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최강 군바리 182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61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2화
182화 낚시의 묘미 (4)
검강을 품은 디바인 소드를 힘껏 휘둘렀다.
바우웅!
진동음을 일으키며 맹렬한 회전과 함께 날아가는 반원 형태의 검강.
“으, 으허엇!”
재수 없게 실실 쪼개던 녀석이 기겁해서 헛바람을 집어삼킨다.
부랴부랴 기형 검으로 검강을 후려치는 중년 기사.
카가강!
“커헉!”
용케 검강을 받아내긴 했지만, 답답한 신음과 함께 입에서 핏물을 게워낸다.
부러진 기형 검을 들고 경련하듯 몸을 덜덜 떠는 중년 기사.
거의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대에게 디바인 소드로 두개골을 가르면서 지나쳤다.
스칵!
“놈들의 머리를 부숴라!”
먼저 시범을 보이고서 크게 소리쳤다.
프레하 제국 놈들이 시체를 되살려 흑기사로 부활시키기에 잔인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
“마, 막아! 방패를 들어!”
제법 실력 있어 보이는 기사 하나가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불가능한 명령이라는 걸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전투마에 오르지 못한 기사는 병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존재.
약간의 과장을 더하면,
그저 조금 더 위협적이고 조금 더 강인한 육체 능력을 지닌 것에 불과하다.
다른 기사들에게 소리치면서 각오를 다지는 녀석에게 디바인 소드를 빠르게 두 번 그었다.
츠각! 서걱!
방패와 함께 팔과 머리가 가볍게 썰린다.
검강 앞에선 녀석의 푸른 마나 블레이드는 약간의 저항감조차 전해주지 못한다.
어찌어찌 전투마에 올라탄 프레하 제국 기사들도 있었지만, 나는 무인지경으로 대열을 가르고 돌파했다.
퍼엉! 퍼버벙!
적 기사들을 돌파하자, 세인트가 프레하 제국의 마법사와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들어왔다.
전투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폭행에 불과하다. 적 마법사는 마법으로 이루어진 불덩이를 막는 것만으로도 쩔쩔매고 있었다. 반면에 세인트는 양손에 불덩이를 만들어 장난하듯 툭툭 던지고만 있었다.
상대가 마법을 사용한 실전 전투에 경험이 적어 보인다. 다른 놈들 같으면 블링크를 싸가면서 표적이 되지 않도록 정신없이 돌아다녔을 텐데 말이다.
그러니 세인트 녀석이 여유를 부리면서 갖고 노는 걸 터다.
“시안! 프론트 경!”
후미의 부하들이 적진을 뚫고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서 크게 소리쳤다.
“아이언 1중대! 나를 따르라!”
“아이언 2중대는 나를 따르라!”
뒤따르던 시안과 피터슨 프론트가 나를 중심으로 나뉜다.
편의상 아이언 기사단과 블루드래곤 기사단을 하나의 명칭으로 통합한 결과다.
두 명의 기사단장에게 각각 50명씩 맡겨 통솔하도록 한 것이다.
수류탄과 화살 공격에 이어 기사단의 돌파를 허용한 적 기사단은 절반 이하로 숫자가 줄어든 상태.
중앙을 돌파당하면서 두 개로 나누어진 적을 효율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 연습해둔 전술이다.
아군의 공격을 피해 도망치는 놈들을 처리하는 게 나의 할 일이다.
“칼립!”
말고삐를 잡고서 이름을 부르자, 녀석이 눈치 빠르게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크게 원을 그리면서 반전했다.
시안과 피터슨이 이끄는 두 개의 기사단이 두 개로 나뉜 적진에 돌격해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제히 랜스를 전방에 겨누고 돌진하는 광경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꼬치에 고기를 꿰듯이 프레하 제국 기사들이 갑옷이 랜스에 뻥뻥 뚫린다. 전투마와 혼연일체가 되어 돌진하는 운동 에너지가 금속으로 이루어진 갑옷쯤은 가뿐하게 뚫어버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어딜!”
프레하 제국의 기사 하나가 숲으로 달아나려는 것을 발견하고서 디바인 소드를 힘껏 집어 던졌다.
휭, 휭, 휭!
회전을 일으키면서 날아간 디바인 소드가 도주하는 적 기사의 갑옷을 가르고 등에 박힌다.
충격 때문에 적 기사의 몸이 붕 떠올랐다가, 피를 쏟아내면서 바닥을 뒹군다.
디바인 소드를 의식하면서 손을 감아쥐는 순간,
텁!
약간의 내공이 빠져나가면서 디바인 소드가 손아귀에 잡힌다.
