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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독존기 149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127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9화

외전-혈사신의 신위 (1)

 

 

대막은 척박한 땅이다.

 

너무 메마르고 건조해서 물과 식량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자그마한 것이라도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는 것이 다반사였다.

 

척박한 곳에서 낭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순간 목숨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낭인들은 돈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불나방들이었다. 그런 낭인을 사람들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저 돈에 의해 고용되는 소모품으로 여길 뿐이다.

 

터벅! 터벅!

 

한 청년이 허름한 마의와 치렁치렁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길을 걸어갔다.

 

아무도 청년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저런 사람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목숨을 보장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다반사였다. 더군다나 대막은 낭인들의 대지였다. 수많은 낭인들이 있었고, 다들 어렵게 살아간다. 낭인들 중에서도 특급 낭인들이 대접을 받기는 하지만 일부분일 뿐이다.

 

청년은 천천히 걸어서 작은 객잔으로 들어갔다. 객잔은 하루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낡아 있었다. 그렇지만 안에는 이미 낭인들이 많이 있었다. 이곳은 낭인들의 휴식처인 낭인객잔이었다.

 

삼류 낭인들이 한잔의 술로 인생의 애환을 달래기 위해서 모여 있었고, 또한 낭인들을 고용할 정보를 얻는 곳이기도 했다.

 

청년은 객잔의 빈 탁자에 가서 앉았다.

 

“소면과 백주 1병.”

 

“칠전 30개다.”

 

청년의 말소리는 무저음이었다. 감정의 고저가 없어 보였다. 그런 청년의 말에 낭인객잔의 점소이 역시도 성의 없이 말을 했다. 낭인객잔에 주인도 삼류 낭인으로 생활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마련한 곳이고, 고용된 점소이도 낭인들이었다. 친절이라고는 담을 쌓고 사는 것이 당연했다.

 

청년이 돈을 주자 그제야 술과 음식을 내주는 점소이였다. 점소이가 내온 백주를 잔에 따르지도 않고 들고서 들이켰다. 싸구려 백주였는지, 독하기만 하고 향도 탁했다. 소면은 잘 익지도 않아, 그저 불어 있는 상태였다. 도저히 사람 먹을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청년은 그저 묵묵히 음식과 술을 먹었다. 청년의 주위로 낭인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요즘 대막을 시끄럽게 하는 사건을 말하고 있었다.

 

“대막혈궁의 소궁주인 율가람이 대정문의 대막일화 유혜선을 원한다고 하던데 말이야!”

 

“대막혈궁이 원하면 아무리 대정문이 중견 문파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을 텐데.”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은가 봐.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 대막혈궁의 소궁주인 율가람이 어떤 성격인 말이야!”

 

“화화공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청년은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술을 마셨다.

 

낭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정문(大正門)에서 자신의 딸을 율가람 같은 놈에게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는 데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대막혈궁(大漠血宮)은 대막의 4대 실세 중에 하나였다. 수라궁(蒐羅宮), 뇌전궁(雷電宮), 벽력궁(霹靂宮)으로 대표되는 대막문파들 중에 하나라는 소리였다.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대막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대막혈궁의 말은 대막에서 법이었다. 당연히 대막혈궁의 소궁주인 율가람이 분노해서 대정문에게 경고를 했다.

 

 

 

<만일 대정문의 유혜선이 제 발로 궁에 오지 않으면 그 날로 대정문은 대막에서 사라질 것이다!>

 

 

 

대정문은 율가람의 말을 끝내 거절했다.

 

대정문의 유성찬은 딸을 지극히 위하는 인물이었다. 또한 대정문은 중견 문파이면서도 대막 제일 상가였다. 대막 자금유통의 3할을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동안 대정문은 대막의 어떤 곳과도 손을 잡지 않고 있었다.

 

유성찬은 다른 대막 4세들의 개입도 차단했다. 그들도 역시 대막일화(大漠一花) 유혜선을 노리고 있었다. 딸을 볼모로 하느니 차라리 맞서 싸우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낭인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했다.

 

상상을 불허하는 액수를 제시했다.

 

 

 

<1인당 황금 10냥을 주겠다!>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금액을 제시했음에도 낭인들은 쉽사리 대정문을 향하지 못했다. 상대가 대막혈궁이었기 때문이다.

 

대막 4세 중에서도 대막혈궁은 가장 강했다. 특히 대막혈궁의 궁주인 광염마제(狂炎魔帝) 율극환은 광염혈류마공(狂炎血流魔功)을 대성한 대막최고의 무인이었다. 중원의 무인들에 비해 무시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그 실력이 강호 백대고수 안에 들어갈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막혈궁의 고수들만도 2,000명이 넘었다. 그들을 상대한 다는 것 자체가 세상을 하직하고 싶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객잔에서 모든 음식과 술을 먹은 청년이 말없이 일어나서 객잔을 나섰다.

 

 

 

“아버님! 제가 시집가겠어요!”

 

“안 된다. 그놈은 너를 위하는 놈이 아니다!”

 

막 피어나는 수선화와 같은 여인은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그 앞으로 보이는 중년인은 애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대정문의 문주인 유성찬과 딸인 유혜선이었다.

 

“아버님, 저를 보내지 않으면 대정문의 모든 사람이 죽어요!”

 

“그래도 안 된다. 난 네 어미에게 약속했다. 반드시 네가 원하는 사람에게 시집을 보내겠다고 말이다!”

 

유성찬에게 유혜선은 아내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죽어가는 순간까지 유혜선의 안위를 생각하던 아내의 마지막 말을 유성찬은 꼭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대정문의 유성찬은 원래가 중원인이었다. 중원에서 상가를 차리다가 파산을 당하고, 갈 곳을 잃은 유성찬의 조상이 이곳 대막에서 다시 일으켜 세운 문파였다.

