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독존기 1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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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이계독존기 128화
천마 VS 천악 (3)
도시를 계획할 때 천악이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정확한 규격이었다. 자로 잰 듯이 맞물리게 만들어서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 생각이다. 그와 더불어서 환경과 건물의 조화를 이루게 할 생각이다. 도시의 주변조경이 받쳐줘야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이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시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물이 있어야 한다. 천악이 물 걱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만들어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대규모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소호(巢湖)뿐이었다. 합비조차도 소호의 물줄기를 식수로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니 말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새로운 수로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 지역까지 땅을 파서 물길을 만들고, 이곳까지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다. 인력(人力)으로 한다면 수만 명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천악이 마법을 쓰면 별다른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시작을 해볼까나.”
천악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플라이마법을 사용하여 허공으로 떠오른 천악이 대지를 바라보았다. 산의 크기가 커서 그 끝이 잘 보이지 않는 대지였다. 버려진 산이지만 그 변화를 지켜볼 만했다.
-디그(굴착).
광범위한 지역을 향해 마력을 뿜어내었다. 사방 1만 평에 달하는 곳을 향해 마력을 집중시키자 그 지역이 폭삭 가라앉은 듯한 현상이 일어났다. 디그마법은 땅과 바위 등을 파내는 마법이었다.
우르르르! 쩌저저저적! 꽈과과과광!
마력을 퍼부은 곳은 지형이 변화를 일으켰다. 산봉우리로 가득했던 곳이 금세 평평해지는 것이 아닌가! 신천지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천신의 분노를 보는 듯했다.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꾸는 천지개벽이었다.
지축이 뒤흔들리는 거대한 충격이 휘몰아쳤다. 보통 마법사가 디그마법을 시전해 봐야 5장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무려 1만 평에 달하는 지표면을 한순간에 파내버리는 막강위력을 선보인 천악이었다.
천악의 마법은 서클의 회전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뜻을 전하면 그 뜻이 실현되는 경지였다. 바로 언령(言靈) 자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경지였다. 마법사라면 실현불가능이라고 생각하는 경지에 이른 천악이었다. 그 힘은 날로 강력해져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더군다나 공령지체에 이른 천악이기에 주변의 모든 기운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었다. 따라서 그 힘이 줄어들 리 만무했다.
100만 평에 달하는 곳을 향해 끊임없이 디그마법을 사용하였다. 막대한 힘의 여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천악의 가공할 마법이 끝이 나자 새로운 평지가 개간이 되어버렸다. 개간을 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사람이 동원되어도 한참이나 걸리는 작업이지만 천악이 하자 그 시간은 고작 반시진이었다.
-야수소환.
평지로 내려선 천악이 당한철이 만들어놓은 검을 소환했다.
천악이 검을 소환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디그마법을 시전했다고 하더라도 땅이 평평할 리는 없었다. 매끄럽게 만들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대지의 한쪽을 보통보다 깊게 한 후 그 자리에서 검에 야수의 인을 주입했다. 주입한 기운이 날카로운 예기를 발하였다.
휘이이익!
수평선을 가로지르듯이 뻗어나간 야수의 기운이 대기를 매끄럽게 다듬어 버렸다. 기운이 뻗어간 자리는 모난 돌 하나 없이 평평해졌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듯이 튀어나온 곳은 모두 야수의 인으로 잘려나갔다.
“이 정도면 괜찮군.”
이렇게 되면 바탕은 마련이 되었다. 관에 허락까지 받았으니 어려운 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풍운장원 내에 건설하는 아파트가 완공이 되면 그 사람들을 집중 교육해서 현장관리 감독장으로 가르치면 될 것이다. 현재, 장원에 공사하는 자들 100명이 대규모로 진행시키는 도시건설의 현장소장이 되는 것이다.
풍운인력 건설회사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천악은 대충 마무리를 짓고 다시 풍운장원으로 공간이동을 했다.
휘이이잉!
하루아침에 대지가 되어버린 곳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앞으로 다가올 폭풍을 예견하는 것 같았다.
* * *
-합비성도 내 합산(合山)관아.
안휘성의 성주 휘하 8개의 현 중에 한 곳을 맡아서 관리하는 곳.
