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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58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9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58화

맞춤형 건물 (2)

 

 

“크음!”

 

곽윤아가 고민을 하는 동안 유백이 문밖에서 인기척을 내었다.

 

“들어가도 되겠니?”

 

“들어오세요.”

 

천마가 실종되었을 때처럼 냉랭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일이 유백 때문인 줄 알고 오해를 하고 있었다. 오해가 풀렸으니 예전의 관계로 돌아간 상태였다. 또한 종종 서로 말상대가 되어주고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그가 떠난다고 하더구나.”

 

“예? 지금 말이에요?”

 

“나도 지금 듣고 바로 네게 오는 길이다. 서둘러 가보면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곽윤아는 마지막까지 배려해주는 유백의 눈동자를 보았다. 유백은 말을 하면서도 서글픈 빛을 보였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가지 말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의 우유부단함에 화가 날 지경이었다. 오히려 응원을 해주는 입장이 되고 말았으니 그 비참함은 겪어보지 않은 자는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곽윤아는 유백의 서글픈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 모른다면 곽윤아가 이상한 여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찌잉!

 

곽윤아는 가슴 안의 심장이 울리는 것을 깨달았다. 그 감정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심정의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유백은 망설이는 윤아에게 다시 한 번 말을 했다.

 

“지금 가면 볼 수 있다.”

 

“유백 오라버니는 바보군요.”

 

응?

 

갑작스러운 말에 유백은 당황했다.

 

“지금은 가지 않겠어요. 내 마음이 무엇인지부터 아는 게 먼저니까!”

 

가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유백은 당황하면서도 기뻐했다. 그녀의 선택이 어떻게 나올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 희망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기다리겠다. 네 마음이 올 때까지!’

 

 

 

천악은 약속한 대로 조성빈의 가게로 향했다.

 

가게는 문이 닫혀 있었다. 예상대로 천악을 따라갈 생각을 하고 짐을 꾸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라면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천악이 닫힌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문을 두르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성빈이 문을 열고 천악을 맞았다. 조성빈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 두렵지만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어디로든지 나가서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마음을 정했느냐?”

 

“군 공자를 따라가고 싶어요!”

 

“잘 선택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장주님이라고 불러라.”

 

“예, 장주님!”

 

“가지고 갈 것은 챙겼느냐?”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챙겼는데 짐이 꽤 많아요.”

 

많은 것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할아버지와 같이 만들었던 것들이 숨 쉬고 있었다. 이곳에 그냥 놔두기가 아까웠다. 다 가지고 가고 싶지만 모두 가지고 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조성빈도 알았다. 그래서 대충 간단한 것만 챙겨놓기는 했다.

 

“아무래도 이것만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모두 가져가도 상관없다.”

 

“예? 모두 가져가라고요? 하지만 가지고 갈 수단이 마땅치 않잖아요.”

 

“내가 도와주지. 잠시 뒤로 물러서라.”

 

천악에게 수단이 없을 리 만무했다.

 

-아공간 오픈!

 

자주 사용해서 이제는 질릴 만하지만 아공간만큼 효율성이 극대화된 마법은 거의 없었다. 공간을 가르고 왜곡시켜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공간이다. 무엇이든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공간이 열리자 일사불란하게 모든 가구와 도구, 조각품들이 흡수되어 갔다. 신기한 것은 모두 처음과 같은 곳에 척척 쌓여간다는 것이었다.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천악의 엄청난 눈썰미 때문이었다. 공간을 기억하고, 공간 안의 사물을 정확하게 만들어놓는 데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마법이 극에 달한 천악의 집중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했다.

 

순식간이었다. 한 호흡을 쉬고 다시 호흡을 세 번 정도 이루는 시간에 모든 것이 마무리가 되었다.

 

멍!

 

조성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만 것 같았다. 세상에 대한 호승심보다 천악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지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다. 저런 것을 어떻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세요?”

 

“난 건축가다.”

 

“예? 설마 집을 짓는 사람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다.”

 

“집 짓는 사람은 보통 이런 수법을 사용하는 건가요?”

 

“보통은 아니다.”

 

아니라는 것은 천악이 특별하다는 것이다. 조성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건축가가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한편으로 따라간다고 했는데 이게 잘하는 짓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제 가자.”

