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42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04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2화
마교풍운 (3)
소교주가 탄생하는 것을 보기 위해 교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비무가 끝나고 소교주 위를 준다는 것을 모두에게 전달한 상태였다. 약속을 해 놓은 것이기에 뒤로 미룰 수도 없는 일이었다.
교인들에게 약속은 교리와 맞먹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마신교의 뿌리 자체가 교리의 전파이기에 그 믿음을 설파를 위해서라도 함부로 취소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모이면 아무리 작은 소리라도, 그 소리가 모여 큰 소리를 만들기 마련이었다. 수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넓은 외곽의 대전이 틈이 없을 정도였다.
높이가 2장에 달하는 곳에 구겁마왕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교인들을 굽어보며, 경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교의 행사를 진행하는 인물은 역시 군사, 백지상이었다. 백지상이 좌중을 향해 내공을 실어 무겁게 말하였다.
“모두 조용하고, 내 말을 들으시오! 소교주 위를 받기 전에 먼저 천인공노할 대죄를 지은 자를 먼저 처리할 것이오! 끌고 와라!”
웅성! 웅성!
군중들의 동요가 필요 이상이었다. 소교주가 탄생하는 일을 보러 온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들이었다.
백지상의 말에 풍운만겁대(風雲萬劫隊)의 대주 염철상과 대원 1명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악불강을 데리고 단상으로 올라갔다.
단상에 올라와 무릎을 꿇어앉힌 후 백지상이 악불강의 죄상을 모두에게 공표했다. 백지상의 말을 들은 군중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짓을 서슴없이 한 악불강을 죽이라는 말까지 들려왔다.
-죽여라!
-악적을 죽여라!
“모두 자중하시오. 악불강을 그냥 죽인다면 편한 일이 될 것이오! 그를 지옥혈(地獄血)에 가둘 것을 명하는 바이오!”
지옥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서운 감옥이었다. 그 안에서 살아난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고, 절망이었다. 천마신교 내에서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자만이 가는 곳이었다.
천마신교 내에서도 지옥혈에 갇힌 자가 10명이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 지독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교인들이 지옥혈이라는 말에 사색이 되었다.
그들도 지옥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옥혈에 들어가는 자는 단전을 폐하고, 사지의 근맥을 자른다. 그와 동시에 발바닥과 등, 가슴의 피부를 벗긴다. 편히 숨 쉬고, 편히 눕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고통 속에 몸부림치다 죽는 것이다.
“악불강이 저지른 만행으로 인해 소교주 위를 사영 공자가 받게 되었소! 그는 전형적인 무인이며, 교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오! 그의 사람됨이 교주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기에 소교주가 되는 사영 공자를 축하해 주기를 바라겠소!”
백지상은 사영 공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교인들에게 설명해 나갔다. 사영의 품위와 실력, 모든 면에서 뛰어난 자라는 것을 유독 강조했다.
“사영 공자, 소교주 위를 받으시오!”
뚜벅! 뚜벅!
사영이 천천히 단상 위로 올라갔다.
고통과 고뇌로 인해 많이 수척해 보이는 사영이었다. 유백과 곽윤아의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사영이 단상에 올라가 백지상으로부터 소교주가 되었음을 선포받았다. 사영은 소교주가 되었음에도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다만, 단호한 표정으로 교인들에게 말을 했다.
“제가 소교주가 된 것은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참상을 애도하면서, 앞으로 신교를 위해 분골쇄신할 것을 다짐하는 바입니다!”
와아아아아!
사영이 겸손하면서도 힘이 실린 말을 하자 교인들이 감동을 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소교주가 어떤 자리인가! 천마신교의 차기 주인이 되는 자리였다. 그런 높은 위치에 있는 자가 저처럼 겸손하며, 말끝에 힘이 들어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이끌어 주는 자가 자신들을 위해서 노력하며, 강인하기를 바란다.
사영은 말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마도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보인 사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소교주가 결정되고, 마무리가 될 때였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벌떡!
구겁마왕을 비롯한 신교의 중요 인사들 모두 눈이 커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미 죽어서 계곡아래에서 사라져야 할 인물이 버젓이 모습을 드러냈다. 군중들 중 모르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했고, 아는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유백 대공자!