현령을 맡고 있는 조금산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쓸모 없는 땅 중에 하나였던 곳을 팔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원래부터 이 지역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서 세금도 없었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기분이 좋군.”
무려 은자 2만 냥을 주고 산 미친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100만 평이나 되는 산지였기에 어려움이 있을 줄 알았건만 위에서도 허락이 떨어졌고, 사는 놈도 거금을 쉽게 내주었다.
2만 냥 중에 5천 냥은 자신의 몫으로 떨어질 것이다. 원래 가격보다 한참 더 받아냈기 때문에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 들어올 곳이 없어서 전전긍긍했던 속을 한 번에 확 풀어주는 일이었다.
조금산이 집무실에서 돈을 귀엽게 만지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가 급하게 들어왔다.
후다다닥!
조 현령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기분 좋은 상태인데, 소란을 일으키는 놈이 누군지 알면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들어오는 인물은 바로 이 포두였다.
“무슨 일이야?”
“현령님, 얼마 전에 판 산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왜?”
갑자기 들어와서 기분 좋게 팔아먹은 산 이야기를 하는 이 포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조 현령이었다.
그리고 설마 하는 심정이 들었다. 산 놈이 안 산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설마, 놈이 다시 와서 안 산다고 한 건가! 가서 말해. 이미 싸버린 똥은 다시 뱃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고 말이야!”
“그게 아닌데요!”
크흠!
조 현령은 급한 마음에 내뱉은 표현이 조금 저급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 우려했던 일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했다.
“그럼 무슨 일인데?”
“그게 산이었습니까?”
“그럼, 그게 산이지, 평지야! 너 뭐 하는 놈이야, 산하고 평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놈이냐?”
이런 놈이 포두를 하니 자신이 이 모양 이 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놈을 우두머리로 두는 것이 아닌데, 아주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몇 년 동안이나 승진이 안 되어 이런 시골에 처박혀 있는 것도 서러운데, 이제는 포두 놈까지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았다.
이 포두는 서슬 퍼런 조 현령의 말에 움찔거리더니 말소리를 줄였다.
“그게,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딜 가 보라는 거야?”
“산이 있었던 곳이 없어졌습니다.”
허!
조 현령은 뒷골이 땡겼다. 보름 전에 판 산이 없어지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런 놈을 수하로 둔 자신이 미친놈이었다.
“지금 장난해? 내가 이런 곳에 있다고 나를 무시하는 거지!”
“아…닙니다. 제가 감히 현령님께 그런 소리를 하겠습니까! 그리고 정말입니다. 제가 왜 거짓말을 합니까!”
“좋아, 어디 그 말이 사실인지 직접 보고 훈계를 해주마!”
조 현령의 몸은 약간 비대했다. 앉아 있던 의자가 그가 일어서자 편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앉아서만 생활해온 자답게 허리에 뱃살이 장난 아니었다. 오랜만에 일어서서 걸으려고 하자 몸이 기우뚱하기까지 했다.
조 현령은 마차를 타고, 팔았던 산으로 갔다.
산에 도착한 조 현령이 마차 안에서 밖으로 나갔다. 그는 있어야 할 산을 응시했지만 어디에도 산봉우리조차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원스레 뚫려 있는 대규모의 평지에 가슴마저 시원해지고 있었다. 상당히 질 좋은 대지였다. 누구 땅인지 부럽기까지 했다.
“이 포두, 평지에는 왜 온 거야?”
산으로 간 게 아니라 평지로 왔다는 생각이 든 조 현령이 이 포두에게 따져 물었다. 길을 잘못 온 것이 아니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포두는 아니라고 말을 했다.
“아닙니다. 여기가 그 산입니다.”
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산은 사라지고, 마치 잘 드는 칼로 깎아 놓은 듯이 평평한 대지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곳에 집만 잘 지어 놓으면 세금이 엄청 나올 것 같은 곳이었다.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입이 벌어졌다. 물론, 산 사람도 건물을 지으면 세금을 내기는 하지만 관아 소속의 땅이었을 때와 천지 차이였다.
“하루아침에 산이 평지가 될 수도 있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이 포두가 맞장구를 쳐주었다.
