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7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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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70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70화
북경여정 (5)
휘이이잉! 휘이이잉!
칼날 같은 바람이 서릿발처럼 불었다.
사람이 서 있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바람이 불고 눈발이 이리저리 휘날렸다. 대지는 모두 눈으로 덮여 있고 곳곳에 차가운 빙판이 햇살에 따갑게 반사되었다.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혹한의 대지.
전후좌우 사방이 모두 얼음이 덮여 있어 어딜 가도 얼음과 눈뿐인 이곳에 거대한 성이 존재했다.
빙벽으로 쌓았을 것 같은 성도 새하얀 눈으로 덮여 있었다.
북해빙궁(北海氷宮).
혹한의 북해를 지배하는 무인들의 성.
북해의 무인들은 모두 강골이다.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대지에 버티는 곧은 얼음처럼 차갑고 강력하다. 그들을 지배하는 최강의 무인이 북해에 있었다.
북해빙궁은 주변의 문파들을 소집하는 북해령(北海令)를 내렸다. 북해에 있는 문파는 모두 북해빙궁의 명령에 따른다. 북해령이 내려지자 속속 무인들이 북해빙궁을 향해 모여들었다.
차가운 대지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무인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따뜻한 곳을 향해 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있었다.
중원침공이라는 명제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중원침공의 선두를 맞고 있는 인물은 한영검귀 최진평이었다. 북해령을 내리고 모든 무인을 부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는 북해빙궁주밖에 없었다. 하지만 북해빙궁의 궁주인 북해빙왕 냉천위가 5년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북해무림에 북해빙왕이 죽었다는 말이 떠돌기까지 했다. 북해빙궁에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그렇게 믿고 있었다.
중원침공은 북해무림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숙원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원의 문파들을 처리하고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북해무인들은 혹한의 추위를 참아내면서 수백 년 동안을 기다렸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영검귀 최진평은 10년 전에 북해빙궁에 와서 서열 2위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원체 호전적인 데다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능력이 탁월했다. 북해빙궁의 장로들을 대부분 포섭한 최진평은 궁주가 없는 틈을 타서 북해령을 내리고 북해무림을 하나로 모았다.
-북해각(北海閣)
북해빙궁의 장로들이 모여 중대사를 의논하는 곳이다. 북해무림을 움직이고 명령을 내리는 실질적인 곳이 되어 있었다.
북해빙궁은 대대로 냉씨 가족을 중심으로 명령이 전달이 되는 폐쇄적인 곳이다. 따라서 장로들의 힘이 극히 약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궁주의 명령이 절대적이라 장로들의 의견보다는 궁주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심했다. 하지만 약점이 존재했다. 궁주가 힘이 강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궁주가 없고 독선적으로 흐를 때는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한영검귀 최진평이 서열 2위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약점 때문이었다. 우선 최진평은 장로들이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포섭을 하면서 도와주었다.
은밀하게 힘을 키울 수 있게 된 장로들은 쌍수를 들어 최진평을 환영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궁주의 독단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힘이 되는 자가 나타났으니 반길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의심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진평은 서서히 조금씩 힘을 선보이며 그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북해궁주가 있는 상황에서 힘을 뻗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존재했다. 때마침 궁주가 무공수련 중에 주화입마에 걸렸다. 북해빙궁의 장로들만이 아는 사실이었다. 공식적으로 궁주의 주화입마는 알려지지 않도록 했다.
궁주가 사실상 공석이 되자 최진평의 입지는 그야말로 날개를 달았다. 그 즉시 포섭했던 장로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세력을 넓혀갔다. 그리고 마침내 북해빙궁의 서열 2위라는 공식적인 위치를 잡았다. 지금에 와서 실질적인 1인자였다. 그의 명령에 따라 북해무림이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북해각의 가장 상석에 앉은 최진평이 회의를 진행시켰다.
“중원 침공에 대한 준비에 앞서 중원의 상황을 살펴야 하는데 빙영대를 파견할 생각이오!”
빙영대(氷影隊)는 북해빙궁의 비밀첩보단체로서 정보를 수집하고, 탐색, 염탐하는 일을 주로 하는 부대였다. 하지만 북해빙궁주가 있을 당시에는 빙영대의 활약이 미약해서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그것을 최진평이 다시 새롭게 만들어서 부대의 기능을 강화시켰다. 지금에 와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중요한 부대가 되었다.
“이미 필요한 정보를 모았는데 정보가 더 필요한 겁니까?”
장로 중에 한 명인 음풍수사 북리성이 말을 이었다. 굳이 기다릴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중원무림은 지금 대막무림에 관심을 쏟고 있는 실정이었다. 관심이 다른 쪽에 있을 때 속전속결로 끝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북장로의 말도 맞소이다. 하지만 중원은 오랜 시간 위태하면서도 외부의 공격에 버텨왔소. 즉 중원은 내구력이 강하다는 말이 되오. 이번 우리의 공격은 북해의 사활을 건 일전일 수밖에 없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중하지 않을 수 없지 않소.”
