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2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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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205화
혈풍천하(血風天下) (3)
두두두두두둑!
말발굽 소리가 천지를 울리는 것 같은 진동을 발생시켰다. 초원을 까마득히 모두 덮고 있을 정도로 많은 수였다. 성 하나를 놓고 방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진양성을 지키던 진양성주 관성운은 기겁하고 말았다. 설마 이곳으로 군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 이런 일이! 구문제독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몽고 군대가 올지도 모르니 각 성은 대비를 하고 막지 못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라고 전서가 왔었다. 그런데 자신은 이곳으로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을 해버렸다. 준비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전쟁에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르르르!
몽고의 군대가 얼마나 잔인한지 아는 관성운이었다.
‘이곳에서 막을 수 없다!’
성이 자신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관성운은 즉시 무장들과 더불어서 성을 빠져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대로 개죽음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 성주가 됐는데 이대로 죽는단 말인가!
전형적인 탐관오리인 관성운이었다. 백성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마음 따위는 애초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다. 즉시 준비를 하고 바로 성 밖으로 문을 열고 도주하는 관성운이었다. 하지만 관성운이 모르는 것이 있었다. 몽고 기마병단은 대륙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며칠 전에 도망쳤다면 모를까 바로 코앞에 전진해 있는 가운데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철목성은 금세 진양성을 점령했다. 진양성은 별다른 방어를 하지 않았기에 싱거운 전투가 되어버렸다.
철목성은 여기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바로 돌진해서 산해관까지 가야 했다. 놈들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아군의 목숨을 내어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성까지 버리고 가는 성주는 필요 없다! 모두 전진한다!”
바로 다시 출전하는 가운데 도망치는 관성운이 붙들렸다. 관성운은 살려달라고 매달렸지만 시간이 없는 철목성은 단칼에 목을 베고 앞으로 전진했다. 가는 곳마다 방어하는 명의 군사들을 모두 도륙하고 필요한 식량을 조달받았다.
기마군단의 뒤로 필요한 공성무기가 준비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기마군단이 쓸어버린 길을 따라 오는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충돌은 존재하지 않았다.
산해관(山海關).
동부 최전선의 성이다. 이곳에는 철목성의 생각과는 다르게 구문제독 금권성이 직접 나와 있는 상태였다.
전시체제에서 설치되는 군사체계는 일반적인 상황과는 약간 다르게 각 성의 도지휘사가 최고 장군이 되어 총병관(總兵官)의 역할을 하며 그 아래로 협수부총병(協守副總兵), 분수참장(分守參將), 유격장군(游擊將軍) 등의 역할을 하는 지휘동지, 도지휘첨사 등이 있다. 총병관은 각 성의 최고 지위를 가진 도지휘사가 맡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은 위급상황이었다. 만약 구문제독이 미리 예상하지 않았다면 더 큰 피해를 초래했을 것이다. 구문제독이 총병관이 되어 각 성의 군대를 모두 산해관으로 집결시켰다. 하지만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이 된다.
“집결된 수가 얼마나 되지?”
“약 육만 정도입니다.”
“음!”
약간은 부족했다. 하지만 산해관은 천혜의 요새였다. 놈들이 방심을 유도하고 이곳으로 온 것이지만 결사적으로 막는다면 시간을 버는 것도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우선은 활을 대량으로 준비하고 기다려라! 활로 공격하다 보면 놈들도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제독님!”
“화포는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지?”
“일곱 대 정도입니다.”
“포를 꺼내놓고 최대한 필요할 때 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온 것을 보면 놈들은 기마병단만을 이끌고 왔을 것이다. 아직 공성무기가 도착하려면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각 성에 내려진 군사동원령에 의해 군대가 속속 들어올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 싸움이었다. 얼마나 버티고 놈들의 진을 빼놓을 수 있는가에 승패가 달렸다.
구문제독이 산해관에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기 때문이었다. 몽고평원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정보원을 파견한 결과였다. 하지만 알았다고 해도 놈들의 진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때에 대비를 하지는 못했다. 그로 인해 적봉을 중심으로 요동성 일대가 놈들의 수중에 들어가 버렸다. 놈들은 요동성에서 식량을 비축하며 전쟁을 할 생각으로 보였다.
