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57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38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57화
맞춤형 건물 (1)
천마궁의 집무실.
구대마궁의 궁주들을 비롯해서 삼태상, 그리고 최상석에 천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구대마궁의 궁주들은 다음 대 인물들로 교체가 된 상태였다. 그들은 처음에 천마의 좌우를 보좌하는 세 명의 인물들의 신분을 듣고 놀랐다. 삼태상의 배분이 천마와 비슷하다는 것과 구대마궁의 출신들이라는 것에 말이다.
교의 중대사는 대부분 원로회에서 이루어졌지만 대거 개편이 되었다. 바로 천마궁에서 직접 천마가 모든 일을 주관하기로 한 것이다. 이 일에 대해서 아무도 토를 달지 못했다. 천마의 강력한 힘과 그를 보좌하는 삼태상의 역할이 컸다. 더군다나 마신이라 일컬어지는 인물 역시도 천마가 데려온 것임을 알자 찍소리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게다가 배신을 했던 구대마궁의 위치는 상당히 협소해졌다. 그들이 자기주장을 내세우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천마 곽천진이 말을 이었다.
“천마비고를 4층까지 개방하겠다.”
“헉!”
구대마궁의 궁주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천마비고(天魔秘庫)가 어떤 곳인가! 마교의 모든 절학이 숨 쉬고 있는 곳이었다. 마교에서 탄생된 무공은 사본을 남겨 모두 천마비고 안에 안치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런 곳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거대해졌고 방대한 양의 무공서적을 갖추게 되었다.
무공은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한다. 하지만 원류가 강해야 한다. 원류가 제대로 서지 않는 무공은 익힌다고 해도 효용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상승의 무공을 익히려고 무인들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천마비고는 총 5층으로 되어 있으며 각 층마다 무공의 질이 나뉘게 된다. 일반적으로 구대마궁의 궁주에게는 4층까지 개방이 되지만 다른 교인들에게는 2층까지만 해도 엄청난 영광이었다. 그런 천마비고의 4층을 열다니 마교의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교주님! 천마비고의 무공은 모두 상승의 무리가 들어 있습니다. 섣불리 내놓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의 힘이 약해질까 봐서 하는 말이었다. 권력층이 가진 힘은 상급 무공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무공서를 개방한다면 다른 이들이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힘을 많이 잃은 귀마궁, 환영궁, 요마궁, 수라궁의 반발이 가장 컸다. 가뜩이나 힘이 줄고 기득권이 약해진 상태였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세력을 견제하고 힘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했다.
나머지 구대마궁 역시도 천마의 말을 환영할 리는 만무했다. 그들도 가진 힘을 나누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곽천진은 구대마궁의 반발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말로 안 되면 힘으로 눌러버리면 그만이었다. 더군다나 믿고 있는 바가 있었다.
“누군가 말하더군. 천마신교가 지금보다 강해지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말이야!”
구대마궁의 궁주들이 눈을 부릅떴다.
천마신교는 단일 무력 최강의 단체였다. 최강의 무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침입도 막아낼 수 있었다. 전날에 입은 피해는 내부의 분열에 의해 발생한 예외적인 일일뿐이었다. 지금 당장의 힘만으로도 중원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천마신교의 교주에게 그런 황당한 말을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수라궁의 새로운 궁주가 된 혈극마검 한당이 물었다.
“도대체 누가 그런 건방진 말을 한 겁니까?”
다들 한당의 물음에 동조의 뜻을 보냈다. 건방짐이 하늘을 찌른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 반응에 곽천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또한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삼태상은 얼굴을 찌푸렸다. 천마의 짓궂은 짓이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도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천마의 말을 믿을 수가 있었다. 불과 이틀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말 죽도록 맞았다.
‘개개다가 졸라 맞는다!’
이게 삼태상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아니라면 손에 장을 지질 것이다.
