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45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5화
마신(魔神)의 강림(降臨) (1)
뇌공간은 뇌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보통은 뇌기가 몸 안으로 흡수되면 고통스러워하기 마련이었다. 천마조차 강력한 뇌기를 계속 마시자 고통스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들어온 청년은 개의치 않고 있었다.
“네놈은!”
좀 전에 구겁마왕을 죽인 놈이었다.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좀 전에 네놈이 방해했느냐?”
사영이 지독한 살기로 천악을 압박했다. 반면에 천악은 사영의 살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다.”
“감히 버러지 같은 놈이 내 일을 방해하는 것이냐! 온전히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마!”
“해 봐라.”
천악은 사영의 지독한 말에 가볍게 응수했다. 단 몇 마디 말이지만 상대의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었다.
사영이 이토록 분노하는 것은 천악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사부와 사형의 모습과 교차되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언제나처럼 자신을 무시하는 듯했던 사부와 사형이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무력했던 자신의 모습이 싫었다.
천악의 말이 사영의 역린(逆鱗)을 건드린 것이다. 사영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경험해 온 것이 무의식에 작용하고 있었다.
“이…놈! 죽인다!”
천악은 사영이 분노하든 말든 천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몸 안으로 뇌기가 퍼져 있어 신경을 건드리고 있었다. 우선은 뇌기를 뽑아내고 내상을 치료하는 것이 필요했다.
천악은 천마를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 원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천마가 죽어서는 안 되었다.
어떤 놈들인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놈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도록 놔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보기에는 천악의 감정이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지만 분노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분노일지라도 천악이 나서면 재앙이 벌어진다. 그것이 진리이자 사실이었다.
천악의 기운이 천마의 단전에 스며들자 뇌기가 버티지 못하고 몸 밖으로 분출이 되었다. 그 즉시 내상을 치료하고, 몸을 돌보았다.
천악이 사영을 배제하고 천마의 안위를 살피자 분노하는 사영이었다. 사영은 자신의 존재를 이토록 무시하는 놈은 세상에 나오고 처음이었다.
“죽어!”
-암흑뇌룡검법(暗黑雷龍劍法) 암흑뇌공참(暗黑雷功斬).
천악은 사영을 상대로 등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상태였다. 말 그대로 무방비나 다름이 없었다.
암흑뇌공참은 공간을 가르는 베기였다. 간단한 삼재검법중에 하나인 일도양단을 그대로 모방한 것처럼 보이지만 빠름과 파괴력만은 어떤 초식보다 강력하다고 볼 수 있었다. 뇌기가 중첩이 되어 뇌강(雷剛)이 되었다. 강기의 파괴력을 수십 배는 능가하는 뇌의 강기였다. 그 힘을 정면으로 받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질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사영은 천악이 죽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방어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이라고 보았다.
쿠과과과과과광!
암흑뇌공참이 천악의 등 뒤를 어김없이 강타했다. 폭탄이 터진 것처럼 불꽃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뇌강의 폭발이 공간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대단했다.
단상을 제조할 때 들어간 돌조각들이 부서져 나가면서 돌 먼지가 일어났다. 일어난 돌먼지는 뇌기에 그대로 타버려 다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먼지가 사라지고 나자 사영의 눈이 심하게 떨려왔다.
암흑뇌공참에 베어지고, 타버려야 할 천악이 멀쩡히 등을 내놓은 채 천마를 치료하고 있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영에게는 수치로 다가왔다. 무방비인 상대조차 죽이지 못한 무능력을 보인 것 같아 화가 더욱 치밀었다.
천악이 천마의 치료를 모두 끝내자, 천마는 온전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의식을 잃은 것이 아니라 뇌기와 뇌기의 폭발로 인해 몸을 움직이지 못한 것뿐이었다.
천마는 새삼 천악의 놀라운 능력과 실력에 다시 한 번 경악했다. 조금 전에 천마는 무방비로 당할 때 죽음을 각오했다. 그런데 천악이 나타나 천마를 구하고, 사영의 공격에서 방어를 해내었다.
“잠깐 물러나 주시겠습니까.”
“알았네. 자네 정말 볼수록 끝을 알 수 없게 만드는구먼. 그리고 창피하네. 나의 오만으로 일을 어렵게 만들었으니 말이야!”
천마는 자신의 실력을 믿고 일을 진행시켜 상황을 어렵게 만들은 것을 자책했다. 만약 천악이 아니었으면, 자신의 손녀와 제자까지 죽었을지도 몰랐다. 천마가 오늘, 하나는 확실하게 배우게 되었다.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배웠다면 다행이군요.”
“그 전에 놈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제압할 수 있겠나!”
