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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81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71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1화

181화 낚시의 묘미 (3)

 

 

 

 

***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야겠소. 아르쿠르 후작.”

 

베르나르가 이마에 흐른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면서 말했다.

어둠을 틈타 아이언 성의 엘튼 제국군의 눈을 피해 빠져나왔다. 아군이 포위하고 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있을 적의 추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밤을 새워 이동하니 엉덩이가 아파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런! 너무 제 생각만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베르나르 경.”

 

아르쿠르가 미안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주먹을 머리 위로 올려 손바닥을 펼쳤다.

 

[정지! 정지하라!]

 

뒤를 따르던 비노슈 자작이 고개를 돌려 아르쿠르의 명령을 기사들에게 전달했다.

150명의 베르나르 기사단이 그의 명령에 천천히 속도를 줄이다가 마침내 멈춰 섰다.

 

“뱅크스 요새까지 가려면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3군을 생각하면 서둘러야겠으나 베르나르 경께서 몸이 상하신다면 의미 없는 일입니다.”

 

아르쿠르가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궁정 마법사인 베르나르의 존재감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존재감이 강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대단한 마법을 사용할 정도의 경지에 올라섰을 줄은 몰랐는데…….’

 

아르쿠르는 슬런더 요새를 장악할 당시에 보여주었던 엄청난 마법에 베르나를 다시 보았다.

황궁에서 밥이나 축내는 늙은 마법사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껏 벌였던 전쟁에서는 베르나르가 단 한 번도 출정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 참여하면서 보여준 능력은, 이전의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고위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써대는 모습에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이다.

새벽에 본진에서 빠져나올 때만 해도 감동적이었다. 자신을 포함해서 무려 150명에 달하는 베르나르 기사단 전체의 존재감과 소음을 없애는 마법을 사용했다.

그것도 상대편 마법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마법의 기운을 감추는 마법까지 사용해서 말이다.

 

‘대체 몇 가지의 마법을 한꺼번에 구현한 것인가!’

 

감탄이 절로 나와 경외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함께 행동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루아 공작과 함께 있는 게 껄끄러워서 자원한 것이지만, 베르나르에게 잘 보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런 생각에 아르쿠르가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사이, 베르나르는 통신 마법에 집중하고 있었다.

 

“…저녁엔 도착할 듯하오. 조금만 참으시오. 그럼 이따 봅시다.”

 

베르나르가 통신을 마무리하면서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본진에 먼저 보고를 올리고서 뱅크스 요새에 가로막힌 3군에 연락한 것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합니까?”

 

아르쿠르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오우거와 트롤 때문에 피해가 심하다고 하오. 훼손된 신체를 복구하느라 흑기사들의 전력도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으니… 어려운 상황일 것이오.”

 

씁쓸한 얼굴로 대답하면서 베르나르가 수정구를 품에 집어넣었다.

3군 사령관인 푸아 자작의 난감해 하는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아른거린다. 작위에 비해 과한 자리에 앉아 부담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

 

‘괴롭지만, 서둘러 가는 수밖에 없겠군.’

 

몽둥이로 두들겨 맞은 듯한 엉덩이를 툭툭 두들기면서 쓰게 입맛을 다셨다.

아이언 성까지 말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데다가, 또 다시 뱅크스 요새로 이동하는 상황이라 몸에 무리가 온다.

마나의 축복으로 일반 병사보다는 훨씬 더 우월한 육체 능력을 완성하긴 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말타기’와 같은 행위가 주는 육체적 부담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지원하러 가는 게 늦을수록 3군의 피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이만 출발…”

 

파웅!

 

막 출발하자고 말하려던 베르나르는 갑자기 들려온 파공음에 고개를 돌렸다.

파공음을 일으키며 기사들이 휴식을 취하는 중앙에 떨어진 물건의 정체는 주먹만한 쇠뭉치였다.

 

“피하라!”

 

베르나르가 주먹만한 쇠뭉치에서 마나의 파장을 느끼고 크게 소리쳤다.

 

콰앙!

 

그러나 늦어버리고 말았다.

커다란 폭발음을 일으키면서 화염이 솟구쳤다.

 

“적이다! 공격에 대비하라!”

 

차앙!

 

아르쿠르가 양손검 중의 하나인 플랑베르주를 뽑아들고 소리쳤다.

 

슈슈슈슉! 슈슈슉!

 

“방패를 들어라!”

 

날카로운 파공음에 하늘을 바라본 아르쿠르가 버럭 고함을 지르고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토록 조심스럽게 이동했는데 매복에 당하다니!’

 

열불이 치밀어올라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두두두두!

 

“빌어먹을!”

