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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최강 군바리 180화

무료소설 이세계 최강 군바리: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3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이세계 최강 군바리 180화

180 낚시의 묘미 (2)

 

 

 

 

***

 

입맛이 쓰다.

첫날부터 야간 기습으로 프레하 제국군의 뒤통수를 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어째서 잠을 안 자는 거냐, 빌어먹을!”

 

“염병… 그러게 말입니다. 한 번 죽은 놈들이라서 그런 걸까요?”

 

짜증스럽게 중얼거리자, 시안 녀석이 쓰게 웃으면서 맞장구를 쳐온다.

녀석이나 나나 완전 무장을 한 상태다. 프레하 제국군의 진영에 대한 기습작전 때문이었다. 문제는 상황이 전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네놈들은 생각이란 걸 하긴 하는 거냐? 이미 한 번 죽은 놈들이 잠을 잘 거로 생각했다는 것부터가 멍청한 생각이란 걸 몰랐어?”

 

세인트가 심드렁한 얼굴로 콧방귀를 뀐다.

 

“목소리 낮춰, 인마!”

 

녀석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장벽 너머를 바라보며 듀카스 대공도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으니까.

듀카스 대공 또한 갑옷을 입고서 완전무장한 상태다. 물론 그가 입은 갑옷은 반란 당시 내가 선물한(?) 것이다.

뱅크스 요새에서 퇴각한 하이든 백작과 나란히 선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재미없게 되었군.”

 

아이언 성 밑에 자리 잡은 프레하 제국군의 진영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검은색 갑옷과 롱소드로 무장한 흑기사들이 곳곳에 불을 밝히고 눈을 번뜩인다.

그래서 기습을 감행하는 것을 망설이는 것이다. 아니, 망설인다기보다는 거의 포기 상태다.

프레하 제국군의 진영 전체에 걸쳐 흑기사들이 불침번을 서고 있다. 야습하려다가는 되려 역공을 당할 위험이 크다.

듀카스 대공의 짤막한 투덜거림은, 오늘 밤에 벌이려던 야습이 무산되었음을 의미한다.

 

“허… 이래서야 우리가 야습을 걱정해야 할 판이군.”

 

기가 막힌다는 듯 듀카스 대공이 헛웃음을 흘렸다.

 

“총사령관 각하, 놈들은 야습을 주로 사용합니다. 뱅크스 요새를 지키면서 놈들의 야습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하이든 백작이 질린 얼굴로 대답했다.

어지간히 크게 데였던 모양이다. 야간습격을 한다는 말에 이를 득득 갈고서 참가의사를 밝힌 사람이다. 쌓인 게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베링 요새와 슬런더 요새도 흑기사의 야습에 당했으니, 우리도 방비를 철저히 해야겠어.”

 

프레하 제국군을 내려다보던 듀카스 대공이 고개를 돌리고는 나와 시선을 맞춘다.

무슨 뜻인지 알겠다.

현재 아이언 성에서 기감이 뛰어난 인물은 나와 듀카스 대공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번갈아서 경계를 서자는 의미일 터다.

 

“제가 먼저 경계를 서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자네는 눈치가 빨라서 좋아. 기사들을 셋으로 나누어 경계를 서도록 하세. 프레하 제국군이 기사를 불침번으로 세운 게 수상해. 언제 야습을 벌여도 이상하지 않을 전력이질 않은가.”

 

듀카스 대공이 옅은 미소와 함께 한차례 고개를 끄덕인다.

믿겠다는 의미에서 하는 행동일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경계를 서주는 게 예의겠지?

놈들의 기사단의 숫자는 대략 2,000이 넘는다. 지난번 놈들의 소드 마스터 한 놈을 저세상으로 보낼 때의 숫자가 그랬으니까.

거기에 슬런더 요새와 베링 요새에서 합류한 놈들의 본진에도 기사 전력이 있었을 거다. 그렇다면 적의 기사단은 대략 3~4,000이라고 봐야 한다.

흑기사 전력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숫자의 기사단이 완성된 것이다. 그에 반해 아이언 성의 기사단은 1,000명이 되지 않는다.

부족한 전력이지만, 성에 의지해 싸울 생각이라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하이든 백작과 아이언 백작의 기사단이 첫 번째로 경계를 서고, 베르나 백작과 제럴드 자작의 기사단이 두 번째로 서고, 나머지가 동틀 때까지 맡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나를 비롯해서 야습을 나왔던 지휘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다들 잘 부탁하오.”

 

듀카스 대공이 귀족들을 둘러보면서 말하고는 성벽에서 내려갔다.

그 뒤를 따라 하이든 백작을 제외한 지휘관들이 기사들을 데리고 성벽에서 물러났다.

