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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83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3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3화

183화 낚시의 묘미 (5)

 

 

 

 

***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겠군.”

 

듀카스 대공이 황당한 눈으로 프레하 제국의 본진을 바라보았다.

놈들이 자리 잡은 진영의 뒤편 숲에서, 절로 눈살을 구기게 만드는 인간과 몬스터의 시체가 나타나 프레하 제국군을 공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반응하던 프레하 제국군은, 수많은 시체 병사가 공격하자 허둥대면서 뒤늦게 맞대응했다.

병사들의 비명을 들은 프레하 제국의 기사들이 후방을 지원했으나, 뒤이어 밀려드는 언데드 몬스터에 기겁하면서 물러났다.

그런 광경을 바라보던 듀카스 대공이 혀를 내둘렀다.

 

“굉장하군. 우리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던 것인가? 혹시…”

 

“비밀로 해주십시오. 당하기만 하는 건 체질적으로 싫어해서 말입니다.”

 

윌슨이 그의 말을 끊고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듀카스 대공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세인트가 흑마법을 사용하느냐?’고 물어보려는 것일 터다. 하지만 굳이 대놓고 얘기할 수 없는 성질의 얘기다.

 

“그렇군. 마왕이 나타나면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되는군.”

 

“걱정할 것 없습니다. 녀석의 정신은 마왕쯤은 뛰어넘었습니다.”

 

“자네가 그리 말한다면 믿어야지.”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다는 것. 이게 또 은근히 기분 좋은 일이다. 생각보다 세인트가 효율적으로 언데드를 잘 이용해 주었기에 윌슨의 기분이 더 좋아졌고 말이다.

현재 뱅크스 요새는 아주 난리가 났다.

세인트와 윌슨, 단 둘이서 적의 사령부를 통째로 박살냈기 때문이다.

 

‘한심한 수준의 놈들이었어.’

 

뱅크스 요새를 공략하던 때를 떠올리면서 헛웃음을 흘리는 윌슨.

사령부에 머물던 어정쩡한 실력의 마법사를 해치우자, 겁을 집어먹고 달아나던 지휘관급 귀족들.

이제껏 상대했던 프레하 제국의 지휘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접스러운 놈들이었다.

지휘관이 그 모양이었으니, 병사들의 수준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망가진 육체를 이끌고 덤벼드는 흑기사를 도륙하는 순간,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이 무기를 버리고 도주하기 바빴다.

그런 놈들을 쫓아가면서 사정없이 흉포함을 드러내던 몬스터들.

 

“아이언 백작.”

 

“네, 총사령관 각하.”

 

잠시 뱅크스 요새에서의 일방적인 학살을 떠올리던 윌슨이 상념에서 벗어났다.

 

“저건 우리가 한 일이 아닐세. 우리가 했어도 우리가 한 일이 아닌 거란 말이네.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나?”

 

“물론입니다. 총사령관 각하.”

 

심각한 표정으로 당부하는 듀카스 사령관의 모습에, 윌슨이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듀카스 대공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나저나 속이 다 후련하군. 망할 프레하 제국놈들!”

 

***

 

듀카스 대공의 통쾌함이 묻어나는 음성을 들으면서 주변을 차단했던 기의 장막을 걷어냈다.

 

“아! 정말 놀라운 기술이군.”

 

기의 장막을 걷는 것과 동시에 외부의 소리가 들리자, 듀카스 대공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쟁이 끝나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려운 기술인가?”

 

“어렵진 않습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으실 테니, 시간이 조금 걸릴 듯합니다.”

 

“알겠네.”

 

듀카스 대공의 대답을 들으면서 프레하 제국의 본진을 살폈다.

언데드 병사와 몬스터를 상대로 후방에서 난리가 났다. 발루아 공작과 또 한 명의 소드 마스터가 흑기사들을 절반쯤 이끌고 지원하러 가는 모습도 보인다.

 

“놈들이 사거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군.”

 

고소하다는 얼굴로 상황을 지켜보던 듀카스 대공이 아쉬워한다.

성벽 위에 올라선 다른 지휘관들도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프레하 제국놈들의 후방이 어지러운 이때를 노린다면,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을 터였으니까 말이다.