 

“어디로 가는 거죠?”

 

“안휘성, 합비로 갈 거다.”

 

“굉장히 머네요.”

 

신강에서 안휘성까지 가려면 최소한 한 달은 더 걸릴 것이다. 물론 도보로 여행을 한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어린아이에게 여행은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고 여행에 필요한 물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천악이 조성빈의 어깨를 잡았다.

 

움찔한 조성빈에게 순간 어둠이 찾아왔다.

 

슈슉!

 

둘의 신형이 사라졌다.

 

 

 

당지독과 궁휼은 살판이 났다.

 

서로 술잔을 기울이면서 풍운장원의 온갖 호사스러운 것들을 만끽하고 있었다. 부자들이 돈맛을 들이면 돈에 대한 집작이 더욱 강해진다. 돈은 그들에게 마약과 같이 작용하고 있었다. 호사에 맛을 들이자 빠져나올 수 없었다.

 

“얼쑤! 지화자 좋다!”

 

궁휼의 맛깔스러운 노래 가락에 당지독이 젓가락으로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별채의 마룻바닥에 널브러진 술병이 무려 30병이나 되었다. 전후좌우 사방으로 진득한 주향(酒香)이 흩날렸다.

 

천악이 없으니 자기들 세상이었다. 마치 쇠창살에 가둬진 험악한 곰이 풀려난 것과 같았다. 조련사가 없으니 제 마음대로 날뛰는 것이다.

 

“야, 그놈 소식 없냐?”

 

“없어, 아직 마교에 있을 거다.”

 

“다행이군.”

 

당지독은 가끔씩 천악의 소식을 궁휼에게 물었다. 왜냐, 천악이 오기 전에 지금까지 살판나게 놀았던 것을 마무리 지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천악이 갑자기 오면 대략난감이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개판으로 논 것을 알면 그 성질에 그냥 지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궁휼도 그것을 알기에 개방도를 사적(事迹)으로 운용했다.

 

개방의 태상방주가 시키는 일이었다. 거지들이 감히 궁휼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상당히 중요하다는 듯이 은밀하게 지시를 내렸다. 바로 천악이 돌아오는 길목에 미리 개방도를 배치하여 소식을 전하라는 것이었다.

 

천하 곳곳에 널린 것이 거지들이었다. 개방의 소식통이 정확하다는 것은 대륙에서도 알아주었다.

 

개방의 정보원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한다는 것을 남이 안다면 기겁할 만한 일이었다.

 

궁휼이 확신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마교에서 나왔다면 이미 소식이 여기 밥상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아직 마교에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아주 다행이었다.

 

계속 살맛 나게 놀 수 있다는 말이다.

 

“상락아! 술이 떨어졌다! 그리고 안주 좀더 가져와라!”

 

큰 소리로 부르면 추상락이 어김없이 달려와야 했다.

 

추상락은 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이르면서 청력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졌다. 저 정도로 소리치면 장원 안 어느 곳에서든지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을 수련시키는 장소에 있던 추상락의 안면이 일그러졌다. 시도 때도 없이 호출하는 당지독과 궁휼이었다. 그렇다고 듣지 못했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내가 부르면 오는 게야!’

 

추상락은 우선 아이들이 타고 있는 자전거를 놔두었다.

 

“1각만 더 버텨라.”

 

“안…돼요! 추 조교님! 으아아악!”

 

신일, 전칠, 충호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잠시만 버티면 된다고 하고선 1각을 더 버티라고 하자 비명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추상락은 당지독과 궁휼에게 받은 정신적, 육체적인 짜증을 아이들에게 풀고 있었다.

 

근 한 달 사이에 신일, 충호, 전칠의 실력이 급상승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강해지자 가속도가 붙는 아이들이었다. 전에는 1단계도 버티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2단계를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체력과 내공을 갖추게 되었다.

 

일류고수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지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발전이었다. 고작 열 살이 갓 넘은 나이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실력이었다.

 

“캬아아아!”

 

당지독과 궁휼은 삼 일 연장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아니, 들이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급사한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취사량이 넘어도 한참 넘었다. 또한 이들이 지독한 주정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내공으로 주독(酒毒)을 몰아내지 않으면서 삼 일을 버티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술에는 장사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주신(酒神)이라고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괴짜들이었다.

