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41화
무료소설 이계독존기: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5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41화
마교풍운 (2)
악불강이 잔인한 미소를 띠우며 곽윤아에게 다가왔다.
곽윤아는 유백이 죽었다는 것에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위해서 죽어간 사람이었다. 비무대회에 나가지 못해 유백에게 화를 내기는 했지만 그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이 살인자!”
“지껄이고 싶으면 해라!”
곽윤아의 멱살을 잡은 악불강이 그녀를 들어 올렸다. 천천히 들어서 용권풍이 부는 만장단애의 끝까지 데려갔다.
절벽의 끝에 서서 곽윤아를 바라보았다.
대롱! 대롱!
발이 지면을 밟고 있지 않았다. 곽윤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식어갔다. 자신의 목을 잡은 악불강의 손이 풀리면 저 끝도 없는 절벽 아래로 추락할 것이다.
“어디 이래도 소리칠 수 있는지 보자.”
“이……!”
곽윤아는 말을 하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살려 달라고 해봐라!”
마지막까지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 악불강이었다. 곽윤아는 악불강의 말을 과감히 물리치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다른 소리가 나왔다.
“살…려…줘!”
곽윤아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을 경멸했다. 살고 싶다는 욕망 앞에서 비굴해져 버리고만 자신을 저주하고 싶었다.
“크하하하하!”
악불강이 그녀에게 말을 듣고 나자 더욱 신이 났다. 그리고 잔인한 눈빛을 보였다.
“후후후, 어차피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계집이었어. 네 바람대로 영웅이 되게 해주지!”
악불강의 손이 풀렸다.
그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이 커진 곽윤아의 신형이 절벽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을 들으며 통쾌한 표정을 지은 악불강이었다.
“끝났군. 이제 교주는 나다!”
뒤돌아서 만무곡을 내려가려는 순간에 악불강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커졌다. 그 앞으로 구겁마왕이 모두 나와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아무도 모르게 움직였는데, 구겁마왕이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알 수 없는 악불강이었다.
구겁마왕 중에 천통귀마 백지상이 한숨을 내쉬었다.
“늦었구나!”
“허, 저런 자를 소교주에 올리려고 한 우리가 죄인이요!”
구겁마왕 중에 악불강을 지지했던 마왕들이 자책을 하고 말았다. 반시진 전에 천통귀마가 갑자기 찾아오더니 악불강이 이상하다고 했다. 그리고 조사를 한 끝에 결국에 찾아왔다. 하지만 상황은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악불강이 유백을 죽이고, 윤아까지 절벽 아래로 던져버리고 말았다.
패배한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더러운 수법까지 사용하고, 마지막에는 교주의 유일한 후손까지 죽이는 놈을 교주에 올려놓으려고 했던 것이 소름 끼치기까지 했다.
특히 패천도마 궁백림은 악불강의 행위를 인정할 수 없었다. 가장 많이 악불강을 지지했던 궁백림이었다. 자신이 악불강을 지지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었다가는 다른 마왕들에 의해 매장당할 수도 있었다.
“네놈이 결국 마지막까지 가는구나!”
“저런 놈을 그냥 둘 수 없소!”
“그렇소이다!”
“놈을 잡아서 지옥의 형벌을 가해야 하오!”
그냥 죽는 것은 편안한 죽음이었다. 놈에게 살아 있다는 것을 증오하게 만들어야 했다.
악불강은 당황했다.
증거가 너무 확실했다. 구겁마왕이 곽윤아를 떨어뜨리는 것을 보고 말았다. 현장에서 딱 걸렸으니 발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이렇게 되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다.
“왜 그런 표정들이지. 마교의 교주는 강자가 되어야 해. 강자는 강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기 때문에 강자가 아닌가!”
“닥쳐랏!”
악불강은 사죄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했다. 오히려 막 나가고 있었다. 그냥 죽어주지도 않을 모양이었다.
또한, 허탈함도 밀려왔다.
“역시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군. 빌어먹을 하늘은 날 왜 이렇게 괴롭히지? 그냥 내가 하는 대로 놔두면 안 되는 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는 그 아래 죽어나간 사람들을 생각할 리 없었다. 그저 이루지 못한 것을 억울하게 생각할 뿐이었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놈에게 다른 이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악불강이 광천불괴마공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쉽게 내가 잡힐 것 같으냐!”
“아직도 자신의 죄를 뉘우치지 못하다니 정말 상종 못할놈이구나!”
천통귀마가 꾸짖듯이 말을 하자 악불강이 비웃었다.
“상종 못할 존재에게 교의 안위를 맡기려 했던 네놈들은 올바른 인간이냐? 어차피 네놈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쓰레기에 불과한 주제에 누굴 설교하는 것이냐! 잔말 말고 덤벼라!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까지의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악불강이 나쁜 놈이기는 하지만 정말 지독한 놈이기도 했다. 스스로 한 일에 추호의 반성도 없었다.
