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53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26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53화
삼태상(三太上) (3)
패천궁은 마교의 역사와 같이 해왔다. 구대마궁으로서 도법에 관해서는 마교 최고의 궁이었다. 패천궁이 도법으로 유명해진 최강의 도법이 마왕도법(魔王刀法)이었다. 마왕도법은 궁주만이 익힐 수 있는 도법으로 패도의 정점을 지향하는 도법이다. 일단 펼쳐지면 멈출 수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마왕도법을 시전하기 위해서 패왕마공(覇王魔功)을 끌어올렸다.
“네놈에게 아까운 도법이지만 한번 보여주마!”
곽윤아에게 자랑하기 위해서 펼치려고 했다. 천악을 아주 만만히 보고 있었다. 상대방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곽윤아는 더욱더 투기를 끌어올리며 분노하는 궁자생이 한심해 보였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자신은 목숨을 살려주려고 말렸는데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곽윤아는 더 이상 말릴 생각이 없었다. 마교의 생리 자체가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었다.
파팟!
마왕도법의 마왕파천(魔王破天)이 궁자생의 도에서 뽑아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궁자생은 패왕마공의 폭발적인 힘을 도에 모두 실었다. 앞에서 막는 적은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궁자생이었다.
“커억!”
데롱! 데롱!
언제 움직였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앉아 있던 천악이 어느새 일어나서 궁자생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천악의 귀영보였다.
천악에게 귀영보는 삼보무적(三步無敵)이었다.
일보일변(一步一變), 일보에 한 번의 변화,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빠르다.
이보만변(二步萬變), 이보에 삼라만상의 무한한 움직임이 스며들어 있다.
삼보무변(三步無變), 삼보에 마음이 움직이면 이미 움직여 있다.
천악은 무변의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무변의 경지에 이른 천악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귀신이었다. 상대방은 귀신에 홀린 것으로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으윽!”
조금 전까지 폭발적인 투기를 발산하던 궁자생은 비루 맞은 개처럼 벌벌 떨었다. 천악의 손아귀에 목이 잡힌 순간 야수의 광폭한 힘이 궁자생의 전신을 강렬하게 울렸기 때문이다. 천악이 가진 광폭함은 궁자생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극강의 힘이었다.
온몸에 힘이 쭈욱 빠져버렸다.
이대로 천악이 손아귀에 힘을 가하면 그대로 목이 부러져 나갈 것이다.
천악이 궁자생을 바라보며 무심히 말을 이었다.
“입은 함부로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죽어도 할 말은 없겠지.”
태연하게 죽인다는 말을 했다.
궁자생은 발악을 했다. 자신은 패천궁의 소궁주였다. 실권이 별로 없다고 해도 지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천악이 고개를 돌렸다.
궁자생보다 익숙한 기운이 아래층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천마와 또 다른 기운이라.’
마교에서 천마보다 강한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천마보다는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본 마교인들 중에서는 가장 강한 세 명이 올라오고 있었다.
곽천진은 객잔 위에서 소란이 벌어진 것을 알고 바로 올라갔다. 천악에게 삼태상을 소개시켜 주려고 했건만 일이 이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올라와 보니 예상대로 천악의 가공할 손속에 누군가 당하고 있었다.
곽천진은 궁자생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성격 급하기로 소문난 궁백림의 아들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놈을 한 번 봐줄 수 없나? 이미 아버지를 잃은 아일세!]
[제가 왜 봐줘야 합니까?]
[꼭 죽일 필요는 없지 않나. 그놈 하나 죽인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고 말이야.]
곽천진이 전음을 보내는 이유는 또 있었다.
전륜마도 궁극한이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궁극한 패천궁의 전대궁주였고, 궁자생에게는 할아버지가 되는 관계였다.
궁극한은 한동안 궁자생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자신의 아들이 궁주가 되는 것을 보고 바로 은거를 했기 때문에 그 뒤에 태어난 궁자생을 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궁자생이 가진 패왕마공의 흔적과 얼굴 생김새를 보자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의 손자였다.
핏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핏줄에 끌리기 마련이었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막는다고 해서 막아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곽천진이 만류하는 것은 궁극한이 덤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궁극한이 막무가내로 덤비면 천악이 사정 봐주지 않고 조손의 목을 잡아서 끊어버릴 것이다. 마교의 전력상승을 위해서 불러 왔는데 곧바로 전력누수를 겪게 두고 볼 수 없었다.
[내 뒤에 있는 녀석이 그놈 할애비일세. 하루아침에 일족을 모두 죽여야겠나.]
천악은 마교가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천악이 여기서 궁자생을 죽일 경우 마교와는 적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여기까지 와서 행한 모든 일들이 물거품이 된다. 천마를 지키고 마교를 다시 원상태로 복구시키기 위해서는 천마의 뒤에 있는 세 명이 필요할 것 같았다. 나중을 위해서도 이번에는 물러서 주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 것 같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천악이 번거로운 일을 직접 했다는 것에 있었다. 귀찮은 일을 가장 싫어하는 천악이었다. 그런데도 직접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그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되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털썩!
