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44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4화
마교풍운 (5)
주춤! 주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천통귀마와 환영신마였다. 자신들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물러나서 놈의 정체를 물어보려고 하였다.
“누…구? 커억!”
이번에는 바로 옆에서 물어보던 환영신마의 몸이 반 토막으로 잘려나갔다. 상대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물어보려는 생각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듯했다.
천통귀마는 말로 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맛보았다. 구겁마왕을 마치 애 다루듯이 죽여나가고 있었다. 이런 자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넌 그냥 죽일 수 없지.”
처음으로 한 청년의 말에 소름이 돋은 천통귀마였다.
천통귀마의 눈이 다시 청년을 바라보았을 때 상황은 종료가 되었다. 청년의 팔이 천통귀마의 팔다리를 모두 분질러 버렸다. 그와 동시에 단전까지 망가뜨렸다.
“크아아악!”
섬광이 번쩍이는 찰나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벌어진 일은 결코 짧다고 볼 수 없었다.
배반한 구겁마왕 중에 살아남은 자는 단전이 파괴되고, 팔다리가 부러진 천통귀마뿐이었다.
순식간에 구겁마왕을 해치운 천악이 유백과 곽윤아에게 다가갔다.
굉장한 대결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허망한 상황이었고, 무표정하기까지 한 천악의 반응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괜찮습니까?”
유백은 목숨을 구해준 천악에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고맙소이다.”
“고마워요!”
선망 어린 눈동자로 천악을 바라보는 곽윤아였다. 그 전까지 그녀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던 유백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허망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저, 할아버지도 도와주세요!”
곽윤아가 천악에게 부탁했다. 유백 역시도 천마를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천악은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는 없지만 잠시 기다렸다.
천마의 자존심상 그냥 도와주면 분명히 귀찮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지요. 그리고 우선은 다친 사람을 옮기는게 먼저겠군요.”
배반한 구겁마왕들에게 암습을 당한 구겁마왕들이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천마와 사영의 광폭한 대결에서 아직 살아 있는 게 용할 정도였다. 우선은 자리를 피하고, 천마가 마음 편히 싸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
천악은 구겁마왕을 옮기고 난 후 천마와 사영의 대결을 구경했다. 천악의 뒤로 유백과 곽윤아가 버티고 섰다. 곽윤아는 조금이라도 천악을 더 관찰하고 싶어했다. 구겁마왕을 한 수에 끝을 내버린 청년이었다. 당대의 후기지수 중에서 최강의 인물이었다. 아니 후기지수가 아니라 전대의 고수들이라고 해도 구겁마왕을 애송이 다루듯이 하는 인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곽윤아가 천악에게 물었다.
“공자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저는 곽윤아라고 해요!”
“군천악입니다.”
천악이 대답하고 고개를 돌렸다. 천악은 지금 천마와 사영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여인의 물음에 한가하게 대답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천악이 무표정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돌리자 윤아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색다른 충격이었다. 이제까지 자신 앞에서 이토록 냉담한 인물은 처음이었다. 악불강이 그녀를 죽이려고 한 것은 증오하는 반면에 애증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천악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한점의 음심(淫心)도 섞여 있지 않았다.
유백은 곽윤아의 저런 행동이 무얼 의미하는 줄 알고 있었다. 관심이 있다는 표현이었다. 곽윤아는 원하는 일에 대해서 적극적인 여인이었다. 이제까지 그녀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유백이 모를 이유가 없었다.
유백은 마음이 착잡했다. 사부가 데려온 사람이었고, 자신에게는 은인이었다. 두 번씩이나 목숨을 구해준 사람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사랑은 이성적으로 이해한다고 해서 자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는 것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놈에게 수하들이 죽었다.
놈들이 있든 없든 크게 상관은 없으나 일이 자꾸 꼬이자 사영의 분노가 점점 더 타올랐다.
더군다나 상대하는 천마의 실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그전의 천마였다면 손쉽게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인데, 벌써 백여 초식이나 공방전을 벌이고 있었다.
‘지겹다!’
사영은 짜증이 치밀었다.
계획한 대로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꽈과광! 파팡!
사영의 검이 달라졌다. 이제까지 그저 암흑뇌공력과 검속을 이용한 검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본신의 검법을 펼치려고 했다.
사영의 검법이 달라지자 천마 역시도 감지하고 검법을 바꾸었다. 천마지존검법(天魔至尊劍法)의 오의를 시전하기 위해 검을 고쳐 잡았다.
