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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9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00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4화

용편(龍鞭) (1)

 

 

“내가 제대로 들은 것 맞냐?”

 

“그런 것 같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절대고수가 백여 장 밖의 미세한 소리를 듣는 것은 별다른 어려움이 아니었다. 특히 당지독과 궁휼 정도의 고수라면 그보다 더 먼 곳의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둘은 왕진, 아니 천영이라고 불린 인물의 말을 들었다.

 

태연하게 천악을 죽인다고 말했다. 황궁의 혼란을 혼자서 해결한 천악이었다. 그가 보여준 압도적인 신위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천악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었다.

 

“저놈 두려워서 미친 것 아니냐?”

 

“그럴걸. 아마 거세당하면서 정신까지 약간 돌지 않았을까!”

 

동창제독은 내시다. 황제를 빼고, 사내는 황궁에 살 수 없다는 법칙 때문이다. 천영이 거세당하면서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제정신이면 천악앞에서 저런 허무맹랑한 말을 하지 못한다.

 

“용기가 가상하다고 해야 하나.”

 

“내시가 나보다 용기가 있다니 쪽팔리다!”

 

궁휼은 천악에 덤빈다는 것 자체를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였다. 천영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결과가 눈에 선하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었다.

 

 

 

의외로 천영은 궁금한 것이 있었다. 천악이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는가 라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황궁 내부의 일이었고,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빠르게 일을 처리했다.

 

“어떻게 알고 제 일을 방해한 것입니까?”

 

“구문제독부.”

 

“천영단을 만났다는 말이군요.”

 

천영단은 천영 본인이 직접 키우고, 가르친 놈들이었다. 강호의 십대고수들이라고 해도 순식간에 처리할 정도로 강력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천영단은 해치우고 여기까지 왔다는 말은 천악의 실력이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말이 되었다.

 

“오랜 시간 살아가면서 당신처럼 강한 자는 처음이군요. 어디 그 실력을 한번 감상해 주겠습니다.”

 

어디까지 인간 중에서 강하다는 말로 들렸다. 천영은 아직도 천악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저 자신의 강함 앞에 몸부림치는 애송이 정도로 보았다.

 

“맘대로 해라.”

 

천악 역시 천영의 말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그의 건방짐과 자만심, 둘 모두 천악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굳이 자신의 강함에 대해 인정하라고 말을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보여주면 그뿐이었다. 그 후에 후회하든 말든 그것은 놈의 생각일 뿐이다.

 

뚜벅! 뚜벅!

 

둘 간의 거리가 반 장 미만으로 다가왔다. 천악이 조금 더 다가간 것이다. 주먹을 뻗어 앞으로 나가면 바로 닿을 거리였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생사(生死)의 간격이라고 할 수 있다.

 

천영은 손을 내놓은 채, 어떤 공격을 해도 상관없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천악은 무표정한 채, 공격할 의사를 내비쳤다.

 

겉으로 보기에는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천영의 몸에서 느껴지는 자연체(自然體)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주변과의 동화, 즉 몰아일체(沒我一體), 만물일여(萬物一如) 혹은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사상을 모두 담고 있었다. 몸과 주변, 자연 그리고 모든 만물과 하나가 되어 둘 사이의 경계가 모두 사라진 완벽한 경지. 무인들이 추구하는 완벽한 경지에 이르러 있는 것 같았다.

 

반면, 천악은 자연체가 아니었다. 막아서는 적을 향해 진한 살기를 품은 야수. 그것밖에는 달리 설명할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체니, 몰아일체니, 그딴 것은 필요 없었다. 그저 적을 죽이면 그뿐이다. 그것이 실전을 겪으면서 느낀 것이다. 경지를 추구할 거면 산에 들어가서 도(道)를 수행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다.

 

천악이 먼저 움직였다.

 

앞으로 뻗어나가는 천악의 손모양이 갈고리를 연상케 하였다. 조법에 관해 따로 배운 것이라 아니라고 해도 그 날카로움과 빠름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섭도록 빠르게 천영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파팟!

 

쿠쿠쿵!

 

날아오는 궤적을 보던 천영이 천악의 공격을 막았다. 귀를 찢는 듯한 파공성이 들렸다. 단지 부딪침만으로 느껴지는 기운이 사람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천악의 공격을 피하는 것도 아니라 막아내는 존재는 천영이 처음이었다. 공격했던 왼손이 막히자 섬광처럼 뻗어나가는 오른 주먹이 있었다.

 

퍼퍼퍽!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천영의 왼쪽 가슴을 두드렸다. 일차공격을 막던 천영의 몸이 건청궁 외부를 감싸고 있는 건물로 날아갔다.

