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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65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9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65화

혼란한 세상

 

 

유려하게 뻗어나가는 검의 궤적.

 

느리지만 현묘함이 한껏 들어간 검에는 현기가 가득 찼다. 보는 이로 하여금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답다.

 

휘이이익!

 

한 번의 도약으로 공중에서 떠 있다. 사람은 새가 아니다. 한순간이지만 공중에서 정지하려면 몸을 지탱할 수 있을 정도의 내공을 갖추어야 한다. 공중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자세 또한 가볍고 느렸다.

 

후우!

 

“시험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깝군.”

 

칠순이 넘은 노인이지만 홍안을 띠고 있어 정정하게만 보였다. 표정을 지으면 근엄함이 사라지지만 가만히 침묵을 지키면 노인보다 정숙하고 위엄 있는 사람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무(無)에서 시작하여 유(有)가 되고, 다시 무(無)가 되어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어야 태극무한검(太極無限劍)의 극의라 할 수 있건만, 아직 시험을 해보지 못해 한계까지 펼치지 못하는 것인가!”

 

노인은 바로 무림맹의 맹주이자 무당파가 배출한 불세출의 기재.

 

태극검성 현도진인이었다.

 

그는 안휘성 합비에서 천마를 기다리다가 화만 내고 돌아온 후 다시 검에 매진하고 있었다. 무언가 하나가 부족한 것 같은데 실전이 없어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며칠 동안 고민을 하고 있었다.

 

휙!

 

현도진인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고민을 하는 동안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태극검성 현도진인이 유일하게 버겁다고 느끼는 상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이는 어린것이 얼마나 빠릿빠릿하고 바른 소리만 하는지 말로써는 도무지 상대할 수 없는 아이였다.

 

“여기 있었군요, 맹주님!”

 

맹주라고 부르는 소리에 가시가 돋쳐 있었다.

 

한창 바쁜 시기에 느긋하게 무슨 짓거리를 하냐는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무인으로서 수련한다는 핑계 따위는 애초에 통하지 않았다.

 

“운정아, 잠시 생각 좀 한 것뿐이야. 그러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마라.”

 

“제가 분명히 오늘 아침에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 말을 한 거 같은데요!”

 

“그렇기는 하다만, 어제 갑자기 검법에 대한 새로운 고찰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단다, 너도 알잖느냐. 나는 한 번 막히면 풀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것 말이다.”

 

현도진인이 버겁게 설명을 하는 여인은 무림맹의 군사 역할을 맞고 있는 백봉 사마운정이었다.

 

어린 나이에 알고 있는 게 엄청 많다 하여 만박신녀(萬博神女)라고 불리는 귀재 중에 귀재였다. 그녀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무림맹의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무림맹에서 정규적으로 활동하는 모든 문서를 관리감독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답이었다.

 

그녀의 탁월한 능력과 미모로 인해 이런 말이 나올 지경에 이르렀다.

 

 

 

-맹주는 없어도 무림맹이 돌아가지만 백봉이 없으면 무림맹이 정지한다.

 

 

 

듣는 현도진인의 기분이 나쁠 수도 있건만, 사실이라서 반박할 처지가 못 되었다. 천마와의 비밀 약속 때문에 사마운정에게 약점이 잡힌 상태였다. 되도록 그녀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바가지 긁히지 않는 상책이었다.

 

“그럼 바로 가지.”

 

“잘 생각하셨어요. 조금만 지체했으면 제가 군사직을 관둘 생각이었거든요! 저도 요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오, 그런가. 그럼 쉬는 것도!”

 

사마운정이 쉬면 자신이 조금 편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던 현도진인은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입을 다물었다.

 

“제가 쉬면 모든 문서를 관리 감독하고 결정하는 역할은 누가 할지 모르겠지만 머리 꽤나 아플 거예요! 하루에 삼백여 건의 사건과 사고에 대한 절차를 관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던데 말이에요. 뭐, 맹주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하신다고 하니 다행이네요.”

 

딸꾹!

 

현도진인은 그 정도로 많은지 처음 알았다.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현도진인이 세세하게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평생 무공을 익혀온 사람에게 학문적인 일을 관리 감독하라고 하면 잘할 리 만무했다. 물론 나이가 차면서 수련해 온 경험이나 연륜이 한몫하기는 하지만 정확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었다.

 

무림맹에 군사를 두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무인들만 가지고서는 규모가 큰 단체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개중에 무인도 문무겸전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박학다식, 천하제일은 겉만 번드르르한 개살구에 불과했다.

