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46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6화
마신(魔神)의 강림(降臨) (2)
비틀!
사영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허리가 꺾이는 순간 전신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겠지만 사영은 달랐다. 잠시간 마비가 있다가 곧 척추를 회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사부의 용혈이 없었다면 죽었을 것이다!’
사영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갔다. 눈앞에 있는 놈은 괴물이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그에 걸맞는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소리였다.
웬만하면 용혈의 힘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네놈이 감히 나를 괴물로 만들어!”
우드드득!
신체가 변하면서 무수한 비늘이 사영의 몸을 뒤덮었다. 용혈은 단전 안에 머물고 있다가 시전자가 필요할 때 몸 안의 혈류를 급속도로 빠르게 흐르게 해준다.
몸 안에 흐르면서 퍼져 있었던 기운들을 하나로 뭉쳤을 때 힘이 폭발적으로 상승한다. 또한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 몸을 변형시켜,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증폭된 힘과 더불어서 흉폭한 본성이 드러난다.
흉폭한 본성은 인간의 흉폭성과는 차원이 다른 잔인성을 보여주었다.
사영의 눈이 붉게 충혈이 되었다.
“죽여주마!”
이제까지 보여준 사영의 기운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영과 천악의 대결을 지켜보던 천마를 비롯한 마교인들은 모두 놀라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죽음의 기운이었다.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 마교인들은 천악이 얼마나 강한지 깨달았다.
사영의 지독한 살기를 받으면서도 천악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언제나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이미 몇번이나 경험해 본 일이기에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파앙!
사영이 천악을 향해 달려들었다. 달려가는 반동을 위해 지면을 차자 파공성이 들렸다. 사영의 뒤로 파편들이 날아갔다. 빛을 가를 정도로 빠른 사영의 신형이었다.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사영의 손이 매의 발톱을 연상하도록 변했다.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채려고 할 때의 매서운 힘이 실려 있었다.
천악의 얼굴을 산 채로 뜯어버리려는 사영이었다. 사영의 뇌공조(雷功爪)가 순식간에 천악의 얼굴에 다다랐다.
천악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사영의 뇌공조를 피했다. 그러자 사영이 앞으로 더욱 파고들며, 천악의 얼굴을 집요하게 노렸다.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지만 천악의 시선은 여전히 상대의 신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절대영안인 야수안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단전에서 기가 움직여야 하고, 기운을 외부로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근육이 또한 움직여야 한다.
천악은 사영이 움직이는 동선이 모두 보였다. 이미 짐작하고 있기에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쌔애애앵!
바람소리가 천악의 얼굴 바로 앞으로 들려왔다. 천악은 사영이 펼친 뇌공조의 위력을 살피다가 바로 손을 뻗었다. 사영의 뇌공조를 향해 주먹을 날린 것이다.
퍼퍽! 퍼퍼퍽!
권격과 뇌공조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사방으로 기운이 퍼졌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사영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권격에 부딪친 뇌공조가 힘없이 부서지며 오른손이 부서졌다.
천악이 부서진 사영의 손가락을 잡아서 다시 반대로 돌렸다.
우드드드득!
“크으으윽!”
사영의 손가락이 모두 부서져 나갔다.
천악이 고통으로 멈춰선 사영의 다리를 걸어 뒤로 넘어뜨렸다. 넘어뜨린 상태에서 사영의 위로 올라탔다. 올라타고 사영의 얼굴을 향해 마구 주먹을 날렸다.
퍼퍼퍼퍼퍼퍽! 퍼퍼퍼퍽!
주먹에 실린 힘이 장난 아니었다. 사영의 얼굴을 마구 치자 그 힘으로 바닥까지 부서져 나갔다. 사영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눈을 제대로 뜰 수도 없이 천악의 주먹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럴 수가!’
사영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절망했다. 용혈로 인해 용신갑으로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굉장한 수법에 당한 것도 아니라 일반 하류 잡배들과의 싸움처럼 당하고 있었다.
천마는 천악의 개싸움에 움찔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형편없는 무공으로 보이겠지만 직접 당하면 막상 막아낼 재간이 없어 보였다.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해매다가 결국에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꿀꺽!’
천마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렇게 당하면 이긴다고 해서 영광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당한 사람은 개망신이었다.
사영의 얼굴이 문드러지고 있었다. 비늘로 인해 단단함이 금강불괴를 넘어갔지만 천악의 주먹은 금강불괴조차 우그러트리고 있었다.
사영은 주먹이 이토록 아프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천악이 사영의 배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앉아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주먹이 너무 빠르다 보니 사영이 도망칠 수도 없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의식이 사라지려고 했다.
사영의 얼굴이 본래의 형상을 완벽하게 잃어갈 때 천악이 일어났다. 일어나서 사영의 온몸을 인정사정없이 밟았다.