 

“자네 한 잔 더 받게!”

 

마셔도 술잔이 아니라 사발에 마시고 있었다.

 

“꺼억, 나 이제 그만 마시련다.”

 

“벌써!”

 

당지독은 늘어져 있는 궁휼을 보며 이제 한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술을 이렇게 마시고 나면 그냥 그 자리에서 푸욱 잤다.

 

마시고 자고, 마시고 자고.

 

심심하며 바둑이나 장기, 기타 논검비무를 하면서 놀았다.

 

“그럼 나도 잘까!”

 

저녁 때 시작해서 대낮에 잠을 청하려는 당지독과 궁휼이었다. 세상 팔자 이 사람들보다 좋은 사람 없을 것이다. 황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놀고 있었다.

 

슈슉!

 

풍운장원의 상공 30미터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두 인형이 나타나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천악과 조성빈이었다. 조성빈은 기겁했다. 갑자기 세상이 바뀌고 공중에 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이라 천악과 성빈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장원 안으로 내려갔다.

 

조성빈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교차되었다.

 

마교에서도 강자들이 많다. 하지만 이처럼 엄청난 술법과 무공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 내가 지금 잘 하는 걸까!’

 

그게 더 걱정이었다. 이런 사람이 왜 자신 같은 평범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중에서 내려온 천악이 조성빈을 내려놓았다.

 

“너는 잠시 여기 있어라. 다른 사람이 물으면 내가 데려왔다고 말을 하면 된다.”

 

“예, 장주님!”

 

천악은 잠시 할 일이 있었다.

 

공중에서 보니 당지독과 궁휼이 한 만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천악이 가진 마법을 모르니 당연한 일이었다.

 

장원 자체는 별 이상이 없기에 어느 정도 선에서 벌을 주는 것으로 끝을 낼 생각이었다.

 

공간이동으로 왔으니 공간이동으로 벌을 주면 딱이었다.

 

 

 

기척.

 

사람이 움직이면 기척이 발생한다.

 

고수가 될수록 사람의 기척에 민감하다. 또한 화경을 넘어 현경에 이르면 바람이 살랑거리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예민하다.

 

비록 당지독과 궁휼이 술에 취하기는 했지만 몸 스스로 기척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예외가 존재했다.

 

천악은 귀신이었다. 기척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귀신처럼 다가간 천악이 당지독과 궁휼을 보았다. 이리저리 널브러진 술병이 보였다. 개중에는 극락매화주까지 섞여 있었다. 그래도 극락매화주를 다 마시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극락매화주는 수량이 정해져 있기에 나중에 천악에게 들킬 염려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적당히 마신 것이다. 나중에 영악하게 발뺌하려는 고도의 수법이 녹아 있었다.

 

“아직 잠이 덜 깼군.”

 

-워프(공간이동)!

 

천악은 당지독과 궁휼을 깨우는 방식을 새롭게 정립했다.

 

마룻바닥에서 평안하게 잠을 자던 당지독과 궁휼의 몸이 사라졌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천악은 사라진 당지독과 궁휼에게 신경쓰지 않았다.

 

“이제 좀 개운하군. 추상락!”

 

천악이 추상락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잠시 후.

 

타다다다다닥!

 

엄청나게 빠른 호안의 중년인이 천악에게 달려왔다. 정신 사나울 정도로 빠르게 달려온 추상락이었다.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이 불렀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헐레벌떡 달려온 추상락은 천악을 보고 놀랐다. 어느새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개방도에서 소식이 오면 가장 먼저 추상락이 알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소식도 없이 장원에 와 있는 천악이었다.

 

‘언제 온 거지?’

 

추상락은 술병들이 어지럽게 널려진 곳을 보았다.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하지만 물어보기가 겁이 난 추상락이었다. 추상락은 천악을 만나기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하지만 강해지면 뭐 하겠는가! 천악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데 말이다. 항상 긴장하는 바람에 요즘 들어 아침에 서지도 않는다.

 

“오셨습니까! 장주님!”

 

“널브러진 곳을 치우고 정리해라. 그리고 다 정리되는 대로 고 총관을 내 방으로 불러와.”

 

“예, 장주님.”

 

천악은 먼저 도시 건설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를 보고 받을 생각이었다. 계획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고,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그에 따른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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