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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7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79화

북해풍운(北海風雲) (1)

 

 

약속한 날짜가 10일도 안 남았다. 시간이 갈수록 중년인에게는 이득이 되었다. 10일만 지나면 북해빙궁을 손아귀에 쥐고, 북해무림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하지만 중년인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한영검귀 최진평은 왜 소식이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가 보낸 백영대의 실력이라면 냉상아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연락이 왔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런 연락도 없다. 더군다나 중원에 파견된 빙영대에게도 냉상아에 대한 소식이 사라졌다.

 

마치 공중으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것과 같았다. 사람이 연기가 아닌 이상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문제가 생긴 건가?’

 

확실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백영대를 열 명이나 보냈다. 냉상아의 실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일류에서 절정 사이였다.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제법 뛰어난 실력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불안감.

 

불현듯 드는 느낌이었다. 최진평은 일생을 살면서 이런 불안감을 느낀 적은 딱 한 번뿐이었다. 교주하고의 대면 이외에는 불안감이 든 적이 없었다. 무인은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자신의 감을 믿는 편이었다.

 

최진평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을 내렸다. 우선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 교에 지원 부대를 파견해 달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실수는 우연에 의해서라도 일어날 수 있기에 그 모든 것을 감안해 두어야 했다.

 

 

 

북해 상공(北海上空).

 

300장 위에서 내려다보는 북해의 모습은 유리를 세밀하게 조각해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빛을 발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해의 전체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얼음이 언 강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얼음을 깨고, 그 안에서 빙어와 같은 어류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어부들이었다.

 

어부들은 낚시를 하다가 잠시 허리를 폈다. 오랜 시간 구부리고 있으니 허리가 뻑적지근한 것이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 손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새였나?”

 

하늘을 보니 사람 같은 형상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았다. 너무 빨리 지나가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사람일 리가 없잖아!”

 

사람이 하늘을 날아간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눈이 침침해서 잘못 본 것으로 치부해 버렸다. 그리고 낚시에 다시 열중했다. 오늘 하루 잡아서 생계를 해결하는 어부로서 시간이 아까웠다.

 

냉상아는 반 시진 정도 잠을 청했다. 그리고 일어나 보니 북해빙궁 위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발아래에 북해빙궁이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북해빙궁의 전체 모습은 그녀도 처음 보는 진풍경이었다. 위에서 보니 마치 작은 유리성을 방불케 하였다.

 

“어디로 들어가면 됩니까?”

 

“저곳이에요.”

 

냉상아가 북해천궁을 가리켰다.

 

천악은 아무도 모르게 북해천궁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누군가 지켜보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 일은 모르게 진행해야 내부적으로 반발하는 세력을 걸러낼 수 있었다.

 

-인비져빌리티(투명마법)

 

천악이 마법언어를 말하자 천악과 냉상아의 모습이 사라졌다. 냉상아는 순간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놀라워했다. 불순물이 하나 없는 투명한 물이 얼음으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허!

 

기력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강한 것도 정도를 넘어섰는데, 이제는 괴상한 술법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었다. 허탈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마법을 사용하고, 은밀하게 북해천궁으로 들어가는 천악과 냉상아였다. 냉상아는 지상에 내려와서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제까지 천악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고 생각하니 은근히 얼굴이 붉어졌다.

 

천악이 기척을 숨기자 북해천궁을 수호하는 무인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바로 뒤에서 움직이는데도 찾아내지 못하는 가공할 은신술이었다.

 

냉상아는 북해천궁에 쉽게 들어가는 것에 안심하면서도 허탈해졌다. 북해천궁은 북해무림의 중심이었다. 가장 삼엄한 경계를 자랑하는 곳을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다니 자부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진짜 사람 맞아?’

 

그녀의 생각과는 다르게 천악은 냉정하게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주화입마에 걸렸다고 했지.’