 

현도진인은 사마운정에게 보고받을 때 하루에 세 건 정도면 많은 편이었다. 사마운정이 미리 문서를 정리하고 중요한 것을 검토한 후에 올린다는 말이 되었다. 만약 사마운정이 쉬면 그 모든 일은 자신이 해야 한다. 밑에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있지만 그들이 잘 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미 보장받은 사마운정이 그대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어서 가지! 빨리 회의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구먼! 허허허!”

 

 

 

구대문파의 장로들과 개방의 장로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사마운정이 불러들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직접 경험해 본 사람들은 모두 혀를 내둘렀다.

 

현도진인이 맹주의 자리에 앉자 오늘의 안건을 설명하는 사마운정이었다. 보통 이렇게 모두 모인 자리는 거의 드물었다. 무림이 안정기에 들면서 처음 있는 총회의였다.

 

“오늘 이렇게 각문파의 장로님들을 모이라고 한 이유는 대막무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예요!”

 

대막무림이 심상치 않다는 소리에 장로들의 시선이 모두 집중되었다. 백 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대막무림은 서로의 이권 다툼으로 인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막무림 자체를 깔보는 시선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들이 힘을 합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화산파의 장로, 검운진인이 사마운정의 말을 듣고 물었다.

 

“대막무림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다는 거요?”

 

“지금까지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대막을 지배하는 세 개의 세력이 다시 일어선 한 개의 세력에게 통합이 되었어요. 다시 설명하면 예전에 멸문이 되었던 대막혈궁의 후손이 대막혈궁을 다시 세우고, 나머지 벽력궁, 뇌전궁, 수라궁을 합쳤다는 거예요.”

 

“대막혈궁이 무너지고 30년이 흘렀소. 어떻게 다시 일어섰다는 거요?”

 

“그건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대막혈궁의 궁주인 대막혈신 율무정이 중원 진출을 도모하려는 것 같다는 겁니다.”

 

화산파를 비롯한 장로들이 순간 경직이 되었다. 한 개의 세력이라면 모를까 단일화된 세력이라면 문제가 달랐다.

 

사실 대막무림의 무인들은 상당히 거칠었다. 중원의 무인들이 온실 속의 화초라면 대마의 무인들은 사막의 늑대들이었다. 죽자 살자 덤벼드는 놈들이라 여간 상대하기 껄끄러운 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인접해 있는 화산파로서는 가장 긴장이 되는 일이었다. 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번에 대막의 인근 접경 지역에 사신단을 모두 파견하려고 해요.”

 

사신단(四神團)은 무림맹의 무력단체로서, 각 문파의 뛰어난 무인들을 선별해서 만든 것이다. 개개인의 능력도 일류 수준이고, 단체를 만들면서 진을 운용하여 전투를 벌이는 단체 전투 수행능력을 극대화시켰다. 따라서 일반적인 무력단체보다 강력하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하지만 사신단의 수는 이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막무림이 일통했다면 적어도 3만의 무인이 될 것이다. 그들을 모두 제압하려면 무림맹도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진출이 정확한지 확실하게 파악한 후에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아직 미심쩍은 게 몇 가지 있어요.”

 

“미심쩍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소리인가?”

 

현도진인은 사마운정에 사정을 말하라고 했다.

 

“대막무림이 중원 진출을 도모하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은데 소식이 너무 정확해요.”

 

“정확하면 좋은 것 아닌가!”

 

“대막혈궁이 대막무림을 일통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확실하게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막무림의 동태가 너무 눈에 띄고 있어요. 아무리 대막무림이 단결된 힘을 가진다고 해도 전면전은 불리할 텐데 이런 식의 도발을 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삼풍신개 반상익이 다른 말을 했다.

 

“그 말은 우리가 누군가의 정보에 휘둘리고 있다는 소리인 거요!”

 

상당히 불쾌한 듯한 삼풍신개였다. 무림맹의 정보를 담당하는 곳은 개방이었다. 사실 무림맹은 두 개의 정보단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정석이었다. 개방의 정보력과 더불어 무림맹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단체가 있었다. 그 둘의 정보를 비교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런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적이 대막무림만 있는 게 아니니까 신중하자는 말이에요.”

 

“신중한 것도 좋지만 대막무림이 중원으로 진출하는 것은 사실이오. 그러니 빨리 각 문파에 소집령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오만.”

