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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50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33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50화

외전-혈사신의 신위 (2)

 

 

대정문에 낭인들이 100명 정도 모였다. 그들은 목숨보다 돈을 택했다. 죽어도 돈은 가족들에게 보내진다는 대정문의 말에 그나마 모인 숫자였다.

 

대정문도 중에 절반인 150명 정도가 대정문을 떠났다. 아무리 대정문이 소중해도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지 않았다.

 

대정문주인 유성찬도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말릴 수 없었다. 자신의 개인적인 일 때문에 목숨을 강요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남아준 150명의 대정문도에게는 고마움을 표현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막아냅시다!”

 

“문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정문의 장로인 장단풍이 유성찬에게 지지를 보냈다. 장단풍은 오랜 시간 동안 대정문과 함께한 장로였다.

 

 

 

마침내 대막혈궁의 300명 전사들이 대정문에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위풍당당했다. 대막혈궁이라는 막대한 배경을 가진 자신감이었다.

 

대막혈궁의 전사들 앞으로 소궁주인 율가람이 대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율가람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하찮은 문파 주제에 자신의 아내 자리를 거부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있었다.

 

“감히 내 말을 거부해? 계집만 빼고 놈들을 다 죽여버려!”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미 조치를 취해 놨습니다.”

 

대막혈궁의 혈궁전사단(血宮戰士團) 단주인 누대복이었다. 누대복은 수하들을 보내 대정문주 몰래 장로들 중에 1명과 접촉을 한 상태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대막일화 유혜선을 빼돌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래, 아주 잘했군. 누 단주는 내가 궁주가 되면 잘 봐주지!”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소 궁주님!”

 

“그럼, 쓸어버려 볼까!”

 

율가람의 명령에 의해 대정문을 향해 혈궁전사단이 돌격을 했다.

 

혈궁전사단은 낭인들이 막아서는 것을 보고 비웃었다. 고작 이따위 놈들이 자신들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불쾌했다. 그 불괘함을 검으로 해소했다. 불나방 같은 낭인들을 일도양단했다.

 

“크아아악!”

 

“아악!”

 

비명소리가 대정문을 진동했다. 낭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혈궁전사단과의 실력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낭인들이 먼저 대결을 하는 상황에서 대정문주 유성찬이 검을 들었다. 딸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가 직접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버지, 저도 가겠어요!”

 

“안 된다. 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거라!”

 

끼익!

 

문주의 방으로 장 장로가 들어왔다. 그도 무장을 한 채로 유성찬을 기다린 것이다.

 

“가세!”

 

“제가 뒤를 따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성찬이 등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장단풍의 검이 뽑혀지고, 유성찬의 등 뒤를 찔렀다.

 

푸우욱!

 

“크으윽!”

 

뒤로 돌아선 유성찬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대정문주가 될 때부터 같이 동고동락했던 장단풍이 배신할 줄 몰랐다.

 

“아니… 자네가 왜?”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네. 자네만 죽고, 혜선이만 내준다면 대정문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네! 자네 딸 1명 때문에 대정문이 사라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냥 이대로 죽어주게!”

 

장단풍도 괴롭긴 하지만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유성찬의 눈에 힘이 사라지고, 몸이 기울어지더니 바닥으로 쓰러졌다. 딸을 지키려던 유성찬의 몸부림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고 말았다.

 

남겨진 유혜선이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장 아저씨가 이럴 수 있어요! 이 살인자!”

 

“미안하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장 아저씨는 지금 실수한 거예요. 설마 율가람이 약속을 지킬 거라고 생각하세요!”

 

“대막혈궁을 걸고 약속을 했다.”

 

유혜선이 발악을 한다고 하지만 장단풍은 대정문의 2인자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여인이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유혜선을 기절시킨 장단풍이 대정문을 비밀리에 빠져나갔다. 대정문의 곳곳을 다 아는 장단풍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100명의 낭인들 중 30명만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 낭인들은 이미 주검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혈궁전사단이 의기양양하게 낭인들을 베어내고 있을 때 상황이 돌변했다. 산발한 상태의 청년이 나서면서부터였다.

 

천악의 한 손이 야수의 발톱처럼 움직이자 그 손속의 사정권 안에 머물렀던 혈궁전사단의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나갔다.

 

한 수에 10명의 혈궁전사단이 찢겨져 나가 육편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50명에 달하는 혈궁전사단이 핏물로 화하자 반전이 되어버렸다.

 

혈궁전사단의 단주인 누대복은 지옥의 야차처럼 인상을 구겼다. 혈궁전사단 자체가 자신의 전부였다. 이들이 죽어나갈수록 자신의 지위가 약해진다. 또한 옆에 있는 율가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야 했다.

 

“이놈! 정체가 뭐냐?”

 

누대복의 말에 천악은 대답하지 않았다. 옆에 다가오는 혈궁전사단을 죽여나갈 뿐이었다. 죽는 것도 그냥 죽는 것이 아니었다. 몸이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혈인으로 변해가는 천악의 모습을 볼수록 혈궁전사단은 공포를 느껴야 했다.

 

“놈을 죽이란 말이야!”