기사들은 내려갔지만, 병사들은 원래 계획했던 대로 만 명씩 경계 태세에 돌입한 상태다. 그 이상의 인원은 오히려 혼란만 가져올 테니까 말이다.

뱅크스 요새의 2만 병력이 합류하면서 병력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는 상황.

오히려 6만이 넘는 병력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지 그게 더 걱정이었다.

 

“놈들은 아마도 우리를 외부와 완전히 격리시켜서 보급을 끊을 생각일 겁니다.”

 

“그렇겠지요.”

 

하이든 백작의 하나마나 한 얘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작전이다. 아이언 성을 중심으로 세 방향에 흩어져 둘러싼 형국이다. 아이언 성으로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포진.

누구라도 놈들이 병력을 배치한 것을 보면 장기전을 노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병력의 손실 없는 안전한 점령전을 노리는 게 분명하다. 그래서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지하 벙커에 군량을 비축하고 있다지만, 그것은 아이언 성의 병력과 영지민 3만 명이 한 달을 버틸 정도의 식량이다.

갑작스레 6만의 병력이 유입되어, 식량을 아무리 아낀다고 하더라도 10일 정도면 군량이 바닥날 것이다.

아껴 먹는다면 최장 20일까지 버틸 수는 있겠다. 직접 무기를 맞대지 않을 뿐, 더 잔인한 싸움이다.

굶주림을 더한 시간과의 싸움은 인간을 절망에 빠뜨리는 끔찍한 것이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언제든지 밖으로 나가 아공간에 식량을 가득 조달해올 수 있다. 더럽게 귀찮은 일이 될 것이라는 건 좀 짜증나지만.

하지만 가까이에 프레하 제국이 있다. 가까운 곳에 대형 마트(?)가 있는데 굳이 멀리 나갈 생각은 없다. 놈들의 식량 창고부터 털어서, 장기전을 벌이면 누가 손해인지 확실하게 알려줄 생각이다.

 

“윌슨, 저쪽에 누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른다.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뒤통수를 얻어맞을 수도 있겠어.”

 

세인트가 프레하 제국의 진영을 살피면서 말했다.

녀석의 눈에는 오랜만에 진지함이 묻어나고 있다. 아이언 영지가 망가지면 므흣한 영업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필요 이상으로 열과 성을 다해 전쟁을 돕는 중이다.

 

“애초에 저런 놈들을 데리고서 싸우자고 한 놈들이잖아. 멀쩡하길 기대하는 게 이상한 거다.”

 

흑기사를 턱짓으로 가리키면서 세인트에게 대답해 주었다.

죽은 놈들을 살려서 전투에 활용하는 놈들에게 인간적인 전투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긴… 전쟁이라는 게 원래부터 인간적인 것과는 동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그나저나 프레하 제국군을 멀뚱멀뚱 지켜보고만 있자니, 심심하기 짝이 없다.

기사단을 이끌고 야습하는 건 글렀으니, 남아도는 수류탄이나 선물로 던져주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냈다. 놈들에게는 소드 마스터 급 기사가 적어도 넷 이상이다.

재수 없게 놈들과 드잡이질을 벌이게 된다면 발목을 붙잡힐 수도 있는 일.

손이 근질거리지만, 참아야 한다.

상당히 길게 싸워야 할 텐데, 초반부터 무리하고 싶지 않다.

 

“윌슨, 누군가가 진영에서 이탈하고 있다.”

 

약간의 심리적 갈등(?)으로 고민하는데 세인트가 팔꿈치로 나를 툭 건드린다.

 

“응?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내공을 사방으로 퍼뜨린 채 프레하 제국의 움직임을 살피는 중이다.

나의 기감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녀석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이드 마나 마법과 사일런스 마법이 사용되었어. 범위가 좁아서 나도 모를 뻔했다. 저쪽을 봐라.”

 

세인트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주시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꼬물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아무런 소음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사방이 조용한 상태라, 저런 식으로 이동하면 소리가 나야 정상이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

 

“교활한 놈들이다. 일부러 본진에 불을 크게 지펴서 이목을 끌어놓고 엉뚱한 곳에서 움직이는 걸 보면…….”

 

세인트가 손가락으로 턱을 긁으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녀석의 말대로 소드 마스터가 집중배치 된 프레하 제국의 본진이 아닌 엉뚱한 곳에서 일부 병력이 빠져나가고 있다.

마법이란 거, 새삼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세인트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저런 움직임을 놓쳤을 게 확실하다.

 

“제법 실력 있는 마법사가 합류한 모양이다.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나도 마나 유동을 느끼지 못했을 거다.”

