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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7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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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71화

천악과 악연(惡緣)을 가진 후기지수들

 

 

당묘정은 한동안 세가 내에서 폐관 수련에 매진했다. 그녀는 그날 겪었던 상상할 수 없는 공포와 압도적인 위압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그 기운을 극복하기 위해 세가의 가장 최심처에서 수련을 계속 해왔다

 

당시에 할아버지가 풍운장원으로 오라고 했지만 갈 수 없었다. 그에 대한 공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공포감이 몸과 마음을 괴롭힐 때마다 세가의 내공심법을 밤낮으로 수련했다. 수련만이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의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밤낮으로 수련하다 보니 무공이 점차 발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루하게 느껴졌던 반복적인 것들이 이제는 완숙하게 몸과 마음에 적응이 됐다. 그 순간 앞을 가로막고 있던 투명한 막이 걷히고, 흐릿했던 심연이 맑고 투명하게 변했다.

 

“후우우!”

 

심호흡을 하고 눈을 떴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상과는 다른 세상이 보였다. 그에게서 느꼈던 이질적인 공포감이 사라졌다.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정답일 것이다.

 

그녀는 폐관 수련관의 문을 열고 드디어 출관을 했다.

 

출관을 하자 세가의 독향(毒香)이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정겨운 냄새였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기겁할 만한 일이지만 그녀에게는 태어나면서 맡은 정겨운 향수에 가까웠다.

 

때마침 기다리고 있던 당가무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당묘정이 그를 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아가씨께서 나오시면 바로 가주님께 오라는 지시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날 찾으신다고?”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연철심은 당묘정의 성격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이라면 자신에게 존대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오자마자 존대를 하며 자신의 말에 대답을 해주었다. 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성향이었다.

 

연철심은 그렇다고 당묘정을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다혈질이기 때문이다. 당가에서 그녀에게 곤혹을 치르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태상가주인 천수암제 당지독 어르신의 비호를 받고 있었다. 세가 내에서는 가히 무소불위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당묘정은 연철심이 말한 대로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바로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가볍고 경쾌했다. 마음의 부담감을 떨쳐 버렸으니 발걸음에서부터 남달라졌다.

 

그녀는 아버지가 머무는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느냐!”

 

당묘정의 아버지이자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사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식에 대한 걱정과 정이 담겨 있었다. 겉으로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 마음만은 당묘정도 알고 있었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거예요?”

 

“네가 너무 오랫동안 폐관 수련을 하며 지내는 것 같아서 부른 거다. 하지만 그게 네게는 약이 된 듯 보이는구나.”

 

당사현은 당묘정이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파악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흔들리지 않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당사현은 칭찬에 인색한 편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자들을 세가 내에 고루 포진시키는 능력이 탁월할 편이었다. 또한 당사현의 아버지인 당지독의 영향력 안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무림명을 알리고 있었다. 강호에서 독군(毒君)이라고 하면 천수암제 이외에도 알아주는 강자로 평가받는다. 사천을 지배하는 7명의 고수 중에 한 명으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오랫동안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아니다. 네 모습이 좋아 보이니 내가 기쁘구나.”

 

“그보다 무슨 일로 부르신 거예요?”

 

“무림맹에 가주어야겠다.”

 

“무림맹이요?”

 

당묘정은 갑작스럽게 무림맹에 가라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오랜 시간 폐관 수련만 하다 보니 강호정세가 어떻게 변했는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사현은 그동안 무림맹에서 보낸 소집령과 더불어서 대막무림의 변화까지 설명을 해주었다. 설명을 듣고 나자 당묘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미 네 숙부가 무인들을 이끌고 무림맹에 가 있는 상태다.”

 

“그럼 저 혼자 가는 건가요?”

 

“황보현성이 널 기다리고 있더구나.”

 

“황보 공자가요!”

 

당묘정은 벽력권룡 황보현성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황보세가는 무림맹과 가까이에 있었다. 산동성 제남을 근거지로 두고 있어서 사천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당사현은 아직 당지독의 뜻을 모르고 있었다. 천악에 대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기에 황보현성과 이어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이러한 사실을 당지독이 알면 사천당가를 들썩이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모르고 있는 게 약이었다. 알면 독약이 될 것이다.

 

당묘정은 황보현성을 괜찮게 보았다.

 

비록 그 성정이 약간 교만하긴 하지만 그 정도는 봐줄 만 했다. 한동안 제갈지와 같이 어울리면서 황보현성과 잘 되어보려고 노력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그가 찾아왔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면서 싫지는 않았다.

 

“그럼 바로 무림맹으로 가나요?”

 

“우선은 하북팽가로 가서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과 같이 가거라.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좋지 않겠니.”

 

당묘정이 아버지에게 알겠다고 하고 황보현성을 보러 외관 별채로 갔다.

 

외관 별채에 머무르고 있는 황보현성은 땀을 흘리며 권을 휘두르고 있었다. 황보세가의 독문권법을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권법과 체력 훈련을 거르지 않고 하고 있었다. 땀을 흘리며 한 가지에 집중하는 모습이 과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휘이익! 타앗!

 

내지르는 권에 힘이 실려 있었다.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이 제법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었다.

 

정신을 집중하며 수련하는 동안에 당묘정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수련을 멈추었다.

 

“정권이 멋있네요.”

 

당묘정이 칭찬하는 말을 하자 황보현성은 쑥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칭찬을 받으려고 수련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의 몸을 더욱더 가다듬기 위해서 노력한 것뿐이었다.

 

“과찬입니다. 오랜만에 보니 많이 달라졌군요.”

 

“황보 공자도 마찬가지예요.”