아군 지휘관들은 프레하 제국의 뒤에서 처음 언데드가 나타났을 땐 질린 얼굴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적 병력이 엄청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흑마법을 당연하게 사용하는 프레하 제국이라, 새로운 언데드 병력이 충원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몬스터가 뒤섞인 언데드 병력이 프레하 제국의 후방을 공격하니, 불안감이 사라진 얼굴로 기뻐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했던가?

확실히 내 일이 아니고 보니, 프레하 제국 놈들과 언데드의 싸움을 지켜보는 게 재미는 있다. 알아서 놈들의 전력이 약화되고 있으니까.

흠이라면 놈들이 망가지는 걸 지켜만 보고 있으려니,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지경이라는 거.

 

“총사령관 각하!”

 

“듣고 있으니 말하게.”

 

“놈들이 싸울 생각이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언데드와 프레하 제국군의 싸움을 보면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대답하는 듀카스 대공에게 물었다.

 

“그러게 말일세.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하고선 아무런 공격도 해오지 않으니, 무슨 꿍꿍이속인지는 알 것도 같지만.”

 

“놈들이 미적거리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비웃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듀카스 대공의 말에 묘한 느낌을 받고서 질문을 던졌다.

 

“자네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서 모르겠군. 놈들은 지금 증원군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세. 아울러서 동맹국의 지원을 기다리는 거지.”

 

“그렇다면 큰일 아닙니까?”

 

놀라서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스코어로만 따져도 우리 엘튼 제국이 열세다. 뱅크스 요새의 병력을 되돌려 보냈음에도 놈들의 숫자는 15만이 넘는다. 기사전력은 적어도 우리의 두 배 이상.

엘튼 제국의 전체 병력을 다 합친 것과 같은 숫자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우리라고 놀고 있었는지 아는가? 황제 폐하의 명령으로 우리 역시 동맹국의 지원을 받기로 했네. 놈들이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을 거야. 아마, 지금쯤 공격을 시작했을 수도 있겠군.”

 

듀카스 대공의 음성에서 자신감을 엿보았다.

 

“좋은 소식이군요. 총사령관 각하.”

 

오!

우리 황제 제법이다.

그런 깜찍한 짓을 해뒀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대책을 세워놨다니까 일단은 안심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언 성을 둘러싼 놈들만 해치우면 우리 엘튼 제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얘긴데…

하지만 정작 본진의 놈들이 덤벼들 생각을 하지 않으니, 골치가 아프다. 저런 식으로 진지를 구축한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싸우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놈들은 포위망을 구축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인다. 그것만이 이번 전쟁의 최종 목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언데드의 후방 난입으로 조금은 놈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시 멍하니 있는데, 듀카스 대공이 옆에서 혀를 끌끌 찬다.

 

“아쉽군.”

 

짤막한 감상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프레하 제국의 본진을 살폈다.

적어도 시체병과 언데드 몬스터가 혼합된 10,000 정도의 병력이 3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전멸했다.

두 명의 소드 마스터까지 가담한 흑기사단의 위력이 말도 안 되게 강한 탓이다.

역시 어설프게 되살린 병사와 몬스터의 시체로는 마나를 다루는 존재를 위협하긴 어려운 모양이다.

 

“정말 아쉽군요. 총사령관 각하.”

 

듀카스 대공의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흑기사 전력에 피해를 주길 바랐지만, 딱히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주 효과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프레하 제국의 병사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줬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겠다.

티가 안 나서 그렇지.

 

“누군가 오는군.”

 

듀카스 대공의 얘기가 아니라도 나 역시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

몇 차례나 만져주었던 오를레앙 공작이었다.

 

<비열한 엘튼 제국 놈들아! 더러운 언데드를 보내다니! 정당함이라곤 없는 놈들이구나!>

 

얼굴이 벌게져서 고개를 치켜들고 소리치는 모습이 가관이다.

이기적인 자식.

지들이 죽은 놈들을 부활시켜서 흑기사로 만든 주제에!

 

“총사령관 각하.”

 

듀카스 대공을 불러 소리치려는 것을 막았다.

어린놈이 부른다고 촐랑 맞게 총사령관이 직접 상대하는 것도 우스우니까.

 

“응? 뭔가?”

 

“제가 상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좋을대로 하게. 되도록 강하게 자극했으면 좋겠어. 지루한 대치는 질색이거든.”

 

“감사합니다.”

 

허락까지 받았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다.

성벽 끝에 발을 걸치고 아래로 고개를 내밀어 오를레앙 공작을 내려다보았다.