 

사람은 기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죽게 된다. 기는 항상 흐르며, 흐르지 않으면 점차 몸이 굳어서 혈액이 순환되지 않게 된다. 혈액이 순환되지 않는다는 것은 죽어간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주화입마는 기의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점차 죽어가는 현상이었다.

 

천악이 기운을 포착했다. 아주 미세한 기운이라 일반 무인은 찾지도 못할 정도였다. 천악이 북해천궁의 내부를 정확하게 꿰뚫으면서 찾아갔다.

 

북해천궁은 아래로 회전하면서 내려가게 되어 있었다. 내려가면서 한층을 완전히 미로처럼 만들어서 침입자에 대한 경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미로는 거울과 얼음을 사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환상과 환영이 난무한다. 일단 들어오면 미로의 형태를 알지 못하는 이상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냉상아는 그걸 알기에 미리 말을 하려고 했는데, 천악이 너무 정확하게 찾아가자 입을 닫았다. 정말 못하는 게 없었다.

 

미로의 끝을 따라 다시 내려가자 하나의 문이 나왔다. 닫혀 있는 문을 부술 수도 있으나 그럴 필요성은 없어 보였다. 냉상아가 방법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버지의 수련장이에요. 대대로 냉가(冷家)의 핏줄을 이은 자만이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요.”

 

천악은 그녀의 설명에는 관심이 없었다. 설명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나았다. 관심 없어 하는 천악의 표정에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무슨 남자가 이렇게 예의가 없어.’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주는 것이 예의였다. 하물며 여인이 말을 하는데, 쓸데없는 말을 한다는 식의 표정을 짓다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비참한 냉상아였다.

 

냉상아가 엄지손가락으로 문 옆 가장자리에 돌출된 부분을 눌렀다. 가볍게 누르자 돌출된 부분의 중심에서 날카로운 침이 나왔다. 나온 침이 손가락의 피부를 뚫고 핏방울을 살짝 내었다. 핏물이 흘러 돌기 안으로 들어가자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천악은 그 모습이 내심 신기했다.

 

현대의 지문검색시스템과는 다르지만 가족만이 들어갈 수 있게 만들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천악은 야수안으로 기관 내부를 살폈다. 작동시스템만 알 수 있다면 나중에 다시 사용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냉상아의 핏물이 안으로 흘러들어 빙수(氷水)와 만난다. 빙수가 잠시 결합을 이루더니 기관 아래로 움직이게 된다.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구슬이 내려가 기관을 누른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지만 빙수와 결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기관 안에 빙수가 있는데, 그게 뭡니까?”

 

“그걸 어떻게?”

 

내부기관의 중추에 천중빙수(天重氷水)가 들어 있다. 천중빙수의 성질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 번 접한 핏물을 기억하는 성질이 있었다. 빙하의 가장 최하층에 존재하는 것을 선조께서 어렵사리 구해 기관장치에 응용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졌다.

 

설명을 들은 천악은 천중빙수가 탐이 났다. 천중빙수를 이용하여 기관장치를 만들면 괜찮은 장치가 될 것 같았다.

 

문 안으로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수련장은 따뜻한 곳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추운 곳은 몸을 경직시키고, 활동폭을 줄어들게 만들어 부상을 속출시킨다. 하지만 이곳은 상당히 추운 편이었다. 음한진기를 수련하기 위해서 마련된 장소라고 할 만했다.

 

내공수련장의 정중앙에 빙옥(氷玉)으로 이루어진 받침대가 있었다. 그 위에 백발의 중년인이 가부좌를 튼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빙옥은 보통 빙옥이 아니었다. 만년빙옥이라는 천고의 보물이었다. 냉기 계열의 내공을 쌓는데, 효과적인 보물이라고 칭할 수 있었다.

 

“아버지!”

 

주르르륵!