사영의 무서운 능력을 보았기에, 제압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은 천마도 알고 있었다. 천마조차 이기지 못한 놈이었다. 그런 놈을 제압하려면 그보다 적어도 몇 배 이상 강해야 할 것이다.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자네만 믿겠네.”
천악이 뇌공간을 반으로 가른 후 천마를 보냈다.
상황을 뒤에서 지켜보던 사영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르고 타오르고 있었다. 천악이 사영을 뒤로 놔두고, 태연하게 대화를 하자 가슴속에 숨어든 용암 같은 기운을 더욱더 부채질했다.
“한 수 득을 보았다고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네놈이 감히 나를 제압하겠다고! 그럴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못할 것도 없지.”
부르르르!
사영의 몸이 분노로 떨었다.
사람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다니 천악의 입심이 장난 아니었다. 다만, 대화의 이질성이 존재하기는 했다.
사영은 당연히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에, 천악은 당연히 제압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듣기에 따라서 거짓은 없었다.
“어디 해 보아라!”
“말이 너무 많군.”
천악의 말 하나하나가 사영에게는 거슬렸다. 길게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 말이 생각하기에 따라서 상당히 사람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있었다.
“뭐… 이놈!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헛!
사영이 말을 하는 동안 천악이 야수의 인을 날렸다. 더 이상 상대의 말을 들어줄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천악에게 지루한 말장난은 체질이 아니었다. 상대의 말을 들어줄 의무도 없거니,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암흑뇌공참을 능가하는 빠르기였다. 더군다나 빠른 것만이 아니었다. 날카로움이 검강을 훨씬 능가했다.
사영이 헛바람을 일으킬 만했다.
날아오는 예기만으로 베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사영의 좌우를 완벽하게 나누어 버리려는 기세가 실린 야수의 인이었다.
사영은 자존심상 피하지 않았다. 흑운검에 뇌강을 시전해서 야수의 인을 막아내려고 했다.
찌지지지직!
뇌강과 야수의 인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뇌강의 폭발적인 뇌격(雷擊)이 뿜어져 나갔지만 야수의 인은 그런 뇌격을 잘라버리고 있었다. 뇌강의 파괴력이 야수의 날카로움에 잘리기 시작했다.
사영은 잘못하면 잘려버릴 수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몸을 피했다.
쌔애앵!
간발의 차이로 피한 사영이 천악을 향해 분노를 뿜어내었다. 그런데 분노를 뿜어내야 할 상대가 사라졌다.
‘없다?’
사영은 순간적으로 상대의 신형을 놓친 것에 당황했다. 뇌공간 안은 자신만의 공간이었다. 움직이는 동선 안에 있는 모든 뇌기가 기척을 알려주었기에 사영은 상대의 신형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상대의 신형을 놓치고 말았다. 뇌기마저 인식하기 전에 움직였다는 말이 되었다.
순식간이었다.
사영이 없다고 느끼고, 천악을 찾을 때였다.
천악의 신형이 사영의 바로 옆 위에 나타났다. 위에서 내리찍는 천악의 주먹이었다.
천악은 육탄전이 특기였다. 육탄전이 외적으로 볼 때 볼품이 없기는 하지만 실전에서 육탄전은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었다. 일단, 가까이 붙었을 때 대부분의 무인들 모두 익숙하지 않아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뻐어어억!
사영이 급히 흑운검을 들어 방어를 취했지만 검과 부딪친 천악의 주먹은 인정사정없었다.
천하의 명검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단단한 흑운검이 천악의 주먹에 맞고 충격을 받았다.
찌지지직! 주르르륵!
산의 거대한 압력이 전신을 때리는 것 같은 충격을 받은 사영의 몸이 2장이나 지면을 끌며 밀려나 버렸다.
욱씬! 욱씬!
밀려난 사영의 몸이 전신을 울리는 굉장한 충격에 고통을 호소했다. 더군다나 정면으로 천악의 주먹을 맞았던 흑운검에 균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쩌저저적!
균열을 일으킨 흑운검이 버티지 못하고 반 토막이 되어 버렸다. 부서진 흑운검에 정신이 팔려 있을 틈도 없이 천악이 공격을 해왔다.
천악은 상대방이 공황상태이든 아니든 신경쓰지 않는다. 숨 쉴 틈을 줄 정도로 천악은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사영 역시도 한눈팔지 않았다. 천악의 권격은 집요하게 사영의 전신 사혈(死血)을 노렸다.
파파파팟! 파파팟!
천악의 권격은 딱 두 가지만이 들어 있었다. 무섭도록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힘. 이 두 가지만을 사용하며 정확하게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막고 있는 상대는 절대 허투루 생각할 수 없다. 이제까지 천악의 주먹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너무 빠르다 보니 인식하지 못했고, 인식한다고 해도 그 힘 앞에 속수무책이었기에 막을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주르르륵!