절기를 시전한다고는 하지만 틈이 있어야 한다. 무조건 절기를 펼친다고 절대적인 위력을 보인다고 할 수는 없었다.
다만, 지금은 서로가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뜻이 같아서 절기를 펼치는 데 무리는 없었다.
둘 다 자신의 검법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파팡!
검과 검을 부딪치고, 거리를 벌렸다.
사영의 검법은 암흑뇌룡검법(暗黑雷龍劍法)이었다. 뇌전을 품은 암흑의 용을 형상화시켜 만들어진 비전검법이었다. 사영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부에게서 받은 최강의 검법이다.
천마는 벌어진 공간에서 즉시 천마삼십육분형술을 펼쳤다. 보법이 극에 달했을 때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빨라졌을 때, 잔상이 생겨 환영이 여러 개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천마삼십육분형술이 극에 달하게 되면 모든 환영이 실(實)을 품고, 진의(眞意)를 이루게 된다. 분신 하나 하나가 천마의 오의가 스며들어, 허상이 실이 되고, 실이 허상이 되어 상대의 시야를 철저하게 농락한다.
“천마유성환!”
천마의 검에서 빛살 같은 섬광이 일직선으로 사영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1명의 천마가 쏘자 36개의 분신이 모두 같은 섬광을 출수했다.
빠르기가 유성의 속도를 능가하는 듯했다.
슈슈슝! 꽈과광! 꽈과광!
사영의 신형을 꿰뚫고 지나간 천마유성환이 단상 위에 세워진 전각마저 꿰뚫으면서 굉음을 내었다.
사영의 신형은 그대로 사라졌다. 연기처럼 사라진 신형이었다. 사영의 보법도 천마에 뒤지지 않았다.
천마는 사라진 사영의 기척을 찾았다.
사영은 암흑뇌전신보(暗黑雷電神步)를 펼치고 있었다. 사영의 그림자조차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천마조차 희미하게 기척을 발견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자는 천악뿐이었다.
천악은 사영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바라보았다.
천악이 바라보는 위치에 정확하게 사영의 신형이 도착해 있었다.
사영은 천마유성환을 피하고 나서 바로 암흑뇌룡검법의 암흑뇌기폭열(暗黑雷氣爆熱)을 사용했다. 사영의 검에서 출수된 검은색의 뇌전이 동그란 구체(球體)를 형성했다. 형성된 구체가 불꽃을 튀기면서 천마를 향해 날아갔다.
파파파팟!
날아오는 구체는 뇌기의 결합체였다. 기운으로 뇌기를 한곳에 응축시켜 구체를 만든 것이다.
천마는 그 즉시 몸을 튕겨 다가오는 구체를 피했다. 그런데 피함과 동시에 동그란 구체가 폭발을 일으켰다. 사방으로 검은 뇌기가 퍼져 나갔다. 반경 5장 안으로 휘몰아치는 뇌기의 폭풍이었다.
쿠아아아앙! 휘이이잉!
휘몰아치는 반경 안에서 천마는 검을 휘둘러 뿜어져 나오는 뇌기의 다발을 쳐내었다. 받아치고는 있지만 천마는 충격을 받았는지 뒤로 추춤하며 물러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영이 맹공을 퍼부었다.
암흑뇌룡검법의 암천혈세(暗天血世), 암뢰멸(暗雷滅), 암영우뢰광천(暗影雨雷光天)을 연속적으로 펼쳤다. 지독한 뇌기가 어우려져 그 주변을 시커멓게 태웠다. 사영과 천마의 공간 10여 장을 모두 뇌기의 소용돌이로 만들어, 다른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뇌기의 소용돌이 속에 접근하는 자는 천마 이상으로 강하지 않는 이상 닿는 순간 그 자리에서 재가 되어버릴 것이다.
천마 역시도 쉴 새 없이 검법을 시전했다.
-천마단참(天魔斷斬), 천마파멸(天魔破滅), 천마경천(天魔驚天), 천마지천하(天魔地天下).
투두둥! 꽈과과광!
천마의 검에서 무섭도록 강력한 검법이 출수되었지만 사영의 검법이 그 모든 것을 무력화시켰다.
그 뒤로도 공방은 계속되었다. 누가 이길지 승부를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팽팽해 보였다.
‘크윽.’
천마가 목구멍을 타고 오르는 비명을 감추었다. 공방을 계속 이어 나갈수록 뇌기가 몸속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사영의 뇌기는 번개보다 강력한 것 같았다. 그 힘의 여파가 어찌나 대단한지 검은색의 뇌기로 전신을 휘덮었다.