두려움도 없는 듯했다.
극성을 넘어 한계 이상으로 마공을 끌어올렸다. 이미 엎어진 물이 다시 원상태로 복원되는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불강은 마공에 빠지려 하고 있었다. 스스로 통제하지도 못할 정도로 마공을 끌어올려 인성을 상실한 악마가 되려고 하는 듯했다.
“악마 같은 놈이 아니라 악마가 되려 하는 나를 막아보시지!”
도망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악불강은 동귀어진을 각오했다.
구겁마왕은 악불강의 지독한 심성에 혀를 찼으나, 놔줄 수 없기에 배수진을 쳤다. 놈이 도망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악불강이 구겁마왕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야야얍!”
기합소리가 울리며, 불사혈인을 출수했다. 가공할 힘이 폭사되었다. 주체하지 못할 힘이 뿜어져 나왔다. 마공이 극에 달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별이 마지막 빛을 발하듯이 타오르는 불꽃과 같았다.
크흣!
구겁마왕 중에 가장 강한 무인이 한 명이 있다. 그는 가장 조용하지만 일단 손을 쓰면 가장 무섭다. 그가 악불강을 비웃었다.
수라검마 조종성이 달려오는 악불강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수라검마라고 붙은 그의 별호에서 볼 수 있듯이 양면성을 가지고 있었다. 극한의 고통을 극복하여만 반드시 그 빛을 본다는 아수라검법(阿修羅劍法)을 익힌 마교의 천재무인이다. 마교에서 유일하게 천마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무인이기도 했다.
“패배한 개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겠지. 하지만 이미 진 개는 거기까지가 한계다!”
악불강이 빠르게 마성(魔性)에 빠져들었다.
한 번 마성에 빠지자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닥쳐! 난 지지 않았다!”
악을 쓰며 수라검마에게 달려드는 악불강이었다.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검이 무서울 리 없었다. 수라검마는 오히려 비웃으며 악불강의 검을 흘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아수라검법이 빛을 뿜었다.
-아수라검법(阿修羅劍法) 제4절초, 인혼멸(人魂滅)
혼을 소멸해 버리는 검법이었다.
그 빠름이 빛을 가르고 있었다. 다가오는 마기의 기운을 둘로 갈라버리고, 악불강의 영혼까지 잘라버렸다.
“커어억!”
털썩!
비명이 울리고, 그 자리에 남겨진 자는 정신을 잃어버린 악불강이었다. 마성에 빠지지 않고 침착했더라면 더 오래 걸렸을 수도 있겠지만, 악불강 스스로 자신의 실력을 한계 이상으로 올린 것이 실수였다.
“쯧쯧!”
백지상은 혀를 차며 이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소교주 위를 받기 위해 경쟁했던 자 중에 한 명은 죽고, 나머지 한 명은 대죄인(大罪人)이 되었다. 천마신교의 앞날에 암운(暗雲)이 드리우고 있었다.
“내일 있을 소교주 위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백지상의 목소리가 다른 구겁마왕의 뇌리를 울렸다. 교의 모든 무인에게 소교주 위를 받는다고 말한 상황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으니 암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겠네요!”
염기(艶氣)가 넘쳐흐르는 듯한 목소리가 좌중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목소리의 주인은 요마궁의 궁주인 요후빙마 가은희였다.
차가운 듯 하지만 내면에 숨 쉬고 있는 색기(色氣)가 사내의 가슴을 두방망이질 하게 만들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급한 성격의 궁백림이 되물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공자가 한 명 더 있지 않습니까!”
“그럼, 셋째 공자에게 소교주 자리를 주자는 말이오!”
가은희는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세 명의 공자 중에 정식으로 자리를 승계할 자가 한 명뿐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이었다.
유백과 악불강의 대립으로 지금까지 잠자고 있던 세번째 공자 사영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확실히 선택은 사영뿐이었다. 사영이 스스로 물러나긴 했지만 그 실력은 유백과 악불강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았다.
악불강 쪽에 붙었었던 구겁마왕들은 대부분 수락하는 분위기였다. 어차피 유백이 됐을 경우 자신들의 입지가 불안했었다. 이렇게 된 바에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가 소교주가 되는 것이 나은 결정이었다.
“그렇게 합시다!”
“어쩔 수 없군요.”
구겁마왕은 유백과 곽윤아을 시신을 찾지 않았다. 만무곡에 떨어진 이상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찾아봤자 소용이 없다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
* * *
“지금 뭐라고 했지?”
“데려…오지 못했습니다!”
“비설, 내가 악불강을 감시하면서 윤아를 데리고 오라고 했을 텐데.”
악불강의 심복이었던 비설은 식은땀을 흘렸다.
악불강이 행동을 감시하며, 곽윤아를 몰래 데려오기 위해 만무곡의 계곡 아래에서 숨어 있었다.
