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43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92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3화
마교풍운 (4)
천마조차 사영의 실력에 놀라는 눈치였다. 자신조차 제자였던 놈의 실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다.
천마보다 놀란 사람은 유백과 곽윤아였다. 특히 유백은 사영의 놀라운 실력에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본신의 실력만 놓고 볼 때 자신은 구겁마왕 중에 1명을 저토록 쉽게 죽일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궁백림처럼 덤볐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다.
사영이 구겁마왕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구겁마왕 중에 수라검마 조종성, 환영신마 전가람, 요후빙마 가은희, 천통귀마 백지상이 곁에 있는 다른 구겁마왕에게 살수를 펼치는 것이 아닌가!
파파파팡! 파파팡!
대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암습을 당한 극천광마 전극, 무영쾌마 관후, 철혈참마 강패, 부골시마 용주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크으윽!”
바로 옆에서 믿고 있었던 자들에게 당한 것이라 모두 거동하기 쉽지 않은 내상을 입었다.
그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서 핏물을 흘렸다.
“…왜?”
당한 자들은 쉽사리 인정할 수 없었다. 방금 전까지 같은 편이었던 동료가 갑자기 돌변한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것도 수십 년 동안 같이 생활해 온 자들이었다.
천마 역시도 당황했다.
사영이 구겁마왕까지 같은 편으로 끌어들였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거의 절반의 구겁마왕이 사영의 편에 선 것이다.
웅성! 웅성!
이곳 저곳에서 교인들 역시도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다. 교인들뿐만 아니라 무인들도 당황하는 것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천마는 그 중에서 천통귀마 백지상을 보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이제까지 자신의 옆에서 궂은일을 다 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건만, 알고 보니 배신자였다.
“크크크!”
사영이 천마를 비웃었다.
“어때, 이렇게 돼서 시원한가!”
“귀마를 통해서 나에 대한 정보를 얻었구나!”
“그렇다. 바로 옆에서 술술 다 얘기해 놓고서 모를 수가 있나! 결국 사부는 내 손바닥 안에서 사투를 벌이다 죽었어야 해. 지금 나는 무지 화가 났거든. 사부를 그냥 죽이지는 않을 거야. 사부의 손녀가 보는 앞에서 처절하게 망가뜨린 후 손녀까지 범해주지!”
빠직!
사영의 독설(毒設)에 천마의 미간이 구겨졌다.
“구겁마왕을 믿고 설치는 것이냐? 그렇다면 그게 얼마나 큰 실수인지 알게 해주마!”
구겁마왕이 극마급 고수이기는 하지만 천마는 탈마(脫魔)를 넘어 마신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구겁마왕 전부가 덤벼도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 정도로 지금의 천마는 강했다.
“교주를 상대하는 것은 나야. 저놈들은 저 년놈들을 상대할 거다!”
사영이 유백과 곽윤아를 가리켰다.
“네놈이 감히 내 상대가 될 거라 보느냐?”
“물론이지. 날 뭘로 보는 거야? 다 늙어빠진 늙은이에게 내가 질 거라 생각하나!”
이미 사제지간이라고 할 수 없는 대화의 연속이었다.
천마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천마검이 무섭도록 빠르게 뽑혔다. 뽑힌 순간에 공간을 가르는 빛이 뿜어져 나갔다.
발검과 동시에 날아간 검환(劍環)이었다. 검강을 넘어 검강의 중첩으로 이루어진 검의 절대경지가 너무도 쉽고, 빠르게 출수가 되었다. 그 빠름은 초감각으로도 피하지 못할 정도로 빨랐다.
사아악! 파파팡!
날아온 검환을 보고, 사영이 검을 뽑아 내리그었다. 사영의 검에서도 검은 강기가 솟아올라 있었다. 검강이 검환을 반으로 가르자 갈라진 검환 덩어리가 두 방향으로 날아가 건물을 부숴버렸다.
검환을 자르기 위해서는 상대 역시도 검환에 비견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아니?”
“놀라셨나? 날 너무 만만히 본 게 사부의 실수야. 그리고 잘난 체하느라고 제자와 손녀를 데리고 온 것이 두 번째 실수지!”
사영의 무위가 강력하다는 것을 안 천마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번 막았다고 끝이 아니다! 어디 막아 보아라!”
천마가 곽윤아와 유백을 가로막으며 사영에게 검을 겨누었다. 사영은 천마가 노려봄에도 여전히 여유로웠다.
사영이 느긋한 이유는 천마와 구겁마왕을 죽여 놓으면 나머지는 허수아비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한 것은 천마였다.