“천마, 역시 대단하구나!”
사영의 뇌공간(雷空間) 안에서 이처럼 오래 버틴 자는 사부와 사형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사부와 사형은 보통 인간이 아니었다. 그들과 같은 범주에 있는 자는 이 세상에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영의 칭찬에도 천마의 안색은 좋아지지 않았다. 뇌공간이라고 지칭한 곳에서는 숨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기 중에 뇌기가 스며들어 있어 숨 쉬는 기운조차 어둠의 뇌기가 되어 있었다. 숨을 쉴수록 몸 안에서는 원하지 않는 기운이 꿈틀거렸다. 그것이 연속적으로 흘러야 하는 내공의 흐름을 방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뇌기가 나의 몸에 스며들었구나! 젠장!’
천마는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을 끌수록 몸 안으로 스며들은 뇌기가 천마신공의 운용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천마는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음을 결정을 내린 천마가 최강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천마지존검법의 마지막 오의였다. 월영과 전영을 상대할때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 천마검에 형성되었다. 형성된 천마검의 기운이 무형의 기운을 넘어, 천마의 의지를 심었다. 심어진 검은 살아 있는 듯이 꿈틀거리며, 폭발할 곳을 찾아가려고 했다.
“하늘마저 나의 힘으로 부숴버린다!”
천마가 천마파천황(天魔破天皇)을 쏘아내었다. 부챗살처럼 퍼진 강력한 심검이 바람의 칼날이 되어 뇌공간 안을 전부 휘저었다.
슈슈슉! 카카캉! 파파파팡!
사영은 뇌공간 안에서 뇌기의 사용이 자유로웠다. 공간을 무시하고 뇌기를 형성시킬 수 있으며, 원하는 장소에 뇌기를 폭발시킬 수 있었다.
“뇌기여, 나의 의지에 따라 반응하여라! 터져라!”
파파팡! 파파팡! 우르르르! 꽈과광!
천마파천황이 뇌공간을 부수려고 하자 점차 부서지는 뇌기의 그물이었다. 그러나 뇌망(雷網)은 성긴 것처럼 보이지만 쉽게 뚫어지지 않았다. 깨지는 뇌기의 부분은 다른 뇌기가 움직여 점차 무형심검의 기운을 막아서고 있었다.
천마는 천마파천황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뇌기의 폭발을 당해야 했다. 천마의 주변에 떠다니는 뇌기가 뭉쳐지더니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근거리에서 순식간에 터져 버리자 뇌기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야 하는 천마였다.
비틀!
천마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씨익!
사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흐트러진 천마의 신형을 따라서 사영이 빠르게 들어왔다. 어느새 다가온 사영의 검이 천마의 단전을 노렸다. 한 번에 죽이지 않고, 단전을 먼저 망가뜨리려는 수작이었다.
무인에게 있어 내공은 생명이었다. 생명력을 잃은 무인은 무인이라고 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천마와 같은 무인이라면 그 상실감이 더욱 대단할 것이다.
“서서히 죽어가는 거다!”
슈우욱!
망설임없이 천마의 단전에 검을 뻗어나갔다. 뻗어나가는 거리가 너무 가까웠고, 천마는 방어할 기력이 없어 보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천마는 무력하게 당해야 하는 그 짧은 순간이 억겁의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타앙!
우우우웅!
사영의 검이 금성철벽에 부딪친 것처럼 튕겨나갔다. 사영의 흑요석같이 검은 뇌기를 잔뜩 품은 흑운검(黑雲劍)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떨었다.
사영의 놀람은 당연했다.
만년한철이라고 해도 뚫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일검(一劍)이었다. 빠르기도 상당했었는데, 무언가에 가로막혀 천마를 공격하지 못했다.
“뭐냐?”
이해할 수 없는 사영이었다.
내상을 입어 내공의 흐름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천마가 방어할 수는 없었다.
천마는 여전히 기력이 떨어져서 힘들어하고 있었다.
“거기까지.”
사영이 어리둥절할 때 뇌공간을 뚫고 들어온 음성이 있었다. 음성에서 느껴지는 무미건조함이 사영의 신경을 건드렸다.
뇌공간은 사영만의 공간이었다. 자신이 풀어 주지 않는 이상 어느 누구도 뚫고 들어올 수 없는 철혈의 방패였다. 그런데 뇌공간을 뚫고, 자신과 천마 이외의 인물이 접근했다.
사영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쩌저저적!
뇌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들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마치 미풍(微風)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가볍게 무마시키고 들어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