사영은 그나마 대단한 편이었다.
천악의 권격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전신에 충격을 받자 연신 뒤로 밀려났다. 반격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천악이 공격이 너무 빠르고, 강력해 틈이 없었다.
한 번이라도 눈을 감는 날에는 날아오는 권격을 막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사영은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나왔다. 천악의 권격을 막기 위해 집중했던 것과 천악의 파괴력을 온몸으로 막아서고 있기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사영도 암흑뇌룡검법과 더불어서 암흑뇌공권(暗黑雷功拳)을 익히고 있었다. 검법뿐만 아니라 권법에도 자신이 있었는데, 천악의 권격 앞에서는 방어만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천악의 권격은 무식하게 빠르고 강했다.
사영은 계속 막는 것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즉시 암흑뇌전신보를 펼쳐 공간을 벌렸다. 천악이 거리를 좁히며 따라오자 많이 벌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1자(30cm) 정도 거리를 벌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무영뇌전(無影雷電)을 시전했다. 천악을 향해 뇌전권(雷電拳)을 날린 것이다. 우수에서 번개처럼 빠른 권이 뻗어났다. 정확하게 천악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는 상황이었다.
권투에서 크로스카운터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들어오는 자는 자신의 들어오는 힘에 더 강한 충격을 받는다. 다만 카운터는 눈이 좋아야 하고, 상대의 권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몸을 던져 상대의 턱을 부숴버리는 기술이기에 역날의 명검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사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의 거리라면 충분히 맞을 것이라고 보았다.
슈슈슉!
착!
사영이 날린 주먹이 천악의 얼굴에 도달하기 전에 천악의 손에 걸렸다. 사영은 그 정도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천악의 손이 사영의 우수를 감싸더니 그 자리에 왼쪽으로 몸을 틀어 꺾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팔을 잡고 비틀어 버리자 팔이 속절없이 꺾이고 있었다.
사영은 팔이 꺾이는 것을 본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몸을 반 바퀴 회전했다. 그대로 꺾이면 팔이 기형으로 부러졌을 것이다.
휘이잉! 척!
천악은 사영의 순간적인 반응을 칭찬했다.
“제법이군.”
이제까지 꺾으려고 한 자를 꺾지 못한 적이 없었던 천악이었다. 사영의 상당히 민첩한 반응에 실패했지만 괘념치는 않았다. 충분히 여력을 남기고 한 행동이었다. 더군다나 한 번으로 이어지는 공격은 효용성이 떨어진다. 연속기야말로 궁극의 필살기라고 불린다.
천악은 잡고 있던 사영의 오른손을 붙잡은 채로 몸 안으로 파고들었다. 파고든 순간에 천악의 몸이 나선의 폭풍을 연상케 하는 동작이 나왔다. 거대한 회오리가 사영의 가슴 앞에서 이루어졌다. 그 순간에 사영은 위와 아래가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
“어어!”
휘이이잉!
유도의 한판 업어치기의 변형이었다. 천악이 폭풍처럼 사영을 앞으로 집어 던졌다. 집어 던져 앞으로 메다 꽂아버리는 순간에 천악의 발이 사영의 뒷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질렀다.
휘이잉!
머리통을 박살내 버릴 듯한 발차기였다. 사영은 앞으로 넘어가서 바닥에 꽂히는 순간에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에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바닥에 손을 짚고 앞으로 한 번 더 탄력을 주어 돌아서 착지했다.
척!
착지한 순간에 곧바로 몸을 틀었다.
사영은 다시 돌아 천악을 찾았다. 그런데 천악이 다시 또 사라진 것이다. 방금 전처럼 옆으로 나타났나 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천악이 낮게 접근해서 사영의 다리를 노리고 있었다. 천악은 접근과 동시에 발이 회전하여 사영의 발목을 노렸다.
파팟!
발목을 정확하게 맞은 사영의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옆으로 기울며 공중에 떴다. 극히 짧은 순간이었다. 바닥에 금방 떨어지려는 그 찰나에 천악이 사영의 목과 다리를 두 손으로 제압하고 허리를 노리며 무릎을 갖다 대었다.
뿌드드득!
사영은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천악의 두 손이 요지부동으로 목과 다리를 제압했기에 방법이 없었다.
허리가 직각으로 꺾여버렸다. 몸의 상하 신경계가 이어져 있는 척추를 부러뜨린 천악이었다. 사영이 힘을 다시 쓰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머리로 의지를 전달하여 움직이려고 해도 하체의 반응이 늦어버리고 있었다.
“커억!”
충격이 있은 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사영은 억지로 비명을 참았다. 자존심상 놈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