 

“대정문에 남은 사람들을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넌 신경쓰지 말거라. 낭인들을 모집하고 있으니 조만간 대막혈궁 놈들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막혈궁은 대막의 실세예요. 누가 죽으려고 우리 문파에 오겠어요!”

 

“대막혈궁이 실세이긴 하지만 놈들은 모든 주력을 이곳으로 보낼 수 없다. 요즘 들어 수라궁과 벽력궁이 대막혈궁을 견제하는 상황이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느니라!”

 

대막혈궁의 주력이 아니라고 하지만 낭인이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막혈궁은 대대로 무사들을 전사(戰士)라고 하였다. 전사들은 상당한 실력을 가진 투사들이었다. 대막혈궁의 전사들 중 1명 1명이 일반낭인 10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이길 수 없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최소 300명이나 온다고 했어요. 율가람, 그놈도 온다고 해요!”

 

“괜찮다. 대정문은 그렇게 약하지 않다!”

 

유성찬은 말로는 딸을 안정시키는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괴로웠다. 조상들이 일구어 논 대정문을 자신의 대에 이르러 모두 무너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이 결정이 잘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지만 유성찬은 결심을 했다. 여인을 노리개 취급하는 개자식에게 딸을 보낼 수 없었다. 딸의 고통이 눈에 선했다.

 

 

 

대정문의 정문에 낭인객잔에 있던 산발의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대정문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 청년의 앞으로 대정문의 정문을 맞고 있는 이대길이 다가왔다.

 

“무슨 일로 왔는가?”

 

“낭인을 고용한다고 해서 왔다.”

 

이대길이 청년의 몸 꼴을 보았다. 허름한 옷과 산발한 머리, 어느 것 하나 대단해 보이는 곳이 없었다. 삼류 낭인도 되어 보이지 않은 놈이 와서 반말을 하자 이대길이 소리를 질렀다.

 

“이곳이 아무나 받아들이는 곳인 줄 알아!”

 

청년은 이대길의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싫다는 건가.”

 

“어린놈이 너무 버릇없구나! 어서 꺼져라!”

 

청년은 고용하지 않는다는 이대길의 말에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 그런데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짓이죠?”

 

여인은 이대길에게 호통을 쳤다.

 

“아가씨, 저놈은 그저 별 볼일 없는 낭인입니다.”

 

“그래도 대정문을 위해서 온 사람이에요! 어떻게 문전박대를 할 수 있나요!”

 

여인은 바로 대정문을 소용돌이로 몰고 간 주인공인 유혜선이었다. 그녀는 어질고 현명한 여인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을 주고,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착한 여인이었다. 그렇지만 힘이 있다고 남을 무시하는 자에게는 엄한 여인이기도 했다. 그녀는 외유내강의 전형적인 여인이었다.

 

“죄송해요. 절 따라오세요. 우선 식사라도 드릴게요!”

 

“아가씨, 이놈이 어떤 놈인지도 모릅니다. 위험한 놈일 수 있습니다.”

 

“됐어요. 제가 보장하겠으니 그만 물러가세요.”

 

“알겠습니다. 아가씨! 하지만 조심하십시오!”

 

이대길도 유혜선을 싫어하지 않았다. 유혜선은 모든 대정문도들이 모두 좋아하고 존경하는 여인이었다. 그래서 조심하라고 한 것이다.

 

“날 고용할 건가.”

 

“고용할게요. 그러니 따라오세요!”

 

유혜선은 청년의 모습이 너무 처량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찢여진 마의와 다듬어지지 않은 머리카락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유혜선은 안타까웠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보이는 모습은 약관은 갓 넘어 보였다. 그런 나이에 이렇게 고생한 청년을 보자 측은지심이 생긴 것이다.

 

유혜선이 가는 곳을 향해 청년이 따라갔다.

 

가는 동안 유혜선이 청년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천악.”

 

“나이는요.”

 

“25살.”

 

“어머,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요. 호호호!”

 

유혜선은 청년의 굳은 표정을 풀어주려고 사근사근하게 말을 한 것이지만 청년의 표정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인이 말을 하든 말든 그는 처음과 똑같았다.

 

유혜선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와 얼굴을 보고 이렇게까지 무감정한 사람은 말이다. 대막혈궁의 소궁주 율가람이 대정문을 공격해서라도 얻으려고 하는 유혜선의 아름다움은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머리카락은 묶는 게 낫지 않나요.”

 

“그런가.”

 

“묶으면 더 훤칠하겠어요!”

 

“모르겠다.”

 

천악의 말은 딱딱하고, 길지 않았다. 길게 말을 하려고 해도 대답이 너무 짧아서 유혜선이 당황했다.

 

“식사는 없나?”

 

“아니에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져 올게요!”

 

천악은 주방으로 들어간 여인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감정은 차가웠다.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고용한 사람일 뿐이었다.

 

블랙드래곤 가이렌스의 사념과 드래곤하트를 흡수한 후 천악의 마음은 흉성을 띠게 되었다. 흉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었던 천악은 전쟁에 참가했다. 전쟁에 참여한 것은 흉성을 폭발시키고, 마음을 차갑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참기만 해서는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다. 오랜 전쟁이 끝이 나고 나서 천악은 마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 차가워졌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저 한 수면 죽일 수 있는 존재 정도로 보게 되었다. 또한 여인에 대한 감정도 죽어버렸다. 인성이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아직까지 천악의 마음에는 드래곤의 광폭한 성향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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