이래서 내가 도주하는 적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디바인 소드의 부메랑과 같은 능력을 이용하면 확실한 살상 능력을 연속으로 발휘하니까.
몇 명이 더 도주하려 했으나, 그때마다 디바인 소드를 사용해 해치웠다.
“여어, 뭐하냐?”
세인트 녀석이 곁으로 다가와 올려다본다.
“아예 가루로 만들어 놓은 거야?”
녀석이 싸우던 장소를 확인하고서 헛웃음을 흘렸다.
적 마법사와 싸우던 장소는 시커멓게 그을려서 아무것도 남아 잇지 않았다.
“리치로 부활시키면 피곤하거든.”
“뭐… 잘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인트 녀석이 리치였던 시절에 얼마나 무시무시한 놈이었는지 아는 까닭이다.
물론 지금은 더 무시무시한 놈이 되었지만.
“싸움이 거의 끝나가는데 어쩔 거냐?”
“뭘?”
“뱅크스 요새에 껄떡대는 애들 말이다.”
“걔들이 왜?”
“프레하 제국 놈들만 지저분한 방법을 쓰라는 법은 없잖아? 제법 많이 죽었을 거다. 몬스터와 놈들의 시체를 언데드로 만들어서 공격하게 하는 거 어때?”
세인트가 음흉한 얼굴로 말한다.
“가능해?”
“이 자식 봐라? 나 마왕이야! 마왕!”
턱을 치켜드는 세인트 녀석을 내려다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그럼 왜 이번 전투에서 죽은 놈들을 되살리지 않는 건데?”
녀석을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프레하 제국 놈들이 되살리지 못하게 머리를 확실하게 부수라고 했던 녀석이 바로 세인트다.
그런데 뱅크스 요새의 몬스터와 적병의 시체를 언데드로 만들자고 하니, 기가 막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인마, 꼭 내 입으로 말해야겠냐?”
우거지상을 하고서 툴툴거리는 세인트.
“응. 꼭 들어야겠어.”
“짝퉁 마왕이랬잖아! 내 실력이 부족해서 마나의 축복을 받은 존재는 되살릴 수 없다. 꼭 그렇게 물어봐야 속이 시원하냐? 망할 자식아!”
***
성벽 위에 올라선 듀카스 대공은 적진을 살피면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공격할 생각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군.’
트레뷔셰를 전진 배치한 것을 보면 분명 공격할 생각인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거리에 배치한 것도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아이언 성에 배치한 캐터펄트로 요격에 들어갔을 터다.
‘긴장감을 고조시켜 정신적으로 지치길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어.’
걸핏하면 병사와 흑기사단을 정렬시킨다. 당장에라도 공성전을 벌일 것처럼 하면서 정작 공격해오지는 않는다.
덕분에 듀카스 대공은 쉬지도 못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적진을 살피고만 있었다.
“아이언 백작이 돌아왔습니다!”
통통한 얼굴에 콧수염을 익살스럽게 말려든 형태로 기른 와레즈 자작이 듀카스 대공의 상념을 깼다.
“응? 벌써 돌아왔는가?”
그는 고개를 돌려 성 아래로 통하는 계단을 살폈다.
과연 윌슨이 은색의 갑옷을 입고서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다.
“아이언 백작! 어서 오게.”
“충!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수고했네, 그래 목적은 이루었는가?”
“물론입니다. 총사령관 각하!”
윌슨이 빙그레 웃으면서 자신감 넘치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뱅크스 요새를 구원하러 가려던 것이 확실했던 것인가?”
듀카스 대공이 마른침을 삼키고서 물었다.
뱅크스 요새에 설치된 마법은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파괴할 수 없다고 들었다.
무려 8서클의 마법사인 세인트가 심혈(?)을 기울여 설치한 마법진이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고위 마법사가 설치한 마법진을 파괴하려면 그에 걸맞는 실력자를 보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듀카스 대공이 눈을 빛내며 기대하는 거였다. 프레하 제국의 실력자를 하나 제거할 때마다 그만큼 엘튼 제국이 유리해지는 것이니까.
“그렇습니다. 최소 7서클 수준으로 짐작되는 프레하 제국의 흑마법사를 제거했습니다.”
“오, 오! 그게 정녕 사실인가?”
듀카스 대공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프레하 제[국에 7서클 마법사가 존재했었는지, 존재하지 않았었는지,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놈들은 사악한 수법으로 한계를 벗어나는 걸 즐기는 놈들이었으니 말이다. 어쩌면 윌슨이 제거했다는 흑마법사는, 궁정마법사로 오래전부터 이름을 날리던 ‘데블란 드 베르나르’일 지도 모른다.