 

꽈과과과과광!

 

건물로 날아가서 외벽을 모두 부수고 뒤로 뻗어나가 20여 장을 뚫고 나갔다. 천악의 주먹에 서린 힘이 보통을 넘어 산을 부술 정도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당지독과 궁휼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고 보았다. 일격에 심장이 부서지고, 온몸이 잘게 잘게 으스러졌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사람인 이상 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종결이 됐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천악은 천영이 날아간 장소를 보고 있었다. 외벽을 완벽히 부순 그 자리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튀어나온 물체가 공중에서 한바퀴를 회전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쿠쿠쿵!

 

쩌저저저저저적!

 

천악을 향해 내리찍은 것은 천영이었다. 천영의 발이 정확하게 천악의 어깨를 강타했다. 건천궁의 돌로 된 바닥이 움푹 들어가고, 그 주변으로 금이 갈라졌다. 마치 지진이 난 것과 같은 충격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착!

 

천악이 내리찍은 천영의 발을 잡았다. 굉장한 충격의 공격이었음에도 천악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오히려 천영의 발을 잡은 채로 휘둘러서 바닥에 내리찍어 버렸다.

 

휘이이익!

 

꽈과과과과광!

 

연달아 세 번 이상 찍어대자 바닥이 완벽하게 으스러져 버렸다. 그와 반대로 천영의 몸은 전혀 망가지지 않았다. 옷이 찢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다였다.

 

다시 한 번 내리찍는 천악의 휘두름에 천영이 바닥을 손으로 짚고 반동을 이용해 튕겨 나왔다. 튕겨 나온 순간에 잡혀 있던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로 천악의 가슴팍을 쳐내어 빠져나왔다.

 

뒤로 밀린 천악이 천영의 발을 놔주어야 했다. 일단 잡히면 끝이 날 것이라는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천영의 능력이 놀랍도록 강력했다. 또한 천악과 비슷한 격투술을 가지고 있었다.

 

멍!

 

당지독과 궁휼은 얼이 빠졌다.

 

인간의 대결이 아니었다. 일반 인간은 저 정도 충격에 살지도 못한다. 뼛조각을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천악과 천영은 전혀 충격을 받지 않고 치열한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강기를 사용하지 않은 단순한 공방처럼 보이지만 보여지는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거, 용쟁호투라고 해야 하냐?”

 

“무슨, 괴물쟁투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

 

용호상박의 대결이기는 하지만 평범한 말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했다. 공방전 몇 번으로 건청궁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지켜보기도 힘들 정도로 강렬한 대결이었다.

 

천악은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몇 번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에도 별다른 동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천영 역시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다만 천악의 놀라운 신체에 감탄을 터트렸다.

 

“놀랍도록 단단하군요.”

 

천악이 자세를 낮추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불필요한 말은 이제 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상대를 죽이기 위한 노력만 할뿐이다. 천악이 파고들어 천영의 팔을 잡아챘다. 그 상태로 집어들어 바닥에 내리꽃았다. 그리고 사정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바닥에 내팽개쳐진 천영을 상대로 쉴 새 없이 주먹을 날렸다.

 

파파파파파파파팍!

 

꽈과과과광!

 

쩌저저저저저저적!

 

백팔권영(百八拳影)이 생각날 정로 빠른 주먹질이었다. 쓰러져 있는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무인으로서 치사하지만 천악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쓰러졌으면 밟아주는 것이 예의였다.

 

주먹질이 강력해질수록 천영의 몸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지표면이 버티지 못하고 안으로 파고드는 것처럼 보였다. 피떡이 되어버릴 것 같은 장면이지만 천악의 주먹질은 멈추지 않았다. 아직 천영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계속적으로 퍼붓는 주먹이 멈추지 않자 천영의 발이 천악의 등 뒤를 노리며 휘둘러졌다.

 

파아아악!

 

쿠쿵!

 

발차기를 맞은 천악이 뒤로 날아가서 처박혔다.

 

벌떡!

 

천영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천악이 처박힌 곳을 향해 뛰어갔다. 무섭도록 빠르게 돌진했다.

 

쌔애애앵!

 

허리와 어깨가 뒤로 젖혀진 상태에서 주먹이 말아진다. 주먹의 힘은 발과 허리, 어깨, 팔에서 나온다. 그와 더불어 강력한 내공의 기운이 나선의 회오리처럼 타고 올라 천영의 권에 모아졌다.

 

우우우웅!

