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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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5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37화
천라지망(天羅地網) (4)
폭룡대가 익히고 있는 무공은 폭혈공(爆血功)이었다. 그들은 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고 장로 독고패에 의해 사육된 살인기계들이었다. 익히는 무공 자체가 상대의 말살이고, 그로 인한 수단은 어떠한 것이든 이용했다. 그것이 설혹 자신의 목숨일지라도 말이다.
육편과 핏물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 위력은 강기를 뛰어넘고 있었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핏물과 뼛조각들은 살인무기 이상이었다.
천마는 급히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호신강기를 둘렀다. 순식간에 몸을 보호하는 강기로 충격을 덜 받기는 했지만 그 위력에 몸서리쳐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핏물이 묻은 곳이 시커멓게 변하고 있었다.
“독인이었단 말인가!”
잔혈폭마공을 익힌 것도 모자라서 몸 자체에 독을 품고 있었다. 시꺼멓게 변하면서 타들어가는 것을 보아서는 상당한 극독이었다.
“응?”
천마는 자신이 당혹해하는 사이에 더 공격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느새 놈들이 천악을 향해 달려들었던 것이다. 자신보다 5배는 많은 수가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50명이나 되는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천악의 손에서 야수의 인이 뻗어나갔다.
사사사삭!
덤벼드는 족족 전신이 갈가리 찢겨 나가 버렸다. 50명이라고 해봤자 천악에게는 고깃덩어리일 뿐이었다. 덤빈다면 그에 해당하는 결과를 보여주면 되었다. 천악의 공격으로 순식간에 육편덩어리가 되어버린 놈들이 또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벽력탄이 바로 앞에서 터진 것처럼 굉장한 폭음을 내며 천악을 덮쳐들었다.
꽈과과과과광!
폭발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천악의 주위를 순백의 기운이 감싸 안았다. 사방을 완전히 폐허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굉장한 폭발이었지만 천악의 주변은 멀쩡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로 천악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귀찮군.”
천악이 오연하게 버티며 짜증스런 말을 내 뱉자, 천마는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야!’
자신을 장난처럼 가지고 논 것을 봐서는 이미 놈은 인간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덤벼든 놈들만 불쌍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지독한 놈들이었다.
지금 보여준 행동으로 자신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 천마였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마교로 가는 여정이었다. 이 일만은 자신이 책임지고 싶은 천마였다.
‘강하다.’
흑영은 생각했다.
놈은 보통이 아니었다. 특히 천악을 제외한 놈도 생각 이상이었다. 폭룡대 10명이면 문파 하나를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놈에게 부상조차 입히지 못하고 말았다. 이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더군다나 천악에게 달려간 50명은 그 이상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쓰러뜨리지 못했다.
천악이 강하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교내의 장로 2명을 죽이고, 최고 장로의 제자들까지 죽인 것으로 보아 그 실력이 이미 검증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이상으로 보냈건만 그것마저 능가하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망혈진(死網血陣)을 펼쳐라! 놈들이 죽든지 우리가 죽는다!”
사망혈진은 죽음의 진이었다.
차륜전을 기본으로 하는 진법으로 사방으로 원형진을 형성하고, 돌아가면서 상대를 공격한다. 그리고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이루어진다.
천라지망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차륜전에 있었다. 아무리 무공이 강해도 내력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수(首)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쳐서 죽게 된다.
“총력을 기울여라!”
흉흉한 기세가 더욱 피어올랐다.
천마와 천악을 중심으로 조여 들어오는 압력이 더욱 강대해졌다. 차가운 기운에서 광기가 섞여 있는 기운으로 변했다. 죽기 살기로 덤벼들겠다는 각오가 전해졌다.
천악은 천마의 뒤에서 여전히 팔짱을 꼈다. 그리고 천마가 놈들을 상대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천마의 실력은 이미 알고 있기에 별로 걱정은 되지 않았다.
천마 역시도 천악의 실력을 알기에 앞에서 덤벼오는 놈들에게 집중했다. 천마는 놈들이 피를 원하는 것 같아 그에 걸맞는 초식을 구사했다.
바로 천마혈천(天魔血天)와 천마멸세(天魔滅世)였다. 세상을 피로 물들이고, 멸한다는 의미였다.
피를 머금은 듯한 기운이 천마검에 형성되어 몰아쳐 오는 폭룡대를 향해 휘둘렀다. 그 위력이 하늘을 쪼개는 듯했다. 능히 파천(破天)의 능력이라고 할 만했다.
솨솨솨솨! 두과과과광!