 

“어이, 오를레앙 공작! 어디서 개소리야?”

 

<시치미 떼지 마라! 네놈들이 아니면 누가 언데드를 풀었겠는가!>

 

빈정거리는 말에 더 열이 받았는지, 오를레앙 공작이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소리를 지른다.

마나를 사용하고 있으니 굳이 소리칠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이다.

 

“웃기는 놈이네? 언데드는 네놈들 특기잖아? 죽었던 놈들 흑기사로 살려낸 놈들이 누구냐? 이젠 병사까지 재활용하려다가 마음대로 안 되니까, 우리한테 뒤집어씌우는 거냐?”

 

내공을 잔뜩 불어넣었지만, 녀석처럼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원래 이런 말싸움은 먼저 흥분하는 놈이 지게 되어 있다.

 

<말 같은 소릴 지껄여라!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병사들을 언데드로 만든다는 것인가! 한 줌의 병력밖에 없는 네놈들을 우리가 두려워할 거로 생각하는가?>

 

“그쪽에 발루아 공작 있지? 나한테 두 번에나 뒈졌는데 아직도 살아 있는 건 어떻게 설명할래?”

 

비웃음을 잔뜩 담은 음성으로 이죽거렸다.

 

<웃기지 마라! 발루아 공작은 이제껏 누구에게도 패배한 사실이 없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어째서 죽은 사람 취급하며 모욕을 주는가!>

 

“발루아 공작하고 나랑 사이좋게 성수 한 잔씩 하자고 말해 주겠어? 그럼 내가 믿어주지.”

 

<누가 네놈 따위와 성수를 마신단 말인가!>

 

오를레앙 공작이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나름 잘 버티는 것 같지만, 계속 건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빈틈을 보이기 마련.

 

“내가 말이다. 우리 총사령관 각하한테 들었는데, 발루아 공작이 네 애비란 놈이 아닌가 의심하시더라?”

 

어지간하면 패드립 치는 스타일은 아닌데, 전쟁 상황인 만큼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말했다.

죽은 놈까지 살려서 데려오는 놈들한테 패드립 정도야 뭐……

 

<그게 무슨 망발이냐! 네놈은 귀족으로서 명예도 없단 말인가! 돌아가신 분까지 모욕해야 할 정도로 네놈들은 절박한 것인가!>

 

“아니, 그렇잖아. 원래 발루아 공작은 방패와 롱소드 쓰던 인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은 클레이모어 쓰더라? 내가 발루아 공작이랑 싸워봐서 아는데, 저 인간 발루아 공작 아닌 거 같던데?”

 

<헛소리하지 마라!>

 

“아무리 생각해도 네 애비 맞아. 아무리 애비란 놈이 븅신 같아도 그렇지, 대놓고 부정하고 그러는 거 별로 보기 좋지 않다, 인마!”

 

녀석의 신경을 팍팍 건드리면서 리듬까지 넣어 신경을 건드려댔다.

녀석이 흥분한 이상, 같이 소리치는 것보다는 살살 비위를 건드려 놓는 게 사람을 더 열 받게 하는 방법이다.

 

<개소리! 누가 나의 아버지라는 건가!>

 

“진짜야, 인마! 발루아 공작한테 가서 물어봐. 우리 총사령관 각하를 보더니 뭐 빠지게 도망가더라? 지난번 전쟁에서 우리 총사령관 각하님께 뒈졌던 충격이 컸던 것 같은데? 뒤도 안 돌아보고 튀더라. 조금 안 되어 보이긴 했어.”

 

혀를 차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성벽 위는 물론 안에서 대기 중인 아군 기사와 병사들이 키득대기 바빴다.

어째 얼굴이 조금 팔리는 느낌이긴 한데, 나름 재미가 있어서 관두기가 싫어진다. 오를레앙 공작이 시뻘게진 얼굴로 씩씩대는 게 귀엽다고나 할까?

 

<누가 듀카스 대공을 두려워한단 말인가!>

 

막 오를레앙 공작이 소리치려던 순간에 들려온 엄청난 포효.

인간의 것이라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듣기 싫은 쇳소리가 아이언 성 일대를 뒤흔들었다.

오를레앙 공작을 도발해 망신이나 주려고 했는데, 지금의 목소리는 분명 발루아 공작의 것이다.

이거 제대로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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