전쟁은 시작되었다.
성을 중심으로 뚫리지 않으려는 자와 성을 뚫으려는 자들 간에 생사 대결이었다. 성에서는 준비된 화살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다가오는 기마병단을 향해 쏟아지는 화살은 마치 소나기처럼 내리는 빗방울과 같았다. 하늘을 까마득히 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사사사사사사사삭!
푸우욱! 푸우욱!
“크아아악!”
날아오는 화살을 맞은 기마병단이 속절없이 쓰러져 나갔다. 지근거리까지 다가올 때를 기다린 구문제독이었다. 그의 명령에 따라 다가올 때 활을 쏘았다. 그로 인해 수천에 가까운 기마병단이 활을 맞고 바닥에 뒹굴었다.
쓰러지는 기마병단을 보는 철목성은 즉시 뒤로 군사들을 물리라고 했다
“제기랄! 놈들이 이미 알고 있었단 말이지?”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 되어버렸다. 철벽같은 성을 중심으로 이미 대비를 했다면 장기전을 각오해야 했다.
“무르타이, 공성무기는 언제 오지?”
“이틀은 걸릴 겁니다!”
“이틀이나 걸린다고!”
공성무기가 올 때를 기다려야 했다. 지금 당장 공격을 하게 될 경우 병사들의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가뜩이나 수적으로 부족한 지경이었다. 순식간에 속전속결을 할 수 없다면 공성무기를 동원하여 뚫는 수밖에 없었다.
철목성은 산해관을 바라보았다. 그 앞에 서 있는 인물이 눈에 익었다. 과거에 한 번은 봤던 인물 같았다. 바로 구문제독 금권성이었다. 아버지의 최후에 있었던 인물 중 하나였다.
뿌드득!
철목성이 이를 갈았다. 또다시 저 인물과 마주한 것이었다. 오랜 시간을 지나 이제야 마주할 수 있었다. 반드시 성을 넘겠다는 투기가 피어올랐다.
“과거의 인물은 과거일 뿐이다. 이제 그 자리를 지워주지!”
철목성은 우선 이 주변에 막사를 세우고 병사들을 쉴 수 있도록 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군을 했기에 이제는 쉬어주어야 할 차례였다. 그동안 이 근방에 있는 식량들을 모두 수거했다. 병참부대에게 그 일을 맡겼다. 그와 동시에 산해관 주변에 놈들이 움직일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서 별동대를 편성했다.
“무르타이, 별동대를 편성해서 놈들을 지원하는 부대들을 습격해라! 단 위험하면 바로 빠져라.”
“알겠습니다, 칸!”
산해관을 중심으로 삼 일이 지났다. 그 시간 동안 전투는 잠시 멈추었다. 폭풍 전야와 같은 숨 막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이 다가온다.
금권성은 밤하늘을 보았다. 안개가 끼어 있어 앞을 보기도 힘들었다. 달빛과 별빛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늘이겠군.”
이런 시간을 버려둔다면 상대편의 적장은 애송이에 불과했다. 시야를 구분하기 어려운 안개와 어두운 밤. 이때를 놓치기는 아까울 것이다.
상대는 예상보다 뛰어난 인물이었다. 각 송에 파견되어 온 병사들 중에 일부가 놈들의 별동대의 습격을 받았다. 많은 피해는 아닐지라도 병사들에게 타격을 준 것은 틀림없었다.
“모두 만반의 준비를 하라.”
도지휘사 서경북과 그의 아들 서현승이 이곳에 왔다. 그 뒤에 죽도록 맞았던 떨거지들 공청기와 한성원, 연공탁까지 산해관에 온 상태였다. 며칠 전에 온 그들은 대군과의 전쟁으로 인해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바로 앞에 구문제독이 있는 상황에서 공청기와 한성원, 연공탁은 똑바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만약 구문제독의 금지옥엽 금은혜가 사실을 말하면 자신들은 그 자리에서 참수였다. 이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두렵다고는 하지만 가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했다.