모두의 시선이 천마에게 향했다. 말을 해달라는 뜻이었다. 곽천진이 말을 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끼익!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집무실에서 회의가 있는 동안은 아무도 들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더군다나 천마신교에서 가장 높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의장이었다. 그런 곳에 들어오는 인물은 지위가 맞지 않으면 큰 욕을 당하기 마련이었다.
젊은 청년이었다.
너무 젊어서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이들은 몸을 떨어야 했다.
새로 교체된 궁주들은 모르기에 분노했고 남아 있는 궁주들은 천악의 정체를 알고 기겁했다.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요마궁의 궁주인 소염후 연지혜가 청년에게 위협적인 투로 말을 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들어오는 것이냐!”
요후빙마 가은희가 죽고 난 후에 소염후 연지혜가 요마궁의 궁주가 되었다. 그녀는 아직 청년의 정체를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어린놈이 겁도 없이 함부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청년은 연지혜의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이 곽천진에게로 걸어갔다.
소염후 연지혜는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감히 네놈이… 흡!”
연지혜의 옆에 있던 철혈궁주 강패가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연륜이 부족하다고 해도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나이가 적어도 연지혜는 엄연히 요마궁의 궁주였다. 그런데도 강패는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강패는 청년에게 사과를 했다.
“모르고 한 일입니다. 그러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강패는 구대마궁의 궁주 중에서도 가장 연배가 높고 강하다. 그런데 강패가 극도로 두려워하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신참 궁주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마신이시여!”
화들짝!
청년을 향해 마신이라고 했다.
그 말에 신참 궁주들은 모두 놀랐다. 교내에 강림한 마신이 이토록 젊다는 것을 몰랐던 모양이었다.
특히 막말을 했던 소염후 연지혜의 혈색이 시퍼렇게 변해버렸다. 마신 앞에서 헛소리를 한 것이었다.
천악이 연지혜를 바라보았다.
움찔!
연지혜는 천악의 눈빛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분노하거나 광기를 품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천악이 다시 천마에게 다가갔다.
천악은 이런 자리에 불려온 것이 못마땅했다. 다른 사람에게 힘을 과시하거나 얼굴을 보이는 것을 원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마의 간곡한 부탁이 있었기에 들어는 주었다.
곽천진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에게 말을 했다.
“그런 건방진 말을 한 자가 바로 여기에 있는 사람이다.”
컥!
괜한 말을 한 수라궁주 한당이 혀를 깨물 뻔했다.
모든 궁주들은 입을 다물었다. 감히 마신 앞에서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괜히 마신의 분노를 얻는다면 천마신교 자체가 대륙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소교주 취임식 때 보여준 마신의 위력을 알고 있는 궁주들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진정한 마신이라고 불릴 만했다.
천악은 천마의 속셈을 눈치 챘다.
[이러려고 부른 겁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주기만 하면 되네.]
천악의 전음에 천마가 뜨끔하며 답을 했다.
어차피 마교는 강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천악도 이제 원래 하던 일상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니 이 정도 해주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천악은 한마디 더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여러분들을 보니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가 됩니다. 저는 지금 가야 할 때가 있어 돌아가 보지만 나중에 와서 달라진 것이 없다면 기대해도 좋습니다.”
별다른 감정이 섞여 있지 않은 평범한 말투였지만 듣고 있는 궁주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교주님의 말을 잘 따라주십시오.”
정중하게 교주의 말을 들으라는 천악의 말이었다. 그 말이 가진 위력이 엄청났다. 궁주들은 앞으로 교주의 말에 찍소리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천악은 별 뜻 없이 삼태상을 바라보았다.
천마에게도 겁을 먹지 않았던 삼태상이 움찔거리며 두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감히 상대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도대체 저런 괴물은 누가 만든 거야!’
세상 참 불공평한 일이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회의가 모두 끝나고 나서 천악은 천마를 따로 만났다. 마교에서의 일이 모두 끝이 났으니 이제 돌아갈 생각이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공간이동좌표를 계산해 놨으니 워프를 통해 마교로 돌아와도 되었다.