 

누대복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혈궁전사단의 300명중에 고작 30명만이 남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혈궁전사단은 공포감으로 인해 몸을 떨었다. 그 주변의 낭인들도 싸우는 것을 잊고, 천악의 혈풍을 지켜볼 뿐이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대정문도들조차 어안이 벙벙했다. 대막의 저주라고 불리는 혈궁전사단이 저렇게 쉽게 죽어나간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저…럴 수도 있는 건가!”

 

“혈…사신이다!”

 

피를 갈구하는 죽음의 사신을 보는 것 같았다.

 

누대복조차 그 잔인한 혈풍에 뒷걸음질을 쳤다. 놈은 인간이 아니었다. 혈궁전사대가 모두 죽었다. 도망치는 놈들까지도 천악의 일수에 육편으로 변했다.

 

천악이 천천히 다가갔다.

 

누대복은 천악의 눈을 보았다.

 

좀 전에 흉폭한 살기를 뿜어낸 자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감정이 실리리 않은 무심한 눈을 보자 누대복은 알 수 있었다.

 

“살성이다! 이놈은! 도망쳐야 돼!”

 

하지만 그것이 누대복의 마지막 말이었다. 천악의 일수가 뿜어져 나가자 누대복의 전신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율가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한 수를 믿었다. 자신의 손에 잡힌 대막일화 유혜선을 인질로 잡고 있다는 것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장단풍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대막일화 유혜선을 받은 후 누대복의 일검에 심장이 뚫려 죽었다. 배신자의 처참한 말로였다.

 

율가람은 약속을 지키는 위인이 아니었다.

 

그는 모든 것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천악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다 바뀌었다. 자신의 수하들 모두가 천악의 한 수에 죽었다.

 

천악이 다가가자 율가람이 유혜선의 목에 칼을 대었다.

 

“다가오지 마라! 아니면 이년을 죽이겠다!”

 

율가람의 성격이 개차반이기는 하지만 실력까지 모자란 것은 아니었다.

 

뚜벅! 뚜벅! 멈칫!

 

천악은 율가람의 말을 듣고 가다가 멈추었다. 율가람의 무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고 유혜선 때문에 멈추기는 했으나 그녀를 구하는 것이 이유는 아니었다. 다른 낭인과 다르게 천악은 유혜선이 고용했기에 멈춘 것이었다. 고용자를 죽일 수는 없는 문제였다.

 

“흐흐흐!”

 

천악이 멈추자 율가람이 득의한 표정을 지었다.

 

“날 이대로 놓아 주는 게 이 계집의 목숨을 구하는 방법이다!”

 

깨어난 유혜선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마지막까지 의지했던 아버지가 죽은 것이 모두 율가람 때문이었다. 율가람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장단풍이 배신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율가람이 죽기를 바랐다.

 

“천 공자님! 이놈을 죽여주세요!”

 

찰싹!

 

“아앗!”

 

“닥쳐! 이름을 아는 것으로 보아 네년이 마음에 두는 놈이구나!”

 

낭인 따위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율가람은 화가 났다. 그리고 한편으로 놈이 공격할 수 없다는 확신했다.

 

“지금의 난, 너를 구하면서 놈을 죽일 수 없다.”

 

거리가 너무 멀었고, 놈의 검이 너무 가까웠다. 천악은 몸안에 존재하는 힘을 정교하게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광폭한 힘을 가다듬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다.

 

“내가 손을 쓰면 너도 죽는다.”

 

“이…놈 뭐라는 거냐! 날 죽이면 이년은 죽는다!”

 

율가람은 당황했다. 인질이 잡힌 상태에서도 천악의 음성이 너무 담담했기 때문이다.

 

천악의 잔인한 말에 유혜선은 눈물을 흘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죽어도 좋아요. 이놈을 죽여주세요!”

 

“그러지.”

 

천악은 망설이지 않았다. 고용주가 원한다면 해주는 것이 낭인의 의무였다. 천악이 야수의 인을 발동했다. 거대한 야수의 광폭한 기운이 천악의 손가락에 형성이 되었다.

 

강렬한 기운을 느낀 율가람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이…놈! 멈춰라! 진짜로 이년을 죽인다!”

 

다급해진 율가람이 소리를 질렀지만 천악이 출수한 야수의 인은 그런 율가람을 삼켜버렸다. 율가람과 유혜선의 몸이 산산조각이 나서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공포를 맛보아야 했다. 설마 했다. 유혜선이 원한다고 해도 저 여인의 말을 그대로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모두 경악을 했다.

 

천악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고용주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보다 아직 자신의 능력이 미흡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후 대막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혈사신의 첫 행보가 이렇게 시작되었다.

 

천악이 율가람과 유혜선을 모두 죽인 후 대막혈궁은 대정문을 없애버렸다. 아들을 잃은 광염마제 율극환의 분노는 엄청났다. 대막의 전사들을 이끌고 와서 대정문을 싹 쓸어버리고 난 후 천악에게 추살령을 내렸다.

 

대막혈궁은 그렇게 대막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천악의 광폭한 야수성이 대막혈궁 전체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광염마제 율극환이 마지막까지 저항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단 덤비는 적을 향해 천악은 자비를 내리지 않았다. 대막혈궁의 주춧돌 하나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다 파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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