“그렇습니다. 세인트가 확인한 사실이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대단하군! 응? 그런데 세인트 경은 어찌 보이질 않는 것인가?”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항시 윌슨의 곁에 있던 세인트가 보이지 않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응? 그게 무슨… 오…….”
고개를 갸웃거리던 듀카스 대공이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윌슨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자신을 감싸는 걸 느낀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얘기를 듣는 건 좋지 않아서 말입니다.”
“대단하군. 이런 식으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 다른 사람은 우리의 얘기를 들을 수 없는 것인가?”
듀카스 대공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윌슨을 쳐다보았다.
마나를 무기나 갑옷에 주입해 강도나 절삭력을 높이긴 했어도 이런 식의 운용은 처음 보는 거였다.
“그렇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대단한 기술이군. 나중에 나도 좀 가르쳐줄 수 있겠는가?”
“생각보다 어려운 기술은 아니라서 쉽게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윌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곳 세상의 기사들이 마나를 운용하는 방식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아는 까닭에, 듀카스 대공이 배우기 쉽지는 않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 무엇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얘기를 듣는 걸 꺼리는 것인지 말해보게.”
“세인트는 적진의 뒤편에 포털 마법진을 설치하는 중입니다.”
“적진 뒤에? 어째서 그토록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인가!”
듀카스 대공이 놀라서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까딱 잘못했다가는 프레하 제국군에게 발각된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녀석이 하려는 일은…”
***
엘튼 제국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한 병사들은 지루함과 싸우는 것이 더 큰 일이었다.
무슨 생각에선지 지휘관들은 가끔 인원 점검 차원에서 대열을 이루게 했다가 해산하기를 반복했다.
“이봐, 세비앙!”
“왜 또?”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던 ‘세비앙’이라는 이름의 프레하 제국 병사는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프레하 제국에서 출발할 당시만 해도 전쟁에 관한 두려움 때문에 잠이 오질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로 원정에 나와보니,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시커먼 갑옷을 입은 흑기사들이 너무나 쉽게 엘튼 제국의 국경 요새를 함락하니 할 일이 없었다.
이제는 느긋하게 쉬는 게 일상이 되어갈 정도.
한마을에서 자란 브롱드가 자신을 부르는 것조차도 귀찮은 생각이 생길 만큼 말이다.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저 치들 말이야.”
브롱드가 차마 손으로 가리키지 못하고 턱짓으로 슬쩍 흑기사들을 가리켰다.
“흑기사님들이 왜?”
“죽은 사람들이라는 소문이 있어.”
“난 또 뭐라고?”
“응? 알고 있었어?”
“네가 이제야 알았다는 게 더 놀랍다. 인마.”
세비앙이 헛웃음을 흘렸다.
“난 오늘 처음 들었는데? 어떻게 알았어?”
“바보냐?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음침한 분위기 팍팍 풍기는 거 보면 답이 나오잖아. 흑마법사인 무아를랑이라는 사람이 턱 하니 부사령관이 된 거 보면 몰라?”
“어? 그러네? 근데 정말 우리 이래도 되는 거냐? 죽은 사람들과 함께 싸우는 게 영 찜찜하단 말이지.”
“별걱정을 다 한다… 우리가 힘들게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게 어디야? 난 오히려 고맙기만 한데?”
“하긴… 어? 저건 또 뭐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하던 브롱드가 눈을 크게 떴다.
“뭔데 그래?”
“저기 이상한 게 다가오고 있어. 사람 같은데?”
브롱드가 질색한 얼굴로 말했다.
느릿느릿 다가오는 존재는 프레하 제국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나같이 멀쩡한 놈들이 없었다. 한쪽 팔이 없거나 머리에 화살을 박은 놈도 있었다.
살아있는 존재라곤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딱히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흑기사도 죽은 사람을 되살려 낸 존재라고 알려진 마당에, 언데드 병사를 사용하지 말란 법도 없었으니까.
생각할 줄 알고 말을 할 수 있어서 그렇지, 흑기사 또한 언데드니까.
프레하 제국군의 복장을 하고 있으니, 다른 병사들도 익숙함(?)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듯했다.
“아군인가?”
“좀 심한데? 나도 죽으면 저런 놈들로 만들어 싸우게 할 셈인가?”
브롱드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알려야 하지 않을까?”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하시겠지.”
세비앙은 심드렁한 음성으로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그렇겠지? 어, 어! 놈들이 달려와! 어째서지?”
“저 자식들도 집합 명령이 떨어진 건… 제기랄! 적이다!”
느긋하게 대답하던 세비앙은 목이 찢어지라 소리쳤다.
활을 든 언데드가 화살을 시위에 거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