬고 가는 자리와 같은 곳에 중년인과 노인이 앉아서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옆으로 시중을 드는 중년인과 머리카락이 없는 중이 있었다. 기이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세상 시름과는 전혀 무관한 듯한 인상들이었다.
“인생사 구옹지마(狗翁之馬)라!”
“뭔 개소리야?”
“어찌 거지 따위가 선인(仙人)의 말을 알리오!”
당지독의 되지도 않는 말에 궁휼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그러나 별달리 특별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 둘은 만나면 항상 개소리를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아니냐?”
“어찌 그런 저속한 뜻과 같으리오!”
“그럼 말해 봐라!”
“개처럼 옹졸하게 지랄하지 마라는 아주 그럴듯한 뜻을 지니고 있지.”
“이런 미친!”
“세상이 그렇다는 거다. 중원이라는 땅덩어리가 얼마나 큰데! 그 넒은 땅을 서로 차지하려고 아옹다옹하는 세상이 개 같다는 소리다.”
‘음!’
“지금 해석은 조금 그럴듯하군.”
개방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대막 무림과 요동혈맹이 중원을 위협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들린 소식이니 그 정도면 빠르다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화산파를 비롯한 여러문파의 무인들이 죽어나갔다. 이미 일선에서 물러났다 할 수 있는 당지독과 궁휼이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인간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에 사천당가와 개방도 무인들을 보냈으니 걱정이 배로 늘었다. 하지만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다. 중원 무림이 하나로 힘을 모으면 수와 힘에서 극복하고도 남았다. 분열되지 않은 힘은 생각 이상의 강함으로 다가오는 것과 일맥상통했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을 한탄하는 개소리와 그럴싸한 극락매화주 한 잔은 세월의 시름과 한탄을 절로 털어버리기에 충분한 효과를 주었다. 그와 더불어 추상락과 연광이 갖다 주는 천하일미(天下一味)의 안주.
“캬아! 좋다!”
당지독과 궁휼이 술 한잔하다가 또 다른 인기척에 돌아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녀석 둘이 멍하니 바라보는데, 그 표정이 약간 이상했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데 신선놀음을 하냐는 질책이 다분해 보였다.
“크음!”
약간은 어색한 기침 소리가 당지독과 궁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남궁혁성과 제갈문수가 찾아온 것이었다. 제갈문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당지독이 누군지 한눈에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남궁혁성이 중년인을 천수암제라고 지목하자 과연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반로환동!’
완전한 반로환동은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하지만 회춘한 것임은 틀림없었다. 그와 더불어서 제갈문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개왕 궁휼이었다. 말끔하게 갈아입은 옷과 정갈하게 빗어 넘긴 머리, 그와 더불어 코끝을 향긋하게 자극하는 달콤한 향기. 처음에 개왕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뒤로 넘어갈 뻔했다.
‘말도 안 돼!’
직접 보지 않았으면 개왕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왕이 저처럼 깨끗하면 나머지 일반 백성들은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라는 말이 되었다. 그런 되도 않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었다.
제갈문수가 조금 놀라다가 그들이 하는 행태를 보고 기가 막혔다. 천하가 요동치고, 중원 무림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놓인 상태에서 어찌 저렇게 태평하게 놀 수 있단 말인가! 한심하다 할 수 있었다. 심리전의 달인이라고 평가받는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문수의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소생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문수가 천수암제 선배님과 개왕 선배님께 인사드립니다!”
말에 뼈가 있는 듯했다.
당지독과 궁휼은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리고 갑자기 제갈세가의 가주가 왜 찾아왔는지도 알지 못했다.
“무슨 일로 찾아왔냐?”
“중원 무림이 위기입니다. 황보세가와 저희 세가가 암중세력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응?”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지독과 궁휼은 마시던 극락매화주를 뱉을 뻔했다. 물론 아까워서 조금씩 들이켜며 위장으로 털어 넣기는 했다. 그렇지만 상당히 놀라운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황보세가와 제갈세가 역시 같은 오대세가의 한 축으로서 정도 무림의 기둥 중 하나였다. 쉽사리 무너질 세력이 아니었다. 또한 개방의 태상가주인 궁휼이 미처 상황을 전해 듣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 빨리 무너져서 소식이 미처 전달되지 못했다는 말이 되었다.
“거지야, 너 몰랐냐?”
“나는 몰랐다! 내가 알았으면 너하고 한가하게 술이나 마셨겠냐?”
“그건 이하 동문이다!”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금 벌어진 일은 절대 과시할 수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소상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
“어찌 된 거냐?”
“순식간이었습니다. 놈들의 수가 워낙 많은데다가 대부분의 무인이 절정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일백여 명 정도는 강호 백대 고수들이 한꺼번에 온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약간은 과정이 섞여 있는지 몰라도 제갈문수의 말은 거의 사실이었다. 설명을 들을수록 당지독과 궁휼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해갔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당지독과 궁휼의 이마에 골이 파였다.
‘암중세력이라! 설마!’
특히 당지독은 그대로 흘려들을 수 없었다. 천마신교를 위협하고, 황궁을 위협한 세력 역시 알려지지 않은 세력이었다. 그런 거대한 음모를 꾸미는 집단이 다수일 리는 만무했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 모두 그들이 뒤에서 꾸몄을 가능성이 상당히 컸다. 물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심증만으로 윤곽이 서서히 잡혀갔다.
당지독과 궁휼이 서로 바라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했냐?”
“바보가 아니면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이 일은 우리가 나선다고 해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닐지 몰라.”
“황궁에서 본 그 괴물이 또 있으면 큰일 아니냐!”
당지독과 궁휼은 아직도 황궁에서 벌어진 일이 꿈에 나왔다. 너무나 강렬하고 충격적이어서 쉽게 잊히지 않았다. 세상에 용이 실존하고, 용을 죽이는 인간이 있다니! 그걸 믿을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남궁혁성과 제갈문수는 당지독과 궁휼이 나누는 대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뭐가 나타나고, 괴물이 나타나는데 자신들이 상대하기 어렵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뜬금없는 대화에서 핵심을 찾기 힘들었다.
‘뭔 소리야?’
“선배님들, 우선은 빨리 힘을 모아서 놈들을 막아내야 합니다. 지금의 이동 경로를 보면 이미 무림맹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더 이상 놈들이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힘을 보태주십시오!”
“우리도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는 마라!”
당지독의 말에 제갈문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비록 괴팍하기는 하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진짜배기였다. 여러 명의 고수들보다 절대고수 한 명의 힘이 강력하다는 증거였다.
“그 전에 가장 필요한 인물을 설득하는 것이 먼저야!”
“누구 말씀이십니까?”
“이 집 주인.”
제갈문수만이 알아듣지 못했다.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알아들었다. 그 괴물이 일어서면 당금 무림의 암운(暗雲)은 한 손으로 걷어내고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