최진평의 정확한 판단에 장로들은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이제까지 최진평의 의견대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와서 다른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최진평의 말대로 사활이 걸린 전쟁이었다. 여분의 힘을 남겨두는 전쟁이 아니기에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요. 그저 조금 더 동태를 파악해 보고 하자는 것이니 말이오.”
“최 장로의 뜻에 따르겠소.”
“그것보다 궁주의 직계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겁니까?”
장로회의를 하는데 궁주의 자식들과 친인척을 배제한 상태였다. 북해빙궁의 모든 세력을 장로회가 차지한 상태여서 그들의 힘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무시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최진평의 눈에 섬뜩한 안광이 스쳐 지나갔다.
북해빙궁은 상당히 폐쇄적이다. 기득권을 가지고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더욱더 컸다. 지금까지는 궁주가 없기에 힘을 쓰지 못하지만 주기적으로 방해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의 힘을 줄이고 외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그것이 문제입니다. 해결 방안이 있습니까?”
최진평이 장로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물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이미 어떻게 할 건지 생각을 해놓고 있는 상태였다. 궁주의 가족들이 힘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최 장로가 궁주가 되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최 장로가 궁주가 되어야 통일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최진평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원하던 답변이 나왔다. 사실 궁주가 되지 못한 것은 전대 궁주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주화입마라고는 하지만 죽지 않은 게 탈이었다.
원래라면 모두 죽여버리고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북해무림이 술렁이게 된다. 하나로 뭉친 힘은 강해도 의견이 분분하면 약해지기 마련이었다.
최진평은 덥석 의견을 접수하지는 않았다. 너무 쉽게 승낙하면 아무래도 속이 보이는 짓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궁주가 되면 반발이 심할 것이오. 지금까지 궁주의 식솔들이 반대를 해서 외부적으로 궁주의 주화입마를 알리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는 다를 것이오. 그들에게 시간을 줘서 그 시간 동안 궁주를 치료하면 궁주의 뜻을 따르고, 치료가 안 되면 여러분들의 뜻에 따르겠소.”
“그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냉가(冷家)에게 장로회의 결정을 말하고 따르지 않으면 외부적으로 알린다는 말을 하면 될 것이다. 그들도 거절하지 못할 명분을 가지고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최진평은 궁주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열화신독에 중독됐으니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귀뇌가 만들어놓은 열화신독을 얻어 은밀하게 궁주에게 복용시켰다. 음한지기를 수련하는 북해무인들에게 열화신독은 그 어떤 독보다 무서운 독이었다. 그런 독에 중독이 되었으면서도 5년이나 버티는 북해빙왕이 대단한 것이었다. 다른 무인이었다면 주화입마에 걸려 칠공에서 피를 토하며 죽었을 것이다.
치료법이 있다면 빙정뿐인데 빙정이 뉘집 개 이름인가! 북해빙궁에도 빙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귀뇌가 예전에 선덕제를 중독시킬 때는 주변의 눈이 있기에 적당히 복용시켰다. 이유는 너무 갑자기 죽어버리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진평은 상당히 많은 양을 복용시켰다. 일반적인 빙정으로도 해독이 될지 미지수였다.
북해빙궁의 장로회에서 결정된 사항이 북해천궁(北海天宮)에 전달이 되었다. 궁주가 기거하는 곳으로, 지금은 궁주 직계와 직속 수하들이 거처하고 있었다. 그들은 궁주의 안전을 이유로 모두 이곳에서 배수의 진을 취하고 있는 상태였다.
차기 소궁주로 거론이 되었던 북해검룡(北海劍龍) 냉무기는 분통이 터졌다. 아버지가 주화입마 걸린 것도 부족해서 장로회를 결성한 장로들이 자신들을 찬밥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이 최진평의 농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편을 들어줄 사람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북해의 대부분 무인들이 최진평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져 사라질 것이다.
부들! 부들!
장로회의 소식을 전해 받은 냉무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최진평, 이놈이 기어코 궁주의 자리까지 넘보는구나!”
냉무기의 동생인 설화 냉상아도 그 말에 분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북해의 새하얀 피부와 초록색의 머리카락을 물려받은 냉상아는 북해 최고의 미인이라고 평가를 받았다. 그녀의 고운 아미가 일그러지는 것조차 아름답게 보였다.
“오라버니, 이대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을 봐야 하는 건가요!”
냉상아는 아버지가 주화입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팠다. 어떻게 해서든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도 치료하지 못했다.
“상아야! 네게 할 말이 있구나!”
“뭔데요?”
“아버지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빙정이 필요하다고 하더구나!”
“예? 빙정이요?”
“그래, 이것도 힘겹게 알아낸 거야, 장로파에서 의원들이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바람에 알아내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버지의 오랜 친우이신 생사신의 고지삼 어르신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알아내지 못했을 거야.”
생사신의 고지삼은 중원과 변방, 그리고 북해를 떠돌아다니는 의원이었다. 그는 따로 거처를 두지 않고 천지사방으로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의술 발전에 모든 힘을 기울이는 의원이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단한 의술을 가지고 있었다. 생사신의라는 말이 붙은 것도 그와 같은 의술 때문이었다.