놈들이 접근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었다. 좀 전에 겪어본 놈들의 자폭마공은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연속으로 호신강기를 사용하는 것은 내력의 소모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접근하기 전에 폭발시켜 버리는 것이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순식간에 달려들던 놈들이 조각으로 분쇄되어 버렸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 뒤를 따라 폭룡대가 덤벼들었다. 놈들은 목숨에 대해서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놈들!”
-마도삼대절학(魔道三代絶學) 천마지존탄강(天魔至尊彈剛).
그 어떠한 것도 뚫어버릴 수 있는 격공탄강(隔空彈剛)이었다. 공간의 제한 없이 휘둘러지는 천마검에서 무수히 많은 탄강이 적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슈슈슉! 카캉!
막아서는 것들 모두 구멍이 뚫려 그 자리에서 터져 나갔다.
꽈과과광!
쉴 새 없이 터져 나가는 폭룡대였다. 그로 인해 사방으로 핏물과 독기가 퍼져 나갔다. 핏물이 흘러 주변을 적시는 참혹한 광경이 연속적으로 연출되었다. 벌써 2백이나 되는 인원이 육편으로 화해버렸다.
무식한 차륜전이었다. 이런 식으로 덤비는 놈들을 상대로 과연 무인들이 버틸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천마조차도 기가 막히고 있었다.
‘이런 놈들이 있다니!’
마도에 지독한 놈들이 많다고 하지만 이런 놈들은 천마조차도 처음이었다. 마신지경에 이르면서 내력에 있어서 부족함이 없어졌다. 아직 지치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한 고통이었다.
천마가 질려 하는 동안 천악은 놈들의 접근 방법을 살펴보았다.
막무가내로 덤비는 것 같지만 진을 구축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놈들은 자폭하는 공간 사이를 벌리고 있었다. 동료에 의해서 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는 것 같았다.
‘10명이 덤비고, 그 뒤로 다시 10명이 덤빈다. 무식하군!’
끝까지 수로 밀어붙여서 내력이 딸리면 죽게 하는 방법이었다. 상대의 역량을 어느 정도로 보았는지 몰라도 다른 무인이었다면 통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상대는 천악이었다. 내력에 있어서 그는 무한에 가까웠다.
천악의 눈에서 야수안이 발동했다.
광적으로 달려드는 폭룡대원들의 몸을 투시했다. 신소미와 운정을 치료할 때 야수안이 발동하기는 했지만 진정한 목적은 바로 이것이었다. 야수안은 상대의 움직임을 그대로 투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몸이 움직이려면 몸 안의 근력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근력이 먼저 움직이고, 몸이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내공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천악의 눈에는 그러한 것들이 모두 잡혔다.
천악은 놈들이 내공을 회전시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와 동시에 폭발을 일으킬 때의 흐름까지도 파악했다.
‘평상시 흐르는 내공을 역으로 회전시키면 터져 버리는구나.’
천악을 향해 덤벼오는 놈들에게 마력을 뿜어내었다. 절대정지마법인 앱솔루트홀드를 걸었다.
달려들던 폭룡대원 10명이 그 자리에서 정지하며 멈추었다.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움직일 수 없었다.
천악은 앱솔루트홀드를 걸고 나서, 타임슬로(시간감속)마법까지 연속으로 걸었다. 천악의 손이 놈들의 단전에 닿았다. 단전을 통해 놈들의 내공을 역으로 순환시켜 버리는 천악이었다. 남의 내공을 마음대로 움직이려면 최소한 그들보다 5배 많은 내공을 보유해야 한다.
천악은 그러한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10명을 제압하고 나서 천악은 그 10명을 사방으로 던져버렸다. 절대정지마법이 걸린 상태이기에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했다. 그 자리에서 천악의 손짓에 의해 원래의 자리로 날아가고 있었다.
폭룡대원들은 그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돼!’
타임슬로마법을 건 이유는 폭발이 일어나는 시간을 늦추기 위한 것이었다. 날아가는 순간 타임슬로마법이 풀리면서 몸 안에서 순환됐던 기운이 역으로 회전하면서 폭혈공이 발동했다.
꽈과과광! 꽈과광! 꽈과과광! 두콰과과광!
다음 출격을 기다리고 있던 폭룡대원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날아와서 폭발을 일으키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방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폭혈공의 위력을 고스란히 받고 살아남을 수는 없었다.
크아아앗!
폭발의 여력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은 거리가 떨어져 있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육편으로 인해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날아간 폭룡대원들이었다. 그 수가 100명은 족히 넘었다. 순식간에 가동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 버리는 참혹한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덤비는 놈들이 있기에 천악은 또다시 정지마법을 사용하고, 역으로 폭혈공을 회전시켜 던졌다.