갑자기 조 현령은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런 고급스런 땅을 고작 2만 냥에 팔아 버렸다는 생각을 하자 배가 몹시 아파왔다. 다시 되물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래, 공권력을 이용해서 다시 찾는 거야!”
이 정도라면 황금으로 10만 냥이라고 해도 헐값이었다.
그 즉시 조 현령은 관아로 돌아갔다. 돌아가서 일을 원래대로 만들어 버리기 위해서 일을 꾸미려고 했다.
하지만 조 현령은 내려온 공문서로 인해 울상을 지어야 했다.
-판 땅에 대해 일절 간섭하지 마라.
구문제독부의 인장이 찍혀 있는 공문서였다. 감히 거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누가 감히 구문제독부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단 말인가, 메추리알로 거대한 암석을 치는 격이었다.
“이럴 수가!”
하늘의 농간이 따로 없었다.
* * *
끄응!
삼 일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눈을 뜬 천마였다. 일어나자 마자 온몸이 아프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욱씬! 욱씬!
하늘이 내어주신 무의 신체를 타고난 곽천진이었지만 천악의 주먹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어찌나 많이 맞았는지 삼 일 동안 의식불명에서 신음소리만 내질렀다.
“사람을 이렇게 패다니, 그놈 참!”
실력을 시험해 보려다가 오히려 죽살나게 맞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픈 통증을 보이는 눈을 무의식적으로 어루만졌다.
으윽!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전신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동경을 통해 보았다.
“심…하군!”
사람 얼굴이 이렇게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안 천마였다. 눈두덩이에는 시퍼런 멍이 자리 잡았고, 얼굴 전체적인 윤곽도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더군다나 상체를 살펴보니, 주먹 자국이 수도 없이 찍혀 있었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천연역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죽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대단한 권격이었다.
천마는 그 즉시 천마신공을 운공했다. 그동안 의식불명으로 누워 있었기에 체력도 많이 떨어져 있었다. 우선은 운기행공으로 기를 가다듬고, 체력을 기르는 것이 먼저였다.
후우우!
숨을 한 번 몰아쉬고, 천천히 내뱉었다. 심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호흡이다. 호흡을 통해 숨을 들이쉬고, 그와 동시에 대기에 숨겨져 있는 기운을 몸의 구석구석으로 흡입한다. 흡인한 기운을 기경팔맥과 12경락의 혈에 전달하여 돌린다. 회전하여 순화되고 정제된 기운이 단전으로 가서 자리 잡고, 자리 잡은 기운을 다시 밖으로 배출한다. 배출할때마다 조금씩 단전에 기운이 쌓여가는데, 그 쌓여가는 시간이 짧고, 순도가 높을수록 뛰어난 심법이라고 불리게 된다.
천마는 단 한 번의 호흡으로 몸 안에 쌓인 탁기를 모두 배출해 버렸다. 다시 한 번 호흡을 통해 신공을 운용하자 멍이 들었던 얼굴과 몸이 원상태로 회복했다. 내공을 이용하여 순식간에 몸을 정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천마의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운기행공을 끝내고 나자 그 옆에 죽이 한 사발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침에 삼영살이 가지고 온 것이었다. 오늘쯤에 천악이 깨어난다고 해서 미리 대기시켰다.
천마는 죽에서 퍼져 나오는 은은한 향에 그만.
꿀꺽!
보기 드문 일을 연속으로 경험하는 천마였다. 음식을 보고 이토록 군침 돌기는 처음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숟가락에 손이 간 천마가 입맛을 다시며 한술 떴다. 입 안에 감도는 구수한 맛과, 윗니와 아랫니가 부딪칠 때마다 씹히는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한술, 두 술, 넘어가는 죽으로 인해 공복감마저 행복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허어, 은은하면서도 구수하고, 먹으면 먹을수록 당기는 맛이라니, 천하일미가 따로 없구나!”
천마가 먹는 죽은 바로 전복죽이었다. 원래라면 먹기 힘든 죽이지만 냉동수레를 통해 바다에서 잡아온 전복을 신선하게 먹을 수 있었다. 전복은 신선할 때, 잘 씻어서 조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복은 바다의 자양강장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양가가 충분하기에 먹으면 먹을수록 기운을 차리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었다.
금세 기운이 펄펄 넘치는 천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