 

구파일방의 장로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았지만 결론적으로 사신단을 파견하고 각 문파에 소집령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결정을 모았다. 사마운정도 의심쩍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되도록 사신단을 파견하면서 무림맹의 정보단체인 비영단(匕影團)을 곳곳에 배치하여 신속하게 정보를 모으는 것이 나았다.

 

“그럼 비상령을 내리고 무인들을 모으도록 하죠. 맹주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모두의 의견이 그렇다면 그렇게 합시다.”

 

현도진인이 결정을 내리고 나자 회의가 끝이 났다. 아직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리 대비를 해두는 것이 피해를 적게 낸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사마운정은 장로들이 모두 나가고 난 후에도 아직 머물러 있었다. 현도진인과 따로 할 말이 있어서였다.

 

“왜 그러느냐?”

 

“마교에서 상당한 피해가 속출했다는 말이 있어요. 이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에요.비영단을 파견하기는 했지만 마교 내의 감시가 상당히 강해져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음!”

 

현도진인은 천마 곽천진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마교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 약속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문제가 있었구나!’

 

괜히 혼자 화낸 것을 자책하는 현도진인이었다.

 

“그것보다 마교와 그 주변에 떠도는 소문이에요. 소교주 즉위식 날 내부적으로 반란이 일어났고 반란을 제압했다는 거예요. 그로 인한 피해가 상당했다는데 더 놀라운 소식은 마신이 강림하여 마교에 힘을 보태줬다는 거예요!”

 

“마신이라고! 천마를 말하는 것이냐?”

 

“아니에요. 마신의 정체를 알 수가 없어요. 그저 마교 내에 떠도는 소문인지 알 수가 없어요, 소문의 반만 믿는다고 해도 엄청나다는 건데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요.”

 

사마운정은 그동안 종합한 내용을 간단하게 현도진인에게 설명했다. 마신의 정체와 그의 실력을 설명하는 동안 현도진인은 허탈한 심정이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거대한 철동인이 마교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철동인을 한순간에 끝장을 낸 마신이 나타났다니, 그걸 어떻게 사실로 받아들이는가! 무공을 배우고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인정할 수 없는 소설 속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왜 다들 가고 난 후에 나한테 말을 한 거냐?”

 

“지금 마교 내부의 반란을 이유로 장로들이 도발할 수도 있잖아요. 마신의 정체는 그저 마교의 약화된 세력을 감추기 위한 방편이라고 생각할 거 아니에요. 그럼 대막무림의 심상치 않은 일까지 겹치게 된다고요.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교를 무찌르자고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그렇기는 하군.”

 

장로들이 마신의 정체를 믿을 리 만무했다. 그저 마교의 소문으로 일축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지금 마교와는 휴전 상태이기는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앙숙 관계였다. 수백 년 동안 피를 흘린 상황이었다. 한순간에 원한이 사라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원나라의 잔당들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요.”

 

“뭐라고! 전쟁!”

 

반백 년 동안 조용했던 중원이었다.

 

그런데 한 번에 여러 개가 준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조종을 해서 일시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확실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서 조금 더 신중하자는 의견을 내놓은 거예요.”

 

“어떻게 할 생각이냐. 대막무림을 그냥 놔둘 수는 없는 일 아니냐!”

 

“맞아요,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에요. 만약 이 모든 일이 누군가 고의적으로 의도한 것이라면 정말 상상도 못하는 단체가 있다는 말이 돼요.”

 

대막무림과 마교, 원나라.

 

세 개를 한꺼번에 흔들 수 있는 단체가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역대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물론 그저 예상을 한 것뿐이에요. 사실 저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하나씩 정리를 하도록 하자꾸나!”

 

“기우에 불과할 거예요.”

 

사마운정을 말을 하면서도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황제를 비롯한 만조백관들이 모두 모인 대전.

 

그들은 지금 원나라의 잔당들이 모여 있다는 것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은밀하게 이련호특 지방을 탐색한 결과, 원나라의 잔당들이 모여 그 수가 20만을 넘어간다고 전해왔다.

 

황제 주첨기와 구문제독 금권성은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그 일을 대비하기 위해 전쟁물자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빨리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병부상서 천위진이 말을 이었다.

 

“놈들의 군세가 점점 불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 분산되어 있을 때 미리 선공을 하는 것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병부상서의 말에 관리들 대부분이 수긍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구문제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막과 초원 지대에 병사를 보내어 원나라군과 전투를 벌일 경우 승산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빠른 기동성을 무기로, 제국의 군대를 유린하며 치고 빠질 가능성이 컸다. 같은 군세를 가진다고 해도 쉽사리 승부를 낙관할 수 없을 정도로 원나라의 군사들은 강군이었다. 사막과 초원의 폭풍 같은 이리 떼들이었다.

