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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9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0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90화

황궁풍운(皇宮風雲) (1)

 

 

풍운장원의 밤은 아름다웠다.

 

평온하고, 안전하며, 위엄 있는 장원의 풍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만들었다.

 

망루라도 만들어서 보게 되면 그 모습에 빠져 하루 종일 서성이게 될 것이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던 장원 내 식솔들도 내일을 준비하기 위해서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공사에 지친 인부들도 하나둘 돌아와서 장원 내 만들어진 아파트로 향했다.

 

풍운장원만이 온 세상의 평온함을 모두 담고 있는 듯 조용했다. 사람들의 번잡함이 모두 사라지자 불빛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불빛이 일렁이며 빛을 발하는 가운데 그 빛을 반사하는 물건이 움직이고 있었다. 커다란 장원을 돌아다니며 또 하나의 둥그런 달님을 연상케 하고 있었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무거워 보일 정도로 거대한 육덕을 가지고 있는데도 잘 걸어 다니고 있었다.

 

장원 내를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것이 하루 일과처럼 되어졌다.

 

“내가 경비나 서게 될 줄이야!”

 

말을 하면서도 짜증이 서려 있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으며, 승복을 입은 풍운장원의 인물은 바로 희불승 연광이었다.

 

연광은 풍운장원의 밤 순찰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요즘에 흉흉한 인심 때문에 밤손님이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로 인해 장원 내의 감시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 임무를 맡은 이가 연광과 추상락이었다. 서로 교대로 돌아 가며서 시간제로 장원을 돌고 있었다. 반면에 이 이일 시킨 당지독과 궁휼은 여전히 술 마시고 편안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연광의 입장에서 투덜거림은 당연했다. 소림사 장로인 자신이 집 지키는 개도 아니고 이런 일을 한단 말인가! 누가 보지 않을까 창피하기까지 했다. 그나마 밤에 돌아다니는 것이 이목을 끌지 않아 다행이었다.

 

전날 싫다고 하다가 천수암제 당지독에게 죽도록 맞았다. 역시 오천존의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 거짓이 아니었다.

 

‘그날 정말 많이 맞았지. 나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야!’

 

그렇다고 근무를 똑바로 서지 않을 수도 없었다. 부지불식간에 근무태도를 본다고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 당지독이었다. 몰래 도둑고양이처럼 지켜보다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을 갈구는데, 그게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제가 잠시 졸음이 와서.

 

-그래서.

 

-계속 잘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말은 잠시 고민을 좀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대답을 해도 모두 그래서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주먹이 날아왔다. 결국 사람 패려고 기다리고 있는 변태처럼 보였다. 당지독과 얽혀서 좋은 꼴 보기 힘들다는 강호의 전설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당지독의 말투는 천악의 말투를 따라한 것에 불과했다. 천악은 아랫사람을 다룰 때 토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재밌어서 한 번 사용했는데, 그 맛이 쏠쏠한 당지독이었다.

 

“그래서라니, 그래서 어떡하라고! 제기랄!”

 

“무슨 말이지?”

 

헙!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인물이 있었다. 연광이 뒤를 돌아보자 누군가가 빛에 일렁이며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왔다. 바로 천악이었다.

 

“근무 중 이상 무! 풍운장원 정찰 2호 제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군. 그것보다 어른신들과 추상락을 모두 깨워서 데려와라.”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말이 길군.”

 

“아닙니다. 빨리 가보겠습니다.”

 

앞뒤의 설명을 모두 빼놓고 말하는 것이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천악의 말투였다. 사람들 모두 천악의 말투에 빠져들고 있었다.

 

반각이 안 되어서 당지독, 궁휼, 추상락이 모두 나왔다. 천악이 갑작스럽게 왔다는 사실에 되도록 빨리 나온 것이다. 이제는 갑자기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원래 그러려니 하는 것이 속편했다.

 

“무슨 일이냐?”

 

당지독이 대표로 말을 했다.

 

“말은 나중에 하고 같이 가시지요.”

 

“뭔지 알아야…….”

 

슈슉!

 

당지독이 말을 하기도 전에 천악이 공간이동을 시전했다.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것도 이미 경험해 봐서 놀랍지는 않더라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나서 다시 주변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풍경이 달라졌다. 그중에서 가장 놀란 인물은 연광이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여기가 어디냐?”

 

“구문제독부입니다. 황궁에 난리가 났더군요.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상황은 모르더라도 구문제독부의 정문이 완전히 박살나고, 주변에 피냄새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었다. 시체들을 옮기는 병사들이 천악을 보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천악의 가공할 신위가 구문제독부에 작렬했다는 말이 되었다.

 

무언지 모르지만 정말 큰일이었다. 구문제독부가 타격을 받았다면 황실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지독한 혈향(血香)이었다. 보통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구문제독부를 이렇게 만들다니 대단한 놈들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천악이 오자 구문제독의 방에 모두 모였다.

 

구문제독은 천악이 천수암제 당지독과 개왕 궁휼을 데려오자 놀란 듯했다. 관과 무림이 떨어져 있다고 해도, 중원의 십대고수를 모를 리는 없었다. 그들이 가진 힘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천악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직접 침입해서 모조리 도륙해 버리고 싶지만 사람을 구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숨겨놓은 인물을 찾아서 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강해도 열 손이 하는 일을 모두 막아낸다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금권성이 말을 했다.