 

“그날 이후 많이 달라지도록 노력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당묘정과 황보현성은 같은 경험을 했다. 바로 천악에 대한 공포와 불안, 시기, 질투를 모두 경험했다. 그러한 감정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전에 가졌던 오만함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달았다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하북팽가로 가야지요.”

 

“그러네요.”

 

별로 할 말은 없었다. 그저 서로를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당지독이 알면 뒤로 자빠질 일이었다. 이런 식의 상황은 결코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청년의 모습에는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눈에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집념이 가득했다. 어느새 매화향이 옅지만 조금씩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검에서 향이 나는 경우는 화산파의 독특한 내공심법이 일정 수준 이상 올랐을 경우에 가능하다.

 

그러한 경지에 이르려면 최소한 장로급의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겨우 약관을 갓 넘은 청년이 검향의 경지를 보이고 있었다. 물론 확연한 향이 아니라고 해도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었다.

 

“하합!”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회수한 청년은 비 오듯이 땀을 흘렸다. 대단한 경지를 이룬 청년이었다. 예전이라면 기쁘겠지만 지금은 결코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이야! 이 정도로는 결코 그를 이길 수 없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패배를 당했다. 화산파 최고의 기재라는 소리가 무색하게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대결이었다. 대결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상대의 실력에 압도되어 버렸다.

 

“허허허!”

 

이자청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 시원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노인이 있었다.

 

이자청이 급히 뒤로 돌아 인사를 올렸다.

 

“오셨습니까, 사부님!”

 

“많이 늘었구나!”

 

“아직 부족합니다.”

 

“허허, 그만한 나이 때에 검향을 본 이는 화산파 내에서도 없었다.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이자청이 사부라고 부르는 인물은 화산파의 장문인이자 화산파 최고의 검수인 검풍진인이었다. 무림맹에 보내진 검운진인의 사형이 되기도 했다.

 

검풍진인은 제자의 놀라운 실력 증진에 흐뭇해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보아온 제자였다. 수련 시절부터 뛰어난 녀석이었기에 별말 없었지만 한동안 자만심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따끔한 말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상을 당하고 온 순간부터 제자 녀석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까지 가졌던 자만심이 모두 사라지고 검술에 매진하게 되었다.

 

오늘 검향을 본 검풍진인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자신조차 이자청의 나이 때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제자 녀석은 부족하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스승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이자청은 화산파 내에서 깊숙한 산속에 들어와 있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했다. 자신의 사부라고 하지만 화산파의 장문인이었다. 굳이 올 이유가 없었다. 만약 있다면 제자들을 시켜 부르면 그만이었다.

 

“제자 녀석이 어떻게 생활하나 보러 왔지.”

 

“사부님이 그런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녀석, 귀염성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없구나! 좋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무림맹에 가야겠다.”

 

“무림맹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를 위해서 검풍진인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잘 설명해 주었다. 이자청은 화산파가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막무림과 그래도 가장 가까운 축에 속하는 화산파로서는 굉장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너도 알다시피 대막무림은 우리와 상당히 가까운 편이다. 놈들이 가장 먼저 여기로 올 가능성이 있어 우선은 네가 무림맹에 가서 무인들을 잘 이끌고 와줬으면 한다. 이미 검운에게 잘 말했으니 별 탈은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화산파의 명운이 걸린 일이었다. 아니라면 수련하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했을 것이다.

 

“종남파, 형산파에서 애들이 왔더구나.”

 

그들이 누군지는 이자청도 알고 있었다.

 

종남파의 나민관과, 형산파의 장일청이 찾아온 것이다. 무림맹으로 같이 가려고 화산파에 온 것이었다.

 

이자청은 화산파의 외당(外堂)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민관과 장일청을 반갑게 맞았다. 그들도 상당히 달라져 있는 상태였다. 이자청이 발전한 만큼 나민관과 장일청도 발전했다. 그 뒤로 진선아가 달라진 이자청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너무 뜸했어요.”

 

약간은 토라진 말투였지만 악의는 없어 보였다. 진선아의 말에 이자청은 상당히 미안해하고 있었다. 수련이라는 핑계로 그녀를 자주 만나지 못했었다.

 

“미안해, 사매!”

 

“그럼 갈까!”

 

“그러지.”

 

그들은 화산파로 오르는 산문을 거꾸로 밟으며 내려갔다.

 

 

 

끼이익!

 

폐관 수련을 목적으로 닫았던 문을 열고 엄청나게 잘생긴 청년이 나왔다. 수련을 하는 동안 갈아입지 않은 도복이 흠이기는 하지만 임풍옥수를 방불케 하는 잘난 얼굴이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있었다.

 

무당일검 청풍이 문을 열고 나섰다.

 

“드디어 검을 다시 들 수 있는 건가!”

 

푸념이 섞인 말투였다. 청풍은 그동안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무당제일검이자 후기지수 중에서 최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그는 두 번이나 좌절을 맛보았다. 바로 남궁세가의 비무 대회에 말이다.

 

한 번은 너무 강해서 엄두가 나지 않았고 다른 한 번은 여인에게 당한 것이다. 이제까지 가졌던 자부심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려버렸다.

 

무인으로서 가져야 하는 자신감마저 둑이 한꺼번에 무너지듯이 망가졌었다. 자신감을 회복하고 다시 검을 들기 위해서 청풍은 폐관 수련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을 막고 있던 장막을 걷어냈다.

 

이제 다시는 지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

 

“남은 건 실전이겠지.”

 

폐관 수련에서 얻은 심득을 자유자재로 펼치기 위해서는 실전이 필요했다. 깨달은 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청풍이 나가자마자 실전기회가 찾아왔다. 무림맹에서 사부가 자신을 부른 것이다.

 

청풍은 바로 무림맹으로 출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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