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9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6화
용편(龍鞭) (3)
당지독과 궁휼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천악의 만행이 상상초월이었다. 일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 생각하는 방법하고는 차원이 다른 일을 망설이지 않고 자행했다. 설마 했는데 용을 가지고 채찍질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보고 있는 사람 기절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걸 뭐라고 해야 하냐?”
“용의 채찍이니 용편이라고 불러야 하나!”
용편(龍鞭). 말 그대로였다. 최상급의 가죽으로 만든 채찍과도 상대가 되지 않는 최고급의 채찍이라고 불릴 만하다.
또한 그 위력이 어떠한가!
천악의 채찍질에 형식은 없었다. 편법(鞭法)의 고수가 펼치는 위력이 강하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채찍질 만큼의 위력은 없었다.
한 번 휘두름에 반경 300장이 초토화되어 버린다.
당지독은 감히 말할 수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무엇도 능가한다!
천악의 행동이 딱 그러했다.
용을 잡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면서 그 위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명제국이 들어서면서 가장 화려하게 건축해 놓은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자금성이다. 홍무제를 지나 영락제에 이르러서 완벽하게 만들어 놓은 지상 최대의 건축물이 천악의 단순한 화풀이에 희생량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그러한 만행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수십 번 휘둘러지는 가운데 천영은 의식이 점점 날아갔다. 의식을 차렸다가 다시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정답이었다.
고통이 반복되고, 진을 빼놓았다.
천악의 채찍질이 멈추었다.
꾸과과과광!
용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땅바닥에 갈지(之)자로 엎어져서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가끔가다 미약한 숨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다였다.
후우우! 푸우우! 후우우! 푸우우!
호흡소리마저 처량한 천영이었다. 천영은 마지막 의식의 끈을 잡고 있었다. 흐릿한 한쪽 눈으로 천악의 신형을 보았다. 다가오는 천악의 모습이 마치 악마와 같았다. 사람이 아니었다.
용이 아니라 이무기의 힘만으로도 사람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물며 불완전하다고 해도 자신은 용이었다. 그러한 힘으로도 천악을 어찌 할 수 없었다. 천악과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천영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천악은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너…는 인간인가?”
“나는 사람이다.”
“너 같은 인간은 처음이다.”
“내 일을 방해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긴, 그게 가장 큰 실수겠지.”
처음부터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괜히 건드려서 초가삼간을 다 태운 꼴이 아닌가! 녀석의 눈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무미건조하지만 그 눈 안에 서려 있는 진실은 가려지지 않았다.
“실체를 알았다면 나는 피했을 것이다.”
“이미 늦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교주님은 나와 다르다.”
“교주!”
“그렇다. 교주님이 나서면 아무리 너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번 보고 싶군.”
실수를 후회한다고 이미 한 일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비정한 현실이다. 용서받고 싶어 사죄한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가! 절대 아니다. 천악은 자신이 허용한 범위 내에서 용서를 한다. 하지만 이놈들은 그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그에 대한 응징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천영은 마지막으로 교주에 대해서 언급했다. 용을 수하로 둘 정도라면 그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하지만 그가 누가 됐건 상관없었다. 찾아온다면 싸우면 그만이었다.
“그럼, 죽어라.”
천악의 가슴팍에 가느다란 창이 생겨났다. 생각만으로 마음의 창. 즉 심창(心槍)이 형성되었다.
‘죄는 미워하되, 용의 신체는 죄가 없지.’
가느다란 창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용의 신체에 비해서 너무 작았다. 천악이 야수의 인 대신에 심창을 만들어 낸 것은 용의 신체를 손에 넣기 위해서였다. 용의 피, 용의 가죽, 용의 뼈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한 가치를 가진 보물을 버릴 이유가 없었다.
슈우욱!
크억!
심창이 정확하게 천영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용이 아무리 대단한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뇌가 뚫리고 살아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천영의 마지막 최후였다.