 

냉상아는 아버지를 보자마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버지의 피부는 창백했다. 원래 음한진기를 익히면 피부가 창백한 편이지만 그보다 더욱 창백해져 있었다. 사람이 들어왔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냉상아와는 달리 천악은 야수안을 발동하여 북해빙왕 냉사진의 상태를 체크했다. 몸속의 흐르는 기운이 왜 막히고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냉사진의 기경팔맥과 십이경락의 이동 경로를 파악했다. 다음으로 미세한 혈관으로 흐르는 기운까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단전부위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열기를 인위적으로 막아서기 위해 운기를 하고 있지만 점차 열기에 중독되어 갔다. 지금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나면 몸속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타죽을 것이다.

 

“하나의 빙정으로는 부족하겠군.”

 

그렇다면 무작정 강력한 빙정을 만들어서 복용시킬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나를 복용하여 열기를 진정시키고, 다른 하나로 열기를 정복해야 했다. 한꺼번에 했다가는 열기와 냉기가 폭주하여 냉사진의 몸이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다. 스스로 자정능력을 키워주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루의 시간을 예상했는데, 이틀은 걸릴 것 같았다.

 

천악이 주변에 굴러다니는 얼음덩어리 한 개를 집었다. 얼음덩어리를 집는 천악의 행동에 냉상아는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빙정을 만들려고 합니다!”

 

“설마 그 얼음덩어리로 빙정을 만든다는 것은 아니지요?”

 

이제까지 놀라운 실력을 보인 것은 인정하지만 지금 이 방법은 정말 아니었다. 빙정을 만들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아무 곳에서나 굴러다니는 얼음덩어리로 빙정을 만들면, 북해는 빙정투성이일 것이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까지 헛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 냉상아였다. 말도 안 되는 짓을 뻔히 지켜보고 있는 것 자체가 불만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바뀌는 데이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상한 진법 안에 얼음덩어리를 놓고, 냉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냉기의 기운은 어찌나 차가운지 자신조차도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저럴 수가! 한빙극의신공을 익힌 나조차도 차가움을 느끼다니!’

 

극한의 냉기가 얼음덩어리에 달라붙었다. 그 즉시 천악이 가공할 힘과 압력을 얼음덩어리에 가했다. 가공할 압력을 받은 얼음덩어리가 다시 응축이 되어 작아졌다. 이렇게 반복을 계속하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빙…정을 만들다니!”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었는데도 믿을 수 없었다. 냉상아는 입을 벌린 채 닫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추하군요.”

 

헙!

 

놀라서 입을 벌린 여자에게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천악의 말센스는 꽝이었다. 당황한 냉상아는 부끄러움도 잊어먹고 있었다. 믿지 못할 광경에 넋이 나갔다고 보는 것이 정답이었다.

 

천악이 냉사진의 몸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몸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으니 굳어 있을 것이다. 소량의 기운이지만 몸속의 기운을 활성화시켜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타인의 내공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이유는 바로 사람마다 가지는 속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내공을 쌓고 있어도 사람이 가진 성질과 자질에 따라서 내공의 속성이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타인의 내공을 얻으면 쉽게 흡수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악은 손을 대는 것으로 냉사진의 진기를 도와주었다. 그와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빙정을 냉사진의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입속으로 들어온 빙정의 기운이 빠르게 흡수될 수 있도록 한빙극의신공을 임의로 활성화시키는 천악이었다.

 

음!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냉사진이 처음으로 신음성을 질렀다. 몸속으로 들어오는 익숙하지만 강렬한 냉기에 반응한 것이다.

 

냉사진은 의식을 잃지 않았다. 다만, 몸속에서 느껴지는 열기에 대항하기 위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할 뿐이었다. 열기가 더 이상 퍼지지 못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

 

‘냉기?’

 

냉사진은 의식이 빙정을 인식하자 냉기를 흡수하기 위해 한빙극의신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냉기는 마르지 않는 샘물과 같았다. 지속적으로 흡수하자 몸속에 있는 열기가 점차 잦아들었다.

 

사람은 살 수 있다는 의욕이 생겼을 때야 비로소 힘을 발휘하게 된다. 바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믿지 못할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움츠러들었던 몸이 기지개를 펴듯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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