“빙정이 없으면 치료를 못 하나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고 하시더구나. 기일 안에 빙정을 구해오면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냉상아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빙정을 구하려면 차라리 북해를 돌아다니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었다. 물론 북해에서 빙정을 찾는 것이 바늘구멍에 낙타가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확률상 중원보다 나았다.
“그런데 왜 중원으로 가요. 여기서 찾아야 하잖아요.”
“내가 움직이는 데 자유롭지 못한 것은 너도 알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원에 빙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중원에 있을 가능성이라고요?”
“예전에 명 황제가 아버님과 비슷한 병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금천상가에서 빙정을 구해 와서 병을 치료했다고 하더구나.”
“금천상가에서 어떻게 구했는데요?”
“그것까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법을 알지 모르니 금천상가에 가보라는 거다. 금천상가의 본점은 북경에 있으니 그곳으로 가서 확인을 해보아라. 물론 나도 비밀리에 북해를 조사해 볼 거다.”
사실 이러한 사실을 안 것은 모두 고지삼이 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명 황제가 열독에 중독이 되어 앓아누웠을 때 고지삼도 황궁에 가 있었다. 병명을 판단하고 빙정을 구하라고 말을 해준 것이 고지삼이었던 것이다. 아무도 알지 못한 사실을 발견한 그의 탁월한 능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황제를 치료하고 난 후 빙정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았다. 그 후 다시 여행을 할 겸,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겸 북해에 왔다가 냉사진의 병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하지만 아버지를 그대로 놓고 움직일 상황이 아니어서 네게 부탁하는 것이다.”
“아니에요.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는 일이에요!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겠어요! 반드시 빙정을 구해보도록 할게요!”
“금천상가는 상가이니 돈을 요구할지 모른다. 그러니 이것을 가지고 가거라!”
“이것은 설마!”
“그렇다. 한빙청옥(寒氷靑玉)이다.”
한빙청옥은 음한진기(陰寒眞氣)를 익히는 무인에게는 내공의 진전을 시켜주는 무가지보 중에 하나다. 특히 한빙청옥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한기는 음한진기의 순도를 더욱더 높여주는 효력을 발휘한다. 또한 보석으로서의 가치도 상당하다. 세공을 해서 몸에 부착을 하면 여름에 시원하게 해주는 효능까지 있다.
보석으로서 희소성을 따지면 한빙청옥만큼 가치 있는 것이 없었다. 북해에서만 나는 것이고 북해에서도 극히 적은 양이었다.
“이것은 아버지가 오라버니에게 준 선물이잖아요!”
북해빙왕 냉사진이 아들의 내공 증진을 위해 준 보물이었다. 음한진기를 익히는 무인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보물을 내놓고 있는 냉무기였다.
“아버지가 준 것이다. 다시 아버지를 위해 쓰일 수 있다면 그것보다 값진 것이 어디 있겠느냐! 너는 그저 빙정을 구해서 아버지를 치표하는 것만 생각해라.”
“알겠어요! 제가 반드시 구해올게요!”
“장로파에서 알면 너를 그냥 두지 않을 거다. 비밀통로로 은밀하게 빠져나가도록 해라.”
“반드시 구해올게요!”
“나도 노력할 테니 너도 노력하여라. 하지만 위험한 일은 가급적 하지 마라! 만약 네가 위험해지면 아버지가 건강해지더라도 날 원망할 거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지금 바로 가거라.”
북해빙궁에서 냉상아가 빠져나가고 반나절이 지날 쯤에 최진평이 보고를 받았다. 북해빙궁만 감시를 놓은 것이 아니었다. 북해의 곳곳에 빙영대를 배치해서 무인들의 동태를 확인하는 즉시 보고를 올리도록 했다. 원래라면 두 시진 안에 보고가 올라와야 정상이지만 냉상아가 워낙 은밀하게 움직이는 상황이라 보고가 늦어졌다.
보고를 받은 최진평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갑자기 궁을 나간거지?”
냉상아가 밖으로 나간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궁주가 주화입마에 걸린 상태에서 냉상아가 밖으로 나갈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무언가 방법을 찾은 건가.”
궁주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으니까 밖으로 나간 것이라고 결론을 짓는 최 장로였다. 방법이라고 해봤자 빙정뿐이었다. 빙정의 힘으로 주화입마를 극복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북경으로 간다 이거지.”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최진평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만에 하나였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만약의 상황이 벌어지지만 않았다면 세상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주 멍청한 말이었다. 만약의 사태까지도 예상을 하고 미연에 방지를 했어야 했다.
“방법을 찾든 말든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만들어주지. 백영(白永).”
백영이라고 부르자 흰 그림자가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그림자가 사람의 형태로 바뀌더니 최진평의 앞에 부복했다.
“지금 바로 가서 냉상아를 처리해라.”
“존명!”
사삭!
명령과 함께 사라진 흰 그림자였다.
흰 그림자는 최진평이 교에서 데리고 온 백영대의 대주였다. 백영대는 모두 10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암살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부대다. 한 명, 한 명이 과거의 살왕과 맞먹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