방금 전까지 죽었다고 한 사람이 나타나자 상황이 이상하게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신교 내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황당해 할 때, 사영의 눈이 흔들렸다.
패천도마 궁백림이 당혹해하며 유백에게 말을 했다.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이오?”
“절벽 아래에 떨어지고도 살아 있어서 그렇습니까.”
유백의 음성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유백이 처참한 모습으로 정신이 풀려 있는 악불강을 쳐다보았다.
유백은 악불강의 잔인한 행동을 욕하지 않았다. 다만, 누군가에게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것에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자신이 가지지도 못할 자리였다. 그저 누군가의 도구가 되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참한 패배자에 불과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유백 역시도 누군가의 손바닥 안에서 철저히 농락당했다. 유백의 시선이 다시 그 누군가에게 향했다.
“사영!”
유백이 사영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사영을 향해 지독한 적의(敵意)를 품고 있었다.
사영은 자신을 크게 부른 유백의 말에 개의치 않고, 대답을 했다.
“대사형! 살아 있었습니까! 이렇게 살아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부르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대답하는 사영의 말에 유백의 주먹이 떨렸다. 걱정하는 듯한 사영의 표정과 가식적인 말투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폭발했다.
사람을 농락하고서 저처럼 뻔뻔하게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네 이놈! 네가 한 짓을 모른단 말이냐!”
“무슨 소립니까? 제가 무슨 짓을 했다는 것입니까?”
사영은 화를 내는 유백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을 하고 있었다. 구겁마왕 역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그 중에서 천통귀마 백지상이 앞에 나서서 유백에게 말을 했다.
“유백 대공자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
“흥!”
유백은 백지상 역시도 좋게 보지 않았다.
“무슨 소리냐고? 당신이 한 짓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감히 교주님을 배신하고,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원했단 말이냐!”
백지상은 유백의 말에 당황하지 않았다. 백지상조차 유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공자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백모는 도저히 모르겠소! 갑자기 나타나서 이런 상황을 만드는 의도가 의심스럽기까지 하오!”
말로써 군사인 백지상을 이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백지상은 오히려 유백을 몰아붙이며,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뜻을 내비쳤다.
“끝까지 뻔뻔스럽군. 사영, 네놈이 한 짓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니 순순히 밝히는 것이 좋을 거다!”
“대사형, 제가 무슨 짓을 했다는 겁니까! 저는 그저 할 수 없이 소교주가 되었을 뿐입니다. 지금이라도 대사형이 왔으니 소교주가 되십시오!”
사영은 자신의 자리가 아니었기에 그냥 물러난다는 대범함을 보였다. 모두가 보기에 사영의 대범함에 찬송을 할 만했다.
그러나 유백은 끝까지 가식으로 자신을 가리는 사영의 행동에 부화가 치밀었다.
“좋다, 그럼 사실을 말해 주지! 네놈이 마교를 장악하기 위해 교주님에게 위해를 가하고, 나와 윤아, 강이를 이용한 것을 말이다!”
허!
사영은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제가 언제 그랬다는 겁니까! 증거도 없이 사람을 모함하지 마십시오!”
“증거, 증거라면 있다!”
휘이익!
척!
누군가 군중 사이에서 단상으로 뛰어올랐다. 여인을 안고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온 중년인의 실력이 범상치 않았다.
중년인과 여인의 모습을 본 구겁마왕과 사영은 더욱 놀라고 말았다.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또 나타난 것이다.
바로 곽천진과 곽윤아였다.
“교…주님!”
천마의 등장은 모든 사람들을 공황상태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사영의 표정이 더 이상 숨기지 못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천악이 아니었으면 큰일날 뻔했구나!’
천마가 어제 일을 돌이켜 보았다.
어제 저녁에 천악이 두 사람을 안고, 천마가 머물고 있는 지하 연무장으로 돌아왔다.
만무곡에 악불강과 윤아보다 먼저 와서 기다린 인물이 있었다.