 

“아무래도 반란이 일어난 것 같네. 자금성 내의 병력들의 이동이 심상치 않아. 더군다나 자금성으로 가는 길목이 차단이 된 것 같아. 이대로라면 많은 병력을 운용해서 자금성으로 가는 것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네! 만약 병력 운용이 들통나며 황궁에 있는 황제 폐하께서 위험하실 수도 있어.”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소수로 침입해서 폐하를 먼저 구해야 하네.”

 

금권성은 은근슬쩍 천악을 보았다. 천악이 동참해 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일인무적의 놀라운 능력을 가진 천악이라면 소수라고 해도 백만 대군과 같았다.

 

천악이 사라지고 나서 세운 작전은 간단했다. 천악과 같이 자금성에 침투해서 황제 폐하의 안전을 도모하고 나머지 일은 모두 천악에게 맡기면 끝이었다. 너무 간단하지만 천악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천악은 금권성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을 물었다.

 

“황제 폐하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있는 겁니까?”

 

“형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버님은 살아 계십니다.”

 

천악이 물은 것은 이 일의 핵심이었다. 황제가 죽었을 가능성까지 모두 염두에 두어야 했다. 놈들의 목적이 반란이고, 원하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무슨 짓을 했을지 몰랐다.

 

그 말에 주기진인 분노했다. 반면에 당지독과 개왕은 태자가 천악에게 형님이라는 말을 한 것에 놀라고 있었다.

 

‘태자가 형님이라고 하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역시 괴물 앞에 인간의 지위는 보잘것없구나!’

 

지금도 어려운 천악인데, 더 어렵게 느껴지고 있었다. 황제라고 해도 천악 앞에서는 인간일 뿐이었다.

 

“그럴 리는 없을 거네. 황궁 내 소란이 잦아든 것으로 보아 이미 모든 일은 마무리 되었을 것이네.”

 

금권성은 아직 황제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황제의 존재는 필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란을 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또한 반란의 획책을 위해 다음 대 황제를 내세울 수 있는 명분도 필요하다.

 

주기진이 여기 있는 상황에서 반란을 주도한 사람은 다음 대 황제가 될 수 있는 유력한 인물. 2황자 주기옥뿐이었다. 그가 이번 반란을 도모했을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럼, 황제 폐하가 계실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어디입니까?”

 

“내 생각에 감옥은 절대 아닐 것이네. 가장 유력한 곳은 건청궁이 아닐까 생각하네.”

 

주기옥의 입장에서 선덕제는 아버지였다. 아무리 황제위를 얻기 위해서라지만 아버지를 감옥에 잡아두지는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 금권성이었다.

 

천악이 일어섰다.

 

결론이 난 이상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그럼, 이제 가지요.”

 

천악은 자신을 비롯한 당지독, 개왕, 구문제독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 중에서 주기진이 반발했다.

 

“형님,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태자 전하께서는 나라의 중요한 인물이십니다. 만약 황제 폐하께서 돌아가셨을 경우 다음 대 황제가 되실 분입니다. 굳이 위험한 일에 낄 필요 없습니다. 더군다나 제가 이렇게 소수로 가는 것은 번잡함 때문입니다. 많이 가봐야 오히려 짐만 됩니다.”

 

천악이 구문제독을 데리고 가는 이유는 황궁 내 지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한 황제의 생김새를 아는 인물은 구문제독뿐이었다. 태자도 알고 있지만 태자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천악은 삼영살과 더불어 연광, 추상락에게도 구문제독부를 지키도록 명령했다. 여인들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태자가 비록 중요하지만 천악에게 그다지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 태자보다 여인들을 먼저 지키라고 천악이 전음을 날렸다. 듣고 있던 추상락과 연광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이었다.

 

“그럼 바로 가지요.”

 

 

 

황궁 내의 소란을 정리하고 있는 동창이었다.

 

소란의 여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들은 모두 잡아들이고, 귀찮은 자들에게는 이미 참수를 내려버렸다.

 

그러한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 동창제독 왕진이었다. 2황자 주기옥에게 전권을 위임받은 이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룻밤이 지나가기 전에 끝을 내라고 했는데.”

 

자금성을 완벽하게 점거하는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동창과 금위군 등을 모두 포섭한 상태에서 위험요소는 없었다. 시간이 걸리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황제의 옥새까지도 쉽게 얻었으니 원하는 대로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구문제독부 내의 소식이었다. 보낸 지 시간이 꽤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구문제독부가 생각보다 강한 건가.”

 

천영단이라면 반 시진 안에 모두 쓸어버리고,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구문제독부의 전력이 예상이상으로 강할 수도 있지만 이기지 못한다는 생각하지 않았다. 천영단의 능력은 구문제독부가 막아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제독부 내의 동태를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오래전부터 보낸 세작들의 보고에 의하면 절대 불가했다.

 

“황궁의 경비를 더욱 강화해야겠군.”

 

왕진은 천영단의 복귀를 기다리면서, 그동안 황궁을 재정비하는 데 필요한 인물들을 선별하고 있었다.

 

일단 선별한 인물들을 2황자에게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모든 권력을 자신이 가진다고 해도 황제가 될 사람은 주기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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