 

세인트가 놀랍다는 얼굴로 말했다.

인간 마법사는 길바닥에 놓인 개똥만큼도 취급하지 않는 녀석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프레하 제국의 마법사가 대단한 실력자라는 의미가 되겠다.

 

“또 다른 마법사가 투입되었다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낮에 봤던 음침한 흑마법사 놈은 이런 정도의 능력은 없어. 다른 놈이라고 봐야겠지.”

 

“너보다 더 실력자냐?”

 

“헛소리!”

 

세인트가 정색한다.

자존심 상한다는 얼굴로 째려보는 것을 보니까 안심된다. 녀석보다 더 강한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 부담감을 넘어서 두려운 일이다.

녀석의 마법 실력은 나도 인정한다. 마법사답지 않은 신체 능력까지 겸비한 녀석보다 뛰어난 놈이라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흥! 나보다 뛰어난 마법사는 마계와 인간계에 없다. 그런데 저놈들, 야습을 노리는 건가?”

 

콧방귀를 뀐 세인트가 눈살을 찌푸린다.

소리와 기척을 감추는 마법까지 사용하고서 진영을 빠져나가는 놈들이 수상쩍긴 하다.

그러나 ‘야습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견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은밀하게 이동하는 놈들이 아이언 성에 야습을 가하려는 것 같지가 않았다.

일부러 멀리 돌아서 움직인다?

비효율적이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세 개의 진영에서 일제히 공격해 오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아니, 아니군. 뱅크스 요새를 구원하러 가는 모양이다. 윌슨.”

 

의견을 구하는 형식이었으나, 결국은 혼자 질문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는 세인트였다.

이건 인정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놈들이 노리는 것이 뱅크스 요새로 진격 중인 프레하 제국군인 듯하다.

놈들이 노리는 것이 장기전일 확률이 높은 만큼, 많은 병력으로 아이언 성을 에워싸는 게 더 효과적일 거다.

 

“놔둬도 될까?”

 

세인트가 찜찜한 표정으로 나하고 시선을 맞춘다. 녀석의 질문에 웃음으로 답해줬다.

 

***

 

다음 날,

작전 사령부로 사용 중인 아이언 영주관의 집무실에 듀카스 대공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프레하 제국군이 아이언 성을 포위한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놈들이 오늘은 어떤 식으로든 도발할 것으로 생각하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성용 투석기 위주의 공격을 해올 것으로 보입니다.”

 

듀카스 대공의 말을 받아, 베르나 백작이 미간을 좁히면서 맞장구를 쳤다.

프레하 제국군이 대형 트레뷔셰를 전진 배치하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언 성은 성벽에 물리 방어 마법진이 설치되었다고 하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오.”

 

[오, 오…….]

 

예상치 못한 얘기에 지휘관들이 탄성을 발하면서 입을 쩍 벌렸다.

 

“총사령관 각하, 그것이 정말입니까?”

 

베르나 백작이 마른침을 삼키면서 물었다.

전방에 위치한 이런 작은 영지의 성에 물리 방어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다는 걸 쉽사리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오. 아이언 백작이 심혈을 기울여 성을 건설했다니, 믿어도 좋소.”

 

“으음…….”

 

듀카스 대공의 말에도 베르나 백작은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물리 방어 마법진을 성벽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언 영지가 부유했던가?’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기껏해야 황궁의 몇몇 성벽에 물리 방어 마법과 마법 방어 마법진을 설치했을 뿐이다.

그런데 전방의 작은 영지에서 그와 같은 고급진 방법을 사용했을 거라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완성이었던 아이언 성을 한 달도 되지 않는 기간에 완공한 아이언 백작이요.”

 

듀카스 대공이 ‘네 마음 다 안다.’는 듯한 얼굴로 씨익 웃었다.

 

“정말 놀랍군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효율이 좋은 것인지 아이언 백작에게 직접 듣는 편이… 응? 아이언 백작이 보이질 않습니다. 총사령관 각하!”

 

베르나 백작은 그제야 회의실에 윌슨이 없다는 걸 발견하고 의아해했다.

그러자 듀카스 대공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아이언 백작은 일이 있어, 잠시 자리를 비웠소.”

 

“이런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우다니…….”

 

허탈한 음성으로 베르나 백작이 말끝을 흐렸다.

프레하 제국의 대군이 코앞에 공격을 준비하는 이런 시기에 자리를 비웠다는 게 이해되지 않아서였다.

 

“이보게 베르나 백작.”

 

“말씀하십시오. 총사령관 각하!”

 

“아이언 백작이 더 중요한 일을 하러 나갔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가?”

 

듀카스 대공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신뢰가 가득한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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