천마가 천마신공을 최고조로 올렸다. 단숨에 끝을 내는 것이 필요할 때였다. 최강의 힘을 보이기 직전에 천마가 물었다.
“구겁마왕을 포섭하고, 구대마궁까지 점령한 것이냐?”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어차피 머리만 잡으면 아랫놈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니까!”
“다행이군.”
“다행이라고? 그게 다행일까? 난 내 말을 따르지 않는 놈들을 그냥 둘 정도로 무르지 않아!”
천마는 천마신교에 속한 구대마궁의 교인들이 사영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것을 안심했고, 사영은 그로 인해 모든 교인들을 죽인다고 말을 하고 있었다.
“마교의 절대절학인 천마신공의 위력을 몸소 깨닫게 해주마!”
“어디 보여주기나 하시지.”
천마신공을 끌어올리는 천마에 대항하는 사영의 몸에서 검은빛의 뇌전이 형성되었다. 번개와 같은 기운이지만 백색이 아니라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사영은 독문기공술인 암흑뇌공력(暗黑雷功力)을 끌어올렸다. 이제까지 마교의 절학을 사용했다면 지금부터는 숨겨놓은 본래의 힘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교의 절학 따위가 얼마나 쓸모 없는지 보여주지.”
파파팟!
기운과 기운이 공간과 공간에 부딪쳐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쇠와 쇠가 부딪쳐서 불꽃이 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기운과 기운이 부딪쳐서 불꽃이 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마찰과 압력, 충격이 일어났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했다.
“죽여주마!”
“사부, 그 말은 내가 할 말이오!”
천마신공과 암흑뇌공력이 서로의 공력을 시험하듯이 다가섰다. 다가선 순간 검이 휘둘러지고 있었다.
천마의 검에서는 무형검강이 형성되어 사영의 전신을 무섭도록 예리하게 자르려고 했다. 그와 동시에 사영의 검에서도 검은색의 기운이 불꽃을 일으키며 형성되어 막아섰다.
투과과과광! 파파팡! 꽈과광!
검과 검이 부딪치자 그 충격이 사방으로 전해졌다. 기운과 기운의 대결이었다.
천마는 처음부터 내공 대결을 시작했다. 내공은 시간의 미학이었다. 오랜 시간 내공을 수련한 천마는 당연히 자신이 훨씬 높은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영이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그 힘이 결코 자신의 힘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마주칠 때마다 전신을 욱씬거리게 하는구나!’
천마는 검강과 검강이 부딪칠 때마다 전신을 무섭게 압박당하는 것을 느꼈다.
암흑뇌공력의 무서운 점이었다. 암흑뇌기(暗黑雷氣)가 상대하는 적의 전신을 불사르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뇌기의 속성은 파괴력이었다. 압도적인 힘과 빠르기로 상대가 생각하지도 못하는 순간에 끝을 내버린다. 또한 암흑뇌기는 차가운 기운까지 가지고 있었다. 불꽃 같은 폭발적인 파괴력과 차가운 기운이 서로 혼합이 되어 또 다른 힘까지 내고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공방전으로 단상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 버렸다.
지켜보던 모든 교인들은 절로 탄성을 내질렀다.
당연히 천마의 강인함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힘을 직접 목격한 교인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와 동시에 천마와 맞서는 사영 역시도 대단했다. 이미 보통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대결이었다.
신천지(新天地)의 무공을 바라보는 무인들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천마의 뒤로 서 있던 유백과 곽윤아 역시도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사부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었다. 더군다나 사영의 무위 또한 그에 버금가는 듯하자 놀람의 연속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그 둘은 여유가 없었다. 어느새 4명의 구겁마왕이 자신들을 막아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백은 겁에 질린 곽윤아를 등 뒤로 세우고, 검을 뽑으며 외쳤다.
“당신들이 어떻게 교를 배신할 수 있단 말이오?”
가장 앞에선 수라검마 조종성은 유백의 말을 비웃었다.
“우리라고 배반하고 싶었는 줄 아느냐.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은 인간이 아니야. 아무리 교주가 강해도 그걸 깨닫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구겁마왕들은 사영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의 강력한 힘 앞에 그들은 무력하게 쓰러져야 했다. 천마가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영의 강함은 잴 수 없는 크기였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구겁마왕은 결국 목숨을 구걸했다.
“그게 말이 된단 말이냐?”
“애송이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수라검마가 진득한 살기를 풍겼다. 사영이 시킨 대로 유백을 죽이고, 곽윤아를 유린할 뿐이었다.
