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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7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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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78화

구문제독부 (3)

 

 

금권성은 모처럼 부녀간의 대화를 나누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동안 전쟁준비와 내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병부상서의 계속적인 방해로 인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힘으로 찍어누를 수도 있으나 황제 폐하가 있는 자리에서 벌어진 일을 가지고 따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화가 계속될 수록 금권성은 난처해졌다. 처음에는 즐거웠지만 천악에 대한 말이 딸에게서 나올수록 심각해졌다. 분명 뛰어난 청년이며, 막강한 금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금력과 더불어서 필요한 것이 권력이었다. 구문제독의 딸이 일반 평민하고 혼인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금은혜는 천악이 정체에 대해 모두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 조금 답답했다. 그럼에도 그의 뛰어난 점을 들어가며, 자신에게 맞는 유일한 짝이라고 강조를 했다.

 

“그 청년이 그렇게 좋으냐?”

 

“제게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아니면 다른 사람은 의미가 없어요!”

 

“그럼, 태자 전하는 어떻게 할 거냐?”

 

“아직 어리잖아요. 저는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금은혜를 따르는 아이가 있었다. 그는 명제국을 이어갈 다음 대 주인으로 성장을 해 나가고 있었다. 17살의 나이지만 태자위를 받아, 다음 대 황제가 될 자격이 주어졌다.

 

금은혜도 태자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동생으로서의 감정일 뿐이었다.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더군다나 천악은 태자가 아니라 황제라고 해도 비교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금권성의 눈빛이 심각해졌다. 태자의 사랑을 받고, 태자비가 되어 다음 대 황후가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가문의 영광을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금은혜의 성정을 아는 금권성으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확고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 아이였다. 또한 금천상가의 소가주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마냥 몰아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 조금 더 두고 보도록 하자구나.”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해요. 그는 머물러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요. 천악 오라버니를 노리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요!”

 

허!

 

금권성도 보았다. 천악의 주변에 있는 여인들은 보통의 여인들이 아니었다. 모두 일세의 재녀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미모와 더불어 그녀들이 가진 배경 역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긴 이상하기도 했다. 그런 여인들이 한 사내를 두고 경쟁한다는 것은 사내의 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었다. 분별없이 사내를 좋아할 정도로 사리 구분 없는 여인들은 아니었다.

 

“당분간 제독부에 지내면서 살펴보도록 하마.”

 

“며칠간은 어디를 가야 할지도 몰라요.”

 

“그새 다른 데 간다는 게냐?”

 

“중요한 일이에요. 그것은 저도 보장해요.”

 

“알았다. 내가 너무 너의 독립성을 인정해 줬나 보구나. 하지만 이렇게 된 것도 모두 내 탓이니 어쩔 수 없구나.”

 

“아빠 딸 똑똑한 것 알잖아요. 저는 절대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아요.”

 

금권성은 내일 또 황궁에 들어가야 했다. 시간이 별로 없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아침이 되었다.

 

구문제독부를 가리고 있던 어둠이 빛에 의해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천악은 일찍 일어나서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삼영살과 아이들에게 지시했다.

 

“제독부 내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을 수 있으니, 중요인물들을 보호하도록 해라. 그리고 너희들은 처음으로 실전을 겪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삼영살과 신일, 충호, 전칠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구문제독부는 명제국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나 마찬가지였다. 누가 감히 구문제독부에서 소동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구문제독부를 아는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해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삼영살과 아이들은 천악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천악이 말한 것치고, 일어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만약 닭이 오리알을 낳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었다.

 

“살수는 정해진 임무 이외에는 수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희들은 이제 살수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해서 임무를 자의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의 경중을 따져 중요한 사항들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주군!”

 

“그리고 너희들은 첫 실전에서 당황하지 마라. 당황, 불안, 초조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처음이라 힘들 수 있으나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겠느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은 필요 없다. 결과만이 필요할 뿐이다. 과정이 아무리 뛰어나도, 원하던 결과를 얻지 못하면 후회만이 남게 된다. 특히 사람은 한 번 죽으면 다시 살아날 수 없다. 그것을 명심하고, 기억해라.”

 

천악은 다음으로 금은혜를 불렀다. 금은혜만 불렀지만 모든 여인들이 다 모였다. 마침 모두에게 말을 할 생각이었는데,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지금 북해빙궁으로 가게 될 거다.”

 

“알고 있어요.”

 

“그동안 제독부 내에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준 통신구로 연락을 해라.”

 

일전에 금은혜에게 준 구슬을 말하는 것이었다. 구슬에는 통신과 더불어서 위치추적마법이 걸려 있었다. 갑작스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간이동을 통해 올 수 있었다.

 

“제 집에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거예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하지만 대비한다고 나쁜 것은 없겠지.”

 

“알겠어요.”

 

천악의 의념이 기를 타고 금은혜에게 전달이 되었다. 전음이 들려오자 금은혜가 잠시 멈칫했다. 전음을 통해 알려진 사실은 금은혜에게 충격이었다. 천악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설마!’

 

설마 하는 심정의 금은혜였다.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충성심이 깊기로 소문이 났다. 아버지께서는 항상 칭찬하던 사람이었고, 오랜 시간 동안 구문제독부를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천악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천악이 이유 없이 거짓을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천악은 여인들을 보았다. 그녀들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낯설었다. 그러나 여인들이 있음으로써 따뜻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냉상아도 천악을 찾아왔지만 기운이 별로 없어 보였다. 전날 받은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었다.