 

분노하던 아르쿠르가 당황스러움이 진득하게 묻어나는 욕설을 내뱉었다.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부하들도 전투마에서 내린 상태다. 그런데 지금 들리는 말발굽 소리는, 적들이 전원 말을 타고 접근한다는 얘기가 되겠다.

 

슈슈슈슉! 슈슈슉!

 

건너편 숲에서 다시 화살이 날아왔다.

말을 몰면서 활을 쏘고 있다는 의미.

조금 더 말발굽 소리가 커지는가 싶은 순간, 숲을 뚫고 말을 탄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옷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적의 모습을 확인한 아르쿠르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말을 탄 채로 활을 날려 오기에 경기병이 아닐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기사들은 화살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손에 쥐는 걸 부끄러워하니까.

하지만 손에 활을 쥐고 모습을 드러낸 적의 모습에 일말의 기대조차 사라지고 말았다.

 

“방패를 들어라! 엘튼 제국의 기사단이 몰려오고 있다. 전투에 대비하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친 아르쿠르가 플랑베르주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화살을 쳐냈다.

그러는 사이, 엘튼 제국의 기사단이 대로를 지나 들이닥쳤다. 절묘한 화살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각도를 높여 화살의 체공 시간을 늘려 화살을 방어하느라 대열을 정비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으드득!

 

“모두 격돌에 대비하라!”

 

이를 갈아붙인 아르쿠르가 플랑베르주를 두 손에 쥐고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내 눈을 크게 뜨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덩치의 사내가 불덩이를 손에 쥐고서 전투마에 올라탄 채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 마법!”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급 마법인 파이어 볼과 비슷한 모습이었으나, 무시무시한 마나를 품고 있었다. 게다가 마법사 옆의 젊은 기사는 오러 블레이드를 주입한 검을 치켜들고 접근하는 중이다.

 

“나를 믿으시오! 아르쿠르 후작!”

 

당황한 아르쿠르의 귀에 파고드는 베르나르의 음성.

든든한 궁정마법사의 음성을 듣고서야 그는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눈앞에서 화염구를 들고서 말을 달려오는 마법사가 부담스러웠으나 베르나르를 믿기로 했다.

 

“어, 어?”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화염구를 손에 쥔 마법사가 훌쩍 전투마에서 몸을 띄워 아르쿠르를 빠른 속도로 지나쳐 가버렸으니까.

그 때문에 오히려 아르쿠르는 홀가분한 느낌을 받았다. 부담스러운 마법사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소드 마스터에 집중할 수 있었으니까!

 

“네놈이 아이언 백작이로구나!”

 

아르쿠르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서 플랑베르주를 하단세로 자세를 잡았다.

아이언 성에 존재하는 소드 마스터는 두 명.

듀카스 대공이야 지난 전쟁에서 오를레앙 대공과 결전을 벌이던 걸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니 젊은 소드 마스터는 당연히 아이언 백작일 터였다.

이름을 불렀음에도 상대에게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에 기분이 확 상하고 말았다.

 

‘어린놈이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아주 기가 살았구나! 쓴맛을 보여주마!’

 

아르쿠르가 눈을 가늘게 뜨고서 플랑베르주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잡았다.

하얀빛을 뿜어내는 오러 블레이드가 그의 플랑베르주를 성검(聖劍)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로 연출해주었다.

 

***

 

“이동한다!”

 

칼립과 아이언 영지 소속 기사단에게 명령을 내렸다.

굳이 목소리를 줄일 필요가 없었다. 세인트가 광역 사일런스 마법을 걸어두었기에 소리가 새나갈 염려는 없다.

반칙에 가까운 마법을 사용하는 탓에 이동하면서도 사일런스 마법이 유지된다나?

놈들의 꼼수를 고스란히 되갚아 주는 중이다.

사일런스 마법은 물론 하이드 마나 마법까지 사용해서 우리의 기척이 완전히 지워진 상태.

지하 벙커의 통로를 통해 뱅크스 요새로 이어지는 비밀 출구로 나온 상태다.

새벽을 기해 쥐새끼처럼 빠져나간 프레하 제국군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놈들이 매복한 곳까지 와서 쉬었다면 좋겠지만, 훨씬 더 앞쪽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놈들이 말을 타지 않는 지금의 기회를 살리는 게 훨씬 더 낫겠다고 판단했다.

숲에서 매복할 것을 계획하고 온 터라, 크로스 보우 대신에 일반 활을 준비했다. 나무가 많은 곳에서 직사 형태의 공격은 걸리적거리는 게 많으니까.

이번 매복에서 처리할 목표는 마법사다.

새벽에 사용한 마법이 대단한 것들이라고 세인트에게 들었다. 놈들의 목적이 뱅크스 요새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마법사의 제거가 최우선 목표다.