우드드득! 우드드득! 우드드득! 우드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마교 전체를 울렸다.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을 마교인들 모두 느꼈다. 더군다나 그 일을 행하는 자의 얼굴이 무표정했다.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사람을 산 송장으로 만들어버리니 무섭기까지 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200여 개의 모든 뼈마디가 완벽하게 으스러졌을 때 천악의 무자비한 폭행이 멈추었다.
천악은 이렇게 한다고 해서 사영이 죽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놈들은 머리가 부서지지 않는 이상 징그러울 정도로 재생력이 뛰어났다. 그래서 안심하고 두들겨 팼다.
상황이 끝나자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 누구 하나 작금의 상황에서 먼저 입을 떼는 사람이 없었다. 순식간에 폭풍이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꾸물! 꾸물!
사영의 몸이 저절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단세포 생물을 넘어서는 뛰어난 재생력이었다. 사영은 고통 속에서 마지막 수를 사용해야 했다.
‘사부가 주신 마지막 보류다. 이것으로 네놈들을… 죽여주마!’
처음부터 사용했다면 이처럼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힘을 너무 믿다가 천악을 만나는 바람에 이처럼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말을 할 수 있게 된 사영이 소리를 쳤다.
-철인(鐵人)소환!
천악은 사영이 다 회복하기도 전에 소리를 지르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지른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우우웅! 쿠궁!
허공에서 공간이 갈리면서 10여 장의 거대한 철동상이 나타났다. 철동상이 공중에서 아래로 내려오더니 바닥을 내디뎠다. 그러자 거대한 크기 때문에 지축이 흔들렸다.
마교인들이 놀라서 철괴인으로부터 멀어졌다. 너무 크다 보니 그 크기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천마 역시도 갑자기 나타난 철동상을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 왜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악은 사영이 공간이동을 한 것을 보았다.
‘워프와 타이탄인가?’
타이탄은 이 세계의 무기가 아니었다. 블랙드래곤 가이렌스의 기억을 살펴보면, 타이탄은 드래곤을 상대하기 위한 인간의 무기로, 그 위력이 대륙을 진동할 정도로 대단하다고 알려졌다. 또한 타이탄도 등급이 존재하며 등급에 따라 위력은 천지 차이라고 한다. 물론 아닐 수도 있었다.
지금 나타난 철인은 대륙의 타이탄과는 모습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악도 확신을 가지지는 못했다.
타이탄은 소환자와 의식의 연결이 되어 있으면 둘 사이에는 공간이동도 가능했다.
아무튼 사라진 사영이 철인으로 공간이동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끼이이잉!
철동상이 움직이자 마교인들은 기겁했다. 저처럼 거대한 동상이 움직이면 피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더군다나 저것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우선은 거리를 벌려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천마가 소리쳤다.
“모두 물러서라!”
“헉! 헉! 헉!”
사영은 철인에 소환되어 있었다. 그사이에 숨을 몰아쉬며, 체력을 보충했다. 어찌나 심하게 당했는지 원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철인을 사용한 이상 누구도 자신을 이길 수 없었다. 철인은 그야말로 무적이었다. 과거에 사부가 철인을 주면서 최후에 사용하라고 했을 때, 사영은 굉장히 흥분했었다. 철인의 압도적인 힘에 놀랐었기 때문이었다.
철인의 눈으로 사영은 천악을 바라보았다.
아주 조그맣다. 그냥 밟아죽이면 그것으로 끝이 날 정도로 작았다.
“아무리 네놈이 강해도 철인은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죽어랏!”
사영이 외치며 철인의 발을 들었다. 발을 들어 개미와 같은 천악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쿠과과과과광!
단상이 완벽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천악이 철인의 발 아래에 밟혀버렸다.
굉장한 실력을 내보이던 천악이 허무하게 당하는 순간이었다.
천마를 비롯한 마교인들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철인의 동작이 너무 민첩하고 빨랐다. 저처럼 거대한 크기의 철동상이 움직인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데, 빠르기까지 하니 막아낼 방도가 없어 보였다.
“저…럴 수가!”
천마는 지금 당장 막아내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자 모두 피하라고 명령했다. 천마의 뒤로 곽윤아와 유백이 뒤따랐다. 100여 장 이상 거리를 벌려야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크하하하하하하!”
사영은 통쾌하다는 듯이 웃었다.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놈을 쉽게 죽였다고 생각하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마교인들을 돌아보았다.
“개미 같은 놈들이 잘도 도망치는구나! 하지만 한 놈도 살아 나갈 수 없다!”
천악을 해치웠다고 생각한 사영이 다른 곳을 향해 움직이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철인의 오른발이 들리고 있었다.
“뭐…야?”
휘청! 쿠과과광!