천악은 그 즉시 마법을 시전했다. 곳곳에 난 흉터들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리커버리(재생)마법을 사용했다. 그와 더불어 고기가 상하지 않도록 영구마법까지 추가로 시전했다.
천영의 몸이 원래대로 되었지만 죽은 영혼을 다시 살리지는 못했다.
“용으로 술을 담그면 어떤 맛일까.”
거대한 용을 통째로 술통에 넣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 정도로 많은 술과, 통이 있을지 미지수였다. 물론 천악이 마음먹고 작정하면 못할 것도 없었다. 중원에 있는 모든 철을 동원해서라도 술통을 만들고, 술을 부어버릴지도 모른다.
천악이 아공간을 열었다.
-아공간 오픈!
거대한 흡입공간이 형성되더니 용의 신체를 먹어치웠다. 용이 크다 하지만 공간은 무제한이었다. 거대한 용도 순식간에 공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천악의 깔끔한 마무리였다.
모든 일을 마무리 짓고 천악이 당지독과 궁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당지독과 궁휼은 아직도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가지요.”
“그…럴까.”
다음부터 천악에게 개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새겨졌다. 일단 폭발하면 최소한 죽음이었다.
천악은 공간이동을 통해 당지독과 궁휼을 풍운장원으로 돌려보냈다. 풍운장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그들이 비운 자리는 크게 다가올 수 있었다. 그리고 난 후 천악은 구문제독부로 공간이동을 감행했다.
구문제독부에 돌아오니 군사들이 모여 있었다. 구문제독이 병사들을 모아놓고, 출병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었다.
천악은 출병을 하든 말든 상관없이 여인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여인들은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녀들도 병사들을 따라 출병하려고 했는지 모두 전투준비를 하고 있었다.
천악이 모습을 보이자 여인들이 반기며 다가왔다.
“군 오라버니!”
천악의 옷이 여기저기 찢겨져 있었다. 여인들은 천악의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엉망이 된 옷을 보고 놀랐다. 천악을 이처럼 만들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옷이 많이 망가졌네요?”
“그런가.”
천악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옷이 찢어지기는 했지만 몸은 상처 하나 없었다. 다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많이 다친 것처럼 보이기는 했다. 사실 근래에 들어 그 정도로 힘을 쓴 경우는 처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공격하기도 전에 모든 것을 끝냈으니 옷이 망가질 일이 없었었다.
“제법 귀찮게 하기는 했지.”
“오라버니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상대가 정말 강했나 보네요.”
남궁태희의 말이었다. 그녀는 천악이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른다. 알고 있는 것은 그가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것뿐이다. 그런 천악을 곤란하게 한 존재는 대단하다는 말을 들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었나요?”
남궁태희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천악과 정면으로 맞상대한 인물을 궁금해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무인이라면 가지는 지극히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사람은 아니었다.”
“예?”
사람이 아니라니!
다들 의아한 생각이었다. 그녀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다만, 현실은 천악이 용하고 싸운 것이니 사람이 아니라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사람이 아니고 누구하고 싸운 건가요?”
“청룡.”
커흠!
다들 헛기침을 하고 말았다. 천악이 한 말을 모두 믿는 편이지만 용하고 싸웠다니, 그걸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용은 전설속의 신수였다. 용이 살아 있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용이 세상에 나와서 활동했다는 말도 들어본 적이 없건만. 지금 천악은 용하고 직접 싸우고 이겼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사실을 말한 천악이지만 여인들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믿을 수 없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천악의 말이었다. 다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럼, 황궁은 정리된 건가요?”
허황된 말로 잠시 공황상태가 되었지만 우선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금은혜의 질문에 천악이 대답했다.
“정리는 되었다. 가서 뒤처리를 조금 하면 된다.”
“정말인가요!”
금은혜는 황궁이 정리됐다는 말에 누구보다 안심했다. 황궁이 안전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위험해진다. 안타깝지만 황제의 안위보다는 아버지의 안위가 가장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은혜는 마지막에 천악이 한 말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조금의 뒤처리라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조금일까?