악불강이 곽윤아를 절벽에 떨어뜨리는 순간 낚아채서 그녀를 무사히 데려오는 게 비설의 임무였다.
비설이 떨어져 내려오는 곽윤아를 잡으려고 하는 순간에 갑자기 돌풍이 불었다. 아래서 위로 갑작스럽게 솟아오른 돌풍은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사납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순간 눈을 감았을 뿐인데, 곽윤아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분명히 윤아를 잘 지키라고 했지.”
“죄…송합니다! 주군!”
위기의 순간 청년이 곽윤아를 구해야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 위기에 빠진 여인은 누군가가 구해주기를 기다린다. 구해준 자에게 정(情)을 주는 것은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강제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더군다나 곽윤아를 손에 넣으면 대외적으로 자신의 입지가 더욱 확고하게 된다. 결과를 위한 수단이었지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루어져야 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얻는데, 하나 정도 사라진다고 해서 상관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청년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루어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는 말이야, 예전부터 사형이 하는 말이 제일 거슬렸어. 내가 완벽하게 해 놓은 계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고 하면서 날 비웃거든. 재수 없는 사형의 얼굴이 찢어버리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난 완벽한 존재가 되야 한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이루어져야 한단 말이야! 또다시 굴욕적인 말을 듣게 될 순 없단 말이지!”
청년의 눈에 살을 에일 듯한 기운이 일렁였다. 그 순간에 비설은 온몸이 축축하게 젖었다. 감히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살기에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컥!”
청년의 손이 무섭도록 빠르게 비설의 목을 잡고 꺾어버렸다. 반항할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았다. 임무에 실패한 놈은 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가능성 따위를 남겨두는 청년이 아니었다.
“윤아를 얻지 못한 것은 어쩔 수 없지.”
* * *
이른 아침부터 천마신교는 부산했다.
새로 탄생한 소교주 위를 위한 행사준비에 모든 인원이 동원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구겁마왕이 가장 바빴다.
갑작스럽게 소교주 위를 받게 되는 인물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악적을 처리하는 일까지 동시에 이루어져야 했다.
구겁마왕들이 모두 삼공자 사영이 머무는 곳으로 왔다.
아침부터 갑작스럽게 찾아온 구겁마왕들을 보고 사영이 놀라는 눈치였다. 사영은 뜻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천통귀마 백지상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무겁게 말을 이었다. 다른 구겁마왕들도 역시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소교주 위를 받으시오.”
“예? 그게 무슨?”
갑자기 소교주 위를 받으라는 말에 사영은 어리둥절한 듯했다. 구겁마왕들 역시도 사영이 당황스러워하는 것을 이해했다. 자신들이라도 사영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대사형이 있는데, 제가 왜 소교주가 되어야 합니까?”
“유백 대공자는 이미 죽었네.”
“헛!”
헛바람을 내쉰 사영이 몸을 떨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죽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천마신교내에서도 가장 삼엄한 곳에서 살인이 벌어진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백지상이 어제 벌어진 일들은 사영에게 설명했다. 어차피 사영도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었다.
듣고 있던 사영의 안색이 계속 변했다. 그는 주먹을 쥐며, 이를 악물었다.
“악 사형이 정말로 그런 짓을 했단 말입니까?”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도 분을 삭일 수 없는 사영이었다. 구겁마왕들 모두 사영의 분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교주께서 살쾡이를 기르고 말았네. 놈의 독심이 이 정도인 줄 미리 알지 못한 내 잘못일 수도 있네! 그렇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교의 미래를 위해서 자네는 소교주가 되어야 하네!”
“대사형과, 윤아의 제(祭)조차 올리지 않았는데, 어찌 제가 소교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이라도 대사형과 윤아를 찾아야 하지 않습니까!”
“만무곡에 떨어진 사람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자네가 대공자와 윤아를 생각하는 마음을 잘 알지만 현실을 냉정히 파악할 필요가 있네!”
천통귀마 백지상의 말은 단호했다.
구겁마왕들 모두 백지상의 말에 동조했다.
“후우우!”
사영은 커다란 숨을 내쉬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신 사영이 구겁마왕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정녕 원망스럽군요. 원하지 않는 자리를 이토록 비참한 기분으로 오르게 만들다니! 하늘이 정말 원망스럽습니다!”
사영이 허락하자 구겁마왕들이 안도하는 표정들이었다. 사실, 사영은 전형적인 무인이었다. 권력에는 전혀 관심 없고, 오로지 무를 익히고 교에 충성하는 것을 생각하는 무인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구겁마왕들 역시 교를 위한다는 말로 현실을 인지시켰다.
“자네밖에 없네. 오늘 소교주가 되어 교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게!”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교주가 될 때 먼저 가신 대사형과 윤아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겠습니다!”
끄덕! 끄덕!
사영의 배려에 구겁마왕들 모두 감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