 

먼저 쳐들어가는 것보다 놈들이 먼저 공격하게 만들고, 지치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어차피 놈들이 쳐들어올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만리장성에서 성을 지키면서 원나라군의 피해를 속출시키고 피로를 누적시키는 방법이 가장 적당했다.

 

“그건 안 됩니다. 우리의 군세가 많다고 해도 초원에서 원나라군을 맞서는 것은 피해만 커질 뿐입니다.”

 

금권성의 말에 병부상서 천위진은 다시 말을 했다. 금권성의 성향은 상당히 강단 있고 결단력이 있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자신의 말에 반박하는 자를 곱게 봐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천위진은 마치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놈들의 군대가 20만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군대는 50만이 넘습니다. 두 배가 넘는 군대를 가지고서도 이기지 못한다고 말을 하는 겁니까!”

 

꿈틀!

 

금권성의 이마에 힘줄이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이 정도의 일로 쉽게 화를 내지는 않지만 그냥 두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천위진의 말대로 하게 되면 이긴다고 해도 이기는 전쟁이 아니었다.

 

“병부상서는 군사체계를 관리 감독하는 임무를 하고 있는 자리요, 군대가 숫자가 많다고 이기는 게 전쟁인가! 상황에 맞춰 효율적으로 군대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병부상서의 임무인데 그 자리에서 상황 판단을 내다니, 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금권성의 말에 천위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아무리 자신보다 높은 관직이라고 해도 병부상서면 최고위급인사였다.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금권성의 박력 있는 말에 모두 입을 다물어 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할 말을 할 수 없게 된 천위진이었다.

 

구문제독의 힘을 직감하게 만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선덕제가 명령을 내렸다. 구문제독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황으로 정했다. 선덕제가 생각하기에도 구문제독의 의견이 가장 타당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우선은 각 성에 군사 동원령을 내리고 만리장성 주변으로 군사 경계를 강화하도록 해라.”

 

황제의 명령이 내려지자 모든 만조백관이 무릎을 꿇으며 명을 받들었다. 황제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황제의 말에 대꾸하는 것조차 대역죄에 해당됐다.

 

 

 

어두운 밤이 다가왔다.

 

구름이 달을 가려 사물조차 제대로 볼 수 없는 시기였다. 그 시기에 밀폐된 공간 안에 모인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앉아 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서서 보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시키신 대로 정보를 넘겼습니다.”

 

“잘했군. 원의 똘마니들을 처리한다고 했나?”

 

“성을 중심으로 공성전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흠, 역시 구문제독이 말썽이군.”

 

“그렇습니다.”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런 장애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목소리 자체는 젊은 청년의 목소리였다. 오히려 보고를 하는 사람이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내우외환(內憂外患), 좋은 말 아닌가!”

 

“그렇습니다, 주군!”

 

안으로 혼란하고 밖으로는 시끄러운 상황.

 

반란을 획책하고 계획을 실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존재하지 않았다. 혼란을 조장하고 그 상황 그대로 인형들이 움직여줄 때 계획을 짠 인물은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원래의 목적이 틀어지면 약간은 기분이 상한다.

 

“어차피 상관없다. 병력이 분산되는 것만으로도 원래의 목적은 이루어진 것이니까.”

 

“그럼 천영단(天影團)을 움직입니까?”

 

“건방지게 누가 멋대로 결정하라고 했지.”

 

“죄… 송합니다!”

 

움찔!

 

듣고 있던 수하의 몸이 절로 떨려왔다.

 

“아냐, 괜찮다. 너의 말이 맞으니까 말이야.”

 

목소리 자체는 별 변화가 없다. 말투도 부드럽고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정체를 알고 있는 상황의 수하는 절대 그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아닙니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알았으니 그만 나가 봐.”

 

“예, 주군!”

 

어둠속에 가려 있는 청년은 직접 움직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을 신용했다. 그게 재밌고 짜릿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마음을 마음대로 이용하고 짓밟는다! 이게 얼마나 통쾌하고 재밌는 일인가!

 

“독 장로가 무림을 혼란시키고 나는 세상을 혼란시킨다.”

 

청년은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한 어둠.

 

그 어둠을 증폭시켜 결국에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발버둥치게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청년은 세상에 대한 권력이나 명예를 원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는 것을 유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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