“목욕을 하고 싶군.”
“알았어요, 금방 마련할게요!”
천악이 목욕하겠다는 말에 모두는 이제야 비로소 끝이 났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시각, 풍운장원으로 날려간 당지독과 궁휼은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오늘 정말 굉장한 경험을 하고 말았다. 그 장면을 보고 나니 무공을 왜 익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동안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하던 당지독과 궁휼이었다. 하지만 천악의 놀라운 능력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하는 놈들도 일반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추상락과 연광법사가 당지독과 궁휼에게 다가갔다. 갔다 왔으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었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추상락은 당지독과 궁휼의 정신이 빠져 있는 모습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치매가 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입을 벌리고 동공은 벌어져 있으니 오해할 만도 했다.
당지독이 정신을 차리자 궁휼도 정신이 돌아왔다. 오늘 본 것은 절대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었지.”
약간은 힘이 없는 당지독의 말투였다. 십대고수의 진을 빠지게 만드는 대결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경험했기에 힘이 빠진 것이다.
당지독이 천천히 자세하게 말을 해주었다. 천악이 행한 일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말이다. 다만, 듣고 있던 추상락과 연광의 얼굴 역시 어이없다는 듯이 변해갔다.
마지막에 용과 싸운 일을 말했을 때, 추상락과 연광은 한숨이 나왔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세상에 용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용과 인간이 싸워서 이긴다는 게 말이 됩니까?”
“말이 돼.”
“그런 소리 다른 데 가서 하시면 노망났다고 할지 모릅니다.”
“그건 맞는 소리군.”
당지독도 추상락의 말에는 동조했다. 그냥 한번 말해 본 것뿐이다. 다른 사람이 믿는지 안 믿는지 확인해 볼 겸 말이다. 결론 아무도 믿지 않는다에 걸 수 있었다. 추상락은 천악의 강인함은 아는 놈이었다. 그런 놈도 믿지 않는데, 누가 믿겠는가!
이렇게 기분이 뒤숭숭할 때는 그냥 술 마시고, 잠이나 쳐 자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자야겠다.”
“나도.”
찻잔에 놓인 차를 마시던 중년인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는 여간한 일에 관해서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중년인의 표정이 변했다.
담천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마터면 마시던 차를 쏟을 뻔했다. 천재지변이 벌어져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담천후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니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천영이 죽었단 말인가?”
천영이 누구인가! 천영은 이곳의 용이었다. 비록 불완전하게 용이 되었다고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천영의 생명이 사라져 버렸다.
“천영을 죽일 정도의 강자가 세상에 있다는 것인가?”
천영이 이무기 시절, 담천후가 발견했다. 이무기라고 하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을 수련해 온 놈이었다. 물론 가볍게 제압을 하고 제자로 만들었다. 그리고 천영의 능력을 개발시켜 용이 될 수 있게 했다.
천영을 용으로 만든 이유는 한 가지였다. 수면기 동안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역할을 주기 위해서였다. 오랜 시간 천영은 담천후의 옆에서 보필을 해왔고, 시키는 일을 처리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천영이 굳이 담천후를 보필할 필요성이 없게 되었다. 인간의 힘으로 자신을 위협한 존재가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대공자의 신분을 주었다.
천영의 죽음은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수면기에서 벗어날 때마다 담천후는 세상에 나와 가장 강한 인간과 대결을 벌였다. 그들의 힘을 측정하고 발전했는가를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아무리 강해도 자신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면기 동안에 무리하게 나와서 힘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 힘은 세상에 어떤 무인도 막아낼 수 없다. 하지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천영이 당할 정도로 강력하다면 수면기에 있는 자신의 힘이 발휘되기 힘들었다.
“되도록 수면기를 채우고 나와야 되겠다.”
아직 시간이 되려면 더 있어야 했다. 이대로 나가서 놈과 대적하게 되면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확실하지 않은 일에 생명을 걸지 않는 게 담천후였다.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라. 그때가 공포의 시작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