천악이 천마에게 작은 구술을 하나 주었다.
야광주나 보석은 아니었다. 그저 유리로 만들어진 구슬이었다.
“이게 뭔가?”
곽천진은 무슨 뜻으로 구슬을 주는지 알지 못했다. 설마 심심할 때 구슬치기라도 하라고 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통신구입니다. 위험할 때 구슬에 진기를 주입하여 말을 하면 됩니다.”
“허어!”
생각도 못 해본 것이었다.
누가 구슬에 그런 굉장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겠는가! 말도 안 되는 상상 속의 일이었다. 현대에 살아온 천악에게 통신수단은 여러 가지라서 별달리 놀라지는 않지만 이 시대의 천마에게는 상당히 획기적인 일일 수밖에 없었다.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도와주는 것도 한 번 정도입니다.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저 마냥 도와준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맹목적으로 도움을 주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앞으로도 발전하지 않는다면 쓸모없는 것에 불과했다.
“물론이네, 내가 계속 좋지 않은 모습만 보여서 그렇지 세상에 나를 무시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네.”
천마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천악은 별로 신용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상대한 놈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놈들이 한 명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버티겠지만 둘 이상이라면 아무리 천마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이제 돌아가 보겠습니다.”
“벌써 가려는 것인가! 내가 바빠서 자네에게 대접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가면 내 체면이 뭐가 되겠는가!”
“이미 마음을 먹었습니다.”
곽천진은 천악이 무섭다는 것을 안다.
그가 무섭지만 항상 냉철한 판단을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공적으로는 굉장히 공평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뒤틀리면 사정 봐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곽천진은 천악에게 무한한 신뢰가 갔다.
“알겠네.”
“마중 나오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갈 것입니다.”
“그렇게 하겠네.”
천악이 나가고 나서 천마는 생각이 많았다. 자신의 손녀딸에 대한 일이었다. 곽윤아는 아직도 천악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치상으로 그러면 안 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에게 마지막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유백이 있기 때문이었다. 유백은 다음 대 천마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었다. 강한 자에게 끌리는 것도 이해하지만 솔직히 천악보다는 유백이 나을지도 몰랐다. 천악은 여인에게 무한한 정을 주는 인물이 아니었다. 여인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았다. 다만 스스로 정한 것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하지만 천악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손녀딸과 맺어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지 몰랐다. 아무리 정이 없는 인물이라고 해도 혈연으로 이루어지면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후우우!”
곽천진은 탄식했다.
천마라고 하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
‘윤아야,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하여라.’
후회는 한 번으로 족했다. 선택을 했다면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
곽윤아는 홀로 방에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유는 천악 때문이었다. 천악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를 생각하는 게 순수한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것일까!’
아닐지도 몰랐다.
천악이 말한 것처럼 그의 강력한 힘과 색다른 성격에 이끌려서 자신도 모르게 관심을 가진 것인지도 몰랐다. 천마신교를 위해서 그와 맺어진다면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다.
결론적으로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를 내포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사랑을 준다고 해서 그게 사랑인가! 아니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다. 그 양과 질에 상관없이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천악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는 착각하고 있었다. 천악은 한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을 신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성격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이것저것이 섞여 있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마냥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천악은 그러한 선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에 책임을 지는 인물이었다. 가장 친한 여인이나 친구라고 해도 말이다.
곽윤아는 천악의 말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녀가 자존심까지 버리면서 대했는데도 별반 달라진 것이 없자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그에 반해 자신을 찾아와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유백에게도 마음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백은 너무 착했다. 그는 다른 사내를 얘기하는 자신한테 하지 말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모르겠어!’
그녀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까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온 그녀였다. 그녀가 원하면 무엇이든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쉽게 얻었기에 사람의 감정을 쉽게만 생각하고 대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또한 선택을 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