공격을 역으로 이용하는 천악의 행동을 본 천마가 입을 쩌억 벌렸다.
‘저럴 수도 있던가!’
순식간에 800명이나 되는 폭룡대원이 천악의 공격에 죽거나 무용지물이 되었다. 남은 수는 고작 200명이었다.
흑영의 눈이 심각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보는 천악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단 말인가!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절망감이 뇌리를 잠식하자 공포가 몰아쳤다. 이날 이때까지 수도 없이 수련을 했고, 그로 인해 감정이 사라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절대적인 위력 앞에 그는 절망해야 했다.
폭룡대원들조차 저절로 천악의 주변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천악은 이미 덤벼든 놈들이 도망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던 천악이 움직였다.
귀신조차 그 빠름을 따를 수 없는 천악이 순식간에 폭룡대원들 사이로 들어왔다. 어느새 다가온 천악이기에 그 움직임을 완벽하게 놓쳐버렸다. 그 자리에서 공중으로 떠오른 천악이 야수의 인을 마음먹은 대로 휘둘렀다.
인정사정없이 휘두르자 그 주변에 있는 폭룡대원들이 갈가리 찢겨 나갔다. 좀 전까지 숨 쉬던 사람에서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200명이 되든 2,000명이 되든 천악에게는 소용없었다.
크아아악! 크악!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야수의 발톱 앞에 남겨진 것은 초라한 인간의 비명뿐이었다.
덜! 덜! 덜!
주춤거리며, 흑영이 뒤로 물러났다. 폭룡대가 전멸하는데 불과 일각을 넘기지 않았다. 그사이 자신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넋 놓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넋 놓고 지켜본 것은 흑영뿐이 아니었다. 천마도 마찬가지였다.
천마는 천악의 성정이 이처럼 포악한 줄 처음 알았다. 그저 강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덤비는 자에게는 자비가 없었다.
‘이놈 마도인 아냐!’
천마조차 학을 띠게 만드는 천악의 성정은 마도인보다 더한 것 같았다.
천악은 흑영을 보았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흑영의 눈을 보자 흥미가 사라졌다.
‘조무래기군.’
조무래기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놈이 알고 있는 것도 얼마 없을 것이다. 천악의 손이 들어 올려졌다.
깜짝!
흑영이 놀라서 뒤로 몸을 빼며 달아나려고 했다. 하지만 천악의 손에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찌이이익!
야수의 인이 발동하자 5조각의 육편으로 변해버렸다. 고기 쪼가리가 떨어지면서 핏물이 튀겼다. 천악을 죽이려고 한 폭룡대였지만 그들이 한 것이라고는 천악의 화를 돋우는 것뿐이었다.
이로써 천악은 더욱더 결심했다.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놈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천마도 마무리를 짓고, 천악에게 다가왔다.
“자네 정말 화끈하군.”
“그렇습니까?”
사람을 죽여놓고도 감정의 기복이 전혀 없었다. 천악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어 있지만 그것이 다였다. 그 모습을 보자 천마는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적이지만 이토록 많은 사람을 죽이고도 자책하는 모습조차 없다니, 무섭기까지 했다.
“그럼 갈까?”
“잠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마무리?”
천악은 놈들의 흔적을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이미 죽은 놈들이지만 그 흔적은 적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천악의 실력을 적에게 알려주어서 도움되는 일을 할 생각이 없었다.
-디그(굴착).
지면을 파서 그 안으로 고기 조각들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파서 흙을 덮었다. 20미터나 되는 깊이를 팠기 때문에 나중에 놈들이 다시 찾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파이어볼(불덩어리)을 집어 던졌다. 이 일대를 모두 태워버릴 생각을 한 천악이었다. 불은 소멸을 의미한다.
불이 지나간 자리는 재만이 남을 것이다. 적에게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다.
활! 활! 활!
불이 삽시간에 백여 장에 가까운 곳을 태우면서 번져나갔다. 친절하게 윈드(바람)마법까지 써주자 바람을 타고 더 잘 번져나갔다.
나중의 일이지만 천악이 벌인 일로 인해 아합랍달합택산의 절반 정도가 민둥산이 돼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어벙!
천마는 천악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흔적을 지우려고 산을 모두 태우다니 그게 말이 되는 행동인가!
“자네를 마교에 데려가는 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구먼!”
마교에서 흔적을 지운다고, 마교를 통째로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천마였다. 천악이라면 하고도 남을지 몰랐다.
“이제, 가지요.”
“그…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