잡고 있던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궁자생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궁자생은 공포로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천악의 가공할 기운을 맛보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궁극한이 쓰러진 궁자생에게 다가가 수혈을 눌러 진정시켰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손자 녀석이었다. 그대로 두기에는 안쓰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천악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궁극한일세. 자네가 바로 교를 구해준 인물이었군.”
“군천악입니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궁극한은 천악이 어느 정도나 강한지 알고 싶은 눈치였다. 그것은 다른 삼태상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좀 전에 궁자생을 제압한 상황은 보지 못해서 알지 못했다.
삼태상은 천악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젊었기 때문이다. 이토록 젊은 나이에 천마를 능가한다고 하니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네의 실력을 한 번 봤으면 하는데 해줄 수 있는가?”
비록 손자를 죽이려고 했지만 궁극한은 천악에게 악감정은 없었다. 마교는 강자지존이었다. 강한 자에게 덤비고서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그것보다는 천악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겪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곽천진이 머리를 감쌌다.
‘아이고, 골이야! 내 저럴 줄 알았지!’
객잔에 오기 전부터 천악의 성격과 능력에 대해 상세하게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절대로 대결하지 말라고 했었다. 그때에는 삼태상도 알겠다고 하면서 천마의 의견에 동조를 했다.
하지만 역시나 기대를 잘도 저버리고 있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강자에 대한 호승심은 여전했다.
곽천진 자신도 처음에는 믿지 못했으니 삼태상이 저러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됐다. 하지만 무모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천악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지요.”
천악이 하자는 말을 한 이유는 바로 곽천진의 전음 때문이었다. 곽천진이 삼태상에 대한 소개를 했고, 이들이 천마신교에 꼭 필요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천악도 마교에서 계속 있을 수는 없었다.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성미에 차지는 않았다. 그러니 곽천진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천악에게는 이로운 일이었다.
곽천진에게 곽윤아가 다가왔다.
천악과의 일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곽천진은 대강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하나뿐인 손녀였다. 매몰차게 대하는 천악이 원망스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천악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저기 이분들은?”
“구대마궁의 전대궁주들이다.”
곽윤아는 할아버지와 같은 연배의 사람을 처음으로 보았다. 할아버지와 같은 연배면 신교에서 할아버지 다음으로 강한 존재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천악이 걱정되지는 않았다. 아무리 강해도 천악은 예외의 인물이었다.
천마의 지하 연무장.
천악과 천마가 천마신교로 돌아왔을 때 잠시 몸을 숨긴 장소로 왔다. 삼태상과 천악의 대결은 밖으로 보여주어 봤자 좋은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천마는 알 수 있었다.
마교의 강자들이 천악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을 보여주어 봤자 사기만 떨어뜨릴 것이다. 차라리 안 보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로웠다.
마교의 원로가 개망신당할 것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고소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천마였다.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 하는 성격을 후회할 거다!’
천악과 삼태상이 마주 섰다.
별다른 표정이 없는 천악과는 달리 삼태상은 진지했다. 사실 합공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삼태상은 이미 합공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교내에 떠도는 사실과 천마가 말한 사실의 반만 맞아도 천악의 신위는 대단할 것이다. 일대일로 싸우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태상은 마성천에 들어가면서 합공이라는 것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들 스스로 강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셋이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 중심에 귀곡신마 곽신양이 있었다. 곽신양은 진법을 연구하면서 삼태상에게 가장 어울리는 진법을 탄생시켰다.
사실 천마의 능력이 너무 강해서 셋이서 힘을 모아 이겨보자는 사특한 마음에서 출발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스스로 무적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강력한 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합공을 해도 괜찮겠나?”
예의상 물어본 말이었다.
“싫다고 하면 어쩔 겁니까?”
응?
천악이 소문대로 마신이라면 당연히 허락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물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물어보고 나서 멋쩍어할 만도 하건만 삼태상은 의외의 말에 당황하지 않았다.
“물론 합공할 걸세!”
“그럼 하십시오.”
“허락한 것으로 알고 합공하겠네!”
삼태상이 본격적으로 진형을 갖추었다.
진법의 중요한 요소는 서로의 균형과 호흡이다. 일사불란하게 호흡을 맞추어 진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인해 결국에는 효용성이 더 떨어지게 된다. 차라리 그냥 덤비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고수의 진법에서는 진기(眞氣)의 운용이 이어지기 때문에 합일된 호흡을 가지지 않을 경우 내공의 역류를 경험할 수 있다.
삼태상의 진은 삼인혈성진(三人血性陣)이라고 붙였다. 교의 검진 중의 하나인 삼절마검진(三絶魔劍陣)과 천살검진(天殺劍陣)의 장점을 하나로 묶어서 새롭게 만들어진 진법이다. 파괴력을 극한으로 올릴 수 있도록 만든 진법으로 한 번 펼쳐지면 피로 만들어진 그물이 상대의 숨통을 끊어놓는다.
척!
검진이 펼쳐지는 기수식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강력한 기의 파장이 소용돌이쳤다. 폭풍처럼 덮쳐 오는 기세가 연무장 안을 가득 채웠다. 바람 한 점 들어오고 있지 않는 패쇄적인 공간 안에 칼바람이 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