사영의 의지와는 다르게 철인이 들리더니 뒤로 던져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철인의 크기는 30여 장(90m)였고, 무게는 20만 근(120t)을 넘었다. 거대한 산을 방불케 하는 크기였다. 그런 철인이 들려서 넘어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철인이 뒤로 들려서 넘어지자 그 뒤로 있던 천마신교의 교단과 전각들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교단이 무너져 내리자 마교인들의 안색이 처참하게 변했다.
사영이 철인을 일으켜 세웠다.
원인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자신이 밟았던 곳에 천악이 멀쩡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는 것은 천악이 철인을 내던졌다는 말이 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네 놈이……!”
인정할 수 없었다. 철인에 탄 자신조차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있다면 자신에게 철인을 준 사부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사영의 눈에 짙은 살심이 뿜어져 나갔다. 천악의 강인함을 보자 질투로 불타올랐다. 자신은 가질 수 없는 압도적인 무력을 타인이 가졌다는 것 자체가 분했기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사부와 사형의 밑에서 무력함을 맛본 패배자의 본성이 튀어나온 것이다.
사영이 일어나자마자 천악을 향해 달려들었다.
천악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천악은 달려오는 철인을 보며 비웃었다.
“철인이 만능은 아니지.”
철인이 생각보다 빠르기는 했지만 그것은 다른 무인들을 상대할 때의 이야기였다. 천악은 그 범주를 넘어섰다. 인간의 범위를 넘어선 천악에게 철인은 장난감에 불과했다.
천악의 주먹에서 무형권강(無形拳剛)이 뻗어나갔다. 자그마치 2장에 달하는 크기였다. 무형의 주먹이 일직선으로 뻗어나가 철인의 가슴팍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퍼어어어어엉! 쿠과과과광!
철인이 무형권강을 맞더니 뒤로 날아가서 마교의 건물들을 또다시 부숴버렸다.
“이…럴 수는 없어!”
사영은 인정하지 못하고 다시 일어섰다. 철인의 가슴팍에 선명한 주먹자국이 생겼다. 만년한철을 넘어서는 특이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철인이었다. 어떤 강기와 기운에도 흠집 하나 없었는데, 천악의 무형권강에 내부까지 부숴지고 말았다.
천악은 일어서는 철인을 향해 야수의 인을 출수했다. 이전까지의 야수의 인이 아니었다. 거대한 산을 찢어버릴 수 있는 크기였다. 힘과 크기 무엇 하나 인간의 상식으로 잴 수 없는 막강한 위력이었다.
쌔애앵! 찌지직!
터엉! 터엉! 터엉!
야수의 인이 스치고 지나간 자리는 날카롭게 베일 뿐이었다. 거대한 팔과 다리를 자랑하던 철인의 사지가 그대로 잘려나가 바닥에 떨어져 나갔다. 철인은 신형을 유지할 수 없어 바닥에 쓰러졌다.
쿠과과과광!
바닥에 쓰러진 철인은 속수무책이었다. 팔과 다리를 모두 잃었으니 다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천악이 철인의 머리통 위로 내려가서 섰다. 손을 뻗어 철로 된 머리통을 뜯어 버렸다.
우지지직!
뜯겨진 철인의 머리통 안에 사영이 몸을 부르르 떨며 겁을 먹고 있었다. 사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천악은 인간이 아니라 마신(魔神)이었다.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거대한 절망이었다.
사영이 겁을 먹고 있는 것을 본 천악이 허공섭물을 사용했다. 그러자 사영의 몸이 저절로 천악의 손아귀에 잡혔다.
천악이 사영의 목을 잡았다.
바둥! 바둥!
사영이 몸부림을 쳤지만 소용없었다. 사영은 이대로 죽고 싶지 않았다. 자신은 아직 죽을 수 없었다.
“살려…줘!”
부들! 부들!
천악은 사영을 보며 말을 했다.
“넌 전의 놈들보다 약하군.”
물리적으로는 사영이 강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사영은 무영과 월영, 전영에 비해 약해 빠진 놈이었다. 자신의 약함을 가리기 위해서 잔인하게 행동을 해 왔던 패배자에 불과했다.
사영은 수치심과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어차피 네놈도 금제가 되어 있겠지.”
“그…걸 어떻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을 발설하지 못하도록 사부가 만들어놓은 금제였다. 금제의 힘은 자신조차 통제할 수 없었다. 만약 그 이상의 말을 하게 되면 자신의 머리통은 폭발하게 된다.
“쓸모가 없군.”
천악은 우선 천마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천악이 사영의 전신에 야수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야수의 기운은 천악의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사영의 전신 사혈에 위치하여 몸을 회복하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커억!”
사영이 몸을 떨다가 기절했다. 그로서는 천악의 기운을 받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