 

권에 모아진 힘이 응축되어 폭발적으로 발산이 되려 하자 천악을 향해 날아갔다. 천악 역시 천영의 권에 정면으로 맞상대를 했다. 천영의 권과 천악의 권이 서로 부딪쳤다.

 

쿠구구구구궁! 두과과과과광!

 

권과 권이 부딪치자 양쪽으로 충격이 전달되어졌다. 서로의 간격이 뒤로 벌어졌다. 뒤로 밀려나간 천영의 두 발이 지면을 파고들어 이(二)자를 만들었다. 천악도 천영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막상막하의 대결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었다.

 

다만 그 차이가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천악의 놀라운 능력 중에 하나가 발휘되었다. 천악의 육체는 이미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어떤 것보다 강력하고 단단했다. 또한 그가 가진 힘은 줄어들지 않는다.

 

더욱더 빠르고, 강력하게 공세를 펼치는 천악의 가공할 수법에 천영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내구력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것처럼 보였지만 천영은 그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인간의 신체가 나를 능가한단 말인가!’

 

천영이 익힌 혈투마권(血鬪魔拳)은 인간이 만든 어떤 권격술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혈투마신체(血鬪魔神體)가 되어 있어 그 어떤 공격도 충격을 줄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충격을 받고 점점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의 연속이었다. 인간의 시간으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천영의 자존심이 깨졌다.

 

자존심이 무너지자 그가 가진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감히 인간 따위가 나를!”

 

퍼퍼퍼퍼퍼퍽!

 

말을 하는 가운데 천악의 주먹이 천영의 입을 가격했다. 무섭도록 빠르고 강력했다. 얼굴, 가슴, 낭심을 쉴 새 없이 공격하는 천악이었다. 애초에 천영의 말은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다가 맞으니 천영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크윽!

 

점점 빨라지고 강력해지고 있었다. 천악은 전투를 벌일수록 익숙해지는 타고난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야수권이 가지는 초감각의 무서운 점이었다. 이미 한 번 경험하면 그보다 강력한 힘과 능력을 선보이게 만들어준다.

 

신음성이 처음으로 천영의 입에서 터졌다. 자연과 동화가 되면 자신의 주변에서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알 수 있으나, 천악의 공격만으로 알 수 없었다. 자연과 다른 인간의 주먹이 그보다 더욱 강력하고, 위력적이라는 말이었다.

 

치지지직!

 

천악이 야수의 인을 뿜어냈다. 주먹으로 공격하고, 천영의 살점을 찢어버리려는 공격이었다. 혈투마신체는 금강불괴보다 강력하고, 위력적이다. 그러한 신체가 야수의 인에 의해 서서히 찢기고 있었다.

 

크아아악!

 

살이 찢기자 피가 튀었다. 고통이 천영의 정신을 어지럽게 만들고 있었다. 천영의 생애 이토록 고통스러운 것은 처음이었다. 그 고통은 처음이지만 너무 아팠다. 아픔이 극에 이르자 천영이 분노했다.

 

크아아아악!

 

폭풍과 같은 기세가 천영의 몸에서 뿜어져 나와 천악을 밀어냈다. 천악은 갑작스럽게 받은 기세로 인해 뒤로 밀렸다. 뒤로 밀린 천악이 다시 공격하려고 하자 천영이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부들! 부들!

 

여유만만하게 상대를 비웃었던 처음의 얼굴은 사라지고 없었다. 천영의 얼굴은 흉신악살(凶神惡殺)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인간 따위가 감히! 나를! 용서하지 않겠다!”

 

천영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대기가 파동을 일으켰다.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며 그 기운이 점점 천영의 몸으로 흡수가 되었다. 점차 거대한 무언가가 나오려고 하는 듯했다.

 

천영은 자신의 진실된 힘을 보여주기 위해 몸을 변화시키려고 했다.

 

슈슉!

 

위로 솟아 오른 상태에서 바닥을 보았다. 천영의 시야에 존재해야 하는 천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천영이 고개를 드는 순간 바로 위에서 천악이 나타났다. 두 손에 깍지를 끼고 있는 힘을 다해 휘두르는 천악이었다.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충격을 받은 천영의 신형이 바닥에 처박혔다.

 

쿠과과과과과광!

 

반경 10장 안이 움푹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후려치기였다. 주변으로 후폭풍이 밀려나와 밤하늘을 시끄럽게 울렸다. 천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손바닥 안에 작은 구슬이 형성이 되었다. 검강의 충첩으로 만들어진 구체 모양의 기운이 검환이라고 하면, 이것은 기의 강기가 모아져 형성이 된 기환구(氣丸球)였다.