가려진 운무 속에서 여유롭게 허공을 밟고 있는 천악이었다. 천악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모든 일의 중심에 누가 있는지를 밝히고, 유백과 곽윤아를 구하기 위해 먼저 움직였다.
천마가 이곳으로 오면 앞뒤 재지 않고, 윤아를 구할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되면 범인의 존재를 정확하게 밝힐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홀로 만무곡에 갔다.
천악은 악불강을 구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이용당하는 놈이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짓이 있었다. 허용범위를 넘은 자까지 구할 정도로 천악의 성격이 착하지 않았다.
천악이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비설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천악은 비설이 누군가를 구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놈이 먼저 구하기 전에 윈드(바람)마법을 시전해서 시선을 분산시키고, 윤아를 허공섭물로 빠르게 들어올려 구했다.
천악은 유백과 윤아를 구하고, 비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서 놈을 미행했다.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천악의 생각대로 놈은 사영의 거처로 슬며시 들어갔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천마의 지하 연무장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천마 곽천진이 모든 교도들을 향해 외쳤다.
“내가 돌아왔노라!”
웅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온 천하를 울리는 천리전성(千里傳聲)과 같았다. 그동안 교주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던 모든 교인들이 놀라면서 환호했다. 또한 교주의 놀라운 내공에 혀를 내둘렀다.
천마가 사영에게 노성을 터뜨렸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감히 천마신교를 어지럽히려 하다니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
사영을 향해 천마신공을 집중해서 쏘아붙였다. 무형의 기운이 형성되어 칼바람처럼 사영을 압박했다. 무형의 기운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천마의 놀라운 신위였다. 강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받은 사영이었다.
모두가 아는 사영의 실력을 봤을 때 그 기운에 대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전혀 뜻밖의 반응이 나왔다.
크흣!
사영의 입에서 비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하! 정말 웃기는군.”
사영은 지금까지의 가식을 벗어던졌다. 이렇게까지 됐는데, 변명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뭐가 웃기느냐?”
“웬만하면 온전한 상태로 마교를 얻으려 했건만, 저 죽을지 모르고 날 궁지로 몰다니 말이야!”
천마는 사영의 말에 불길함을 느꼈다.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는 거냐?”
“빠져나가, 내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사영은 도망갈 생각이 없다는 듯이 말을 했다. 천마는 사영의 당당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마인들이 한곳에 모인 자리에서 홀로 남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빌어먹을 사형에게 또 창피를 당하겠군. 날 창피하게 만들은 네놈들을 한 놈이라도 살려둘 줄 알아!”
“네놈이 겁이 없구나. 이 와중에 협박을 하는 것이냐?”
“협박이라. 난 협박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는 거야. 천마, 네가 살아 있음으로 이곳에 모인 자들은 모두 죽을 거야. 모든 일이 다 너 때문에 벌어지는 거다!”
천마가 나서기도 전에 구겁마왕 중에 가장 성격이 급한 패천도마 궁백림이 도를 휘둘렀다. 더 이상 참고 들어줄 수 없었다. 모든 신교인들이 보는 앞에서 바보가 되었으니 그 창피를 만회하려는 듯했다.
“우리를 잘도 이용했구나! 죽어랏!”
“흥!”
궁백림의 도가 사영의 몸을 일도양단하듯이 갈랐다. 패천도마 역시 극마급의 고수였다. 극마급의 고수가 내리치는 도의 속력은 빛을 가를 정도로 빨랐다.
쿠아아앙!
궁백림의 도가 사영의 몸을 쪼개지 못하고 애꿎은 바닥만 부서뜨렸다. 어느새 사영이 궁백림을 도를 피하고 다가섰다. 다가선 순간 궁백림의 목을 꽉 잡았다.
궁백림은 목이 잡히는 순간까지 어떻게 된 것인지 보지 못했다. 너무 빠른 움직임이었다.
“커어억!”
“멍청하군. 그냥 있었으면 조금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이래서 성질 급한 멧돼지는 오래 살 수 없는 거야!”
“아…돼!”
우드드득!
궁백림의 목이 기이하게 꺾였다. 마교의 가장 강한 9명의 무인 중에 1명이 허무하게 죽은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영의 압도적인 무위(武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