 

천악이 냉상아를 향해 북해빙궁으로 가자고 했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이제 9일도 안 남은 상태였다. 이대로 최선을 다해 간다고 해도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걸 생각하자 냉상아는 암담했다.

 

“방향이 이쪽인가요?”

 

“맞아요. 하지만 당신이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

 

냉상아의 말투에 날이 서 있었다. 구해주려면 서둘러서 구해주어야 욕을 먹지 않을 것이다.

 

“그럼 가지요.”

 

경공술로 북해빙궁까지 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말을 타고 가야 그래도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뜬금없이 그냥 가자고 하자 냉상아는 기가 막혔다.

 

천악은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에게 5일 안에 돌아오겠다고 말을 했다. 그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리겠다고 했다.

 

흥!

 

냉상아만이 어이없어서 콧소리가 나왔다.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 도대체가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와락!

 

냉상아가 짜증내려고 할 때, 천악이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냉상아는 자신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허리를 낚아챈 천악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또한 사내가 허리를 잡자 부끄러움과 수치심이 들었다.

 

“이게 무슨 짓! 헛!”

 

파앙! 슈웅!

 

천악이 약간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지면을 박차고 올랐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본 사람이 없었다. 냉상아가 미처 소리치기도 전에 2백여 장 상공에 올라온 천악이었다. 냉상아는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혔다. 너무나 빠른 속도록 올라가자 주변의 공기가 모두 자신의 입과 코를 막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순식간에 구문제독부가 아주 작아 보이는 위치까지 오른 것에 놀라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사람이 한 번의 도약으로 2백여 장을 날아오르다니,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 그녀가 있는 힘껏 도약해도 6여 장이 고작이었다. 이것은 인간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혼자도 아니고, 둘이었다.

 

냉상아의 충격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상태에서 정지가 되었다.

 

“능공허도!”

 

날아오르는 것 자체도 놀라운데, 공중에 떠 있었다. 그제야 천악의 놀라운 무력에 기겁을 하게 된 냉상아였다. 왜 여인들이 천악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무조건 수긍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건 초고수가 아니라 초괴물이었다.

 

‘아버지라도 이건 불가능해!’

 

북해무림에 데리고 가야 하는 인물이 그녀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만약에 천악과 북해무림이 부딪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저곳이라고 했지요.”

 

“예! 예!”

 

냉상아의 말투가 지극히 공손해졌다. 천악의 비위를 건드리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갑니다.”

 

파아아아앙!

 

“어어어어어!”

 

냉상아는 순간적으로 비명성을 질렀다. 천악이 앞으로 향해 날아가자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바람이 자신의 얼굴을 때리자 입조차 벌리지 못했다. 입을 벌렸다가는 흉한 꼴이 될 수도 있었다. 얼굴살이 뒤로 밀려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따…가워!’

 

피부가 바람을 견디지 못했다. 고개가 절로 뒤로 돌려졌다. 잘못하면 부러질 수도 있었다. 천악이 앞으로 가다가 냉상아의 상태를 보자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지만 냉상아는 아니었다. 천악이 앞으로 날아가면서 기막을 형성시켜 바람을 막아냈다.

 

후우!

 

그제야 냉상아는 눈을 뜨고 고개를 들 수 있었다. 그녀는 바람이 부딪치는 것이 느껴지지 않자 속도를 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속도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의 주변으로 기막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굉장한 속도로 날아가는 것만 해도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막강한 실력이었다. 그런데 자신까지 기로 보호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이 정도로 막강한 내력을 사용하면 숨을 헐떡이거나 지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천악의 가슴은 일정하게 호흡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새도 아닌데, 하늘을 날아서 간다.

 

냉상아는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주변으로 구름이 스쳐 지나가는 것도 신기했다. 지면은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조각처럼 보이고, 지나가는 산들은 바로 앞에서 선명하게 보였다.

 

“산이 높군. 더 높이 날아야겠어.”

 

천악이 상공 200여 장에서 다시 200여 장 이상 고도를 높였다.

 

냉상아는 천악이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하루 안에 도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인간의 기준으로 천악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밉게 보였던 천악이 다르게 보였다. 두려움과 더불어 설레임을 가지게 만들었다. 냉상아도 무인이었다. 강한 무인에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평소 지론이 자신보다 강하지 않으면 사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허공을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는 남궁태희, 금은혜, 제갈지, 운정, 일살, 이살, 삼살, 신일, 충호, 전칠이었다.

 

순식간이었다. 간다고 하더니 진짜로 갔다. 그것도 날아서 가 버렸다. 공간이동을 할 것이라는 애초의 생각과는 상당히 다른 방법이었다.

 

“갔네!”

 

“그러게요!”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천지차이다. 천악의 능력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여인들은 천악의 품에 자신이 안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마음에 쓰였다.

 

금은혜는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다.

 

‘싸대기까지 맞고 자존심 없이 행동하지는 않겠지!’

 

자존심이 있다면 천악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라고 편하게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건 금은혜의 생각일 뿐이었다. 자기도 자존심 다 버리고, 천악에게 매달리고 있는 주제에 남에게 자존심 챙기라고 말을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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