천마는 시선을 집중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시선이 자꾸 곽윤아에게 가서, 분산이 되었다. 그걸 알고 있는 사영이 천마의 약점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사부, 손녀가 걱정되시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오. 곧 같은 곳으로 갈 테니!”
“네… 이놈!”
사영의 실력은 천마조차 쉽사리 승부를 예측하지 못했다. 직접 붙어보니 오히려 자신이 밀리지 않는가! 이런 놈이 제자로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해야 했다.
마신지경에 이르는 순간 대적할 자가 없다고 자신했건만 천악 이외에도 또 다른 강자가 출현한 것이다.
‘허, 이런 놈이 내 밑에서 무얼 노리고 있었단 말인가! 그보다 어제 천악에게 한 말이 후회가 되는구나!’
전날, 천악에게 모든 일은 자신이 해결한다고 말을 했다. 천악에게 천마신교의 일에 나서지 말라고 한 것이다.
천마로서는 당연한 말이었다. 천마신교의 일을 천악이 해결하는 것 자체가 수치였다. 그래서 한 말인데, 지금은 그 말이 안타깝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천악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으며 사영과 대결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천마가 대결하는 동안 갑자기 전음이 들려왔다.
[도와줄까요?]
[헛, 자네, 지금까지 어디 있었나?]
천악의 전음에 천마가 반색을 했다. 그런데 들려오는 말에 화가 나기도 했다.
[군중들 사이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럼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지켜보고 있기만 했단 말인가!]
천악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았다. 사람이 죽든 말든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인가! 모든 일이 본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행해지는 일이었다. 그런 일까지 책임을 느끼지는 않았다.
천마는 천악의 냉정한 말에 소름이 돋기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했다. 우선은 유백과 곽윤아를 지키는 것이 먼저였다.
[내 손녀와 제자를 지켜주게.]
[그러지요.]
유백이 있는 힘을 다해 수라검마의 검을 막아서기는 했지만 실력 차가 확연했다. 더군다나 그 옆에서 압박을 주는 다른 구겁마왕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어느새 팔과 다리, 가슴에 검이 스쳐 핏물이 흘러내렸다.
만신창이가 되어가면서도 유백은 윤아를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았다. 윤아 역시도 도움이 되기 위해 검을 휘둘렀지만 소용없었다. 그녀의 물러터진 검으로 막아서기에는 구겁마왕의 무력(武力)이 너무 강했다.
온실 속 화초의 검은 거칠게 다듬어진 실전적인 검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이 강호의 정론(政論)이었다. 실전은 무수한 상황이 발생한다. 정해진 검로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윤아는 자신의 무력함에 또다시 절망했다.
그런데 그녀는 이상하게 유백보다 마지막에 자신을 구해준 청년을 떠올렸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벌이며, 나타난 신비의 청년이었다. 할아버지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위엄을 가진 청년이 생각나고 있었다.
물론, 유백이 자신을 생각하는 간절한 마음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유백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신비의 청년을 생각했다.
‘내가 왜?’
유백의 마음과 희생을 생각하면 굉장히 미안했다. 윤아는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 때문에 괴로웠다.
“아앗!”
그 순간 유백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수라검마의 검에 목이 잘리려고 했다. 윤아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안…돼!”
캉!
주르르륵!
수라검마의 검은 유백의 목을 치지 못했다. 오히려 압도적인 반탄력에 뒤로 밀려나가 버렸다. 그 충격으로 수라검마는 검병을 잡은 손바닥이 찢겨져 피가 튀기까지 했다.
수라검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의문의 청년이 나타나 유백과 곽윤아를 뒤로하고 있었다.
“누…구냐?”
슈우우웅!
뎅강!
나타난 청년은 수라검마의 말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공격을 했다. 예리하기가 명검의 날보다 더 예리하고, 무섭도록 강력한 기운이 섬전처럼 수라검마의 몸을 반으로 훑고 지나갔다.
“이…커어억!”
수라검마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몸은 이미 반 토막으로 정확하게 갈려서 두 갈래로 나뉘었다.
갈라지고 나서야 핏물이 흘러 주변을 적시였다.
나타난 청년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다시 움직여 요후빙마 가은희의 목을 잘라 버렸다. 순식간이었다. 누가 어떻게, 어떤 움직임을 보였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 순간 바람이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승에서 저승으로 향하고 있었다.
남겨진 구겁마왕인 천통귀마 백지상과 환영신마 전가람은 어리둥절했다. 바로 옆에서 조금 전까지 유백과 곽윤아를 공격하던 수라검마와 요후빙마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자신들 중에서 가장 강한 수라검마가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