 

“저놈, 믿을 수 있는 거냐?”

 

하늘에 떠 있는 작은 산새를 손으로 가리켰다.

 

“나의 권속으로 묶인 놈이다. 당연히 믿을 수 있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느냐는 얼굴로 세인트 녀석이 입술을 삐죽거린다.

뭔가 자부심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지만, 새대가리를 믿고 따라가려니 찜찜하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보이냐?”

 

세인트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손가락으로 산 아래를 가리켰다.

뱅크스 요새로 이어지는 대로 건너편에 한 떼의 인마(人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략 150 정도의 기사와 말.

내공을 집중해 놈들을 관찰했다. 무장이 잘 되어있다는 점을 뺀다면, 기사들의 수준은 그저 그렇다.

눈빛과 자세만 봐도 수준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깨달음을 얻어 백 년 내공을 완성하면서, 상대의 경지를 대충은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근처에 있다면 기감으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게 여의치 않다. 거리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저놈은 만만치 않겠어.”

 

마법사 차림의 늙은이와 함께 서 있는 놈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마법사 또한 대단한 신체 균형을 지녔다.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어지간한 젊은 병사 못지 않은 신체 능력을 지녔을 게 틀림없다.

저 나이에 저만한 육체 균형을 완성했다는 건, 뒤늦게 깨달음을 얻었다는 얘기가 되겠다.

세인트가 말했던 고위 마법사라는 게 저 녀석을 말하는 게 분명하다. 문제는 조금 전에 내가 턱짓으로 가리킨 중년의 기사다.

아무리 살펴봐도 소드 익스퍼트 수준의 육체 균형이 아니다.

 

“소드 마스터 급 기사인 듯하다. 윌슨.”

 

“네가 봐도 그렇지?”

 

“확실해.”

 

“프레하 제국엔 소드 마스터가 왜 이렇게 많아?”

 

입맛이 씁쓸하다.

프레하 제국에 멀쩡히 살아있는 소드 마스터라곤 오를레앙 공작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어떡하긴 뭘 어떡해? 조지는 거지. 모두 활을 준비해! 내가 신호하면 화살을 발사하고, 산 밑에 도착하기 직전 지연 사격으로 놈들을 한 번 더 활로 공격한다. 알겠나!”

 

[예, 영주님!]

 

부하 녀석들의 믿음직스러운 대답을 들으면서 아공간의 수류탄 하나를 꺼냈다.

공격을 위한 것이지만, 주목적은 놈들이 타고 온 전투마를 망가뜨리기 위함이다.

 

딸칵!

 

수류탄의 버튼을 누르기 무섭게 놈들이 있는 곳으로 힘차게 던졌다.

내공으로 팔 근육을 강화해서 전력을 다해 던졌다. 인간의 근력으로 던진 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

 

“쏴라!”

 

수류탄을 투척하고서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놈들은 수류탄이 터지기까지 우리의 존재를 모를 터.

이미 활시위를 당겨두었던 기사들이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재장전! 돌격!”

 

칼립 녀석이 명령에 반응해 아래로 내달린다.

아름드리나무로 우거진 숲을 거침없이 내려간다. 나와 부하 녀석들은 전투마와 한 몸이 되어 가로막는 나무를 피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콰아앙!

 

“쏴라!”

 

폭발음을 신호로 다시금 명령을 내렸다.

 

슈슈슈슛!

 

명령에 맞춰 화살이 높이 떠오른다.

 

“랜스를 준비하라! 한 놈도 살려두지 않는다!”

 

촤앙!

 

디바인 소드를 뽑아들고 크게 소리쳤다.

 

[훠어! 우리가 엘튼 제국 최강의 기사다!]

 

“…….”

 

자식들이 간지러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여댄다.

알게 뭐냐!

 

“세인트!”

 

“맡겨둬라!”

 

옆에서 나와 나란히 달리던 세인트가 오른손을 들어 올린다.

주변의 기운이 마구 난동을 부리면서 강력한 힘이 녀석에게 집중된다.

프레하 제국 기사들이 방패를 들어, 떨어지는 화살을 방어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먼저 간다, 윌슨!”

 

누군가 위에서 잡아당긴 것처럼 세인트의 몸이 전투마에서 솟구쳐 올랐다.

프레하 제국의 고위 마법사를 노린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네놈이 아이언 백작이로구나!”

 

괴상하게 생긴 양손 검을 쥐고서 소리치는 프레하 제국의 기사.

이제야 놈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놈은 이제야 겨우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접어든 게 확실하다. 밝게 빛나는 녀석의 기형 검은 내공… 아니 마나의 낭비가 지나치다.

놈이 나의 정체를 물었지만, 대답할 마음 따윈 없다.

시체가 될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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