‘오지 마라!’
이게 연공탁, 한성원, 공청기의 바람이었다. 후방에서 병참 지원이나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긴 최전선이었다.
슈우우웅! 쿠과과광!
슈우우웅! 쿠과과광!
그들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밤하늘을 가로막는 안개 사이로 무언가 날아와 산해관의 성벽을 두드렸다. 상당한 크기의 투석(投石)이었다. 몽고군이 투석기를 가지고 온 것으로 보였다. 일정 거리를 확보하지 않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두운 안개를 뚫고 접근한 것으로 보였다.
구문제독이 소리를 질렀다.
“모두 당황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라! 서 장군! 오전에 지시했던 것은 설치가 끝난 것이오?”
“그렇습니다. 미리 기름을 뿌려놓았습니다.”
“그럼 바로 시행하시오!”
“알겠습니다.”
구문제독의 명령에 따라 서경북이 활 부대를 대기시켰다. 활 부대는 전원 활촉의 끝에 불을 붙였다.
“쏴라!”
불화살을 일정한 장소를 향해 쏘았다. 불화살이 일정한 곡선을 그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그 앞에서 상당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밤에 일어날 공성전을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장소였다. 아침에 가서 불에 잘 타는 재료를 설치하고 기름을 부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구문제독이 지시한 사항이었다.
안개로 인해 시야가 보이지 않는다고는 해도 불길이 일면 어느 정도는 놈들의 윤곽이 보일 것이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놈들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구문제독이 명령을 내렸다.
“공성무기를 향해 화포를 발사하라!”
화포가 많이 준비된 것이 아니어서 정확하게 사용해야 했다. 목표는 놈들이 가진 공성무기였다.
파아앙! 파아아앙!
불을 붙인 화포가 날아갔다. 밤안개를 뚫고 나아가는 화포가 일정 거리에 내려앉자 광폭한 굉음을 내었다.
쿠과과과과광!
화포의 위력은 굉장했다. 일반적인 투석기보다 몇 배는 위력적이고 무서웠다. 준비된 투석기가 미처 위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대부분이 파손되어 버리고 있었다.
투석기가 부서져 내리자 철목성은 화가 치밀었다. 놈들이 설마 저런 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미리 알았다면 군사들을 보내서 막았을 것이다.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었다.
철목성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명의 군사력은 최소 백만에 가깝다. 그 병사들이 모두 집결하기 전에 공성전으로 끝내야 했는데, 놈들의 대비가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병사들을 다스리는 구문제독의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무르타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이 상황에서 방법은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 근처는 안개가 자주 핍니다. 놈들의 시선이 항상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에 와서 산해관은 철벽과 같습니다. 놈들을 이곳에 묶어놓고 만성(滿城)으로 가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쪽은 미리 대비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심하는 틈을 타서 공격을 했지만 놈들이 미리 대비하고 있으면 절대 승산이 없었다. 이대로 군사를 소비할 수 없었던 철목성이었다. 하지만 자존심상 다시 물러서기가 쉽지 않아 지금까지 당하기만 했다. 변변한 공격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물러나면 군사들의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철목성은 자신의 옆에 섭지명이 없는 것을 한탄했다. 무르타이가 뛰어나다 하지만 섭지명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만 아니었다면 전쟁이 이처럼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철목성은 결정해야 했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할 필요성이 있었다.
“좋다. 어차피 이곳에서 끝낼 수는 없지!”
결정을 내리자 빠르게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산해관에서 지켜보던 구문제독은 놈들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산해관은 원래부터 뚫기 힘든 지역이라 적의 침입이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곳에 침입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을 방심을 틈타 적이 습격했다. 미리 방비했기에 망정이지 어려운 승부가 될 뻔했다.
“이대로 돌아가지는 않겠지.”
만반의 준비를 해서 온 대군이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산해관이 어렵다면 다른 곳을 노릴 가능성이 있었다. 노릴 지점을 선택해서 병력을 운용할 생각을 하는 구문제독이었다. 구문제독이 전쟁에서 보여주는 지략은 명 제국에서도 알아주었다. 그렇기에 명 제국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라고 평가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