 

천악은 장법이나 기공에 있어서 별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몸속에 존재하는 기운을 강력하게 중첩시켜 파괴력을 극상승을 끌어올려 사용할 뿐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다음과 같았다.

 

-다연발(多連發) 기공탄(氣孔彈)!

 

파파파팡! 파파파파파팡!

 

무지막지한 기운덩어리가 구체모양으로 중첩이 되었다. 일단 터지면 공간이고 뭐고, 존재하지 않는다. 산봉우리를 날릴 때 사용했던 기공탄을 응축시켜 한곳에 집중하여 포화(砲火)하였다.

 

쿠과과과과광! 꽈과과과과과광! 우르르르! 쩌저저저적!

 

세상이 처음 열릴 때, 즉 개벽이 벌어질 때 일어나는 천지변동의 시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위력을 집중했다고 하지만 그 위력의 분산까지 적다는 것은 아니었다.

 

건청궁을 둘러싼 외벽까지 충격이 가서 무너지고 있었다. 50여 장에 달하는 공간이 10장이나 움푹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자칫하면 지진이 일어나서 완전히 무너지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휘이이이이잉!

 

후폭풍이 거세게 일었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당지독과 궁휼은 거리를 더 벌리며 뒤로 물러나야 했다. 굉장한 구경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당지독과 궁휼은 지켜보면서도 저런 대결은 처음 본다는 듯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악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버티는 천영도 놀랍지만 점점 더 괴물 같은 능력을 보이는 천악이었다. 지닌 바 힘의 끝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저게 사람들 간의 대결이라고 할 수는 건가!”

 

“그 말에 나도 동감한다.”

 

십대고수가 직접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지켜보는 것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의 가공할 대결이었다. 일반적인 고수들이라면 이미 그 힘의 여파에 견디지 못하고 죽어나갔을 것이다.

 

“그나저나 저 정도 했으면 죽지 않을까?”

 

“그럴 것 같은데.”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처지들이 아니었다.

 

자금성 전체가 들썩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광폭하고, 시끄러운 소리와 더불어서 지각이 흔들리고 있으니 더 이상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일백여 발의 기공탄을 날리고 나서 천악이 바닥을 향해 쏘아져 내려갔다. 아직 죽지 않은 것이 느껴졌다. 기운이 아직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보아 더욱더 다져 놓아야 했다.

 

놈이 좀전에 무언가 하려고 했지만 그런 기회를 줄 이유가 없었다. 강한 힘을 발휘하려면 애초에 썼어야 했다. 방심하다가 사용하지 못하고 죽는 것은 놈의 실수였다. 실수를 봐주고, 용서해 줄 이유가 천악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약점이 있다면 그 약점을 계속적으로 파고들어 끝장을 내주는 것이 실용적이었다.

 

바닥을 뚫고 들어가 있는 상태의 천영은 힘을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약간의 틈만 있으면 될 것 같았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 천영은 천악의 전투 성향을 깨달았다. 약간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일반 무인들과 다르게 철저하게 말살하려고 했다.

 

바닥에 떨어지고, 기공탄 세례까지 받은 천영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깔끔했던 의복은 모두 찢겨져 나갔고, 전신에 상처투성이였다.

 

‘조금만 틈이 있으면 되는데!’

 

크윽!

 

천영의 바람과는 다르게 천악이 바닥을 뚫고 들어와서 눕혀져 있는 상대에게 주먹을 가하고 있었다. 수백 발이 일순간에 터져 나와 천영의 전신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전신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어야 했다. 몸이 주먹의 향연(饗宴)에 어우러져 있는 상태다. 천악은 권격을 뿌리면서도 천영의 눈과 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놈이 움직일 반경과, 갑작스럽게 공격할 타이밍을 주지 않기 위해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었다. 한시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천영은 미처 반격할 틈이 없어 보였다. 이대로 죽을 때까지 맞는다는 생각이 들자 공포심이 들었다. 진실된 힘을 발휘한다면 이따위 놈에게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럴 시간을 주지 않고 있었다.

 

공포심과 억울함이 뒤섞여 있었다.

 

“이…럴 수는 없어!”

 

우아아아악!

 

알 수 없는 괴성이 천영에게서 터져 나왔다. 괴성과 더불어서 강력한 기운이 천악의 주먹을 밀어내며 충격파를 형성했다.

 

터엉! 퓨슝!

 

천악의 신형이 충격을 받고 사선으로 튕겨져 나갔다. 바닥 에 있던 천악의 신형이 굉장한 속도로 날아갔다.

 

날아간 천악의 신형이 자금성 안의 궁 여러 개를 뚫고 나가 버렸다. 건물은 천악의 몸을 막아낼 방패수단이 되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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